안녕하세요 저는 ‘초토화군단’이라는 회사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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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초토화군단’이라는 이름으로 1인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혼자 할 일이 많으니, 오래 버틸 체력부터 기르자는 마음으로 러닝을 시작했다.
건강을 챙기려고 뛰기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대회 기록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글은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가
마라톤 10km 대회 참가로 이어진 이야기다.
창업할 체력이 필요했는데, 장비부터 늘어났다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러닝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km도 쉬지 않고 달리기 어려웠다. 직장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을 등한시해 당뇨와 고지혈증이 있었고, 간 수치도 좋지 않았다. 항상 피곤했지만 사회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렇게 살던 사람이 이제 자기 일을 해보겠다고 나왔으니, 일단 버틸 체력부터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달리는 거리를 조금씩 늘렸다. 겨우 5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됐을 무렵, 하천의 다리에 걸린 안산마라톤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10km. 지금 달리는 거리의 두 배였다. 힘들겠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대회에 나가기로 하자 러닝뽕이 제대로 왔다. 러닝화를 추가로 샀고, 가민 시계도 샀다. 복장은 쿠팡에서 저렴하게 준비했다. 하나씩 장만할 때마다 뛰고 싶어졌다. 창업 준비를 위한 운동이었는데, 어느새 생활 패턴이 러닝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밤, 달리는 중에 몸이 유난히 가벼웠다. 갑자기 전력질주를 해보고 싶어졌다.
적당히 뛰던 사람이 한밤중에 미친 또라이처럼 내달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사회생활에 상처받은 영혼에 하늘에서 자존감 샤워를 내려주는 기분이었다.
러너스 하이는 아니었지만 뭔가 드래곤볼의 초사이어인이 된 것 같았다.
그 기분으로 더 뛰다가 무릎을 다쳤다.
42세 장명환의 몸은 내가 느낀 감동에 별로 동의하지 않았던듯 하다.
주 5회 이상 뛰던 사람이 갑자기 쉬게 되니, 이러다 대회에도 못 나가는 건가 싶어 겁이 났다.
일주일 정도 쉬고 어느 정도 나아져 다시 달리기는 했지만, 지금도 살짝 찝찝한 느낌은 남아 있다.
창업하려고 체력을 기르다가, 신이 나서 그 체력을 먼저 까먹었다. 이때부터 좀 알아봤어야 했다. ㅎ
10km를 '한번' 뛰었을 뿐인데, 기대가 커졌다
이후에는 5km, 7km, 8km로 거리를 늘렸다.
제미나이에게 러닝에 관해 물어보기도 했다. 대회 전에 꼭 10km를 다 달려보려 하지 말고 무리하지 않으며 준비하라는 조언을 받았지만, 나는 불안했다. 아직 해본 적도 없는 일을 대회 당일에는 할 수 있을까? 불안했던 나는 결국 대회 열흘 전 평소보다 느린 1km당 7분 정도의 페이스로 달리다가 10km를 채웠다. 쉬지 않고 달렸다.
기록은 1시간 10분 21초.
마지막 1km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힘이 남는 느낌이었다.
조금 전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1시간 5분은 가능하지 않을까? 조금 무리하면 1시간 안에도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내 몸이 해본 건 1시간 10분짜리 달리기였는데, 머릿속에서는 벌써 10분이 줄어들고 있었다.
요즘 창업 준비를 할 때도 결과물이 잘 나오면 기분이 확 올라간다. AI의 도움으로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늘어나니,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 그 마음이 어디까지 가는지, 이날은 내 다리가 먼저 경험하게 됐다.
그때당시 최종 목표는 나름 신중하게 정했다.
이후 짧은 러닝을 몇 차례 더 하고, 평균 1km당 6분 30초로 달려 1시간 5분에 들어오기로 했다.
초반에는 6분 40~50초로 아끼고, 마지막에 6분~6분 10초 정도로 올리는 계획이었다. 대회 영상도 찾아보며 코스를 예상해뒀다.
계획을 세울 때의 나는 꽤 믿음직스러웠다.
출발선에 서자, 그 신중한 사람은 사라졌다
대회 날은 새벽 5시 반에 일어났다. 며칠 전부터 일찍 일어나려다 매번 실패했는데, 당일에는 어떻게든 눈이 떠졌다. 감사하게도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함께 응원하러 함께 가주셨다.
두 분을 모시고 대부도에 도착하니 포도축제도 열리고 있었고, 날씨도 쾌청했다. 아들과 댄스처럼 준비 체조까지 하니 그냥 놀러 온 기분이었다.
하프 참가자들이 출발한 뒤 10km 참가자들이 출발선에 섰다. 뒤에서 예상 기록이 20분, 30분이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옆에 있던 분이 어떻게 그렇게 빠르냐고 묻자, 앞에 한 시간을 붙여야 한다며 다 같이 웃으셨다. 나도 혼자 피식했다. 잠깐 대기 시간이 길어지니 고독하기도 했다. 1인 창업 준비하는 놈이 별게 다 고독했다. ㅎ
출발 신호가 울리고, 음악을 틀고, 사물놀이 소리에 응원까지 들으니 다시 신이 났다. 흙먼지가 날려도 좋았다. 주변 사람들을 보니 자꾸 추월하고 싶어졌다. 초반 페이스는 1km당 6분 6초. 계획보다 40초가량 빨랐다. 그때 속도를 줄였으면 됐을 텐데, 나는 대신 이유를 찾았다. 예전에 인터벌 훈련하면서 더 빠르게도 달렸잖아? 이 정도면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이참에 1시간 안에 들어오는 걸 노려볼까?
신중하게 정했던 목표를, 출발하자마자 달리는 내가 다시 심사해서 상향 조정했다. 승인해 줄 사람도 나밖에 없으니 아주 빨랐다. ㅎㅎ 그렇게 3km까지는 신나게 달렸다. 4km부터 힘들어졌다. 5km쯤에는 반환점이 왜 아직도 안 나오는지 자꾸 생각하게 됐다. 급수대에서 사람들이 물을 마시길래 나도 따라갔다. 잠깐 멈췄을 뿐인데 몸이 갑자기 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달렸지만 아까의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더 빨리 뛰면 완주도 못 하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1시간은커녕, 오버하지 말고 끝까지 가자는 쪽으로 목표가 돌아왔다. 대회 영상을 볼 때는 없었던 변수가 하나 있었다. 출발선에 세워놓으면 신이 나서 말을 안 듣는 나였다.
7km, 음악도 싫고 내 티셔츠도 싫었다
6km쯤에는 멀리 골인 지점이 보였다. 짜증나고 허탈했다.
힘들어도 걷지는 않겠다고 혼자 다짐하며, 그냥 앞만 보고 뛰었다. 신나게 듣던 음악도 이제는 피곤해서 이어폰을 뺐다. 7km에서는 진심으로 후회했다. 이게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마라톤이다. 내가 미쳤었구나. 달리면서 토할 것 같다는 생각도 처음 해봤다.
그 와중에 티셔츠에서 냄새가 올라왔다. 빨래가 덜 된 듯한 냄새가 나길래 출발 전에 페브리즈를 과하게 뿌려 덮어뒀는데,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속이 안 좋았던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 냄새까지 더해지니 정말 괴로웠다.
8~9km쯤에는 출발할 때의 흙길이 다시 나타났다.
아까는 희망차 보이던 길이 이제는 고통과 짜증과 먼지로 가득했다. 5km 참가자들과 합류하면서 사람도 많아졌다. 각자 속도가 다르니 지나가기도 쉽지 않았다. 골인 지점을 약 700m 남겼을 때였나. 구급차가 서 있어서 지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졌고, 사람들이 몰리며 병목이 생겼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걸었다.
그 구간을 통과한 뒤가 더 문제였다. 다시 뛰려고 하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걸어서 들어갈까? 그런데 지난 두 달 동안 준비한 게 떠올랐다. 여기까지 와서 계속 걷기는 너무 아쉬웠다. 결국 50m 정도 더 걷고 다시 뛰었다.
관종은 포기하지 않아! 사진으로 남겨야 하거든...
흙먼지 너머로 골인 지점이 가까워졌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됐다. 그런데 관종으로서 이쯤 되니 내 모습이 신경 쓰였다. 마지막으로 조금 속도를 냈다.
그때 와이프와 아들이 응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힘이 났다. 조금 더 빨리 달리면서, 최대한 평온한 표정으로 가족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속으로는 난리가 났는데 가족 앞에서는 멀쩡하게 달려온 사람이고 싶었다. ㅎ 하이파이브를 하고 조금 더 뛰어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그리고 가족을 다시 찾기도 전에 그늘에 주저앉았다. 심장은 더 크게 뛰는 것 같고 몸은 축 처졌다. 방금의 평온함은 거기까지였다.
최종 기록은 1시간 7분 49초.
연습 때보다 2분 32초 빨랐고, 목표보다는 2분 49초 늦었다. 아쉬웠다. 처음에는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했던 사람이 완주하고 나서는 목표 기록을 못 맞췄다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2~3분쯤 지나 살 것 같아지자 기념품을 받으러 갔다. 첫 메달은 놀랍게도 나무였다. ㅎㅎ 소보로빵과 게토레이 한 캔도 받았다. 게토레이를 벌컥벌컥 마시는데 이렇게 달고 맛있는 음료가 있었나 싶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계신 테이블로 가서 물을 또 마시고, 가족들과 이야기하고, 닭꼬치를 먹고, 메달에 각인도 하고, 사진을 찍었다.
내 인생의 10km가 항상 이랬던 건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운동회때, 체대를 준비하던 친구들 틈에 끼어 아무 준비 없이 뛰었다가 완전히 꼴찌를 했다. 길가에 퍼져 누웠고, 차에 타겠냐는 선생님의 말씀은 굳이 거절했다. 결국 외진 슈퍼에서 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어찌어찌 걸어 돌아왔다. 두 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행사는 이미 끝나 있었고, 나를 반겨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때도 어쨌든 완주했지만, 기억은 오래도록 흑역사였다. 이번에는 직접 준비해서 그 거리를 다시 달렸고, 와이프와 아들에게 하이파이브도 했다. 7월에는 쉬지 않고 1km를 뛰기도 어려웠는데, 10km 달리기 완주. 내가 여기까지 왔다.
기록이 조금 아쉬웠어도, 이건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러닝에 빠져 주객전도 느낌이지만. 창업준비는 계속 되고 있다.
대회가 끝나고 다시 창업 준비는 계속되고 있다. 서비스를 만들고, 광고 소재도 슬슬 만들고 있다.
오픈 전까지 목표는 100개다. 이것저것 혼자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솔직히 너무 재미있다. AI의 도움도 크지만, 내 눈에는 이전 회사 생활 때 만들던 산출물보다 퀄리티도 좋아진 것 같다. 하나하나 내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신이 난다.
그런데 이 고양감이 좀 익숙하다.
한밤중에 몸이 가볍다고 전력질주하던 때도, 대회 초반에 사람들을 추월하던 때도 나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재미있어서 계속 만드는 건 좋다. 실제로 그 힘으로 서비스도 여기까지 만들었고, 1km에서 10km까지도 갔다. 다만 신이 난다는 이유로 내가 해볼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슬쩍 늘리고 있지는 않은지, 자아성찰이 되고 있었다..
지난 사용자 평가 이야기를 EO PLANET에 올렸을 때도 생각난다.
지금까지 쓴 글 중 가장 높은 조회수가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실제 사용성 평가에 참여해 주신 분은 한 분 정도였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조회수가 잘 나왔다는 기쁨과 서비스에 필요한 의견을 얻는 일은 각각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글은 앞으로도 꾸준히 남길 생각이다.
장명환 관종의 법칙 1장1절 ‘뭐가 되든 나대자!’
서비스를 실제로 열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할지, 어떤 문제가 나올지는 아직 모른다.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준비는 최대한 해볼 생각이다. 다만 광고 소재를 100개 만들었다고 신나는 날에도, 그걸 보는 사람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하는 마음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드는 재미에 취해서 숫자만 채우고 싶었던 건 아니니까.
이 와중에 모두의창업 2기에도 다시 지원했다.
1기에서 떨어졌을 때는 꽤 심란했지만, 이번에는 ‘아님 말고’ 하는 마음으로 넣었다. 물론 되면 좋겠다.
지원율 고려해서 지방으로 지원할까도 고민했지만, 오가느라 창업 준비에 지장이 생길까 봐 이번에도 집에서 가까운 곳을 골랐다.
러닝도 계속할 생각이다. 내년에도 10km 대회에 나가고 싶다.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끝.
EOplanet 행님덜…안녕하세요 이번글은 조금 개인적인글이라..괜찮을까 고민했는데…
eoplanet 글 주로 계몽적인 글들이 많아서 , 뭔가 나 잘하고 있나 죄책감들기도 해서..가끔식 이런글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실험적으로 개인블로그에 있던글 수정해서 올려봅니다ㅎ
추석명절 모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