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모델 Charli Howard가 만든 인디 뷰티 브랜드 Squish Beauty는 구름 모양 립글로스와 꽃 모양 여드름 패치 같은 장난기 있는 제품으로 SNS 팬덤을 키워 왔다. 2026년 4월, 이 작은 브랜드는 글로벌 뷰티 대기업 Coty를 상대로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1:26-cv-03503). Coty 산하 커버걸(CoverGirl)이 'SQUISHY'라는 이름의 립글로스 라인을 내놓으면서, 등록상표 SQUISH뿐 아니라 특유의 폰트와 패키징이 만들어내는 브랜드 미학까지 가져갔다는 주장이다.

여기까지는 인디 브랜드와 대기업 사이에서 흔히 보는 구도다. 그런데 Coty가 소송 기각 신청을 제출하며 반격하면서, 이 사건은 훨씬 흥미로운 국면으로 들어갔다. Coty는 두 상표 사이에 소비자 혼동 가능성이 없다고 다투는데, 그 근거로 꺼내 든 카드가 커버걸 제품이 아니라 Squish 자신의 출원 서류였기 때문이다.
상대의 소장보다 무서운 것은 나의 출원 이력이다
Coty 측 주장에 따르면, Squish는 과거 'SQUISH' 상표를 미국에 출원하는 과정에서 선행 등록상표 'SQUISHY'와 유사하다는 거절을 받았고, 두 상표는 칭호·외관·관념이 달라 비유사하다고 소명하여 이를 극복했다. 그랬던 Squish가 이번 소송에서는 커버걸의 'SQUISHY'가 자사의 'SQUISH'와 유사해 소비자 혼동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원 단계에서는 "SQUISH와 SQUISHY는 다르다"고 말했던 브랜드가, 소송 단계에서는 "SQUISH와 SQUISHY는 혼동될 만큼 비슷하다"고 말하는 셈이다.
이 지점이 이 사건의 급소인 이유는, 출원 심사와 침해소송이 결국 같은 질문을 다루기 때문이다. 심사관이 선행상표를 근거로 등록을 거절할지 판단할 때 보는 것도, 법원이 침해 여부를 가릴 때 보는 것도 '두 표장이 수요자에게 출처의 혼동을 일으킬 만큼 유사한가'이다. 비교의 틀도 같다. 칭호(부르는 소리), 외관(보이는 모습), 관념(떠오르는 의미)을 견주어 보는 방식이다. 그래서 Squish가 심사 단계에서 "SQUISH와 SQUISHY는 칭호·외관·관념이 달라 혼동되지 않는다"고 썼던 논리는,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판단해야 할 바로 그 쟁점에 대한 자기 진술이 된다. Coty가 그 의견서를 찾아내 원용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출원 중의 진술이 특허의 금반언처럼 권리범위를 곧바로 잘라내는 확립된 법리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심사는 등록부에 적힌 표장과 상품을 놓고 하는 서면 비교인 반면, 소송은 실제 사용 형태와 시장의 증거까지 살피는 판단이어서 두 국면의 결론이 반드시 같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같은 질문에 대해 정반대로 말한 기록은 법원이 혼동 가능성을 판단할 때 불리한 정황으로 원용될 수 있고, 상대방은 반드시 그 기록을 찾아낸다. 기각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두 진술 사이의 긴장이 어떻게 정리될지가 이 사건의 관전 포인트다.
이 사건이 다투는 것과 다투지 않는 것
권리 지형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구도가 입체적으로 보인다. 커버걸은 'SQUISHY'를 단독 브랜드로 내세우기보다, 커버걸이라는 하우스 마크와 'Clean Fresh' 라인 아래에서 립글로스 제품명 'Squishy Glaze'의 일부로 쓰고 있다. 말랑하게 발리는 글로스의 질감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제품명 층위에 배치한 사용 형태다. 그리고 미국 상표 기록을 보면, 화장품류의 'SQUISHY'는 2007년에 이미 제3자 명의로 등록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여기서 세 개의 문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과거의 문제다. Squish는 선행 SQUISHY 등록 때문에 등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비유사 소명으로 이를 넘었다. 그 대응의 기록이 지금 Coty가 원용하는 출원 이력이다.
둘째는 이 소송 바깥의 문제다. 커버걸의 SQUISHY 사용이 그 선등록과 충돌하는지는 별개의 쟁점인데, 선등록의 권리자는 이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여기서 판단되지 않는다.
셋째가 이 사건의 본론이다. 법원이 다루는 것은 커버걸의 SQUISHY가 Squish의 SQUISH 상표권을 침해하는가, 즉 두 표장 사이의 혼동 가능성이다.
그런데 첫째와 둘째가 셋째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제3자의 선등록은 이 소송 안에서 Coty에게 유리한 배경 사실로 작동할 수 있다. Coty가 원용하는 출원 이력은 선행 SQUISHY 등록과의 비유사 소명이고, 나아가 "SQUISHY 표장이 오래전부터 제3자 명의로 등록되어 공존해 온 상품 분야"라는 사정은 SQUISH라는 이름의 식별력과 권리범위가 넓지 않다는 주장의 재료가 된다. 소송이 격화되면 상대방이 SQUISH 등록 자체의 유효성을 반소로 다투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선등록과 SQUISH의 관계는 배경이 아니라 정면의 쟁점으로 재소환된다.

"의견서는 등록받으면 끝나는 서류"라는 착각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다. 많은 브랜드 운영자에게 거절이유 대응 의견서는 등록증을 받기 위해 거쳐 가는 행정 서류다. 등록이 되는 순간 의견서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출원 기록은 공개된 채로 남고, 분쟁이 벌어지는 순간 상대방 대리인이 가장 먼저 읽는 문서가 된다. 등록을 받기 위해 "우리는 저 상표와 다르다"고 좁혀 둔 논리는, 훗날 유사 상표를 공격할 때 내 발을 거는 문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이 구조는 한국 실무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거절이유 대응에서 선행상표와의 비유사를 강하게 주장해 등록받은 브랜드가, 나중에 제3자의 유사 표장을 상대로 다툴 때 자신의 과거 의견서 논리를 상대방이 그대로 인용하는 장면은 드물지 않다.
등록 이후에도 남는 관리 대상, '출원 기록'
기업 입장에서 이 사건이 주는 시사점은 세 가지다.
첫째, 거절 대응 논리를 선택할 때 미래의 분쟁 시나리오를 함께 봐야 한다. 비유사 소명으로 빠르게 등록받는 길과, 지정상품 조정이나 동의서 확보처럼 진술을 남기지 않는 길 사이에는 비용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훗날 유사 표장을 공격할 가능성이 큰 핵심 브랜드라면, 등록을 위해 무엇을 말해 둘 것인지 자체가 전략이다.
둘째, 이름을 정할 때는 그 이름의 권리 지형 전체를 봐야 한다. 내 출원에 인용된 선행상표는 등록을 받는 순간 사라지는 장애물이 아니다. 그 등록은 내 권리범위의 천장을 정하는 사정으로 남고, 경쟁자에게는 내 이름의 식별력이 넓지 않다는 논거가 되며, 분쟁이 격화되면 내 등록의 유효성 문제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선등록의 그늘 아래에서 등록받은 이름이라면, 그 이름으로 어디까지 싸울 수 있는지를 처음부터 냉정하게 계산해 두어야 한다.
셋째, 이름의 힘이 이력과 지형 때문에 약해질 수 있다면 이름 바깥의 권리를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 Squish가 룩앤필의 복제를 호소하면서도 기댈 곳이 등록상표뿐인 상황은, 제품 형태와 패키지의 디자인권, 반복 사용하는 비주얼 요소의 상표화가 왜 필요한지를 역으로 보여준다.
이 소송의 결론은 아직 멀리 있다. 그러나 결론과 무관하게 질문은 이미 남았다. 당신 브랜드의 출원 서류함에는, 미래의 소송에서 상대방이 꺼내 들 문장이 몇 개나 잠들어 있는가. 그리고 당신 브랜드의 이름 아래층에는, 누구의 권리가 잠들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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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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