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공유오피스 전문기업 WeWork 사의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도시에는 현재 위워크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폭망했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IPO를 앞둔 2019년 470억 달러(52조 원)에 달했던 기업가치가 5분의 1인 80억 달러(10조 원)로 폭락해 투자자, 창업가,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들 모두 기대수익을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위워크 설립 초기 시절로 돌아가 보자.
자신을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라고 말하지만, 공유 기숙사, 접이식 하이힐, 무릎보호대가 달린 유아복 등의 아이템들을 가지고 벤처캐피탈 투자자들 앞에 선 애덤 뉴먼. 현란한 말솜씨로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그에게 한 투자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 생각엔 당신은 억만장자가 되거나 그게 아니라면 언젠가 체포될 사람이군요.
프롭테크(부동산테크)분야 전문 벤처캐피탈 심사역
애덤은 이 IR 행사에서 건축 사무소에서 일하는 미겔을 만난다. 약간 어리숙해 보이는 그는 미국 내 유명 의류 브랜드 매장의 설계와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건축가였다. 정반대의 성향을 보인 두 사람. 동업자가 되어 위워크의 전신이 되는 '그린 데스크'라는 친환경 공유 오피스를 성공시킨다.
영업력을 갖춘 CEO(최고경영자) 애덤과 인테리어 감각과 건축 전문성을 가진 성실하고 묵묵한 COO(운영임원) 미겔은 사업초기 시너지를 내며 사업을 키워나간다. 여기에 공유 오피스에 걸맞는 공동체적인 이미지 'We' 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낸 CMO(마케팅임원) 역할을 하는 애덤의 아내 레베카가 함께한다. 이 세 명을 주축으로 과감한 사업확장의 여정이 시작된다.
탁월한 영업력으로 주요 도시 사무실 임대차계약을 연속적으로 성공시키는 애덤. 수많은 투자자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때 경영 문제들도 동시에 발생한다.
문제점 1. 비즈니스 모델
언뜻 보면 위워크는 구글, 아마존과 같은 '블리츠 스케일링' 전략을 쓰는 스타트업처럼 보인다.
* 블리츠스케일링 :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 효율보다 속도를 우위에 두면서 상당한 자본을 소모하지만,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경영전략.
하지만 부동산을 임대한 후 이것을 공유오피스 회원에게 재 임대 해 수익을 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위워크의 가장 큰 문제였다. (공유오피스 회원 수를 엄청나게 많이 확보하기 전에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애덤은 이러한 문제점을 커버하기 위해 위워크를 공유오피스 기반의 테크기업으로 포장하기 위해 애썼지만, IT 분에야 그 어떠한 네트워크도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 하지 못한다. 공격적인 사업확장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통해 수익을 실현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했고, 이러한 전통적인 부동산 박리다매 수익 모델로 인해 엄청난 부채, 현금 유동성 악화에 시달린 것이 이 회사가 폭망한 첫 번째 이유다.
문제점 2. 가족경영, 인재전략 실패
위워크는 기업 성장에 따른 인재전략에서도 실패한다. 회사의 뮤즈이자 위워크의 영혼이라고 스스로 지칭하는 다소 엉뚱한 사상의 소유자인 애덤의 아내, 레베카가 큰 요인이었다.
여자로써 가장 중요한 일은
남자가 큰 일을 하도록 돕는거죠
위워크 브랜드 최고 책임자, 레베카
레베카는 혁신 기업과는 맞지 않는 전근대적인 사상을 드러내는 위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되고, 이것이 기사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장 취재 중이었던 뉴욕 타임스 기자를 즉석에서 고액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주고 고용한다.
유명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의 사촌이었던 레베카는 배우가 되지 못한 열등감이 심한 편이었고 이로 인해 본인보다 돋보이는 인재가 회사에 있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어렵게 영입한 브랜드 최고 책임 여성 임원을 해고하고 스스로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리고 남편 애덤이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드는 일도 못마땅해 한다. 마음대로 인사를 쥐락펴락하는 그녀 때문에 회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필요한 인재들을 영입하거나 유지하는 데 완전히 실패하게 된다.
심지어 IPO(비상장기업의 주식 공매를 위한 기업공개) 시에 전문가들이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S-1 서류를 금융 분야 전문인을 고용하지 않고 월스트리트에서 고작 3주 밖에 일해본 적 없는 레베카 스스로 작성하는데 언론에서는 이 서류를 '한편의 동화책'이라고 표현하며 이 일로 위워크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조롱의 대상이 된다.
다음 편에서는 주요 투자자였던 소프트뱅크와 위워크 간 관계를 중심으로 어쩌면 폭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위워크의 이야기를 계속해 보도록 하겠다. (☞바로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