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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빌딩 #마인드셋 #기타
스타트업은 왜 후드티를 입을까: 성공하는 리더의 메타인지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팀에 대한 평가입니다. 어떤 팀이 성장을 감당할 수 있는 팀인지 알아내는 것은 모든 투자자가 관심있어 하는 부분이고, 투자사나 심사역들 저마다 자신만의 노하우와 기준들이 있을 것입니다.

블루포인트도 지금까지 8,000곳이 넘는 스타트업을 검토하고 270여곳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스타트업의 성장은 그들의 메타인지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는 것,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

메타인지란 인식에 대한 인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구분하는 능력이죠. 학생이 자신의 학습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데 사용되는 개념으로 주로 교육학에서 다뤄지는 용어지만, 우리의 무지함을 일깨울 때 사용되기도 합니다.

우리 삶 전반에서 나의 위치를 알고, 자기 자신을 타인의 관점에서 관찰하는 사람, 즉 자기 객관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메타인지가 뛰어나다고 볼 수도 있죠.

 

동서고금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개념

메타인지는 사실 동서고금에서 많이 등장해왔던 개념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

네가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는 자를 보느냐. 그보다 미련한 자에게 오히려 희망이 있느니라. -잠언 26장 12절-

알면서도 알지 못한 체하는 것은 훌륭한 태도이고,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것은 병폐이다. - 도덕경, 노자-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곧 앎이다. -공자-

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잡스-

 

많은 철학자와 경영구루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해왔던 만큼, 나 자신을 잘 알고 모르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인생의 진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업아이템보다 중요한 리더의 현실인식 능력

특히 본인이 창업가 또는 예비창업자이거나 조직내 리더의 자리에 있다면 메타인지는 반드시 길러야 되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리더들 중에서는 스스로를 뛰어난 사람이라고 여기고 항상 넘치는 자신감을 탑재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야 당당하게 IR도 잘하고, 투자유치도 잘 받고, 직원들에게 리더십도 발휘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외부의 조언을 수용하고, 문제를 개선하며, 성공에 다가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고속 성장하는 팀들은 현실인식능력, 수용력, 대응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팀의 역량, 자원, 환경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과 조언을 잘 수용하며, 인지한 현실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개선에 뛰어들 때 스타트업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즉, 사업 아이디어나 기술 자체보다 리더의 애티튜드가 사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문가의 함정

“우리 기술 너무 좋고 기술개발도 거의 다 됐어요. 바로 공장 가져가서 양산하면 돼요.”

기술 백그라운드를 가진 창업가를 만나면 가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학문적 역량을 사업적 역량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정작 양산에 대한 경험도, 공급망이나 품질관리에 대한 지식도 전무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수많은 문맥들을 읽으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일의 연속입니다. 즉, 뛰어난 연구 업적이나 기술특허가 있다고 해서 사업도 잘 이끌 것이라 착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창업가의 시야가 기술에만 매몰되어 시장과 고객이 찾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문제들을 ‘전문가의 함정’이라고 부릅니다. 특정 분야의 권위자일수록 메타인지를 통해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리더의 메타인지, 어떻게 향상시킬까?

그렇다면 창업가나 조직의 리더들은 메타인지를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1) 질문하는 습관

메타인지는 나 자신과 심리적인 거리감을 두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내가 인식하는 나와 내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죠.

예컨대 20년 동안 한 기술만 연구한 사람이 해당 기술로 창업했는데 이상하게 시장에서 반응이 안온다고 합시다. “꼭 이 기술을 써야 하는 것일까?” 라는 극단적이고 근본적인 질문까지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인생의 절반을 그 기술 개발에 바쳤다 하더라도 고객이 찾지 않는다면 말이죠.

이 문제가 풀 만한 가치가 있는가?

직원들은 왜 우리 회사에 다니고 싶어할까?

고객과 투자자는 우리 회사를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엔 문제가 없을까?

자기 자신에게, 때로는 지인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더 나은 해법을 모색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2) 경청하는 습관 (feat. 수평적인 문화)

경험적으로 봤을 때 주변인들의 말을 잘 경청하는 습관은 리더의 메타인지를 가장 많이 향상시키는 것 같습니다.

리스크나 기회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하는 환경과 수평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경영자의 현실인식 능력을 높여주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직급을 불문하고 다양한 임직원의 목소리를 경청하면 현실이 왜곡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씬에서 창업가들이 후드티를 입거나 직원들이 대표이사나 C-level을 호칭할 때 영어이름을 부르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리더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다가가기 어려운 불편한 상대로 보이면 안된다는 것이죠.

 

저 역시 후드티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데요. 이렇게 입는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여러분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직급이 가장 높은 사람이 풀정장을 입고 대표이사실에 앉아 있으면 어떤 조직원이 편하게 위험과 기회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블루포인트가 2014년 처음 설립되었을 때 터를 잡았던 곳입니다. 조그만 정원이 있는 북카페였던 곳을 오피스로 임차했었죠. 투자회사라 하면 차가운 도심에 세련된 인테리어를 떠올릴 법 한데, 북카페라니.. 생각지 못한 사무실 비주얼이지요.

하지만 이 역시 창업가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던 것이 취지였습니다. 조언과 응원이 필요한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솔직하고 진솔한 속이야기를 털어 놓으시려면 일단 공간이 소박하고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Written by 이용관

블루포인트의 대표.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을 전공, 한때 작가를 꿈꾸기도 했으나 창업에 도전했다.  12년 만에 엑시트(Exit)한 경험을 바탕으로 블루포인트를 설립,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며 이들과 함께 꿈을 키워 나가는 액셀러레이터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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