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스피츠 인터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래학자 중 한 명인 로저 스피츠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Disruptive Futures Institute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세계경제포럼의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Capgemini, IBM, NASA, Reuters 등 글로벌 기업과 기관에서 수백 회의 기조연설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인공지능, 기후 변화, 기술 혁신이 가져올 큰 변화를 연구하며 인류가 당면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방법을 제시하는 글로벌 전략 전문가입니다.
최근 출간된 그의 책 ‘Disrupt with Impact'에서 그는 “더이상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만을 의존해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대담한 의견을 피력했으며 AI와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역사상 전례 없는 초유의 변화가 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로저 스피츠는 단순히 미래를 예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과 기업이 당면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현장 경험에서 비롯한 실용적인 접근 방식은 개인과 기업, 그리고 다양한 정부 기관이 그에게 자문을 요청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AI가 만들어가는 미래
Q1. 오랫동안 기술 및 투자 분야에서 일해 오셨는데, AI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테크분야 기업의 M&A를 담당했고 현재는 벤처캐피탈 파트너로서 기술과 금융 변화에 대한 전략적 예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정은 저에게 전세계의 CEO, 창업가, 정책 입안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한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AI는 단순히 새로운 트렌드, 혹은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기술 열풍 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는 오히려 인공지능이 일으킬 근본적인 변화와 그로 인해 다음 단계에서 나타날 결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기가 우리 삶을 바꾸고, 인터넷이 세상을 새롭게 재편했던 것처럼,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 이 기술이 우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AI는 과거에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수준의 판단과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실존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21세기에도 인간이 여전히 유의미할 수 있기 위해 인류가 해야할 역할은 무엇인가? 앞으로도 인간의 자유 의지와 선택이 보장받을 수 있나? 이러한 고민 속에서 저는 techistentialism 이라는 새로운 철학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경험은 더 이상 미래의 나침반이 될 수 없다
Q2. Disrupt with Impact를 집필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세상을 더 깊이 연구할수록 점점 더 분명해지는 사실은 우리의 시스템이 생각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의 문제는 세상의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마치 고정된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이러한 오해들 때문에 현재 우리는 수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가정에 의존함으로써 이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AI, 지속가능성, 지정학적 변화, 사이버 보안과 같은 주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책에 담았는데요.
핵심은 바로, 미래를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숙련된 항해사가 다양한 기상 조건에 대비하듯,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또한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키우고,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그리고 이것이 서로 상호작용했을 때 어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낼 지에 대해 선제적 사고를 하는 것입니다.
Q3. 이 책을 지금 시점에 출간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근 뉴스에서는 ‘역사적인’, ‘전례 없는’, ‘사상 최초’와 같은 표현들이 거의 매일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전례 없음”이 오히려 새로운 표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가 얼마나 가속화 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런 시대에는 더이상 과거의 경험과 지식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바뀌는 미로를 헤쳐나가듯이, 현재 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나갈 새로운 나침반이 필요하다는 것이 출간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불변의 법칙
Q4. 현재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수많은 전문가들이 트렌드를 분석하고 예상하려 하지만 추세라는 것은 사실 자동차의 백미러와 같습니다. 이미 지나간 것들만 보여줄 뿐이죠.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세상에서는 트렌드 분석만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Disruptive Futures Institute에서는 다양한 시스템이 상호작용하고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변화를 ‘Metaruption’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의 중요성을 처음에 인식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복잡성은 마치 아마존 열대우림과 같습니다. 종들이 멸종하고 갑자기 날씨 패턴이 바뀌며, 끊임없는 상호 작용에 의해 모든 것이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분석보다 오히려 창의적인 상상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Q5. 이렇게 모든 것이 불확실해 보이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요?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몇몇의 요소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먼저, 세계는 점점 더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UN-VICE'라고 부르는데, 이는 불확실성(Unknown), 변동성(Volatile), 상호연결성(Intersecting), 복잡성(Complex), 기하급수적 변화(Exponential)를 뜻합니다.
전통적인 조언(advice)은 명확한 경로나 해결책을 암시해주지만, 시스템적 혼란(systemic disruption)은 이러한 조언(ad-vice)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래는 더 이상 단순히 불확실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알 수 없는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표준화된 조언이 이제는 불충분하다고 종종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복잡성을 수반한 기하급수적인 변화에 직면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고 진화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일 것입니다.
둘째, 지속 가능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마치 몇년 전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필수로 여겨졌던 것처럼, 이제 지속가능성은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셋째, 기술 발전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AI, 로봇공학, 헬스케어, 기후 기술이 서로 다른 기술들을 만나 예상치 못한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넷째, 의사결정에 있어 정보와 데이터가 차지하는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AI가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고, 앞으로 그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점점 더 탈중앙화된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중앙 집중식 구조는 점점 약해지고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가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조직의 생존 전략
Q6. AI가 주도하는 미래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현재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조직의 회복 탄성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우리몸의 면역 체계가 그러하듯,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기업은 이것에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저는 구체적으로 세 가지 대비 전략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강력한 예측 리더십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하향식 리더십과는 다른데요.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적응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약한 신호’를 감지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큰 변화는 언제나 미묘한 신호에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많은 전문가들이 ChatGTP의 등장을 예측하지 못했지만, 자연어 처리와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지는 등 이미 초기 신호들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험(experimentation)과 학습(learning), 재학습(relearning)과 비학습(unlearning)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완벽한 계획을 세울 수 없습니다. 대신 작은 실험에서부터 시작해 빠르게 학습하고 역동적인 다양한 상황에 지속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술의 양면성입니다. AI와 같은 신기술은 엄청난 기회를 가져옴과 동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각 조직은 ‘technology foresight’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것은 세단계로 구성됩니다. 예측단계에서는 잠재적인 기술적 영향을 평가하고 그 다음 모니터링 단계에서는 실제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바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해 그 위험을 완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핵심은 이것입니다. 정확히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인 변화를 감지하고 예견하는 능력은 개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마치 무술 훈련을 통해 상대방의 다음 동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떤 공격이 와도 이것에 대응할 준비가 된 것을 의미합니다.
각 기업이 예측불가능한 다양한 변화를 헤쳐나갈 수 있는가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요소를 어떻게 내재화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먼저 자신의 관점을 가지는 것, 그리고 변화에 대한 준비도를 높이는 것, 마지막으로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로저 스피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을 포함한 앞으로의 변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근본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두려움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어떠한 미래를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그 미래속에서 인간인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