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2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웨어러블 유축기에 대한 미 관세법 제337조 조사를 개시했다(사건번호 337-TA-1522, 연방관보 2026년 9월 24일 게재). 제소인은 미국 Willow Innovations와 영국 관계사 Willow Blossom Holdco다. Willow는 2017년 브라 안에 넣는 착용형 유축기를 처음 내놓은 회사로, 2025년 3월에는 영국의 유축기 브랜드 Elvie를 인수해 제품군을 넓혔다.

ITC는 2026년 9월 22일 이 제품군에 대한 관세법 제337조 조사를 개시했다.
(이미지 출처: 각 사 공식 자료)
피제소인은 열두 곳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포산·산터우의 소형가전·육아용품 업체들, 미국에 주소를 둔 법인들, 말레이시아 법인, 그리고 충전기로 잘 알려진 앤커(Anker)의 홍콩 법인과 미국 유통법인이 섞여 있다. 앤커는 eufy 브랜드로 웨어러블 유축기를 판매한다. 앤커 계열은 그중 두 곳이고, 나머지는 미국 시장에서 각자의 브랜드나 제조 물량으로 같은 제품군을 공급하는 주체들이다.
조사 개시는 침해가 인정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담당 행정판사도 아직 지정되지 않았고, 침해 여부와 권리의 유효성 판단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이 사건에서 한국의 소비재·디바이스 기업이 먼저 볼 것은 결론이 아니라 제소인이 들고 나온 권리의 구성이다. 주장된 다섯 건 가운데 두 건이 제품의 외관에 관한 권리, 즉 디자인특허다.
제소장에 오른 다섯 건의 권리
실용특허는 미국특허 제11,660,380호 「Breast pump system with collection container」(2023년 5월 30일 등록), 제12,370,292호 「Breast pump assembly」(2025년 7월 29일 등록), 제11,813,388호 「Breast pump system」(2023년 11월 14일 등록) 세 건이다. 여기에 디자인특허 제D1,053,344호 「Container for a breast pump」(2024년 12월 3일 등록)와 제D1,031,993호 「Breast pump bottle」(2024년 6월 18일 등록)이 더해졌다.

다섯 건의 출처는 한 곳이 아니다. 제11,813,388호와 디자인특허 제D1,031,993호는 원래 영국 Chiaro Technology, 즉 Elvie의 출원이었다. Willow가 2025년 3월 Elvie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인수했고, 제D1,031,993호에는 2025년 6월 20일 Willow Blossom Holdco로 권리가 이전된 기록이 남아 있다. 인수 자산에 실용특허와 디자인특허가 함께 담겼고, 그렇게 모인 권리가 1년여 뒤 이번 제소의 근거가 됐다.
미국의 디자인특허와 한국의 디자인권은 같은 대상을 다른 그릇에 담은 것이다
미국은 특허법 안에 디자인특허(design patent)를 두고 있다. 우리가 흔히 특허라고 부르는 실용특허(utility patent)와 나란히, 물품의 장식적 외관을 보호하는 권리를 같은 법률 체계에 둔 것이다. 한국에서 외관에 관한 권리는 특허법이 아니라 디자인보호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에 따른 디자인권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같은 대상을 두고 미국 사건을 말할 때는 디자인특허, 한국 제도를 말할 때는 디자인권이라고 부르게 된다. 이름과 그릇이 다를 뿐 보호하려는 것은 제품의 겉모습으로 같다.
법이 나뉘어 있다고 해서 전략까지 나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한 사건에 실용특허와 디자인특허를 함께 주장하듯, 한국에서도 같은 제품을 두고 특허권과 디자인권을 각각 확보해 함께 행사할 수 있다.
글로 그린 권리와 도면으로 그린 권리
특허의 권리범위는 청구항의 글로 정해지고, 디자인권의 권리범위는 도면으로 정해진다. 보호 대상이 갈린다는 뜻은 아니다. 제품 밖으로 드러나는 구조적 특징도 글로 적어 특허로 받을 수 있고, 그 구조가 이루는 외관은 디자인권으로 받을 수 있다. 같은 제품의 같은 부분을 두 권리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붙잡는 셈이다.

차이는 붙잡는 방식에서 나온다. 글은 구성요소를 세우고 그 조합으로 경계를 긋는다. 도면은 형태를 그대로 제시하고 그 형태를 기준으로 경계를 긋는다. 디자인권이 유사한 형태에까지 미치듯 특허에도 균등한 구성까지 미치는 법리가 있어, 어느 쪽이 더 넓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두 권리가 만드는 금지영역의 모양이 다르다는 점이다. 상대가 청구항의 구성 하나를 바꿔 특허를 비켜 갔더라도 외관이 그대로라면 디자인권에 걸리고, 외관을 손봤더라도 구성이 남아 있으면 특허에 걸린다. 둘을 함께 확보해 둔 기업은 상대가 빠져나갈 길을 두 번 좁힌다. 이번 제소장이 실용특허 세 건과 디자인특허 두 건을 나란히 올린 구성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입증 단계에서 보여야 할 것도 권리마다 다르다. 청구항이 내부 구조를 담고 있으면 제품을 분해하고 작동을 분석해야 할 수 있고, 외부로 드러난 구조나 배치를 담고 있으면 제품을 늘어놓고 대비하는 쪽이 빠르다. 디자인권은 도면과 제품의 형태를 대비하는 데서 출발한다. 어느 쪽이 더 수월하다고 일반화할 일은 아니지만, 권리를 둘 다 갖춘 쪽은 사안에 따라 입증의 경로를 고를 수 있다.
유효성 판단도 따로 간다. 실용특허가 무효 공방에 휘말려도 디자인권은 별개의 권리로 남는다. 이번 사건에서 어느 권리가 어떻게 판단될지는 지금 알 수 없다. 다만 특허만 준비한 기업과 외관까지 함께 준비한 기업은 분쟁의 출발선에서 쥐고 있는 카드가 다르다.
외관만이 아니라 화면도 대상이 된다
디자인권의 대상은 제품의 겉모습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의 디자인보호법은 디자인의 정의에 물품과 그 부분, 글자체와 함께 화상을 포함하고 있다. 기기의 조작이나 기능 수행을 위해 화면에 표시되는 도형과 기호를 그 자체로 등록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도 화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디자인특허의 대상이고, 애플과 삼성전자 사건에서 다뤄진 디자인특허 세 건 가운데 하나가 화면 UI에 관한 것이었다(제D604,305호).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는 제품 외관까지는 챙기면서 함께 쓰는 앱 화면은 권리로 남기지 않고, 소프트웨어 회사는 디자인권을 자기 영역이 아니라고 여긴다. 제품의 첫인상이 화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늘어나는데도 그 화면만 권리 없이 놓여 있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 점검할 것
점검 항목은 세 가지다. 제품의 외관을 권리로 확보했는가, 함께 쓰이는 화면을 권리로 확보했는가, 그리고 그 권리들이 특허와 같은 관리 체계 안에 들어와 있는가.
크라우드펀딩이나 SNS로 제품을 먼저 보여준 경우에는 신규성 상실의 예외를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공개 시점과 출원 시점의 간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디자인권은 등록까지 걸리는 기간이 특허보다 짧아, 출시 일정이 촉박할수록 먼저 손에 쥘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다. 자유실시(FTO) 검토에 경쟁사 디자인권의 도면 대비가 들어가 있는지도 봐야 한다. 실용특허만 훑고 넘어간 FTO 보고서는 이번 사건과 같은 구조에서 절반만 답한 자료가 된다. 국내 ODM·부품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최종 브랜드를 걸고 파는 회사가 아니어도 같은 제품 경로에 놓여 있으면 피제소인 명단에 함께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목록이 보여주는 구조다.
337-TA-1522는 이제 담당 행정판사 지정과 목표일정 설정 단계로 들어간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지금 말할 수 없다. 다만 제소장이 짜인 방식은 이미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모방품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기술 기반 실용특허와 나란히 도면 기반 디자인특허를 꺼내 들었다는 사실이다.
당신 회사의 제품은 디자인권으로 남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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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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