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
연락처 1만 개로 '인맥지도' 만들고 깨달은 것

제 휴대폰에는 1만 개의 연락처가 있습니다. 제가 하는 사업의 방향성, 그리고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어왔죠. 하지만 지금의 전 그렇지 않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 일에 몰입한 채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희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제가 느끼고 있는 건 이겁니다.

“인맥은 후불제가 아니다.”

후불제로 살아온 인생입니다. 그들의 네트워킹. 인사이트 그리고 업무 및 심적 도움들까지. 제게 아예 도움이 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흘러온 시간에 비교하면 저를 너무 많이 잃어간 게 사실입니다. 

인간 박진호로 사는 것보다 대표 박진호로 살았던 게 최근의 삶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행히도 지난해 우연히 접한 스피치 수업과 심리상담을 통해 온전한 나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내용은 <스피치를 배우고 인생이 달라졌다> 편을 참고해주세요.

 

미국 유학 시절. (제공 : 박진호)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미다스의 손’이 되다

 

뷰스컴퍼니가 뷰티 탑 마케팅사로 자리 잡은 것을 보고 다들 제가 계획하고 움직였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바로 창업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29살의 박진호로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그때까지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은행원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경영학과를 넘어 회계학을 전공했고, 꼬박꼬박 용돈을 받으며 편안한 미국 생활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바람과 달리 공부 외에도 문화생활이나 네트워킹 같은 것에 흥미가 많았습니다. 소위 ‘핵인싸’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의 갑작스러운 부채로 인해 현금이 동이 났고,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던 용돈이 20, 30만 원씩 나눠서 입금됐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아예 끊기는 사태까지 이르렀습니다. 중산층 가정에서 모자람 없이 자라며 교육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힘써주시는 부모님에게 익숙했던 저는 한순간에 야생의 세계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죠.

두 달 만에 10kg이 빠졌어요. 써브웨이에서 풋롱샌드위치를 산 후 반을 나눠 하나는 오전 11시에, 다른 하나는 오후 5시에 먹으며 두 달을 버텼습니다. 10kg이 빠지더라고요.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배고픔과 위기 속에 초능력이 나왔습니다. 그때 홀린 듯이 마케팅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겁니다. 

비즈니스는 순탄했습니다. 1000만 팔로워를 보유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가지고 있던 저는 세상에 무서울 게 없었고, 페이스북 로직을 활용해 바이럴하면 다음날 바로 이슈가 됐습니다. 그때를 ‘미다스의 손’ 시절로 회상하곤 합니다.
 

직접 만들었던 인맥 지도. (제공 : 박진호)

 

‘인맥 지도’를 만들고 나서 후회했던 이유

 

한국에 넘어와서는 화장품 마케팅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추후 ‘아이유 크림’을 만들며 대박도 쳐봤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이 터졌고, 동업의 실패까지 겹치며 엄청난 늪에 다시 빠졌습니다. 친구와 거래가 끊어지고 매달 들어오던 매출이 0원이 되며 한 달에 3000만 원이라는 적자가 났어요. 석 달이 지나니 1억 원이 빠졌습니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과 이사님이 떠올랐습니다. 그동안은 영업이라는 걸 해본 적도 없었을 뿐더러 왜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는데, 이러다가는 다 죽겠다 싶어 뛰쳐나갔습니다. 잡을 수 있는 건 다 붙잡았습니다. 이때부터 병적으로 영업을 하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습니다.

어렵사리 LG생활건강과 인연이 닿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과 처음 한 500만 원짜리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물이 나왔어요. 이후 탄력을 받아 이 사람, 저 사람 가릴 것 없이 다 만나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까지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큰일이 생겼습니다. 중간에 연결해주던 형이 다짜고짜 전화해 쌍욕을 퍼부었습니다. 

“네가 뭔데 그분들이랑 엮이냐. 내가 그분들을 알려고 10년 동안 바닥부터 밟고 올라왔는데 네가 대체 뭔데 그렇게 하고 있냐.”

황당했습니다. 형이 도움을 줘서 그저 좋다고만 생각했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후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준 분들에게 무조건 보고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심지어는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인맥 지도입니다. 

이 지도를 가지고 성공했냐고요? 결과적으로는 더 스트레스였습니다. 사람의 관계나 인연은 정형화하거나 기록할 수 있는 게 애초에 아니었습니다.

 

 

그동안은 항상 을의 입장에서 남들에게 잘해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자신을 점점 잃어갔습니다. 감사하게도 스피치 수업을 듣고 난 뒤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야가 생겼습니다. 

사람의 관계라는 건 평등한 것이고, 거래라는 건 양쪽의 니즈가 있어야 일어납니다. 

한쪽을 위한 일방적인 관계는 있을 수 없죠. 우리 회사가 마케팅을 하는 것도 고객사에 도움이 되는 것이고, 고객사는 그에 대한 지불을 할 뿐입니다. 이것도 평등한 관계입니다. 항상 좋은 이미지로만 남으려고 했던 게 너무나 후회되는 지난 10년입니다.

'그래도 1만 개가 0개보다 낫지 않을까?' 맞습니다. 하지만 좀 더 현명한 방법으로 네트워킹을 했다면 보다 나은 성취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이 글을 적게 됐습니다. 

 

인맥 때문에 고민하고 있나요? 그럼 아래 내용을 주목해주세요.


1. 그리스 최고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3요소로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를 꼽았어요. 각각 이성적, 감정적, 인격적인 가치 입증을 의미합니다. 에토스는 쌓아야 하는 부분이에요.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대중은 박수 쳐줄 것이다”라는 앤디 워홀의 말처럼 그 사람이 걸어온 길과 평판은 사람을 설득하고 인맥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2. 나에 대해 명확해져야 합니다. 알아두면 좋은 사람이란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그 사람에게 줄 게 없다는 것이고, 그 사람이 위에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잘해줄 이유도, 명분도 없는 것이죠. 스스로 명확해지면 내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무조건 도움을 받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도움을 주며 느끼는 뿌듯함을 상상해봅시다.

 

 

3. 세상은 점점 가까워지고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로켓펀치, 커리어리, 리멤버 등 이제는 플랫폼 안에서 못 만나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오프라인에서도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온라인 활동을 통해 훨씬 다양한 사람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링크드인에 당신이 가고 싶은 회사나 부서 그리고 사람을 검색해보세요. 웬만하면 다 나옵니다. 적어도 링크드인에 등록된 인원은 다짜고짜 말을 걸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에 가깝습니다. 제가 한 달에 꼬박 70달러라는 고정금액을 링크드인에 쓰는 이유입니다.

 


 

요즘 삶에 대한 생각이 많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와 소명이 무엇일까요? 미국 유학 시절 저를 아낌없이 챙겨주시던 미국이모가 최근 암 투병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철없이 밥을 얻어먹으면서도 섭섭함만 많던 그 시절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성공하면 미국에 돌아가서 효도해야겠다는 꿈도 산산조각이 났고요. 

잊지 맙시다. 가장 중요한 건 가족과 주위 사람입니다. 그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 먼저인 건 없습니다. 전 요즘 코스메틱 업계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인연을 맺은 분들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결국은 인맥을 쌓고 쌓다가 처음으로 돌아간 셈입니다.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이 소중한 시간을 누구와 어떻게 지낼지 진심으로 고민해봐야 할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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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유익한 경험의 공유 감사드립니다. 벤치마킹하고 싶은 행동 양식이 있습니다.
오 어떤방식인지 궁금합니다~! ㅎㅎ
@박진호
저는 링크드인이 교류의 통로로 활발히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처음 알았습니다. 글을 다시 읽어보니 마침 화장품 업계에 계시네요! 혹시 저의 아이템을 간략하게 작성드리고 검토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링크드인에 70달러를 고정적으로 쓴다고 적어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ㅎㅎ
사실 지금 생각해보니 링크드인에 고정적으로 쓰고있는데 70달러의 가치를 내고있는지는 잘모르겠어요. 
제가 하는기능은 누가 저를 검색하고 관심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정도 기능에 대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검색해서 만나고싶은 사람들 만나는정도요. 
오히려 태용님이 주신 노하우가 더 잘먹히는것 같기도하구요. 
요즘 저는 인스타에 게시글마다 광고를 태우는데 이게 더 효율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부분 궁금하시면 더 알려드릴게요.
 
 
@박진호
앞으로 진호님 글을 통해 접할 수 있으려나요ㅎㅎ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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