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ChatGPT를 한참 사용하다가 눈에 띤 이 말. ARM 과 NVIDIA의 결합을 시도하면서 손정의가 했던 말이었습니다. 물론 이 결합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만, 손정의의 꿈은 애플실리콘에서 이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미국에서 일본 게임을 팔고, 잡지사를 내고, 통신사를 사는 등 업계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도 성공을 쌓아올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혜안 덕분일 겁니다. 비록 최근 소프트뱅크는 아래 그래프와 같이 비전펀드2의 천문학적인 손실로 인해 “반성한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지만, 그 사이 이룩했던 눈부신 성과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죠.
이번 손정의 평전을 읽으면서 두 권의 책을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틀린 느낌은 아니었나 봅니다. 기존에 '일본의 제일부자 손정의'라는 이름으로 2006년에 나왔던 내용을 지속적으로 개정해왔고, 작년에 증보해 내용이 나왔으니까요.
개정 전 초반부는 손정의의 개인적 인생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후반부에는 그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도 같이 조망하면서 한 개인의 시선 뿐 아니라, 사람을 보는 힘도 무척 의미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 중 몇 가지 결정적인 장면들이 그를 잘 설명한다고 느꼈습니다.
1. 리더의 결단: 도전과 책임
손정의는 이 책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회사의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으며, 이러한 결정에 따른 책임은 스스로 짊어지겠다는 각오를 표현합니다.
> 손정의와 마윈의 첫 만남은 1999년 12월 2일 베이징에서였다. 지금은 전설이 된 일이 일어났다. "당신에게 투자하고 싶은데 얼마나 필요한가요?" 만나서 5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손정의는 마윈의 이야기를 끊고 물었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라고 마윈은 대답했다. 진심이었다. 그날 미팅은 약 10분 만에 끝났다. “같은 동물의 냄새가 났다”고 훗날 손정의는 회고했다.(중략)
2000년 1월 18일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2천만 달러를 출자받았다. 마윈은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너무 많아도 좋지 않습니다."
10분. 이전 <WeCrashed>라는 위워크를 다룬 드라마에서도 손정의가 위워크 CEO인 애덤 노이만에게 낼 수 있는 시간이 12분이라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었는데,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더군요. 안타깝게도 위워크는 손정의의 큰 실책 중 하나로 결론이 났지만, "이번 위워크 투자 실패 건도 모두 제 책임입니다. 그걸 남 탓으로 돌리면 앞으로 나가지 못하지요."라는 구절에서 그의 결단에 대한 책임감은 충분히 느껴집니다.
2. 리더십의 핵심: 신뢰와 책임
두 번째로 인상 깊은 장면은 바로 팀원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책에는 천재 프로그래머인 쓰쓰이가 언급됩니다. 컴퓨터에 빠진 아들을 본 쓰쓰이의 어머니는 미래를 걱정했고, 아들은 어머니의 뜻에 따라 도쿄 대학 공학부에서 교토 대학 의학부로 옮겼다고 하죠. 의사 면허는 취득했지만 임상의보다는 최첨단 통신에 끌렸던 쓰쓰이였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작은 소프트웨어 하우스를 경영하는 한편 ADSL 가능성에 관해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의사보다 몇천만 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개혁에 참여하지 않겠나?” 손정의가 브로드밴드를 시작하기로 정했을 때 쓰쓰이는 대학에서 강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대학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야. 브로드밴드를 해야 하니까 그만두고 여기로 오게.” 2000년 4월 쓰쓰이는 손정의의 권유로 소프트뱅크에 입사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쓰쓰이의 실력을 이해하지 못했고, 사내에서 입방아에 오르게 됩니다.
> 쓰쓰이의 선지적인 발상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했다. "쓰쓰이 씨를 택하든지 우리를 택하세요. 만약 쓰쓰이씨 방법으로 한다면 저희는 그만두겠습니다." 모두가 손정의를 몰아세웠다. 기술자들의 반란이었다.
그러자 손정의는 태연스럽게 말했다. "알겠네. 그렇게까지 의견이 다른가. 그럼 모두 그만두게. 나는 쓰쓰이 한 명을 택하겠네. 신경쓰지 않겠어." 몇몇은 정말 관뒀다. 반년 후 남은 기술자들은 쓰쓰이의 말이 옳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중략) "쓰쓰이의 대단함, 훌륭한 점은 지금까지의 상식에 구애받지 않고 순수하게 기술론으로 맞섰다는 것이죠. 즉 수학의 세계입니다. 순수 수학은 심플하고 아름답죠."
손정의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드러냅니다. 그는 신뢰와 책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팀원들에게 최선을 다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손정의의 인간적인 면모와 리더로서의 품위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분명 독불장군 기질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네를 믿네. 자네가 최선을 다해줄 걸 아니까" 하고 큰 합병 협상을 앞둔 이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의 제 수준에선 이해조차 어려울 수준이었죠.
3. 리더의 선택: 무엇이 더 중요한가?
> "회사에는 사냥하는 사람과 요리하는 사람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리, 즉 아무리 뛰어난 조리 능력이 있어도 사냥을 나가서 사냥감을 잡아 오지 않으면 요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사냥에 성공하지 못하면 주방은 항상 한가하겠죠. 물론 요리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둘 다 중요하지만, 어느 한쪽만 선택해야 한다면 사냥입니다."
손정의는 기업에서의 역할 분담과 중요한 선택에 대해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분명 그는 지켜야 하는 시기에 대한 인식도 견지합니다. “태풍 앞에서는 겁쟁이라고 비웃음을 살 만큼 철저한 수비 체제로 가는 게 좋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할 만큼 확실한 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태풍이 지나가면 누구보다도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도하죠. 그 중의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바로 보다폰 재팬을 사는 과정이었습니다.
> 소프트뱅크는 소자금 2천억 엔을 준비했다. 1조 8천억 엔이 모자랐다. "2천억 엔만 내는데 출자 비율은 100%를 원하다니 평범하지는 않았죠. 좀 뻔뻔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잘되지 않았을 떄의 리스크를 소프트뱅크가 모두 감당한다는 점이었다. "자신만 있으면 2천억 엔으로도 2조엔 짜리를 쇼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이익을 100% 가져올 수 있습니다."
고작 준비된 10%의 자금으로도 100%를 가져오겠다는 의지, 그리고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타개하는 묘수가 인상적이죠.
> (농담 같지만)'이것이 비즈니스다'를 구현하는 인물이라는 겁니다.
“뜻을 높게”
이 책은 내내 손정의가 가지고 있는 높은 뜻을 끊임없이 알려줍니다. 분명 그 뜻이 있기에 믿기 힘든 수준의 성취들을 보여주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봄이 왔음에도 쉬이 따뜻해 지지 않는 경기 속에서 제 마음속에 콱 박힌, 하지만 중요하지 않게 쓱 지나가는 이 구절이 그의 뜻을 진정으로 이룰 수 있도록 하는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아무거나 되는 대로,
때로는 대담하게 리스키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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