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 #마인드셋 #기타
에픽 시스템즈 -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은둔 고수

미국에서 공부를 할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기업이 있다. 바로 Epic Systems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인데, 아마 이쪽 분야에 관심이 없는 한국 사람이라면 처음 듣는 회사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최소한 나는 미국 땅 밟기 전까지 이 회사 전혀 몰랐다). Epic Systems는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도 아니고 나스닥이나 뉴욕증시에 상장된 공개 기업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Epic은 디지털 헬스케어 scene에 1979년부터 자리하고 있었고 연매출이 수조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 소식을 발표하며 자사의 서비스 내에 GPT 기술을 도입할 것임을 알리기도 했다.

Microsoft and Epic expand strategic collaboration with integration of Azure OpenAI Service

어떤가, 이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이며 누구에 의해 세워졌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작성하고 있는 뉴스레터의 이번주 호에서는 Epic Systems에 대해 내가 개인적으로 조사한 내용들을 정리해보았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원문 읽으러 가기]

  • Epic Systems, 1979년 Judith Faulkner (UW Madison 동문) 창업. Private Company (IPO 하지 않음).
     
  •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주 사업분야는 EHR(Electronic Health Record)/EMR(Electronic Medical Record)로, 병원들이 환자의 의료 기록을 전산화해서 저장/조회/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서 판매한다. 이것 이외에도 비대면 진료, 병원 재무 관리 소프트웨어, 의료 서비스 특화 CRM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다방면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병원과 관련된 모든 디지털 분야에서 Horizontal/Vertical Integration을 이뤄냈다고 할 수 있겠으며, 보다 세부적인 제품군 리스트는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볼 수 있다.
Epic Systems Corporation Vector Logo | Free Download - (.SVG + .PNG ...
 Epic Systems. 이름부터 좀 지루하다.

 

  • 돈은 잘 버는가?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제일 도움을 많이 얻은 것은 Forbes에서 2021년에 작성했던 Epic Systems 심층 취재 기사였다.

    The Billionaire Who Controls Your Medical Records

    해당 기사에 의하면 Epic Systems의 20년도 매출은 $3.3B(현재 환율로 한화 약 4.4조원)이다. 21년도 매출은 13% 증가한 $3.8B(한화 약 5조원). 22년도 매출은 아직 소스들마다 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데, Forbes에 따르면 $4.6B(한화 약 6.1조원) 정도라고 한다. 21년도 기준으로 Epic Systems는 부채가 없으며, EBIDTA 기준 현금흐름이 매출액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즉 돈을 아주 잘 벌고 있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창업자인 Judith Faulkner는 이 회사 지분을 47%나 보유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현재 $7.1B(한화 약 9.5조원) 상당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Forbes Billionaires Ranking 325위에 자리하고 있다.
     
  • 경쟁자는 어떻게 되는가? 시장에서의 위치는?
    미국 내 EHR 시장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통적 강자이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대략 30% 안팍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듯 하고, 가장 강한 경쟁자는 20~25% 정도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Cerner이다. 이 Cerner라는 회사도 상당히 눈여겨볼만한데, 무엇보다 22년도에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오라클에 인수당한 점이 흥미롭다. 가격은 무려 283억 달러(한화 약 33조원)로, 이는 오라클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라고도.

 

  • 창업 스토리는 어떻게 되는가?
    Faulkner의 창업기에는 그렇게 특별한 점이 있지는 않다. 어렸을때부터 쭉 컴퓨터와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다가 1965년에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 박사 학위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박사 과정 도중인 1969년, 의사들의 스케줄을 편리하게 짜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때부터 헬스케어 분야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박사 학위 과정을 졸업한 뒤, 70년대에는 의사들의 환자 정보를 저장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물론 이때도 바로 창업을 시도한 것은 아니었고, 몇 년 동안은 망설이고 고민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다 바야흐로 1979년에, 집 지하실에서 1과 1/2명분의 직원으로 Epic Systems를 시작한다 (한명이 프리랜서형태로 고용된 것이라 사실상 혼자 시작한 것이라고 봐도 된다).
Building Company Culture And Innovating The Future With Judy Faulkner
Judith Faulkner
  • 기타 특이점
    반-실리콘밸리적 문화(캘리포니아/시애틀/뉴욕이 아닌 위스콘신 평원 한복판에 위치한 본사 캠퍼스, 딱봐도 2000년대 초반 느낌이 나는 사이트 디자인과 UI를 아직까지도 고수 중, 사용하는 기술 스택 또한 최신 웹 스택과 동떨어져 있음 등)를 지니고 있다고 할 정도로 오늘날 성공한 테크 기업들과는 다른 체질을 지니고 있다. 월가나 실리콘밸리의 투자사들로부터 많은 투자 요청이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고, Judith Faulkner가 기업공개나 매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폐쇄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분 보유율 동안 거의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아 회사 내에서의 의결권과 영향력 또한 막대할 것이다. 국내 기업으로 치자면 스마일게이트같은 모습이다.

    [Who Is ?]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최고비전제시책임자

 

우리는 무엇을 배워갈 수 있는가? 

Epic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회사들, 특히 스타트업들이 Epic을 보고 ‘기업의 본질’에 관해 배워갈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Epic Systems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좋은 기업, 기업의 본질에 충실한 회사다. 매출현금 흐름 잘 발생시키고, 화려한 언론플레이나 돈 잔치 벌이지 않고, 분명한 수요가 존재하는 마켓에서 좋은 전략을 펼쳐서 우직하게 몇십년간 꾸준하게 성장하는 회사. 

모든 위대한 기업이 실리콘밸리에서 천재 대학 중퇴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수평적인 기업 문화, 젊은 DNA, 큰 투자 라운드, 스타 개발자. 이런 것들 다 좋지만 결국에 성공적인 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1. 이익을 내고 2. 오랜 시간 동안 생존하는 것 두 가지가 핵심이다. 나 또한 이런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Epic Systems가 흥미로운 회사라고 생각했다면, 뉴스레터 전문을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위에 적힌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 말고도, Epic Systems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수백조원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이무기, Epic Systems 
 

 

링크 복사

이덕행 없음 · Product Owner

댓글 1
이덕행 님의 글이 이오 뉴스레터에 실렸습니다! 이번 주 이오레터를 확인해보세요.

👉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1qhXawcj7kUXwUzpMEQl6l1cSBNMcaU=
이번주 인기 아티클
추천 아티클
이덕행 없음 · Product Owner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