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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이라고 쓴 청구항, 만능인 제품만 잡았다 - 글로버스 메디컬 척추 임플란트 소송이 보여준 전제부 기재

 

발명이 얼마나 넓게 쓰일 수 있는지를 청구항 첫 줄에 적어 두면 권리도 그만큼 넓어질 것 같다. 실제 소송에서는 반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

2026년 9월 11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이 척추 임플란트 특허 사건의 항소심 판결을 선고했다(24-1696). 뒤에 오는 사건들이 따르게 될 선례로 지정된 판결이다. 공격한 쪽은 특허권자다. 척추 유합 임플란트 특허를 보유한 Moskowitz Family LLC가 미국의 척추 의료기기 제조사 글로버스 메디컬을 상대로 침해를 주장했고, 1심에서 졌으며, 항소심도 그 결과를 유지했다. 승부가 갈린 지점은 피고 제품이 아니라 청구항에 적힌 단어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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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허 제8,353,913호의 도면. (출처: USPTO 공보)”

 

 

싸움은 제품을 비교하기 전에 끝났다

미국 소송에는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 전에 법원이 청구항 용어의 의미를 확정하는 절차가 있다. 해석이 정해져야 상대 제품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는 2021년 8월 25일 그 결정이 나왔고(E.D. Pa. 2:20-cv-03271), 문제가 된 단어는 청구항 첫 줄의 '만능(universal)'이었다.

여기서 특허권자가 취한 입장이 사건의 구조를 보여준다. 특허권자는 청구항의 전제부는 권리범위를 한정하지 않으므로 그 안의 '만능'도 침해 판단에서 따질 구성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의 해석을 전제로 한다면 피고 제품에 대해 침해를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해석이 유지되는 한 이길 수 없는 싸움임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그래서 2022년 12월 22일, 미국 특허 제8,353,913호의 청구항 1·10과 제9,889,022호의 청구항 47에 대해 비침해 약식판결(정식 재판 없이 서면 심리로 내리는 판결)이 내려졌다. 항소심에서 이 두 특허에 관해 특허권자가 다시 들고 간 것은 침해 여부가 아니라 그 해석의 당부였다. 나머지 특허들은 2023년 12월 배심 심리로 넘어가 침해가 인정되지 않았고, 같은 평결에서 무효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평결을 뒤집어 달라는 신청은 2024년 8월 13일 기각됐다.

 

 

전제부가 권리범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청구항의 맨 앞, 발명이 무엇인지 밝히는 도입 부분을 전제부(preamble)라고 한다. 한국 실무에서 "~에 있어서"로 시작하는 부분과 같은 자리다. 미국에서는 이 부분을 발명을 소개하는 설명으로 볼지, 침해를 따질 때 함께 대비해야 할 구성으로 볼지가 사건마다 다투어진다.

이 사건의 '913 특허 청구항 1은 "제1 척추체와 제2 척추체 사이의 디스크 공간에 만능(universal) 추간 골유합 스페이서를 조작하여 삽입하기 위한 도구"로 시작하고, 그 스페이서가 두 개의 일체형 나사 가이드를 갖춘 추간 케이지를 포함한다는 내용까지 전제부 안에 담고 있다. '022 특허 청구항 47도 "만능 추간 복합 내부 나사 가이드 및 고정 장치"로 같은 단어를 앞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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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부의 ‘universal’이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권리범위를 한정하는 조건이 됐다. (출처: CAFC, No. 24-1696)”


CAFC는 두 청구항 모두 전제부가 권리범위를 한정한다고 보았다. 기준은 오래전에 정리된 것으로, 전제부가 발명의 본질적 구조를 기재하고 있거나 그것 없이는 청구항이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에는 한정으로 본다는 것이다(Catalina Marketing Int'l v. Coolsavings.com, Fed. Cir. 2002). 반대로 본문만으로 발명이 온전히 특정되어 있으면 전제부는 소개로 남는다.

'913 특허에서 한정으로 본 근거는 문법에 가까웠다. 청구항 본문이 "그 추간 케이지", "그 나사 가이드"처럼 전제부에서 먼저 등장한 구성을 그대로 받아 쓰고 있었다. 전제부를 지우면 본문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어진다. '022 특허 청구항 47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전제부를 빼면 본문의 구성요소들이 무엇과의 관계에서 규정된 것인지 알 수 없어 청구항이 불완전해진다는 점이 근거였다. 두 청구항 모두 전제부가 권리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만능'은 자랑이 아니라 입증할 조건이 되었다

전제부가 한정이라면 그 안의 형용사도 한정이다. 1심 법원은 '만능'을 "척추의 어느 부위, 즉 경추·흉추·요추 어디에나, 어느 접근법으로도, 예컨대 후방·전방·측방 어느 쪽으로도 삽입되도록 설계된" 스페이서로 해석했다. 부위는 세 가지로 닫고 접근법은 예시로 열어 둔 해석이며, 근거는 명세서 자신이었다. 명세서가 이 발명을 "독특한 만능 양방향 나사 시스템"으로 소개하며 여러 척추 부위와 여러 수술 접근법에 쓸 수 있다고 기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담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이다. 특허권자가 침해를 주장하려면 상대 제품이 부위를 가리지 않고 접근법을 가리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 특정 부위, 특정 접근법에 맞춰 설계된 제품은 그 문턱에서 대비 대상에서 빠진다. 넓게 쓸 수 있다는 자랑이 청구항에 올라오는 순간, 그 자랑은 침해로 잡을 수 있는 제품의 요건이 된 것이다. 특허권자가 그 해석 아래에서는 침해를 입증할 수 없다고 인정한 것도 이 지점이었다.

적어도 이 두 특허에 관한 판시에는 법원이 피고 제품의 구조를 분석한 대목이 없다. 용어의 의미가 정해진 순간 대비할 일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제부를 쓸 것인가, 쓴다면 무엇을 넣을 것인가

필자가 실무에서 보기로는, 국내에서는 전제부를 두지 않고 청구항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유 중 하나가 전제부에 적은 구성이 선행기술로 취급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은 "종래에 이런 것이 있었고 여기에 개량한 점은 이것이다"라는 젭슨 형식으로 쓰면 전제부를 타인의 선행기술로 자인한 것으로 추정하되, 출원인이 그 형식을 쓴 다른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면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고 본다(MPEP § 2129). 한국은 전제부에 적었다는 사정만으로 공지로 볼 수 없다고 정리하면서, 명세서 전체의 기재와 출원경과를 종합할 때 출원인이 그 구성을 배경기술·종래기술을 넘어 공지기술이라는 취지로 적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공지로 사실상 추정된다고 했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후37 전원합의체 판결). 이 추정 역시 착오 기재 같은 사정이 밝혀지면 번복된다. 양쪽 다 확정적 취급은 아니지만 판단 요소가 많고 결이 달라, 그 차이를 건건이 관리하느니 전제부를 아예 쓰지 않는 편이 간명하다는 판단이 실무에 자리 잡은 배경이다.

다만 전제부가 늘 피해야 할 대상인 것은 아니다. 발명이 무엇에 쓰이는지, 무엇과 결합해 작동하는지를 밝혀야 청구항이 제대로 읽히는 경우가 있고, 그때 전제부는 발명을 정확히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문제는 그렇게 쓴 전제부가 이번 사건처럼 권리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쓸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쓴다면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느냐가 실제 판단이다.

점검은 간단하다. 전제부에 범용성이나 성능을 가리키는 형용사가 들어 있는지 본다. 들어 있고 본문이 그 단어를 받아 쓰고 있다면 이미 권리범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므로, 본문의 구성으로 내려 구체화하거나 덜어내는 쪽을 검토한다. 국내 출원을 그대로 번역해 해외로 나갈 때는 이 점검을 번역 단계에서 한 번 더 거치는 편이 좋다. 국문에서 설명처럼 읽히던 수식어가 영문 청구항에서는 본문과 맞물려 요건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이 새로운 기준을 세운 것은 아니다. 20년 넘게 쓰인 기준이 의료기기 청구항에 적용된 사례이고,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같은 구조의 청구항은 같은 결과를 낳는다는 뜻이어서 오히려 더 실무적이다.

만능, 범용, 일체형, 자동. 마케팅에서는 자산이 되는 말들이다. 명세서에서 적용 범위를 넓게 쓰는 것과 그 표현을 청구항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다른 결정이며, 넓은 서술은 실시례에 남기고 청구항은 침해를 입증할 수 있는 구성으로 좁히는 편이 분쟁에서 강하다.

청구항의 첫 줄은 발명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 특허로 훗날 어떤 제품을 잡을 수 있는지를 미리 정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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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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