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마인드셋 #커리어 #기타
‘실리콘밸리의 팀장들’로부터 배운 리더십의 핵심|센드버드 이은창

[아티클 한 눈에 보기]

1.페이스북에서 만난 ‘윗사람’들은 무엇이 달랐나
2.IC vs 매니저 사이에서의 고민과 결정 과정
3.개발자 리더의 모습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
4.매니저로서의 챌린지와 그걸 통해 얻은 성장
5.메타를 떠나 센드버드로 이직했던 이유
6.스타트업이 더 큰 기업으로 나아가는 조건
7.최대 임팩트를 내기 위한 리더십의 핵심


 

“그건 실리콘밸리라서 가능한 거야.”

실리콘밸리에 대한 대화에 종종 따라붙는 반응입니다. 그건 미국이니까, 실리콘밸리니까 가능하다고, 우리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심드렁한 반응이죠. 특히 리더십에 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습니다. 조직 ‘문화’에 관한 문제니 더더욱 ‘실리콘밸리라서 그런 거야’라는 말이 뒤따릅니다.

오늘 EO가 관찰한 이 사람, 이은창 님은 조금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8년간 일해온 그는 현재 기업용 메시징 솔루션 스타트업 센드버드에서 서버&데이터 플랫폼 팀 리더(매니저)로 활약하고 있는데요. 센드버드는 한국과 미국 양쪽에 뿌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 소위 ‘미국적인’ 리더십과 한국의 리더십을 모두 아우르고 있습니다.

 

출처 : 이오스튜디오

 

그래서일까요. ‘실리콘밸리가 무조건 옳다’는 멘트는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리더로서 맞닥트렸던 과제들, 그때마다 그 챌린지를 어떻게 풀어왔는지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어요. ‘회사에서 리더로 일하며 어떻게 조직에 가치를 더할까?’ 연차가 쌓일수록 피할 수 없는 이 질문에 은창 님은 솔직하게 답합니다.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가 도움이 되길 바라요!’

 


 

페이스북에서 만난 ‘윗사람’들은 무엇이 달랐나


Q.학창 시절에 은창 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그렇게 주도적으로 살았던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가진 목표에 대해  한참 고민하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것들에 좀 더 집착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까 컴퓨터 관련된 공부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컴퓨터과학를 전공했어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한 3년반쯤 코넬대학교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이후로 놀지 못했던 걸 대학 시절에 많이 풀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고요.

이후 군대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아무래도 병역 특례를 하러 한국에 들어가서 한 3년 정도 직장이라는 걸 경험했습니다. 사실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수단으로 회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제 경우엔 이 일이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는 걸 깨닫는 계기였어요. 일하면서 성과들이 눈에 보이는 게 신났죠. 그래서 병역 특례로 일할 때 특이하게도 야근을 많이 했어요. 일 자체를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출처 : 이오스튜디오

 

Q.처음 페이스북에 입사했을 때 어떠셨는지 들려주세요.

색달랐어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문화였어요. 일단 일을 ‘시키지’ 않았어요. 대개 상사, 혹은 매니저라고 했을 때 제 시간과 과업을 관리하는 모습으로 상상하잖아요. 하지만 페이스북에서는 매니저와 엔지니어가 각각 역할의 개념에 가까웠어요.

물론 매니저와 엔지니어와 사이에 상하관계 자체는 있죠. 매니저가 저한테 이런저런 가이드를 주고 어떤 걸 해보라고 자주 제안해줬지만, ‘이렇게 해야 해’라고 마이크로 매니징을를 하는 부분이 상당히 적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6개월동안 잘 해내지 못했어요🥺 페이스북에서는 처음에 부트캠프라는 걸 해요. 한 8~10주간 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과업을 해보고 여러 팀과 이야기해볼 수 있어요. 엔지니어는 소위 ‘팀 쇼핑’을 하고 매니저들은 엔지니어를 찾아서 매칭하는 단계가 있어요. 저를 원했던 팀들이 별로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Q.초반에 고생하셨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일하셨나요?

다행히 좋은 매니저를 만나서 정말 많은 피드백을 받았어요.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성장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걸 도와주고, 제가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나가는 데에 좋은 피드백을 많이 줬습니다.

대개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가 소위 ‘갈군다’고 하잖아요. 무언가 잘못하면 왜 잘못됐는지 열심히 설명해야 되고, 무엇을 해야 할지 톱다운(상명하복)으로 정해지죠. 저도 매니저의 역할이 그런 형태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요.

페이스북에서 경험한 매니저의 역할은 팀원 개개인의 성장을 함께 끌어나가는 것도 포함돼 있었어요. 단순히 일이 되게 만드는 것보다는 일하는 과정 중에 팀원이 성장을 하고 승진하는 그림이죠. 당연히 팀도 성과가 많이 나고, 자연스럽게 본인 성과도 많이 나고요. 팀원 개인이 다 성공적으로 임팩트를 내는데 팀은 그러지 못하기도 힘들잖아요.

 

Q.매니저가 팀원 개인의 성장까지 끌어나간다는 게 인상 깊네요.

매니저에 대한 성과 평가에서 그 부분이 많이 차지해요. 구성원들을 얼마나 성장시켰고 얼마나 승진시켰느냐가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팀원들을 성장시키는, 더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매니저에게도 이득이 되는 환경 자체가 이런 (건강한) 문화의 시작점이라고 봐요. 조직원들의 성장에 가치를 두는 문화를 만들게 됩니다.

 제 첫 매니저가 많이 했던 얘기 중에 하나가 ‘결국 팀원 개개인, 조직, 회사의 성공을 맞추는(align) 것이 본인의 역할이다’였어요. 그게 특히 색달랐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재직 시절. 누워서 화상 미팅을 하던 모습을 동료가 캡쳐했다ㅎㅎ

 

Q.매니저에게 받았던 피드백 중 어떤 피드백이 있었나요?

개발을 하다 보면 막힐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구글은 나의 친구! 열심히 구글링하고 회사 내에 있는 코드 베이스 뒤적뒤적, 다큐멘테이션 뒤적뒤적 하면서 풀어나가는 과정을 많이 거치는데요.

저는 아무래도 남에게 물어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 이틀 동안 되게 열심히 찾아보고 다 풀어내서 알아서 해결을 했죠. 자랑스럽게 제 매니저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매니저가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잘했어. 근데 이걸 만약에 이틀이라는 시간동안 혼자 끙끙대지 않고 한 2~3시간 쏟아서 어디서 막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회사 동료나 멘토, 아니면 퍼블릭한 개발 포럼을 통해서 도움을 받아가며 했더라면 이틀까지 안 걸렸을 수도 있었던 거죠. 그걸 못한 것이 사실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 해줬습니다.

 

Q.이런 피드백을 받으셨을 때 어땠나요?

처음에는 충격적이었어요. 더 빠르게 손을 뻗어서 효율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사건의 해결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었다면 그게 더 적절한 결정이라는 뜻이잖아요.

제가 페이스북에서는 (질문을 하는 게) 더 빠르게 성장하고 많은 걸 이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적절하게 도움을 요청해서 장애물을 넘는 게 중요한 스킬이라고요.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춰가며 도움을 받는 방식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받을 수 있었어요.  

어찌보면 그동안에는 스스로 삽질해서 알아내는 걸 미덕으로 받아들이는 환경에만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질문을 하는 자체를 권장하는 환경은 아니었죠. (질문을 하면) 내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죠. 내가 물어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게 좋은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사고방식을 빠르게 깨는 계기가 됐어요.

 

Q.이렇게 페이스북에 입사하신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첫 2-3년은 ‘서바이벌’이었어요. ‘우리 회사가 이런 회사구나’라고 느끼는 여유보다는 어떻게 더 좋은 엔지니어로 성장할지, 더 임팩트를 내며 빠르게 승진할지 고민하는 데에 더 치중하는 시기였어요.

 

페이스북 f8 컨퍼런스 발표

 

그러다가 3~4년쯤 회사를 다니니 매니저가 될지, IC가 될지 고민하는 시점이 왔어요. 그러면서 회사 문화에 대해 보기 시작했죠.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시야가 트이게 됐습니다.

*IC(Individual Contributor) : 전문 영역을 가지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군

 


 

IC vs 매니저 사이에서의 고민과 결정 과정

 

Q.연차가 쌓이면서 개발자로서 갈림길에 섰네요. IC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시니어 엔지니어가 된 이후부터는 엔지니어로서 계속 성장할 것이냐, 아니면 엔지니어링 매니저로서 성장할 것이냐, 갈림길에 주로 서게 됩니다. 이 때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역할로 가야 나중에 돈을 더 벌고 권한이 생기는지 여부보다는, 어떤 역할이 나에게 더 맞고 성공적일 수 있는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IC와 매니저는 역할의 개념이에요. 한국의 경우는 관리자로 커리어를 타야 시니어 레벨에 갈 수 있다고 한다면 실리콘밸리의 경우 IC로서 부사장(VP)급까지 갈 수 있는 레벨 매핑이 다 돼 있어요.

 

Q.이 시기에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조언이 있었나요?

회사 내 멘토가 해줬던 얘기 중에 하나가 도움이 됐어요. 사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일을 경험할 때 ‘대단하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보라고 피드백을 해줬거든요. 

순간순간 일하는 과정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를 대단하다, 배우고 싶다, 나도 저런 걸 하고 싶다,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보람이 있을 것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구체화하면서 회사 생활을 하라는 뜻이었어요. 그러면서 저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게 됐죠.

 

Q.은창 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개발 그 자체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욕심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보다는 프로젝트을 리드해서 일이 굴러가게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재밌다’,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매니저의 역할 중 하나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혼돈스럽고 다소 모호한 상황을 교통 정리하는 거잖아요.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의 본질을 이해해서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거죠. 

예를 들어 제 매니저가 제게 피드백을 주면서 코칭을 해줬던 시기가 그랬어요. 정말 고마웠고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고 싶었어요. 매니저로 가닥을 잡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Q.그렇다면 이제 매니저로 자원을 하면 되겠네요.

그래서 ‘매니저가 되고 싶다’고 매니저에게 얘기하니 처음에 해줬던 얘기가 ‘안 된다’였어요. 

 

출처 : 이오스튜디오

 

Q.앗, 어째서 ‘안 된다’였을까요?

꽤 중요한 피드백을 하나 받았어요. 저 같은 경우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편이에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그게 다 드러나는 편이었죠. 그래서 동료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도 많이 받았지만, 제가 화나 있을 때는 다들 ‘은창이 많이 빡쳐있네(!). 조심하자’라고 말하곤 했대요.

주니어일 때는 제가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크진 않잖아요. 하지만 시니어가 되면서 팀의 방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때, 팀 내 주니어 멤버들이 다 지켜보는 상황에서는 지나치게 솔직한 표현이 아무래도 제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이대로는 매니저가 될 수 없다’고 피드백을 받았어요.

 

Q.그렇다면 결국 매니저가 되시지 못했던 걸까요?😢

6개월쯤 매니저로 역할을 바꾸는 ‘Try-out’ 시기를 가졌어요. 어떤 부분을 고치고 적절히 자제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 과정에서 매니저가 됐을 때, 제 의도가 A였더라도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덕분에 어찌저찌 즐겁게, 재밌게 매니저로 역할 변경을 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매니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 리더의 모습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

 

Q.같은 시니어 개발자의 트랙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커리어패스가 다양하다는 게 신기하네요.

시니어 엔지니어에 관해서 아키타입(원형, Archetype)이라는 개념이 존재해요. 당연히 시니어 레벨이 되면 피플 매니저의 측면을 제외하곤 일반 매니저와 완전히 다르진 않아요. 

주니어의 경우는 주로 티켓 하나, 작은 테스크를 혼자서 쳐내는 데서 시작할 거예요. 그러다가 미니 프로젝트 개념으로 한 5개 테스크로 나눠서 스스로 처리하는 수준에 오르죠. 그 다음은 더 큰 프로젝트를 핸들링 하면서 얼마든지 다른 팀과 맞춰가면서 일하는 레벨이 돼요. 좀 더 시니어 레벨에 오르면 프로젝트를 가지고 올 수 있는 단계로 이해되고요. 

하지만 사실 꼭 이런 일반적인 방식이 강점이 아닌 엔지니어분들도 많잖아요. 뭔가 모두가 생각하는 시니어 엔지니어의 모습에 모두를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각자의 장점들을 더 극대화 시키는(double down) 방법들에 대한 고민들을 통해서 다양한 형태의 엔지니어링 아키타입이 존재했어요. 

시스템 제너럴리스트는 좀 더 아키텍처, 프로그램 구조를 보는 강점을 가지고 이니셔티브를 이끌어가는 데에 초점을 맞춰 가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프로덕트 제너럴리스트는 특정 비즈니스나 프로덕트에 필요한 것들을 정의해서 엔지니어로서 문제 해결을 하는 역할로 분류될 수 있고요. 

 

MBTI에도 아키타입이 있듯이, 시니어 엔지니어도 저마다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픽서(fixer) 유형은 비즈니스 리더십보다는 회사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에 속해요. 기술적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 내에서 활동해요. 

코딩 머신 유형도 있어요. 워낙 코딩을 하는 생산성이  월등하게 좋은 사람들이에요. 남들의 2배, 3배에 달하는 코드를 씀으로서 임팩트를 만들어내죠. 시스템 마이그레이션 같이 엄청나게 많은 엔드포인트를 다 옮겨야 될 때 엄청난 생산성으로 코드를 다 옮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니어 레벨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위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아키타입에 맞춰 기대치에 부응하면서 점점 승진을 하는 그런 커리어패스가 존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Q.그렇다면 엔지니어링 리더들에게도 아키타입과 같은 것이 존재하나요?

사실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해’라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멘토들에게 궁금해했던 포인트는 ‘당신은, 또는 회사 내의 수많은 다양한 리더들이 그들의 조직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당시에 얻은 인사이트는 결국 엔지니어링 리더마다 조직에 가치를 더하는 방식이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엔지니어링 리더는 조직 문화, 리더십에 관해서 매달 한 편씩 글을 써요. 또 다른 리더들은 이해관계자들을 교통정리 하면서 일을 진행시키는 커뮤니케이션에 강점을 갖고 있어서 Ambiguity(모호함)이 높은 프로젝트를 맡아 해결해나가는 역할로 가치를 창출합니다.

어떤 리더는 해결하기 어려운 조직적인 문제점이 있는 (망가진) 조직을 다니면서 그걸 해결하고, 다 해결되면 지속해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다른 조직을 찾아가는 유형도 있고요. 

결국 좋은 리더는 리더가 가치를 만드는 핵심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본인이 어떤 강점을 갖고 있으며 그 강점을 통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파악하고, 본인에게 특정 강점이 없다면 그 강점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든 그런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든 해서 문제를 풀고, 그렇게 조직에 가치를 더하는 것, 정답은 없는 듯 합니다

 


 

매니저로서의 챌린지와 그것을 통해 얻은 성장

 

Q.페이스북에서 은창 님의 매니저 경험은 어떠셨나요?

3~4년간 매니저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일단 처음 매니저가 됐을 때 제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의 매니저가 됐어요. 한 4~5명 규모의 팀 멤버들이 있었고, 제가 거기에 속해있다가 매니저가 되는 것이었죠. 

매니저로 포지션을 바꾸기 전에 당시 매니저와 제가 연습을 해봤던 게 있어요.  페이스북의 경우 서로 레벨을 공개하지 않아요. 매니저만 팀원의 레벨을 알고 있죠. 제가 매니저가 되기 전에 제가 맡게 될 팀원들의 레벨을 다 맞혀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제가 한 명을 빼고 다 맞혔어요. 

유일하게 예측이 틀린 한 명은 심지어 되게 많이 틀렸어요. 저는 그 사람이 주니어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시니어였던 거예요. 제가 매니저가 되고 나서 한 6개월에서 1년 안에 결국 이 사람을 ‘Manage out’(매니징 아웃, 열외) 하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

 

피드백 문화에서 성과가 낮은 팀원과 상황을 조율해야 하는 매니저의 역할. 출처 : CNBC

 

Q.이렇게 매니징 아웃을 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시니어였던) 그 사람은 같은 동료였던 제 눈에도 주니어 레벨로 보였어요. 결국 퍼포먼스 이슈가 있었던 거죠. 다만 해고를 하는 과정은 여러모로 어렵잖아요. 서로에게 힘든 과정이에요. 게다가 제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였고요. 

어쨌든 (매니징 아웃이 되기 전에) 그 사람한테 많은 피드백을 주고, 그 사람이 최대한 성공적으로 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분명 저도 삽질하고 힘들어할 때가 있었는데, 만약 그런 저한테 피드백을 주지 않고 1년 후에 열외될 것이라고 말하면 정말 화날 것 같았고 도와주고 싶었어요.

‘퍼포먼스를 못 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과연 이 사람에게 제대로 된 피드백을 누구라도 줬는가

그래서 우리가 최소한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를 두고 매니저와 많이 싸웠던 것 같아요. 과연 이 친구가 지금 적극적으로 본인의 부족한 지점에 대해 충분한 피드백을 받았나 싶었죠. 저에게는 팀원을 처음으로 열외하는 큰 과제가 주어졌으니 여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던 것 같아요. 

 

Q.매니징 아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구체적인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이라는 회사 내에 ‘퍼포먼스 개선’(performance improvement plan)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해요. 이 프로그램 참여자가 피드백을 받고 퍼포먼스가 개선돼서 회사에 남아 있는 경우 50%, 나머지 50%의 확률(개인적으로 느낀 경험에 따른 수치)로 제대로 턴어라운드 하지 못하고 회사를 나가는 경우가 돼요.

결국 3개월이라는 기간을 잡고 이 친구와 이 프로그램에 돌입하게 됐어요. 제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주면서 이 팀원도 그걸 수용하고 상황을 반전시켜 보려 했죠. 3개월의 타임라인과 마일스톤을 세워서 문서화 했어요. 1대1 면담을 할 때마다 어떤 것이 이뤄졌는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더 잘 할 수 있는지 피드백이 오갔어요.

 

Q.퍼포먼스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니 어땠나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 친구가 가진 핵심 강점이 페이스북에서 이 사람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일치하지 않는구나’ 느꼈어요. 사람이 바뀌는 자체가 쉽지 않고요. 결국 그 친구는 회사를 떠나게 됐어요.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마이크로 매니징을 통해 PIP 에 살아남는 것에 집중했다면 사실상 개선 실패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요.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매니저가 여전히 계속 시간을 투자해가면서 그 사람의 퍼포먼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잖아요. 해당 프로그램이 중요하게 보는 지점 중 하나도 매니저의 마이크로 매니징 없이도 퍼포먼스가 지속해서 개선될 수 있는지 여부에요. 

그 친구를 위해서도 이곳을 떠나서 다른 곳에서 본인의 강점을 더 잘 살리는 게 맞다는 판단에 이르렀던 것 같아요. 매니저가 돼서 맨 처음 맞닥트렸던 챌린지였습니다.

 

출처 : 이오스튜디오

 

Q.처음으로 팀원의 매니징 아웃을 경험하고 나서, 그 다음 챌린지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딱 매니저가 된 후 한 6개월쯤 지나서 첫째 육아휴직에 들어갔어요. 3~4개월 자리를 비웠어요. 그러고 회사에 돌아왔는데, 제가 매니저로 있던 팀이 없어지는 상황이 생겼어요. 어쩌다 보니 팀원이 2명 밖에 안 남았거든요.

이럴 경우 새로 팀원을 채워야 해요. 부트캠프 과정을 거쳐 신입 개발자를 모색했지만, 제가 맡았던 팀 자체가 엄청나게 매력적인 팀이 아니었던 듯해요. 게다가 저는 이제 갓 매니저가 된 상태이니 엔지니어들 입장에서는 이 팀을 바로 신뢰하긴 어려울 수 있잖아요. 결국 팀 내 포지션을 다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결국 옵션은 2가지였어요. 페이스북 내에서 매니저가 필요한 다른 팀에 가거나 조직 내 IC로 복귀하는 것. 실리콘밸리 회사들 중에 IC와 매니저를 오가는 경우가 흔한 편이에요. 

 

Q.2가지 옵션에 대해 은창 님은 어떤 선택을 하셨나요?

저는 IC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매니저로 일하는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었고, 제가 성장한다고 느꼈어요. 그러니 이젠 저를 매니저로 찾아주는 팀을 찾아야 하는 순서였어요. 이제 갓 N개월 밖에 안 된 매니저다 보니 그리 경쟁력이 있진 않았지만요.

마침 예전에 제 매니저였던 사람 중 한 명이 회사 내 다른 팀을 매니징을 하다가 그 팀을 떠나는 계획을 하고 있더라고요. 본인 팀에서 매니저를 찾고 있다고 저한테 연락을 줬습니다. 

근데 개발 분야는 완전히 달랐어요. 저는 그동안 개발 인프라, A/B 테스팅, 서버나 클라이언트 사이드 등 툴이나 퍼포먼스 쪽 개발을 주로 봤어요. 새로운 들어갈 팀은 보안 인프라 팀이라서 인증(Authentication), 권한 부여(Authorization) 등을 주로 다뤘어요. 완전히 다른 도메인이었죠.

처음에는 ‘이게 말이 되나?’ 생각했지만, 어쨌든 저를 불러들인 매니저와의 관계가 좋았고 팀 내 리더십에 관해 팀원들과 쭉 이야기 해봤을 때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어요. 다른 선택지가 딱히 없기도 했고요😂

 

Q.도메인을 확 바꾼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 팀에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경험을 처음 해봤어요. 완전히 다른 도메인으로 넘어온 것이니 저에 대한 신뢰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됐어요. 이 팀의 도메인에 대한 전문성이 없고, 이 팀원들과 일했던 경험이나 관계도 없었고요. 그 전에는 2~3명 팀의 매니저였는데, 저보다 레벨도 높은 엔지니어가 속해있는 5~10명 팀을 맡게 됐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이 경험이 재밌었고, 성장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됐어요. 저보다 기술적으로 더 전문성이 있는 팀원들에게 어떻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할 수 있었어요. 기술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시간을 투자해가면서 신뢰를 얻는 과정이 챌린지가 돼 줬던 것 같습니다.

 

완전히 처음부터 팀과의 신뢰 관계를 쌓아가야 했던, 도전적이고 즐거웠던 순간들

 

Q.너무 급작스러운 변화였을 수도 있는데, 긍정적으로 승화하신 것 같아요.

주로 이렇게 스텝 체인지를 통해서 성장했던 것 같아요. 안전지대(컴포트존, comfort zone)의 바깥에 학습지대(러닝존, learning zone)이 있고, 그보다 더 바깥에 혼돈지대(‘젠장 이게 뭐야?’존, What the fuck zone)이 있다는 프레임워크를 따르는 거죠.

저는 제 자신을 러닝존과 WTF존, 말그대로 절벽에 밀어 넣으면서 계속 성장하도록 최적화해왔던 게 아닐까요. 저는 원래 게으른 사람이에요. 근데 욕심은 많다 보니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제 자신을 계속 밀어넣을 필요가 있었어요.

항상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설치고, 깨지고, 배우는 과정을 많이 반복했습니다. 당연히 실수도 많이 했고, 잘못된 선택도 했지만, 제가 해보지 않았던 경험으로 저를 푸쉬하면서 성장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Q.그러면서도 퇴사나 이직을 하시지 않고 페이스북에서 오래 일하셨어요.

페이스북에 제가 8년 동안 계속 일해왔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제가 추구하는 이런 성장과 영역(scope) 확장을 회사가 서포트 해줬기 때문이에요. 큰 가이던스에서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예외가 수용되는 회사였거든요. 예컨대 저와 비슷한 시기에 페이스북에 합류한 친구가 같은 기간 동안 VP 레벨이 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어쩌면 그런 형태가 말이 안 되잖아요. 학교 졸업하고 8년 만에 부사장이 된 것이니까요. 헌데 실제로 페이스북 VP 중에는 20년 경력을 가진 사람도 많아요. (회사 분위기상) 야망 있는, 열정 있는 사람이 성장하고 승진하는 과정에 대해 회사와 팀에 훨씬 많은 가치를 가져다 준다면, 경력이 몇 년이고 나이가 몇이고 이런 부분들이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반대로 팀원 개개인 중에는 시기적으로, 단계상 컴포트존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 있어요.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회사가 협조적이었던 것 같아요. 제 경우에도 애들 키울 시기에는 좀 더 천천히 나아가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어요. 

결국 회사와 개인이 윈윈할 수 있는 환경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리더들의 철학과 노력, 그런 부분들 때문에 그곳을 떠나지 않고 긴 시간 함께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Q.조직이 팀원의 성장에 관해서 오픈마인드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근본적인 바탕이 되는 철학은,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과 문화인 것 같아요. 뛰어난 개개인이 회사, 팀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임팩트가 무궁무진한데 그런 시도와 성장을 원하고 잠재력이 있는 직원들이 있다면 윈윈이 만들어지는거죠.

결국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방향에서 중시해야 하는 부분은 개인의 성장과 이득만큼이나 팀과 회사의 성장과 이득에 대해서도 가치를 부여하는 거라고 봐요.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개인이나 한 팀만의 문제만 해결하는 게 아니라 조직과 회사 차원에서 비슷한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나 플랫폼적인 접근을 해서 자연스럽게 개인 / 팀 / 조직 그리고 회사의 성공이 얼라인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이은창 리드의 가족 사진 (출처 : 이은창)


 

메타를 떠나 센드버드로 이직했던 이유는


Q.페이스북에서 오래 근무하시면서 페이스북의 변화도 함께 지켜보셨을 것 같아요.

페이스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조는 ‘Done is better than perfect’(완벽보다 완료가 낫다)’, 그리고 ‘반복을 통해 빠르게 실패하라’에요. 어차피 우리가 원하는 경지에 한 번에 갈 수 없으니까 어느 정도 길을 그려놓고 마일스톤을 세워서 착착착! 실패하고 반복하고 피드백 받아서 다시 하는 형태의 프로젝트 진행 방식을 많이 장려했어요.

그러면서도 성장해가는 과정 중에서 페이스북의 기조 또한 달라졌죠. 대표적으로 ‘move fast and break things’(민첩하게, 파괴적으로)라는 문구를 없앴어요. 대신에 ‘move fast with stable infra’(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민첩하게), 이런 형태로 구호가 바뀌는 등 회사가 변화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Q.그 과정에서 은창 님도 센드버드라는, 또 다른 변화를 선택하셨고요.

(페이스북에서 오래 일하면서) 제가 점점 컴포트존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조직이 커지면서 비슷한 걸 반복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회사 내에서 팀을 옮기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50~200명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저는 스타트업이라고 했을 때 막연히 5~10명 규모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다른 이야기였어요.

 

Q.그 이야기를 들으셨을 때 어떠셨나요?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정말 문제가 많구나’, ‘챌린지들이 많구나’. 물론 페이스북 같은 큰 회사에도 크고작은 이슈와 도전이 있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혼돈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설렜어요. 큰 규모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본래 추구했던, 변화와 성장을 위해 러닝존과 혼돈의 지대로 가야 한다는 맥락과 맞닿았어요. 기존에는 도메인을 바꾸는 도전을 했다면 이번에는 다른 기회를 잡아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니 이제 회사 일이 손에 잘 안 잡히기 시작했죠. 

 

Q.그래도 페이스북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데에 고민거리도 있었을 것 같아요.

금전적인 부분이 고민이었어요. 이제 막 둘째 아이가 돌을 지난 시점이었거든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다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돈은 나중에라도 벌 기회가 있지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리더로 일하는 기회는 항상 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경험과 기회에 좀 더 마음을 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일단 컴포트존을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여러 회사를 다양하게 알아볼 정도로 시간 여유가 있었던 건 아니라서 기준을 하나 더 걸었고요. 

‘한국에서도 근거지가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다’.

 

센드버드 방탈출 팀 액티비티 후 사진 (출처 : 이은창)

 

Q.이직의 기준으로 ’한국’을 중요하게 보셨던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제가 처음 페이스북에 처음 들어와서 건강한 조직문화에 충격을 받았잖아요. 그러면서 막연하게 가졌던 욕심 중 하나가 ‘이런 건강한 문화를 언젠가 한국으로 가져와서 적용해보고 싶다’였어요. 지금 이걸 시도해 보는 게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그래서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활동할 수 있는 센드버드로 자리를 옮기시게 됐네요.

갑자기 한국의 전통적인 회사에 들어가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센드버드 규모의 회사라면 제가 느꼈던 부분을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을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실리콘밸리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회사니까요.

 

Q.비슷한 규모의 스타트업 중에서 센드버드로 이직하신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일까요?

센드버드로 오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이직을 고민할 당시에 CTO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리더십과 팀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러면서 아래의 마인드셋이 많이 인상적이었어요

‘What got us here won’t get us there.’(우리를 여기까지 이끈 것으로 그 곳에 이를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5배, 10배, 20배만큼 회사가 성장하려면 이전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분명한 관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회사에서 변화를 함께 해야 할 것들이 많을 텐데 그걸 서포트해주겠구나, 변화를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라는 인상이 강했어요. 

 


 

스타트업이 더 큰 기업으로 나아가는 조건


Q.센드버드에 입사하셨을 때 어떠셨나요?

유능하고 잘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이 긍정적이었어요. (페이스북에서 일했을 때와는) 가장 달랐던 부분 중 하나는, 약간 엉뚱할 수도 있는데 톱다운 방식도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엔지니어링 리더가 비즈니스나 프로덕트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어요.

이런 형태의 장점은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사실 페이스북에서도 회사가 커질수록 하나하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면서 속도가 점점 느려졌거든요. 모든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파악하고 일치시켜야 하는 방식이었으니까요. 반면 톱다운 의사결정도 가능한 조직에서는 일정 부분 합의에 이르면 빠르게 추진하기 좀 더 수월했어요.

반대로 단점이 있다면, 소수의 리더에게 의사결정을 의존하다 보니 의사결정 갯수가 15개, 20개씩 늘어나면 이 사람들이 하나하나 병목이 된다는 겁니다. 꼭 리더가 아니라도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 받는 형태와 문화가 더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센드버드에서 리더로서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의미기도 해서 설렜던 것 같습니다💪

 

출처 : 이오스튜디오

 

Q.의사결정 구조에 변화를 주기 위해 은창 님은 어떤 시도를 하셨나요?

첫 번째 갈래, 센드버드 조직 자체가 굉장히 수평적인 상황이었어요. 매니저가 없이 모두가 ‘일이 되게 하는’(get things done) 문화였어요. 근데 제가 입사한 후 2년 넘는 기간 동안 엔지니어링 팀원 숫자만 1.5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30명이 한 팀으로 운영될 순 없었어요. 

그래서 하위 팀을 만들어 각 팀의 오너십을 명확하게 잡고, 그 안에서 각 팀이 운영되고 그 안에서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해졌어요. 피플 매니저의 프로세스나 매니저 포지션을 뽑는 과정, 조직의 계층에 대한 고민을 했죠. 

또한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업무 노하우 같은 레거시 지식이 한 쪽에 몰려 있게 돼요.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런 쏠림 포인트 하나가 시스템 전체를 멈추게 할 가능성이 있어요. 

(이런 사태를 방지하고) 조직 내에 더 시니어한, 전문성 있는 분야를 많은 분들이 나눠서 알아갈 수 있도록 각 팀 안에서의 팀원들의 균형 잡힌 성장과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프로세스나 구조를 잡아나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Q.조직의 구조를 개편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쓰셨네요.

넵. 마지막으로는 커뮤니케이션 관련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비즈니스를 이어가다 보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은데, 그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교통 정리하는 게 중요한 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모두가 같은 생각(same page) 에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중요했고, 문서화 같은 부분들을 더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팀과 협업할 때 모호할 수 있는 부분을 구체화하고 정리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에 시간을 쏟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센드버드에서 제가 3년째 꾸준히 가치를 창출하는 항목이 ‘교통 정리’인 것 같아요.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을 때 어떤 걸 지금 할지, 안 할지 여부부터 역할을 나누고 위임하는 과정의 연속이었고, 리더들이나 개개인들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Q.‘위임하는 구조와 문화’를 새로 정립하기 위해 어떻게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톱다운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팀원들의 피드백에 열려있고자 노력하는 리더십인 듯 해요. 이들을 독려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게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피드백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거죠. 이걸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고요. 

팀원들이 스스럼 없이 편하게 “은창, 이거 약간 말이 안 되는데요”라고 피드백하거나, “은창, 생각을 다르게 해야 될 것 같아요”라고 챌린지를 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어요. “은창의 아이디어보다 제 아이디어가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할 수 있고, 계속 의논하는 조직을 만드는 일이에요.

아무래도 회사가 성장하고 조직이 커지면 팀이 해야 할 일은 늘어나게 되는데, 이때 일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좋은 기틀과 환경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조직의 구조를 회사의 방향성과 문화에 발 맞춰서 변화시키며 쭉 나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며 갖게 된 새로운 배움들 (출처 : 이오스튜디오)

 

최대 임팩트를 내기 위한 리더십의 핵심

 

Q.이렇게 센드버드에서 리더로 일하시면서 은창 님이 느끼신 바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막연하게 ‘바텀업이 무조건 정답이다’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팀과 조직, 회사의 단계에 따라 각각 필요한 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떤 시기에는 톱다운 의사결정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전반적으로 팔로워로 구성된 조직에서는 사실상 바텀업만 하려다간이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잖아요. 그 조직과 팀과 회사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줄 아는 게 리더로서 중요한 역량이라는 걸 배웠어요.

또한 센드버드 같은 스타트업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무엇을 안 할지’ 결정하는 게 훨씬 중요했던 것 같아요. 워낙 할 일이 많으니까요. 모든 걸 다 하려다가 이도저도 안 됐던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 여기에 치중하고 그걸 해내면서 차차 나아가는 접근법,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우선순위를 매기는 스킬이죠. 하나씩 파고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Q.무엇을 할지 안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했던 기준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맥락은 결국 ‘가장 강력한 임팩트는 무엇인가?’(What is the highest impact?). 중요한 전제는 무엇을 하든지 간에 실제 임팩트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에요. 예컨대 프로세스를 바꿔서 엔지니어들이 10시간 걸리던 작업을 3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7시간을 통해서 더 큰 비즈니스 임팩트를 낼 수 있다면 그렇게 실행하는 거죠.

실질적으로 명백한 임팩트가 있는지 여부에요.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임팩트를 얻을 수 있는 일을 우선시 해서 문제들을 깨고 나가려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Q.앞으로 리더로서 일하시면서 중요하다고 느끼신 덕목은 무엇인가요?

해결책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이때 그걸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정말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했어요. 결국 앞으로도 잘 나아가려면 ‘유연성’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센드버드의 리더십부터 팀원들까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기꺼이)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점이 중요해요. 팀원 개개인이 더 좋은 성과를 내면서 더 많은 오너십을 갖고 회사가 성장하는 방향과 일치시키려 했던 노력이 저나 센드버드나 꾸준히 변화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변화하기 위해서는 실패가 불가피한데, 이게 두렵지는 않으셨나요?

저도 두려워요. 인간의 본성상 변화는 다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관성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에 안 들고 두렵고 의심이 있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무언가 시도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better than doing nothing) 

 

출처 : 이오스튜디오

 

일단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변화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라는 데에 팀원들이 공감한다면, 시도를 하면서 당연히 고락은 있겠지만, 실패와 개선을 반복하며 나아간다는 믿음이 핵심인 것 같아요.

 

Q.은창 님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어떤 리더가 되고 싶나요?

제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을 때 크게 보람을 느꼈던 것 같아요. 장기적인 목표를 정할 때 제가 어떤 역할을 하든 어떤 도메인, 어떤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든, 백수든지 무관하게 제가 서있는 그 자리에서 좋은 영향력을 많이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제가 좋은 영향력을 많이 미치려면 일단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죠. 좋은 리더가 되면 효과적으로 더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을 테고요. (좋은 사람이자 리더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성장해야겠다고 다짐해요. 좋은 리더로서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 환경에 제 자신을 조금씩 밀어 넣으면서 살지 않을까 합니다. 

센드버드에서 여전히 설레는 챌린지가 많아요. 결국에는 제가 더 좋은 리더, 더 좋은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널리 발휘하는 데에 좋은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이 회사로 이직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 같고요.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저한테 큰 동기부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본 아티클은 2023년 5월 3일 공개된 <실리콘밸리에서 받은 충격을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었어요>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링크 복사

김지윤 eo · 에디터

이 글을 읽고 당신이 용기를 얻기 바라요.

댓글 1
김지윤 님의 글이 이오 뉴스레터에 실렸습니다. 이번 주 이오레터를 확인해보세요!

👉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VgI_XbSgAxUUz8-ppQnLrgf4ocR1xp8=
추천 아티클
김지윤 eo · 에디터

이 글을 읽고 당신이 용기를 얻기 바라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