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버틸수록 운이 좋아집니다”
EO 리얼밸리 인터뷰를 통해 커리어에 관한 인사이트를 나눴던 Grepp US 한기용 최고기술책임자(CTO) 님의 오픈 코칭 세션에 참가했습니다.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 생활 27년간 야후, 유데미 등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마인드셋과 스타트업 팀빌딩, 창업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공유해주셨던 터라, 오프라인 코칭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또 들려주실지 궁금한 마음으로 참가했습니다.
(참고 : 27년차 실리콘밸리 개발자가 ‘10번의 이직’ 후 알게 된 것들)

확실히 오픈 코칭에서는 본인의 경험담 외에도 그간의 고민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셨는지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용을 열심히 적다 보니 현장 사진을 많이 못 찍을 정도였답니다😂 주니어든, 시니어든, 중간관리자든, 창업자든 저마다 위치에서 가장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접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칭을 통해 기용 님이 전하고자 했던 내용을 크게 6가지로 정리해봤어요.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 함께 잘 일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마인드셋과 방법론에 대해 고민하고 계시다면 분명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행사 현장에서 나온 기용 님의 멘트를 최대한 그대로 인용하는 방식으로 본문을 편집했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1.”내가 왜 그 일을 해야 해?”
대기업의 경우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에 내가 맡은 업무만 하면 되지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정해지지 않은 게 있기 때문에 “이걸 왜 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예컨대 팀원의 출장 비용을 얼마 줘야 하는지 유데미에서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걸 ‘내 일’로 받아들이고 HR팀과 논의해서 정해야 한다.
그래서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좌충우돌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게 낫다. 이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유데미 재직 시절에, 구글 프로덕트 VP를 채용한 적이 있었다. 11개월 만에 퇴사했다. 전문성 차원에서 경력자를 뽑았다가 이런 케이스로 맞지 않아 떠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좋은 창업자의 특징은 ‘바라는 게 굉장히 많은 사람’이다.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창업자와 일하기 편한지 생각해봄직 하다. 바라는 게 많아서 힘들다면 도리어 좋은 창업자다. 굉장히 나이스한 창업자라면 그 회사는 망할 확률이 높다.
(참고 : 핵심 인재만 갖고 있다 : 회사의 운명 바꾸는 'OOO 열정')
2.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가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중간관리층이 약해진다. 더는 수평적으로만(flat) 갈 수 없기 때문에 매니저를 둬야 한다. 이때 초기 멤버가 주로 매니저가 된다. 그러면서 채용 기준(hiring bar)가 낮아지는 성장통을 겪을 수 있다.
(참고 : ‘실리콘밸리의 팀장들’로부터 배운 리더십의 핵심|센드버드 이은창)
예를 들어, 회사가 커지면서 채용의 폭도 넓어질 때 중간매니저가 사기꾼(임포스터) 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기 어려워한다. 그보다는 일 주기 편한, 부리기 편한 사람을 뽑으려 한다. 그러면서 인재 밀도가 낮아진다.
인재 밀도가 낮아지면 의사소통 비용이 올라간다. 좋은 사람 1명이 할 일을 능력이 부족한 2~3명이 하게 된다. 사람 수는 늘어나는데 전체 역량은 크지 않는다. 사람만 늘어나니 의사소통 비용은 늘어난다. 조직 규모가 40명 이상 늘어나면 점차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경영진과 리크루터가 좋은 이력서를 찾아다녀야 한다. 그들의 책임이다. 시리즈 C, D단계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연봉을 크게 주는 빅테크를 이기기 어렵다. 알아서 들어온 이력서의 경우 혹시나 ‘이력서를 뿌리는 케이스’가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3.그 사람을 뽑으면 무슨 일을 시킬 것인가
뽑고서 첫 90일간 새로운 인재가 성공하는 경험을 줘야 한다.(=온보딩) 하지만 뽑아놓고도 똑똑한 사람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 단계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서 다음 스테이지로 들어가게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기껏 뽑아놓고 또다시 ‘당신을 증명해라’는 분위기가 내부에 깔려있는 식이다.
(참고 : 효과적인 신입사원 온보딩을 위한 1-2-3 로드맵)
폴리모어는 야후에 인수됐고, 유데미는 상장했다. 그 격차는 상당하다.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조건만 따져봤을 때 폴리모어가 유리했다. 빅테크 출신 창업자들이 핀터레스트보다 먼저 핀터레스트스러운 아이디어로 프로덕트를 만들었다. 그에 비해 유데미의 경우 터키 출신 이민자가 창업자라서 미국에 연고를 만들어야 했다. 미국에 있는 다른 친구를 꼬셔서 창업했다.
그러나 유데미는 텃세가 없었다. 회사가 발전하는 단계마다 새로운 사람이 수혈됐다. 반면 폴리모어는 초기 멤버와 창업자의 관계가 너무 끈끈해서 새로운 인재들이 거길 뚫고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창업자만큼 초기 멤버의 마인드셋도 중요하다.)
(채용 절차를 관리하는 직책이었을 때) 실제로 ‘그 사람 뽑아서 처음 석 달간 무슨 일 시킬 건지’까지 써오라고 담당자에게 요청했다. 그 사람이 진짜 필요할지, 무슨 일을 실제로 어떻게 하게 될지 파악하면 JD에 무엇을 쓸지도 명확해진다. 회사 차원에서 채용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Q.일정 시점에서 시니어를 뽑아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는데, 인재 밀도를 높이기 위해 꼭 시니어를 뽑아야 할까요?
A.팀을 리딩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때 리딩을 해줄 수 없는 사람을 한 명 더 뽑아놓는 건 의미가 없다. 주니어 4명 중 리드할 역할이 떠오르지 않는데 주니어 1명을 더 붙여주는 것과 같다.
물론 시니어를 스타트업이 구하긴 어렵다. 그래서 어드바이저 제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길 권한다. 시니어 입장에선 어드바이저라는 직책이 꽤 매력적이다. 회사 입장에선 궁극적으로 채용하고픈 사람을 전략적으로 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유데미 때 실제로 이 방법을 통해 데이터 사이언스를 뽑기도 했다.
(참고 : 국내 최고 전문가를 CSO로 영입한 5단계 전략)
4.“일을 잘 한다”는 게 뭘까
종종 주니어들 중 우선순위를 따지지 않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 야근을 계속 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이럴 때 우선순위를 정해줘야 한다. 뽑아놓고 알아서 일을 잘 하는 일은 없다.
(구체적인 방법론) 각 팀원의 업무를 쭉 리스트업 하도록 하고, 중요도에 따라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 규정해볼 수 있다. 중요도에 따라 노력을 얼마나 들이고, 어떤 주기로 할지 적고서 같이 리뷰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팀원 본인은) 관성으로 했지만 아무도 모르던 업무를 발견할 수 있다. 관성으로 하는 일, 우선순위 낮은데 노력은 많이 드는 일을 줄여야 한다.
회사 전체적으로 “무슨 일을 안 할지” 정해야 잡일이 없어진다. 뭘 그만둬야 할지 정하는 게 창업 팀에 매우 중요하다. (ex : 돈을 벌긴 하지만 쬐금 버는 일 = 매출이 줄어든다 해도 내려놓을 수 있는가)
Q.막 채용된 입장에서 회사에 들어온 90일간 성공 경험을 해보지 못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A.일단 회사에 ‘가장 중요한 task’를 묻는 형태로 지속해서 요청해야 한다. 영 못 다니겠다는 판단이 서서 회사를 떠나게 된다 해도 이 경험이 다음 직장을 찾을 때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먼저 첫 90일간 무슨 일을 하게 될지 회사 측에 되물어볼 수 있다.
Q. 완벽주의 성향으로 모든 일을 정해진 형식으로 진행하던 시니어 엔지니어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일을 완료하면 끝일까. 회사의 기대는 완료한 일들에서 성과가 나오는 것일 텐데. 완료가 아니라 그로부터 가치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 ‘일을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립돼 있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로 보인다. 문제 정의를 잘 하고 우선순위 고려해서 일하도록 하자.
(참고 : ‘일 잘한다' 칭찬 받는 사람들의 공통점)
5.신뢰를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자연스럽게, 굴욕감을 안 주면서 “일을 잘 하도록” 피드백을 줄 것인가.
※좋은 피드백이란?
- 팀원과의 신뢰가 중요. 아무리 좋은 의도로 얘기해도 공격으로 여기지 않으려면.
- 팀원에 대한 관심이 중요. 내가 별로 관심도 없고 같이 할 이유가 없는데 어떻게 피드백을 주겠어요. Care하는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 업무를 깊게 같이 안 해도 1대1 많이 하고 주변에 많이 물어보고.
- 내 의견과 관찰에 기반해서 얘기해야 함. 제일 나쁜 피드백은 마치 남의 의견인 것처럼 피드백을 주는 것.(누가 ~~라 하더라.)
- 직접적인 피드백. 간접적으로 비난하지 말고.
*신뢰에 대한 해석
선한 의도(good faith)를 가져야 한다. 일 잘 하는 팀원뿐 아니라 못마땅한 팀원에게도 선의를 가져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 그래야 의견 차이를 확인하고 건강한 충돌을 통해 합의를 만들기 수월하다.
대체로 ‘이런 의견을 들어주세요’에 가깝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들어주는 청자가 있다면 (설령 합의된) 의견에 100% 동의하지 않아도 같이 논의해서 결정한 사안을 따르게 된다. 들어주느냐가 큰 차이를 가져온다.(disagreement but commitment)
신뢰가 없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팀원들은 ‘어차피 저건 내 의견 아니고 내가 얘기해봐야 먹히지 않는다’고 상정한다. 책임지려 하지 않게 되면서 결과도 좋게 나올 수가 없다.
(참고 : 당신의 신뢰 자산(Credibility Asset)은 얼마인가요?)
*신뢰를 구축하려면
인간적인 모습(vulnerability)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리더가 본인이 실수했을 때 잘못했다고, 모르면 모른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What do you think?” = (상급자로서) 항상 하는 질문 = 보통 되물어봤을 때 팀원이 본인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적잖다.
중간매니저가 자기 스타일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직접 개입을 삼가고 매니저를 구심점으로 인정해줄 때 중간급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6.어떻게 피드백을 하면 좋을까
*피드백을 주기 전에
피드백의 핵심이 무엇인가? 하나만 미리 생각해두기 (여러 개 주면 아무리 건설적이라도 공격받는다고 생각하게 됨, 나 자신에게 명확해야 팀원에게 전달할 때 휭설수설하게 됨)
지금 이 피드백을 주는 게 맞나? 아니면 let it go
피드백을 준다면 피드백을 어떻게 줄지 생각 : 상대방을 내가 성장시켜야 하는 중요한 팀원이라는 선의를 가지고 봐야 한다. 나 또한 꼭 옳다고 생각하진 말아야 한다.(주관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함, 피드백은 문제의 크기가 작을 때 일을 터트려보는 것임)
각각 단계 별로 생각할 것. 위 세 가지를 한꺼번에 고민할 게 아니다.(한 번에 하려다가는 “에라 모르겠다 다음에 피드백 주자”고 넘길 우려가 있음)
*피드백을 줄 때
- 장점 최대화, 단점 최소화
-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도 구체적이어야 함
- 건설적인 피드백을 줄 때는 일에 포커스해야 함. 감정 섞기x. : 기대 -> 관찰 -> 갭(gap)
*건설적인 피드백을 건설적으로 주기
- 일관성이 중요함.
- 갭을 어떻게 줄여갈지 판단하고 논의하기 (ex : 일정 어떻게 정하고 어디에 기록할까요?)
- 팀원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 갭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 (임팩트) >>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이야기 >> 어떻게 바꿔야 할지 구체적으로 논의 & 체크인 날짜
- 반복해서 이야기 해야 함. 그래야 인지함. : 안 바뀌는 사람의 경우 적어도 ‘여기 있어봐야 나랑 안 맞네. 인정 못 받겠네’라고 인지하게 됨. 해고를 통지받아도 핏이 안 맞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덜 놀람.
(참고 : 피드백의 힘, 피드백 핵심공식 두가지)
글을 마치며
“이왕이면 배우면서 버티자. 불필요한 것은 잊어버리면서.”
‘좋은 실행’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민하던 차에 기용 님의 한 문장이 유독 기억에 남았습니다. 배우면서 버틸 때 비로소 훗날 성장하는 동력을 예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실행에 앞서 “일을 잘 한다는 것”이나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해 더 많이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실행의 가치는 저 혼자가 아니라 조직이, 시장이 결정할 테니까요.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일이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니 일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이 화두는 앞으로도 너무나 중요할 듯해요. 특히나 사람의 힘으로 굴러가는 스타트업일수록 ‘왜 우리는 일하는가’가 지속가능성을 더하는 엔진이 될 겁니다. 반대로 그게 희미해진다면 “왜 그걸 내가 해야 해”라는 삭막한 조직이 되겠죠.
구체적인 피드백 방식은 꾸준히 체화해야지 싶습니다. 기대, 관찰, 갭이라는 3가지 구성 요소와 단계를 고려하며 피드백하기, 무엇보다 신뢰 자본을 기반으로 변화를 유도하기! 비단 타인에게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 피드백 할 때도 이러한 방법이 꽤나 건설적일 듯합니다. 이번 글도 여러분에게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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