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비주류VC의 이상한 뉴스레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통해 약간은 이상하고 솔직한 VC와 스타트업 세계를 소개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비주류VC (Non-mainstream VC / NMSVC) 입니다.
오늘은 월요일마다 발송드리는 "VC생활 10년만에 로맨틱한 사람이 냉소적인 사람이 된 이야기" 시리즈로 찾아뵙게 되었어요.
목요일에는 제가 관심있는 스타트업 산업의 인터뷰나 좋은 글들을 발송드리고 있사오니 많은 분들께 구독 주소를 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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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열 세번째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흔히들 VC들은 ICT, 2차배터리, 바이오, AI 등 최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로 알려져있어요.
하지만 얼마나 다양하고 희안한 산업과 기업들에 투자하는지 알면 많이 놀라실거예요.
"비주류VC"만 해도 투자해 온 기업들 중 특이한 아이템을 가진 곳들이 더러 있었어요.
식용 벌레를 기르는 회사, 삼채나물을 재배하는 회사, 키즈카페 프로젝트 투자, 맥주축제 개최를 주로 하는 회사, 점자책 제작 회사 등 일반적인 통념과는 크게 벗어난 업종에 많이 투자해 왔어요.
제가 "비주류VC"여서 일 수도 있지만 어쨋든 VC들의 투자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오늘 말씀드릴 투자 사례는 국내에서는 저만 해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오늘은 "비주류VC"의 특이한 투자 사례를 이야기해 드리려고 해요.
혹시 "핑크무비"를 아시나요?
색깔만 들어도 뭔가 감이 오시죠?
맞아요.
일명 "야한영화"라고 불리는 바로 그 영화들이예요.
정확히는 "에로틱 무비"나 "에로 영화" 등으로 통용되는데 실제 성행위를 집중 묘사하는 "포르노 영화"와는 구분되는 개념이예요.
결정적으로 배우들이 성행위를 하지 않아요.
"척"만 하죠.
왜 갑자기 "비주류VC"가 이런 얘길 하는지 많이들 궁금하실거예요.
조회수가 생각보다 안나와서 초조해서 이러나 싶기도 하실 텐데 반은 맞고....
아니 사실 거의 맞는 것 같네요. 조회수 한 번 제대로 땡겨(?) 보자는 솔직한 심산이...
지금 이 글을 마무리하는 이 와중에도 이걸 써도 되나 말아야 되나 엄청나게 갈등하고 있어요...;;;;; 결국은 게시 버튼을 눌러버려서 여러분이 보고 계신거겠지만...
핑크핑크 발그레
(출처 : 위키피디아(검색어 "핑크무비 정의"))
일단 핑크무비의 시작은 일본이라는 점을 밝혀둬요.
전능하신 위키피디아에 물어보니 "남녀의 정사를 주로 다룬 영화"라고 짧막하게 소개가 되어 있네요.(설명 참 쿨하네요...)
남자분들은 아실텐데 이 핑크무비라는게 사실 진짜 "야동(포르노)"은 아니예요.
일정 부분 그런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긴 하지만...(사실은 거의 대부분), 기본적으로는 스토리도 있고 기승전결도 갖춘 "영화"의 형태를 띄고 있어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하나의 장르로 굉장히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오고 있어요. 심지어 특정 작품은 일본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도 할 정도로 팬층이 두텁고 신작도 많이 나오고 있는 분야예요.
기본적으로는 돈벌이가 목적인 작품들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성행위만으로는 팬들도 납득을 못하니까 좀 더 리얼하고 사실적인 스토리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예요.
(출처 : 구글(검색어 : 시미켄상))
진짜 야동은 시미켄 같은 분이 나와요.
진짜로....그렇죠...
뭐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어요...;;;
지금 핑크무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아마도 군 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자의든 타의든 이걸 보셨을 확률이 높아요.
당직사관이 매일 밤 10시까지 시청을 가능하게 해주던 바로 그거요.
이걸 해주면 인기 좋은 당직사관, 안 해주면 그냥 당직사관이었죠.
일명 "빨간 딱지"라고 불리기도 했던 그 영화들 말이죠.
당직사관까지 설명하진 않을께요.
그냥 맨날 실망만 하는게 취미인 분들 있어요.
잘 해도 실망, 못 해도 실망... 그냥 매일매일 실망실망...
군부대 근처의 비디오 대여점에 가면 이런 작품들이 여럿 있었던 모양이예요.
"비주류VC"도 본의 아니게 몇 편 본 것 같은데...
지금 봐도 풍부한 상상력에 고개를 숙이게 되네요.
어떻게 저런 제목을 지었지....;;;
발기해서 생긴일은 진짜....하...
대부분 패러디 제목이긴 한데 대체 누가 한국인들이 창의력이 떨어진다고 했었나요.
저는 동의할 수 없군요.
좌우지간 한국에서도 이 핑크무비의 역사는 상당히 길어요. 그 중에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이 하나 있었죠.
한국 핑크무비, 그 전설의 시작
(출처 : 구글(검색어 젊은엄마))
이 작품은 2013년에 발매 된 "젊은엄마 1편" 이예요.
이 작품은 이전까지 보기 힘든 시나리오적 완성도와 영상미를 앞세워 극장가를 초토화 시킨 전적이 있었어요.
근데 솔직히 극장에서 본 분들 보다는 동네 비디오방에서 본 분들이 많을 것 같고, VOD나 IPTV에서도 계속해서 판매가 지속되는 레전드(?) 작품이예요.
원래 트릴로지(?)로 계획되어서 3편까지 나왔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요.
(출처 : 네이버 기사 검색)
일단 예사롭지 않은 포스를 풍기는 분...
젊은엄마는 "공자관(1977)" 감독의 작품인데 공자관 감독은 상업 영화감독을 꿈꾸다가 어느 순간 에로영화 감독으로 방향을 바꾼 분이예요.
이 분의 독특한 인터뷰는 정말 웃음벨이니 꼭 한번씩들 검색해서 봤으면 좋겠어요. 나름 진지하게 대화하시는 것 같은데 너무 웃긴...
젊은엄마 개봉 당시 성인영화계의 "시민 케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공자관 감독 역시 굉장히 높은 인지도를 얻었고 별명이 "쓸데없이 고퀄"이 될 정도로 저예산으로도 이런 퀄리티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단한 분이예요.
젊은엄마의 성공 이후 별에 별 가족들(?)이 다 제목에 등장하게 되는데 대부분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는 스토리로 진행되요.
이 분이 참...어떤 의미로는 큰 일을 해낸 것 같긴 해요...동방예의지국에서 이 어찌...
검색해보니 여전히 이 업계에서 굳건히(?) 잘 나가고 계신 것 같아요.
2020년에는 "배달노출 : 알몸으로 유혹하기"를, 같은 해에 "배달노출2 : 초대남과 좋아죽는 와이프"라는 영화를 감독하셨네요.
흥미 있으신 분들은 찾아서 보시길 권...해요...
한국 유일의 핑크무비 투자자
잡설이 길었는데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맞아요.
제가 국내 유일의 핑크무비 투자해 본 VC라 이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구요?
그야 아무도 한 걸 못 들어봐서 그래요.
누가 챙피해서 말을 안하고 그런게 아니고 정말 저만 해봤다니깐요...?
핑크무비 제작사의 10편 제작 프로젝트에 3억 3천만원을 투자하는 PF투자건이었는데 이 투자를 마무리 한 후 다수의 LP들로부터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강요(?) 당했던 기억이 있어요.
평소엔 다른 포트폴리오에는 별로 관심도 없으셨는데...;;;
저도 투자 당시에는 반드시 촬영장면을 방문(?) 해봐야겠다고 고집을 부렸었던 기억이 나네요. 대표이사이자 감독인 분에게 강력하게 제지 당해서 사이트(?)를 방문해 보지 못한 건 아쉽네요.
솔직히 처음 소개 받았을 때는 굉장히 망설였는데 이런 투자를 또 언제 해보나 싶기도 하고...개인적으로도 상당히 흥미가 돋아서(?) 한번 시도해보고자 했었어요.
핑크무비가 비디오 대여점에서 어디로 갔는지 궁금들 하지 않으세요?
이제는 VOD나 IPTV에서 유료로 팔리는 시장으로 완전히 넘어갔어요. 위는 엘지유플러스의 초기 화면인데, "19세 이상"이라는 Tap이 보이실거예요.
바로 저기로 간거죠.
투자 검토를 하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어요.
한국 핑크무비의 결제율이 가장 높은 시간이 언제일까요?
바로 오전 11시~오후 2시예요.
왜일까요?
바로 주부들이 주요 타겟이기 때문이예요.
사실 남성분들은 여러 루트(?)로 더 수위 높은 것을 접할 기회가 많아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분들, 특히나 주부들은 그런걸 알 기회가 없죠. 그냥 집에서 구독 중인 서비스에서 자연스럽게 결제를 하는 거예요.
사실 투자 포인트 중 하나였어요. 어차피 수요가 굉장히 명확한 시장이었고 이 시장에서의 승부처도 명확했기 때문에 투자를 결심했죠. 그 승부처란...?
바로 이런거죠.
핑크무비는 결국 "결제"를 유도하는게 전부인 시장이예요.
그래서 "포스터" 한 장과 "제목" 두 가지로만 승부를 보게 되어있어요.
그래서 위와 같은 상당히 자극적인 이미지와 제목, 그리고 부연 설명으로 승부하는거예요. 그런 면에서 저에게 제안을 준 회사는 굉장히 잘 만들더라구요!
그런 부분에서 충분히 수익성이 있겠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아 근데 이런 포스터는 남자들만 좋아하는 것 아니냐구요? 뭐 솔직히 남자들이 더 좋아하긴 하겠죠. 그런데 데이터를 본 결과 여자분들도 좋아한다! 라는게 제 결론이었어요.
그리고 묘하게도 제목들이 보면...
젊은엄마 때문에 가족관계 다 나온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것도 트렌드가 있어요. 제가 투자할 당시에는 "엄마"는 더이상 먹히지 않았어요.
그 때 유행한 단어들은 "장모", "조카"...라고 대표님이 그랬어요. 진짜 제작사 대표님이 알려주신 것이지 제가 뭘 알아본 것이 아니예요...
일단 연상연하 커플 위주로 제목이 짜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전부 타겟층이 명확해서라는 거예요!!
오 마이 갓!! 저도 상상도 못했어서 무릎을 탁탁!!!! 쳤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매력적인 것은 콘텐츠의 생명력(?)이예요.
정~~~~말 오랫 동안 소비돼요.
무슨 얘기냐면 극장용 영화의 경우에는 개봉하고 약 1달 정도면 그 영화로 뽑을 수 있는 매출의 80% 이상은 나온다고 봐야돼요. 따라서 그 이후에 IPTV나 VOD, OTT에서 나오는 매출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느껴질 수 있는것이지요.
하지만 핑크무비는 애당초 제작비가 굉장히 낮아요.
한 편에 3천만원 선이고, 1억을 넘으면 "블록버스터" 급으로 여겨지거든요.
그래서 극장에서 개봉해서 대규모 관객을 동원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IPTV나 VOD에서 10년에 걸쳐서 계~속 매출을 내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해볼만 한 거죠.
물론 저의 투자금은 회수 기간이 5년으로 한정되어 있긴 했지만 한편이 아니고 10편을 동시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익이 날 거라고 봤어요.
그래서 투자한 영화들이 어찌됨...?
제가 투자 한 프로젝트 10편의 제목을 전부 다 보여드릴 순 없지만 기억나는 것들만 모아보면 위와 같아요.
사실 투자 시점에 예정 되었던 제목들에서 많이 바뀌었어요.
결론은 위의 라인업이었는데...
첫 정산을 받으면서 정식 제목을 알게 되었고 감탄을 금하지 못했죠.
어찌 저리 클릭을 유발하게 제목을 지어놨는지 참...지금 봐도 새삼 대단하네요.
한 작품은 일본 분을 직접 캐스팅 해서 일본에서 촬영을 진행한 올로케(?) 대작도 포함되어 있어요. 하지만 수익률은 거의 꼴찌...;;;
"등산의 참맛"과 "남편 친구들", "형부를 탐하다"가 거의 수익률을 견인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런 작품들이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어찌 보면 작고 보잘 것 없이 보이지만 엄연히 한국 영화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요. 무시할 것이 못돼죠.
수익률 측면에서도 준수한 편이었어요.
솔직히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는 못했지만 투자 후 약 4년 8개월 후의 최종 회수 금액은 3억 6천 6백만원으로 IRR은 2.24%를 기록했어요.
영화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거의 위험이 없이 이 정도의 내부수익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꽤나 의미있는 투자처라고 볼 수 있어요.
초 대박은 아니어도 망하거나 하지는 않는 매우 꾸준한 수익을 안겨다 주는 작품들이란 의미이지요.
사실 어떤 VC라도 이런 투자건에 선뜻 손을 대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어떤 투자처라도 공부해보고 분석하는게 몸에 베어 있던 쥬니어 심사역이었어요.
재미있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했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투자 경험으로 남아있어요.
이번 에피소드를 정리해 볼께요.
1. 핑크무비라는 장르가 있고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굉장히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다 주는 투자처예요.
2. 혈기 왕성(?) 했던 "비주류VC"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이 장르에 투자를 해봤고 나쁘지 않은 성과를 얻었어요.
3. 이제는 이 시장도 많이 경쟁이 치열해져서 전처럼 안정적이진 못하지만 언젠가 좋은 작품이 있다면 다시 투자해 볼 의향이 있어요.
"비주류VC"는 계속 스타트업 산업과 투자 업계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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