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목차
- 유저의 지갑을 여는 기술
-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주세요
- 살금 살금 발을 들이세요
- 상품의 순서가 중요합니다
- 지출의 고통을 줄이세요
- 👉👉 통제하고 있다는 환상을 주세요
- 첫 인상을 붙잡는 기술
- 습관을 만드는 기술
- 엄지 손가락을 배려하세요
- 첫 목표는 쉽게 만드세요
- 목표를 잘게 나누세요
- 마지막 목표는 어렵게 만드세요
- 실력과 난이도의 최적점을 찾으세요
- 강화의 트리거는 반복이 중요합니다
- 매일 매일 보상을 지급하세요
- 관계를 연결하는 기술
- 엄마 친구 아들은 강력합니다
- 부러움을 자극하세요
- 경쟁 대상의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 그룹을 나누어 경쟁하게 만드세요
- 그룹 가입의 허들을 높이세요
지갑을 여는 기술 #5. 통제하고 있다는 환상을 주세요.
누구에게나 작든 크든 징크스 하나쯤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시험을 보거나 그 결과를 받기 전에 빨간 스포츠카를 보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 믿는 징크스가 있죠. 개인의 관점을 벗어나면 징크스가 아니라 미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을 피우게 된다든지, 엿을 먹으면 시험을 잘 본다든지, 빨간 펜으로 이름을 쓰면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든지 하는 것처럼 말이죠.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미신과 징크스가 있지만, 놀라운 점은 이런 현상이 사람에게만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습 심리학에 큰 영향을 미친 저명한 심리학자인 버러스 프레데릭 스키너(Burrhus Frederic Skinner) 박사는 실험을 통해 동물도 미신을 믿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1]. 박사는 실험을 위해 먼저 특수 제작한 상자에 먹이를 충분히 먹지 못해 굶주린 상태의 비둘기 8마리를 가두었습니다. 스키너 상자(Skinner box)라고 불리는 아주 유명한 상자죠. 상자 안에는 버튼이 있었는데, 비둘기가 부리로 이 버튼을 누르면 먹이가 보급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스키너 박사와 연구진은 이 실험에서는 비둘기가 버튼을 누르는 행위와 관계없이 15초 간격으로 소량의 먹이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은 며칠간 비둘기들의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실험이 진행되면서 연구진은 비둘기들이 점차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다음 먹이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비둘기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어떤 비둘기는 머리를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기도 하고, 어떤 비둘기는 새장 구석에 머리를 들이미는 등 먹이가 주어지기 전 했던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2]. 마치 자신의 행동이 먹이를 가져온다고 믿는 것처럼 말입니다. 연구진은 다음으로 15초 간격으로 주던 먹이를 1분 간격으로 변경했고 비둘기들이 더 격렬하게 춤을 추듯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와 같은 결과를 ‘미신 행동(superstitious behavior)’이라고 부릅니다.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
미신 행동과 징크스의 공통점은 행위의 주체가 특정한 행위를 통해 통제 불가능한 외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비둘기가 먹이를 위해 춤을 추듯 말이죠. 심리학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앨런 랭어(Ellen Langer)는 이와 같은 현상을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앨런 랭어는 통제의 환상 연구를 위해 두 그룹의 피실험자들에게 1달러어치의 복권을 구매하게 했습니다 [3]. 이때 A그룹에게는 1달러어치의 복권을 스스로 선택해서 구매하게 했고, B그룹에게는 무작위로 1달러어치 복권을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에게 복권을 재판매할 의사가 있는지, 판다면 얼마에 팔 것인지를 되물었죠. 그 결과 스스로 복권을 선택한 그룹은 복권을 팔 의지가 더 약했고 희망 판매 가격도 B그룹보다 4배가 높았습니다. 실험 결과인즉슨, A그룹의 피실험자들은 복권을 무작위로 지급받은 그룹보다 본인이 직접 고른 복권의 당첨 확률과 금전적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 거죠. 실제 당첨확률은 당연히 차이가 없었지만요.

카지노는 특히 이 속성을 잘 알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카지노 게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뒤집힌 여러 카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든지, 주사위를 던진다든지, 슬롯머신의 레버를 당긴다든지 하는 손님의 주체적인 행위를 더해 마치 상황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여지를 남깁니다. 이로써 카지노 고객은 통제의 환상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고, 간헐적으로 얻는 보상[4]을 통해 손님은 마치 스키너 상자 비둘기가 추던 격렬한 춤처럼 끝없이 슬롯머신 레버를 당기게 됩니다.
통제의 환상과 모바일 게임 가챠(Random Box)
서비스의 PO나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특정 행동을 지속하게끔 유도해야 할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유저를 매번 서비스로 돌아오게 만드는 일이나, 서비스 내에서 주요 콘텐츠를 탐색하며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죠. Facebook과 Instagram을 비롯한 수많은 소셜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당겨서 새로 고침(Pull to Refresh)’ 기능은 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돕는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접속해서 볼만한 소식을 모두 본 뒤에는, 더 재미있는 포스팅, 새로운 포스팅을 기대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계속 당겨서 새로고침을 시도합니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네. 바로 슬롯머신 레버를 당기는 행동과 아주 비슷합니다 [5].

이런 시도는 모바일 게임의 가챠(Random Box) UX설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원피스: 트레져 크루즈(Bandai Namco)나 일곱 개의 대죄(Netmarble)에서는 유저가 가챠 상품을 구매하면 마치 슬롯머신의 레버를 당기는 방식과 유사한 인터랙션을 통해 가챠 연출이 시작됩니다. 역시 ‘통제의 환상’을 심어주는 거죠. 만약 유저가 간헐적으로 괜찮은 보상을 얻게되면 통제의 환상은 강화(reinforcement)되고, 추가적인 가챠 구매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함은 물론 심리적 부담도 줄어듭니다. 역시 스키너 상자의 비둘기처럼 말이죠.

다른 사례에서는 카드 뒤집기의 콘셉트를 차용하기도 합니다. 하스 스톤(Blizzard)이나 세븐 나이츠(Netmarble)에서 유저가 가챠 상품을 구매하면 여러장의 카드를 화면에 뒤집어 놓고, 하나씩 선택해서 직접 결과를 확인하게 디자인하여 통제의 환상을 유도합니다.

통제의 환상에 대한 후속 연구들에 따르면 지각된 통제감이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통제의 환상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합니다. 그리고 게임은 유저가 미션을 클리어하고 여러 도전 과제를 달성해나가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지각된 통제감이 상승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죠.
A/B 테스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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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며
통제의 환상에 관한 심리학 연구는 유저의 특정 행위, 특히 가챠와 같이 확률 기반으로 설계된 상품의 구매를 어떻게 더 유도할 수 있는지 대해 좋은 솔루션을 전하고 있습니다.
- 모바일 게임의 가챠 연출에 유저의 인터랙션을 더해 마치 유저가 환경을 통제할 수 있을 것처럼 느끼게 설계하세요. 간헐적으로 보상을 얻게된 유저의 통제의 환상은 강화(reinforcement)되고, 추가적인 가챠 구매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함은 물론 심리적 부담도 줄어듭니다.
- 통제의 환상을 유도하기 위해 가챠 연출에서 카드 뒤집기나 슬롯머신 레버 당기기와 같이 충분히 검증된 인터랙션 콘셉트를 활용해보길 권장합니다.
[1] Skinner, Burrhus Frederic. “‘Superstition’ in the pigeo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21.3 (1992): 273.
[3] Langer, Ellen J. (1975). “The Illusion of Contro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2 (2): 311–328.
[4] 스키너 박사의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 연구에 따르면 보상을 통해 특정 행위를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변동 비율 강화(Variable Ratio Conditioning) 계획입니다. 스키너 상자의 비둘기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무작위에 가까운 확률로 먹이를 얻는 방식으로, 카지노 겜블링이나 로또, 모바일게임의 가챠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합니다. 자극을 점차 제거하거나 보상을 제거하면 이런 행동 연합 학습(버튼 누르기=먹이)이 약해지는데 이러한 현상을 소거(elimination)라 하며, 변동 비율 강화 계획을 통해 강화된 행동은 일반적으로 소거가 가장 어렵습니다. 도박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운 이유와 같죠.
[5] Experts Link Smartphone 'Pull-To-Refresh' Feature To Slot Machine Design
젠 (soomshuim@gmail.com)
쿠키런 데브시스터즈부터 글로벌 7억 다운로드 비트망고까지, 지난 14년간 B2C 프로덕트에서 UX와 그로스 리드로 일하며 100회 이상의 그로스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과 멘탈헬스케어 분야에서 성과를 보였으며,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LTV(고객 생애 가치) 그로스에 스페셜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 현) 마켓핏랩 Growth PM, Consultant
- 전) 마보 Growth PM
- 전) CookApps Growth PM
- 전) Bitmango UX-Growth Lead
- 전) Devsisters UX Lead
다음 주제는?
게임을 처음 설치한 유저가 온보딩 중 이탈하지 않도록 붙잡고, 이후의 게임 플레이에 몰입하고 결제로 이어지도록 교묘하게 유도하는 모바일게임 FTUE(First Time User Experience)의 다양한 이론과 기술을 살펴봅니다. 그 중 첫 번째로 심리학의 점화 효과(Priming Effect)가 시사하는 FTUE 디자인 기술을 사례 분석을 통해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