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트렌드
연매출 100억원에 순이익률 34%인 회사가 VC 미팅조차 거부한 사연

이 글은 [비주류VC의 이상한 뉴스레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통해 약간은 이상하고 솔직한 VC와 스타트업 세계를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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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주류VC (Non-mainstream VC / NMSVC) 입니다.

연말이다 뭐다 해서 2주만에 글을 다시 쓰게 되었네요.

새해 복 많이들 받으시고 2025년에는 좋은일 더 많으시길 바랄께요!

오늘은 월요일마다 발송드리는 "VC생활 10년만에 로맨틱한 사람이 냉소적인 사람이 된 이야기" 시리즈로 찾아뵙게 되었어요.

목요일에는 제가 관심있는 스타트업 산업의 인터뷰나 좋은 글들을 발송드리고 있사오니 많은 분들께 구독 주소를 뿌려주세요!!!

https://nmsvc2024.stibee.com/

 

오늘은 열 네번째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흔히들 "돈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들을 많이 하죠?

사실 VC를 하면서 투자를 해드리겠다고 했을 때 관심을 안가져주신 분은 거의 보질 못했어요. 회사의 사정이나 상황과는 별개로 정말 "투자"를 위한 미팅은 언제나 환영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비주류VC"의 투자 인생에서 정말 몇 번 안되는 경험 중 하나가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사례였어요.

오늘은 "비주류VC"가 겪은 "투자 미팅조차 못 해 본" 사례를 이야기해 드리려고 해요.

 

"비주류VC"는 닉네임에 어울리게 다른 VC들이 관심 갖지 않는 소외 된 산업을 둘러보길 좋아해요. 최근에는 막힌 하수구를 뚫는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을 찾아보고 있거든요.

2023년 가을 쯤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산업에 꽂히게 됐어요.

요새 자꾸 제 글에 등장하는 회사를 알아맞춰 버리시는 분들이 많아서 산업 조차도 말씀드리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A라는 산업이라고 지칭할께요,

이 산업은 우리의 실생활에 매우 깊숙하게 침투해 있는 아이템을 생산하는 산업이예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 매우 영세한 브랜드들만 남아있었고 생산 기반도 지역 한 곳에서 매우 부흥했었지만 지금은 그냥 영세한 기업들이 명맥을 유지해 가는 정도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오랜 업력은 무시할 수 없어서, 해외에서도 국내 제조업체들을 찾아오곤 하는 그런 상황이었죠.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국, 중국, 일본 그 다음이 한국 정도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예요.

그런데 이 와중에 정말 대단한 브랜드가 하나 딱 나타난 거예요. 이 브랜드는 해외에서도 소위 "명품"으로 취급받으면서 매해 매출이 급신장 하게 되었어요. 

문제는 이런 브랜드가 나타난 이후에도 이 브랜드를 뒤이을 브랜드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투자자들도 이 브랜드 이후에는 A산업의 기업들에 투자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어쩌다가 "비주류VC"가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지요.

 

탐색 또 탐색

정말 우연한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시작은 별 거 없었죠.

IT업종을 주로 하는 스타트업 대표님과 미팅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 첫째 애와 스타트업 대표님의 자제분이 동갑이더라구요.

이래저래 그런 공통점이 생기면 애들 위주로 대화가 흘러가게 되어 있어요.

아직 결혼 안하신 독자분들은 결혼해서 애 낳아보시면 알게 돼요. 반드시 알게 돼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대표님이 "아, 근데 애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 중에 XX제품은 B란 업체가 정말 꽉 잡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하시는거예요.

저는 처음 들어 본 업체라서 자세히 물어봤어요. 

다른건 몰라도 아이들을 위한 아이템 중 XX제품은 진짜 B란 업체의 제품이 제일 흔하게 보인다는 거죠.

대표님을 보내고 네이버를 검색해 봤어요.

찾아보니 A산업에서 주로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였어요.

판매 사이트가 나오긴 하는데 솔직히 매우 촌스러운 웹 UI/UX에 놀랐어요. 그런데 매출액이랑 순이익에서 또다시 놀랐어요. 2020년 약 60억원 매출에 약 2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더라구요. 

"아니 순이익률이 무려 37%라구?"

2022년에는 매출액 약 80억원에 순이익은 27억이었어요. 2020년보다는 약간 떨어졌지만 여전히 34%라는 엄청나게 높은 순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었죠.

원래 마진이 높은 아이템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높은 순이익률은 최근에는 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놀랐었죠.

그래서 B업체에 대해서 계속해서 리서치를 해봤어요.

아 근데 이 회사는 "법인"이 아니고 "개인사업자"더라구요?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매출액이 발생하면 세금을 조금 내기 위해서라도 법인화 하는데 어찌된 것인지 이 회사는 2000년대 초에 창업해서 아직까지도 개인사업자였어요. 세금만 거의 10억을 넘게 매년 내고 있었던 거죠.

VC는 일반적으로 개인사업자에게는 투자가 불가능하지만, 법인으로 전환시키면서 투자하는 사례가 종종 있긴 했어요.

이래 저래 특이한 회사란 생각이 들면서 큰 흥미가 생겼죠.

그래서 좀 더 파보니까 회사는 어찌되었든 이 산업에서 오랫 동안 생존해 오고 있었고 매출액도 계속해서 증가중인 것 같았어요. 이 정도 회사라면 VC투자에 관심이 있거나 아니면 VC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었을 것 같았죠.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거나 하는 기사가 없더라구요. 아니 솔직히 이 회사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 상에는 거~의 없었어요. 제품에 대한 리뷰나 사용기 등은 블로그 글로 많이 존재했는데 회사나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거의 전무할 정도로 정보가 없었죠.

아 정말 이건 무주공산 맞구나. 내가 진짜 아무도 모르는 보석 같은 업체를 제대로 하나 찾아냈구나 싶었죠.

 

첫 번째 컨택

일단은 알려진 연락처는 회사의 대표메일 주소 하나밖에 없었어요.

VC를 하면 좋은게 어떤 산업의 어떤 회사이던 조금만 알아보면 연락처를 알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회사는 정말이지 그런게 안되더라구요. 제 주변 VC들과 증권사 친구들에게 연락을 많이 해봤는데 이 회사에 대해서 다들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죠.

심지어 이 회사가 있는 지방 출신의 심사역에게 물어봤지만 역시나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었어요. 재밌는 건 이후에 따로이 점심을 먹는데 자기 아이도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걸 뒤늦게 알아챘다네요.

일반적으로 회사 인포메일로 연락을 할 경우 회신이 안 오는 경우가 많아요.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회사 인포 메일을 자주 확인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 회사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고 역시나 연락이 안 오더라구요.

그 와중에 PE쪽에 아는 동생놈한테 이 회사 얘길 했더니,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대표이사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왔어요. 

그 날 이후 저는 이 동생을 만나면 흥신소를 꼭 차려보라고 여러 차례 권유하게 되더라구요.

좌우지간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지만 그냥 전화부터 하면 안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래서 문자를 정중하게 보냈어요.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는 비주류VC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인가를 받아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창업투자회사입니다. 언제 한번 찾아 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지 여쭈어봅니다."

라는 뉘앙스의 문자였죠.

1짜가 안 없어지더라구요...;;;

다음날이 되어서야 아주 짧게 회신이 왔어요.

"문자 잘 봤습니다. 명함 하나 보내주세요."

아싸! 싶었어요.

어찌저찌 만나는 보겠구나 싶었죠.

문자를 보내자 마자 바로 전화가 왔어요.

제가 그 때 무슨 심사장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는데, 심사고 나발이고 뛰쳐나와서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보다 수더분한 목소리의 대표님이셨는데 자기는 돈이 필요가 없다시는 거예요.

그 큰 돈을 받아서 뭐에다가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그걸 어디다 쓰면 좋겠냐고 오히려 되물어 오시더라구요.

저는 일반적인 얘기를 좀 했었어요.

주로 매출과 이익이 잘 나는 회사는 투자를 받아서 설비를 늘리거나 해외 진출을 위해서 쓴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이미 해외 매출이 80% 정도 된다는 거예요.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요. 매출이랑 이익도 잘 나오는데 심지어 해외 매출이 대다수라니... 이 회사 정말 코스닥에 상장되면 주가가 날아가겠다 싶었어요.

A산업 내에서 이런 투자를 받은 곳이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저는 이 글 시작부분에 말씀드렸던 글로벌에서 성공한 그 브랜드를 말씀드렸어요.

근데 놀랍게도 이 대표이사분이 그 회사를 모르시더라구요.

모를 수가 없을 것 같았는데...좌우지간 본인은 그런 회사를 처음 들어본다고 하더라구요.

좌우지간 저는 회사로 한번 방문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서울에서 뭐 이런데까지 오냐고 자꾸 오지 말라시는거예요. ;;;;

투자자 인생 8년만에 겪는 첫 경험이었죠.

아니 오란 것도 아니고 내가 가겠다는데...

이쯤 되면 대부분은 일단 와보라고는 하는데... 뭐가 문제지...싶었어요.

투자 많이 받은 그 회사명이나 좀 문자로 남겨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는 마무리 되었어요.

일단 첫 통화는 무사히 마쳤는데, 본격적인 일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들었죠.

 

계속 되는 러브콜의 슬픈 결말

첫 번째 통화 이후 다시 연락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어요.

공교롭게도 일주일 후가 추석이었어서 추석 인사문자를 보냈죠.

추석 잘 보내라는 짧은 회신이 왔어요.

그게 다였죠.

이제 어째야 하나 싶었는데, A산업에 대해서 스터디를 하면 할 수록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게 보이는 거예요.

마침 글로벌 트랜드는 명품 업체들도 이 산업에 직접 진입하기 시작하는 것이었고 국내만이 아닌 해외에서 더 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더라구요.

한달 쯤 후에 다시 문자를 보내서 한번 방문을 할 수 있을지 여쭤봤어요.

이번에는 1짜가 아예 안 없어지더라구요.;;;

여전히 VC경력을 통틀어서 가장 당혹스러운 상황들이었고 점점 의지가 약해져갔어요.

그때 또 다른 딜들도 물밀듯이 밀려와서 약간 이 딜도 뒷전이 되버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가서 결국 2023년이 마무리 되고 말았죠.

그러다가 2024년 3월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문자를 남기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단순히 찾아가겠다고 남기지 않고 좀 더 자세한 투자 조건을 적어서 보냈죠.

투자 시 약 20억원을 투자하고 싶고, 귀사의 비교 대상이 될 Peer Group은 총 3개이며 이 회사들의 평균 PER는 몇이라서 2022년 순이익에 이 PER를 곱해서 얼마라는 기업가치로 투자하고 싶다고 적었죠. 그리고 향후 이 회사가 해외에 진출해서 어떤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는 비전까지도 간단히 작성했어요.

지금 다시 찾아보니 구구절절하고 자세히도 써서 보냈네요.

하지만 답장이 오질 않았어요.

이 정도 했으면 사실 VC로써 할 건 다 한거라고 봐요.

진짜로 돈이 필요가 없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죠. 

글을 쓰는 지금 작년도 매출과 순이익을 찾아보니 매출은 약 100억원, 순이익은 약 34억원으로 순이익률이 34%네요.

여전히 잘 나가고 있나봐요.

앞으로도 계속 잘 되고 꼭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길 바랄께요.

 

이번 에피소드를 정리해 볼께요.

1. 비주류VC가 정말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찾았어요. 닉네임처럼 다른 VC들은 관심도 두지 않는 산업에서 보석 같은 회사를 찾았죠.

2. 대표이사에게 우여곡절 끝에 연락을 해봤지만 투자금이 필요 없다는 이유로 방문조차 거절하더라구요. 마지막 투자조건 문자에 대해서는 회신조차 받지 못했어요.

3. 기업 운영에 있어서 돈은 늘 필요하다지만, 정말로 돈을 너무 잘 벌고 있어서 투자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케이스였어요.

 

"비주류VC"는 계속 스타트업 산업과 투자 업계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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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대표적인 VC들의 착각이네요, 매출 잘 나는데 20억원을 왜 투자 받겠음? 모험하지 않는 모험자본의 현실이네요
모험자본은 매출이 안나는데만 투자하는게 아니예요~^^
동의합니다. 렌탈이나 대출도 매출이 잘나오는데에 많이 좋은조건으로 가능한거지 안되는 쪽에 많은 돈을 빌려주면 자사에 위험 부담만 높이는 꼴이 되기때문이져
@이승용
맞아요.

돈 되는데 투자하는게 투자자인데 왜 매출 안나는데만 투자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간혹 Venture Capital을 문자 그대로 "모험 자본"으로 해석해서 모험성 투자만 해야한다고 오해들 하시는데 전혀 그런거 아니거든요.

돈 잘 버는 회사들도 VC투자 받고 IPO가던가 해외진출하던가 더 크게 성장해 왔어요. VC도 그냥 투자해서 돈 벌기 위한 "금융업"일 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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