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한눈에 보기]
0.‘오바마 키즈’의 사업 아이디어
1.아시아인 창업가의 실제 난이도
2.스타트업이라는 ‘아메리칸 드림’
3.30년 뒤 내다보기 vs 왜 지금인가
4.‘메타인지’는 이렇게 활용합니다
5.창업가형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57세.
포춘 500에 등재된 기업 CEO의 평균 연령이다. 포춘 500은 매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발표하는 매출액 기준 기업 순위다. 2022년 5월 보도에 따르면 현재 포춘 500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CEO들의 연령대도 대체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다. 소위 잘 나가는 기업 대표의 연령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숫자들이다.
30살 창업가의 뉴욕 증시 상장. 10억 달러(약 1조3400억원) 기업가치에 시장에 데뷔한 스타트업의 소식은 그래서 주목해볼 만하다. 인공지능 기반 법률·정책 데이터 분석 서비스 피스컬노트(FiscalNote) 이야기다. 2022년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더들스트리트애쿼지션과 합병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데뷔한 기업이다. 창업 9년 만의 성과다.
피스컬노트는 이미 내로라 하는 기업, 정부기관을 파트너로 두고 있다. 미 행정부와 의회,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부부터 테슬라, 네슬레, 코카콜라 같은 다국적 기업,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증권사까지 굵직한 이름들이 들린다. 피스컬노트는 이들에게 전 세계 법률 및 규제 동향이 어떻게 돼가는지, ESG 등 측면에서 뭘 해야 할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피스컬노트 창업가 팀 황 대표 : “우리는 본질적으로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고객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우리는 법률 규제의 개정 사항이나 관련 정보를 일종의 프리미엄 구독 형태로 제공한다.”
“또 하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B2B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해당 기업의 탄소배출량, 물 관리 메트릭스 등을 수집한 다음 경쟁업체와 비교해 자동 벤치마킹하고, 규제기관이나 대중들에게 자동으로 보고(reporting)할 수 있게 한다.”
(출처 : 【인터뷰】ESG시장 진출, AI기반 법률규제 정보서비스 '피스컬노트' 팀황 대표)
30살에 1조 밸류로 뉴욕 증시에 데뷔하기까지, 피스컬노트 창업자는 어떻게 이런 성장을 이뤄냈을까.
eo와 만난 팀 황(황태일) 대표는 아메리칸 드림과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정치인의 꿈을 품었던 아이에게 스타트업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와닿는 선택지였다고 한다. 이민 2세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청년에겐 차별의 벽을 깨는 기회였다. 아메리칸 드림은 기업가정신을 만나, 나와 우리의 현실을 바꾸는 임팩트로 거듭날 수 있었다.
피스컬노트 창업가 팀 황 대표 : “부모님은 아무런 비즈니스 네트워크도 없이 미국에 왔다. (비주류에 아무런 기반도 없는) 내겐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대학 졸업 후 창업을 결심한 뒤 실리콘밸리에 처음 갔던 21~22세 때 역시 아는 사람도, 투자자도, 창업자도 없었다. 아파트 구할 돈이 없어 모텔방에서 매일 16시간씩 일했다.”
(출처 : [Interview] 팀 황 피스컬노트 대표 ‘큰손’ 사로잡은 한국계 30세 청년, 1조원대 美 증시 데뷔)
현실과 미래 모두를 움직이는 도전. 군데군데 굴곡이 져 있었다. 20대의 전부를 피스컬노트에 바쳐 ‘세계를 정부와 연결한다’는 비전을 위해서 달려왔다. 고정관념으로 인해 네트워킹 파티에서, 투자 미팅서 더 많은 무시와 거절에 직면해야 했다. 창업가의 성공 신화에 “한 방은 없다”는 미소 뒤로 그간 헤쳐온 난관들이 스쳤다.
질문을 바꿔보려 한다. ‘어떻게 성장을 이뤄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그를 포기하지 않게 붙들었는가.’ 포기하지 않는 걸 넘어 어떻게 미래를 낙관하고 실현했는지 궁금해진다. “창업의 본질은 일(job)이 아니라 삶(lifestyle)”이라는 황 대표로부터 스타트업의 역할, 선견지명, 팀워크와 창업가의 자세에 대해 들어봤다.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답변 일부를 편집했습니다.
0.’오바마 키즈’의 사업 아이디어
팀 황 대표는 16살에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열심히 공부해 법조인이 된 후 정계에 입문하는 꿈이 그를 이끌었다고 한다. 학창시절 과테말라로 봉사활동을 갔던 게 계기였다. 가난과 불평등의 문제를 고민하며 세상을 이롭게 바꾸자는 다짐을 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소셜벤처를 직접 설립할 정도로 소셜임팩트에 진심이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장래희망은 기업가가 아닌 정치인이었다. 2008년에 우연히 접한 버락 오바마 당시 후보의 연설을 접하고 그의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 필드 관리자로 일했다. 황 대표는 “하나의 거대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듯한 경험”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팀 황 대표 : “50개 주에 선거 사무실을 세워야 했다. 캠페인 자금도 수십억 달러 유치해야 했다. 약 12개월 안에 3천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여야 했다. 새벽 2~3시까지 일하면서 사무실에서 피자 박스와 함께 숙식을 해서라도 한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 애썼던 시간들은 내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었다.”
이후 10대 때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학생 교육의원에 투표로 선출되는 등 황 대표는 정치의 길을 걷는 듯했다.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해 정치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그의 나침반이 바뀌었다. 창업을 향했다. 2013년 벤처캐피탈 플러그앤플레이가 실리콘밸리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캠프에 참여하며 피스컬노트를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왜 정치가 아닌 창업인가. 이 질문에 황 대표는 스타트업의 속도감을 꼽았다. 정치 시스템에 따라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적어도 스타트업은 빠르게 프로덕트를 만들어 시장의 검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고객을 돕고, 그들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시각이었다. 학사 졸업 후 하버드 MBA에 입학한 후에도 창업에 대한 그의 갈증은 커져만 갔다.
다행히 든든한 우군이 있었다. 공동창업자 제럴드 야오(Gerald Yao)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언젠가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을 나눴던 친구는 성인이 된 후 함께 창업에 뛰어들었다. 빈손으로 실리콘밸리 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반년 넘게 모텔에서 지내며 ‘어떻게 피스컬노트를 성공시킬지’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피스컬노트는 모텔방 TV로만 보던 억만장자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미국 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로도 유명한 마크 큐반(Mark Cuban)이다. 비즈니스 예능 <샤크탱크>에 출연한 그를 보던 황 대표는 곧바로 인터넷창을 켰다. ‘마크 큐반 이메일 주소’를 검색했다. 연락처를 알아내 바로 피스컬노트를 소개했다.
놀랍게도 큐반은 메일을 보낸 지 45분 만에 답장을 보냈다. ‘정부를 변화시키겠다’는 포부, 행정 및 규제에 대한 비전, 팀의 실행력은 “투자 하겠다”는 제스처를 이끌어냈다. 당시 74만 달러를 제시했던 창업자들. 딱 12개월치 생존 자금을 계산한 금액이었다. 뒤이어 야후 공동창업자 제리 양 등이 초기 투자에 참여하면서 판이 커졌다.
팀 황 대표 : “피스컬노트로 시드투자를 유치한 후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창업은 (세상을 이롭게 바꾸겠다는) 우리의 비전을 향한 일이다. 거기에 가닿기 위한 실행(execution) 외에는 모든 건 소음에 불과했다. 이제 팀을 꾸려서 회사를 성공시키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1.아시아인 창업가의 실제 난이도
“실행(execution) 외에는 모든 건 소음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 실행을 가로막는 소음의 연속이었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피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9년간) 한국인으로써 차별은 받지 않은 적은 없었다”고 느꼈던 황 대표는 소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더더욱 집중해야 했다. 창업의 난이도에 고정관념과 싸우는 난이도가 추가된 탓이었다.
사업을 하는 데 네트워크는 중요하다. 중요함을 넘어 승패를 가르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창업가들은 더더욱 투자자, 경영인, 메이저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황 대표 또한 네트워크가 전무한 가운데 직접 링크드인으로 메시지를 보내 자신을 소개하거나 비즈니스 네트워킹 파티에 슬쩍 들어가 명함을 내밀며 고군분투했다.
이때 ‘당신은 미국인이 아닐 것’이라는 편견과 싸워야 했다. 일례로, 워싱턴DC에서 CEO들을 초청한 저녁 식사 자리에 초청돼 갔다. 황 대표 혼자만 아시아인이라는 걸 발견했다. 대여섯 명의 백인 CEO들이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쌩한 분위기였다. 처음이 아니라 놀랍지 않은 반응이었다.
팀 황 대표 : “거기서 피스컬노트가 가장 큰 회사였을텐데도 특유의 ‘이너서클’이 생겼다. 내가 대단한 경영진이나 유창한 커뮤니케이터는 아니라고 어림짐작 하거나 엔지니어라 분류해버리는 시선이다. 보이지 않는 이 벽을 깨뜨리며 지난 10~15년을 보냈다. 비즈니스 생태계의 이런 문화는 엄연한 챌린지다. 때론 고독했다.”
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2019 크런치베이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창업가의 77%가 백인이었다. 아토미코의 유럽 테크 생태계 2019 리포트에서는 외부 투자를 받은 창업가 중 백인의 비율이 약 84%를 차지한다고 짚었다. 인종에 의한 이같은 편향은 유색인종 창업가가 직면한 실제 어려움이다. 투자 유치, PR, 네트워킹 등 다방면에 영향을 받는다.
황 대표는 “피스컬노트를 시작할 때부터 이런 불이익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보통 창업가들보다 더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다고. 언론사에 취재 요청을 하든 VC에 투자 미팅을 요청하든 상대적으로 더 많이 거절당할 것을 각오하게 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10배의 노력을 기울여 여기까지 온 셈이다.
팀 황 대표 : “(극초기에) 2000개 이상의 기업을 리스트로 뽑았다. 매일 차례대로 전화를 걸어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에게 5분만 써달라고 연락했다. 약 200번의 대화를 거쳐 프로덕트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후 군수업체를 첫 고객으로 받았다. 이때 싸인한 계약서를 액자에 넣어 사무실에 비치해뒀다. 그게 유니콘 기업의 시작이었다. (현실의 제약이) 우리가 성공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하도록 하는 동력(drive)을 줬던 것 같다.”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 eo가 만나온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언급했던 고난이다. 아무 연고 없는 땅에서 처음부터 비즈니스의 기틀을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여기에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하중을 더했다. 문제 상황을 헤쳐 나가려다 보니 때로 그 압력은 창업가에게 더 큰 추진력이 됐다. 기업가정신의 역설이다.
김씨마켓 라이언킴 대표 : “이민자 기업가는 마인드셋부터 다르다. 후손에게 남겨줄 수 있는 레거시(유산)를 내가 만드는 것이니까. 새로운 곳에 와 여러 도전들을 넘어서게 된다. 어떻게 보면 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미 출발할 때부터 혹은 도착했을 때의 마음가짐이 다르다. 그래서 성공 가능성도 더 크다고 생각한다.”
(참고 : 오바마 캠프 참모였던 그가 사업을 50배 성장시킨 비결)
이래서 피스컬노트가 인상깊은 게 아닐까. 이민 2세, 오바마 키즈의 실리콘밸리 진출기. 21살 무렵 창업의 세계에 뛰어든 팀 황 대표는 마술 같은 ‘아하 모먼트’는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내는 허슬(hustle)이 지금의 성장을 일궈 냈다는 고백이다. “섹시하진 않지만”(unsexy) 진실한 경험담이라 할 수 있다.
2.스타트업이라는 ‘아메리칸 드림’
‘스타트업이라 가능했다.’ 몇 배는 힘든 여건이었음에도 팀 황 대표는 스타트업을 긍정했다. 정확히는, 스타트업이라서 도약할 수 있었다는 관점이었다. “순수한 기회의 결정체”로써 스타트업은 그에게, 열정과 노력으로 부딪쳐 성공을 할 수 있는 관문이었다. 미국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1세대의 아메리칸 드림이었다면 스타트업은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에 해당했다.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이다.”(Entrepreneurship is the New American Dream)
2015년도 테크크런치 칼럼이다. 20세기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땅에 내 가정, 내 집, 근거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21세기 아메리칸 드림은 다르다. 인베스토피아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치솟는 학자금 부채 등으로 인해 아메리칸 드림의 초점은 안정성(베이비부머)에서 건강한 재무 상태(financial well-being), 자유(X세대, 밀레니얼)로 옮겼다.
이때 스타트업은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으로 불린다. 왜 ‘아메리칸’ 드림인가. 팀 황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왜 미국이 스타트업에 잘 맞는가. 미국에는 스타트업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스타벅스, 애플, 아마존 같이 엄청난 비즈니스 공룡들이 미국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어마어마하지만, 이들의 시작은 미약했다. 항상 한 사람의 아이디어, 소수의 노력에서 출발했다.”
창업의 역사는 지금 세대에게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황 대표의 관점에서 “경제적인 기회나 희망을 가질 수 없는, 낙심한 젊은 세대”에게 스타트업은 “경제적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방법으로” 해석됐다. 자기 비즈니스를 시작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그래서 규모를 키우는 해법(answer)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젊은 세대는 빠르게 창업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 미국 소비자 리포트에 따르면 <향후 6개월 이내에 예상되는 일>로 창업을 꼽은 Z세대* 비율(10%)은 밀레니얼 세대, X세대를 상회했다. 2022년 액티브캠페인 설문조사에서 학생 응답자의 56%는 최근 작게 사업을 시작하는 걸 고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반 소비자 평균(45%)을 웃도는 비중이었다.
*Z세대 :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 X세대(1965~1979년생)과 밀레니얼(1980~1995년생) 이후 세대로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미국 심리학자 진 트웬지 박사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기업가정신이 “야심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두려움에 근거하기도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경제 호황기를 경험해본 이전 세대와 달리 이들은 일도, 삶도 잘 풀릴 것이라는 환상 자체가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 전망을 누구보다 비관적으로 하는 한편, 그렇기에 기업가로 나서는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난다.
앞서 인용된 테크크런치 칼럼 또한 “오늘날의 아메리칸 드림에서 단 하나의 솔루션은 스스로 예외가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기업가정신이 “경제적 자유로 가는 거의 유일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이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팀 황 대표는 산증인이 됐다. 젊은 세대로써 기업가에 도전했고 도약했다. 유색인종으로써 그 여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도 가감없이 공유한다. 그러면서 ‘창업하기 더 좋은 환경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지금 20·30세대의 좌절을 희망으로, 잠재적인 기회로 연결하기 위해 해결책을 제시한 셈이다. 스타트업을 하나의 철학으로 보는 그였다.
팀 황 대표 : 스타트업 경영자로서 희생심, 결단력, 노력 같이 중요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결국 창업의 본질은 일(job)이 아니라 삶(lifestyle)이더라. 스타트업은 직장이 아니라 삶의 자세였다.
(참고 : 돈 없어 모텔 살던 스타트업 청년 금의환향…'2조원' 상장사 대표 됐다 - 머니투데이 )
3. 30년 뒤 내다보기 vs 왜 지금인가
그래서 스타트업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이 질문에 팀 황 대표는 시간의 축을 제시했다. 20~30년 뒤에도 변하지 않는 문제에 주목하되 왜 지금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서는가, 후자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큰 임팩트를 노리는 것 만큼이나 타이밍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팀 황 대표 : “우리가 처음 피스컬노트를 시작했을 때 의사결정의 기준은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질문이었다. 20~3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진실은 무엇인가. 세상사는 앞으로 더 복잡해질까, 아니면 단순해질까. 향후 정치적으로 더 도전적인 정국이 펼쳐질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던졌을 때 내겐 너무 자명해 보였다. 세상은 점차 복잡해질 것이고, 정치적 사안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실제로 고객들과 대화해봐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각 국의 정치의 복잡성, 규제 면면에 압도돼 있었다. CEO들은 수십 년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을 정치적 질문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법률과 행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난다.’ 피스컬노트의 비전은 자신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매크로 트렌드를 정조준했다. 변하지 않을 추세이니 이 방향으로 뾰족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100년 뒤, 200년 뒤에도 존속하는, 건재한 기업을 구축하는 목표 아래 앞으로도 오래 지속할 수요를 딛고 커질 수 있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포 베조스도 비슷한 조언을 한 적이 있다. “앞으로 10~20년간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포커스를 두라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은 누구나 원하는, 앞으로도 바라는 가치. 여기에 집중해온 결과가 ‘시장 파괴자’ 아마존이라는 멘트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 “10년 후에도 ‘물건값 좀 올려주세요’라거나 ‘배송 좀 천천히 해주세요’라는 말이 나올 리 만무하다. 이걸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짤 수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무엇인지 안다면, 거기에 큰 투자와 노력을 해도 좋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황 대표는 창업가에게 타이밍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비전과 사업전략을 세워 투자까지 유치했다면 더더욱 빠르게 제 때를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은, 시장은, 경쟁자와 기술 트렌드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혹은 우리가 와달라고 애원해도 도착하지 않을 수 있다. ‘왜’라는 비전은 ‘왜 지금’이라는 데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팀 황 대표 : “시장이, 업계가 빠르게 변한다. 경쟁자가 튀어나오고 일정 기한 안에 투자자는 회수를 하기 원한다. 그래서 타이밍이 핵심이다. 왜 지금이 적기인가? 왜 5년 전, 10년 전이 아니라 지금인가? 왜 5년 후는 아닌가? 그 타이밍을 읽었다면 전반적인 시장 트렌드에 올라탈 줄 알아야 한다. 창업가에게 너무나 중요한 안목이다.”
타이밍을 보는 안목. 창업가에게 끈기만큼 유연성이 요구되는 맥락이 이 때문 아닐까. 예를 들어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5000억에 인수한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창업자 이승윤 대표에게 피봇의 순간이 있었다. 본래 크라우드펀딩으로 텍스트 기반 저널리즘 미디어를 운영하다가 전혀 다른 텍스트 콘텐츠인 웹소설 비즈니스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왜 웹소설에 주목했느냐>는 질문에 이승윤 대표는 “적절한 시기 같았다”고 회고했다. 피봇 당시 미국 시장은 아직 모바일로 콘텐츠를 보기 직전의 시장이라 판단했고, 반면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마션> 등 웹 기반으로 연재된 웹소설이 흥행하는 걸 보며 타이밍을 잡았다고. 2016년 이후 버티고 버텨 시장을 선점한 ‘스토리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참고 : 카카오가 5000억에 산 32살 창업가의 회사 이야기)
“2007년의 아이폰 같은 트렌드를 알아보고 바로 흐름을 탈 줄 알아야 한다.” 팀 황 대표가 제시한 2가지 질문은 결국 세상을 이해하는 프레임워크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세상이 어떨지 살펴보고 그 안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방법이다. 그래야 지금의 생존과 앞으로의 성장 모두 준비할 수 있다. 예비 창업가, 창업가 모두 때때로 다시 꺼내볼 만한 문답지다.
4.‘메타인지’는 이렇게 활용합니다
피스컬노트에도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다. 자금이 바닥나 파산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그때마다 고비를 넘겨 살아남았다. 이때 창업가라면 꼭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똑같은 리스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추진력이 스타트업의 시작과 성장을 견인한다면 피드백은 스타트업이 효과적으로, 궁극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나 자신을 알라’는 격언은 교과서가 아니라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처방이 됐다.
팀 황 대표는 창업가의 일이 결국 자기성찰(Introspective)에 가깝다고 말했다. 마치 수영을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물에 뛰어든 사람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에너지 레벨이 어떠한지 알아야 한다. 무리했다간 다리에 쥐가 나서 가라앉을 수 있다. 숨의 길이를 몰랐다간 잠수한 채 떠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목숨이 걸려있다. 세상의 현재와 미래를 끊임없이 발견해야 하는 것처럼 창업가는 나 자신 또한 꾸준히 반추해야 하는 자리다.
팀 황 대표 : “당신의 아이디어에서 회사가 탄생했다. 당신이 책임을 진다. 그렇기에 당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야 한다. 당신 깊이 박혀있는 특징, 결함을 모른다면 창업가로써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나 자신을 안다면 나 자신을 연마하는 게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채용을 할 때,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기울 수 있다. 이력서를 유심히 들여다 보고 여기에 방점을 찍는다. 인터뷰에서도 그 내용에 의지한다. 이게 맹점(blind spot)이 된다. 뽑아놓고 보니 제대로 검증하지 못 했다는 인상을 받는 게다. 반복되는 이슈 같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스스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자기객관화의 훈련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팀 황 대표가 언급한 자기성찰은 ‘메타인지’라는 표현으로도 스타트업계에 통용된다. 쉽게 말해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무얼 알고 무얼 모르는지 구분하는 역량이다. 때로 창업가는 자신감이 넘치는 부류로 오인되곤 하는데, 도리어 스스로 부족함을 알아채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메타인지가 창업가에게 중요한 자질로 떠오른다.
자기객관화가 안 될 경우 난항이 불가피하다. 요컨대 ‘우리 회사는 대단하다’는 과대평가로 인해 회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인재를 채용하지 못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너무 모자라다’는 과소평가 때문에 스케일업의 기회를 날려버릴 우려도 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회사 재무상황을 잘못 판단해 회사 존폐의 기로에 놓이기도 한다.
(참고 : 메타인지가 부족한 리더의 4가지 실패 유형)
실패로부터 배우기. 팀 황 대표는 진짜로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잔고에 6개월치 자금만 남아있다고 팀원들에게 알린 후 자금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기억, 그 뼈아픈 실패에 직면했던 경험이 그에게는 창업가로써 가장 크게 성장하는 지점이었다. 실수를 해봐야 나 자신을 알고, 그로부터 배워야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팀 황 대표 : “한 회사의 CEO라면 말 그대로 모든 걸 인지할 필요가 있다. 시장 동향부터 투자 생태계와 분위기, 실제로 회사를 만들어가는 과정, 전반적인 컨택스트(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그게 당신이 맡은 책임이다. 당신이 만든 회사니까. (스타트업에서 창업가인) 당신으로부터 모든 게 시작되고 끝난다.”
5.창업가형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이쯤에서 물음표가 생긴다. 트렌드를 내다보고 나 자신을 파악했대도 ‘사람’ 없이 굴지의 기업을 키워낼 순 없는 법. 분명 강력한 팀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전부라 봐도 무방한 초기 스타트업에 초기 멤버는 회사의 10년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factor)이다. 1조 기업이라는 지금의 성과에서 시계를 되돌려 출발선을 돌아가 본다. 피스컬노트 창업자들은 어떻게 초기 멤버를 모았을까.
이런 가정을 해보자. 당신은 멀쩡한, 멀끔한 IT회사를 다니는 A씨다. 적지 않은 봉급을 받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무탈히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콜드메일 하나를 받는다. 웬 스타트업을 창업했다는 사람의 연락이다.
소정의 펀딩을 받아서 회사를 시작했고 아직 구체적인 프로덕트는 없는 상태라고 한다. 혹시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회사에 오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그러려면 연봉을 깎아야 하는 상황. 아무리 지분이나 스톡옵션을 받는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굳이 그런 모험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명분을 불어넣는 게 창업가의 사명이다. 팀 황 대표는 면전에서 강력하게 “당신은 회사를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회사가 유니콘이 될 것이라고, 인생에 둘도 없는 기회라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을 심어주는 게다. 이때 가장 중요한 명분은 다름이 아니라 ‘왜’, 존재 이유를 천명하는 것이다.
팀 황 대표 : “초기 스타트업 팀에는 강력한 미션이 요구된다. ‘왜 이 회사는 존재하는가’ ‘이 회사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미션이 사람들을 회사로 끌어당긴다. 그 미션에 이끌리는 사람들이라야 당신의 스타트업이 매력적이라고 여길 것이다.”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며 남 좋은 일만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팀에 조인해 세상을 바꿀 것인가? 인생은 너무나 짧다. (이러한 명분에 공감하는) 퀄리티 있는 창업자가 퀄리티 있는 인재를 불러들일 수 있다. 인재밀도가 낮은 기업은 성공할 수 없다.”
스타트업의 미션은 퀄리티 있는 인재를 불러들인다. 이 인재는 단지 똑똑하고 유능한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창업자에 준하는 인력이다. 회사의 비전에 동의하기 때문에 합류한 사람들이다. 황 대표는 이런 창업가의 영혼(spirit)을 가진 초기 멤버가 만들어가는 회사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회사의 성공에 전심으로 일조하는 팀이 되기 때문이다.
팀 황 대표 : “(미션에 매료된) 창업가형 인재는 회사의 성공에 강한 책임감을 발휘한다. 적극적인 마인드셋을 장착하고 있다. 다른 팀원을 가족처럼 귀중하게 대한다. 오너십과 끈끈한 팀워크, 행동에 나서는 적극성은 스타트업에게 더 없이 훌륭한 조직문화로 이어진다. 창업자와 같은 멘탈리티를 공유하는 팀이다.”
'정신을 공유한다."' 황 대표는 그 극치에 다다를 때 좋은 시절뿐 아니라 힘든 행군도 함께 버텨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씨드 투자 유치 후 18개월 내에 마일스톤을 달성해야 했을 때, 피스컬노트 초기 멤버 전원이 허슬에 돌입했다. 일주일 내내, 매일 16시간을 일해온 초기 2년간 가파른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션 아래 모인 초기 멤버들 덕분이었다.
팀 황 대표 : “피스컬노트는 실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봤을 때 당시 우리 머리에는 ‘실패’라는 옵션이 없었다. 우리는 성공해내기 위해 무엇이라도 할 결심이 돼 있었다. 지금의 피스컬노트를 가능케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마도 이처럼 순수한, 끓어오르는 결의(determination)라고 생각한다.”
(참고 : 리더가 팀에 제공해야 하는 단 하나 : 'ㅇㅇㅇ' 동기부여)
‘무엇이 그를 포기하지 않게 붙들었는가.’ 처음의 질문에 이제는 답변을 달 수 있다. 미션, 그리고 같은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고꾸라지기 일보 직전일 때 어떻게든 소생할 수 있었던 저변에는 창업가를 닮은 팀이 있었다. 그만큼 인사가 만사요, 가장 어렵고 중요하고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오래된 교훈이다. 팀에 대한 황 대표의 자부심에서 성장의 왕도를 읽을 수 있었다.
글을 마치며
끓어올랐던 초심의 불씨는 지금도 피스컬노트에 남아있다. 처음 1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을 무렵, 성과를 축하하는 동시에 ‘어떻게 10억 달러를 돌파할까’ 머리를 맞대는 팀이었다.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미션에 다가가고자 어떻게 새로운 시도를 할지 고민해왔던 것처럼 “지금도 우리의 마인드셋은 한결같다”니. 놀라운 몰입이라 할 수 있다.
황 대표야말로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다. 인터뷰에서도 “제프 베조스가 나와 비슷한 나이에 아마존을 창업했다”며 “커리어 여정이 한참 남아있다”고 웃어 보였다. 그 커리어는 피스컬노트라는 기업을 성공시키는 데서 시작됐다. 이제는 스타트업을 더 위대한 기업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는 다짐. 창업가의 마음가짐을 지켜나가겠다는 결기마저 엿보였다.
주변에서 반문이 생길 법하다. 청춘을 다르게 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에 팀 황 대표는 “무언가 얻기 위해 포기한 것들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long run)에서 자신의 20대가 “결코 후회되지 않는 선택이었다”고 정의했다. 한 번 주어지는 인생에 비전을, 미션을 정하고 후회없이 쏟아부었다고. 다시 없을 놀라운 시간이라고.
“창업은 일이 아니라 삶”이라는 그의 태도가 유독 뇌리에 남는다. 당장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진 않더라도 삶을 개척하는 자세로써 창업은 유효하지 않을까.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창업가, 팀 황 대표의 스토리가 주는 울림이다. 나는 이만큼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된다.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화살 위에서 피스컬노트의 앞날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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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인터뷰]
[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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