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를 해본 사람은 안다. 제 값에 받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일단 ‘제 값’이 얼마인지 스스로 가늠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나마 원래 샀던 가격이 있으니 그보다 낮게 받으면 되려나 싶지만, 오히려 리셀로 몸값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으니. 팔려는 물건의 값어치를 제대로 셈해야 한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살 사람을 찾아 제대로 거래해야 한다. 양껏 나만 이득을 볼 수도, 한껏 손해만 남길 수도 없다. 침묵의 눈치 게임, 치열한 흥정 끝에 극적인 타결. 부모님 선물로 샀다가 색상이 맘에 안 드신다고 퇴짜 맞은 스마트폰 가죽 케이스를 한참동안 못 팔아본 입장에서 중고 거래조차 쉽지 않은 줄다리기였다.
중고 거래도 그럴진대, 투자는 오죽할까. 당장 눈에 보이는 서비스와 매출뿐 아니라 미래 가능성까지 협상 테이블에 놓는다.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넉넉히 투자 받는다고 무조건 희소식이 아니다. 지분 방어도 중요한 까닭이다.
(참조 : 좋은 VC vs 나쁜 VC)
이 거래가 해피엔딩으로 향할지 창업자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험 받는다. 그야말로 투자는, 교환의 예술이다.

미국 방송사 ABC에서 2009년부터 방영하는 비즈니스 예능 ‘샤크탱크’(Shark Tank)는 기업의 투자 유치 현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부터 1인 발명가까지 다양한 주인공이 무대에 서서 IR(기업 활동)을 진행한다.무대 앞엔 ‘샤크’(상어)라고 불리는 5명의 심사위원이 앉아있다.
대개 출연자는 00달러 투자 받는 조건으로 00% 지분을 건다. 투자 피칭이 끝나면 혹독한 교환 싸움이 시작된다. 심사위원은 비즈니스의 허점, 과대포장 등 물어뜯을 수 있는 모든 지점을 건드린다. 성공적으로 방어했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투자 금액을 깎든, 지분율을 높이든, 로열티를 매기든 이 백만장자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 얻고자 논박한다.
10년 넘게 자리잡은 이 예능은에는 수많은 기업가들이 등장했다. 어느 피칭에서나 쫄깃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지만, 이번 아티클은 대표적인 영상들을 추려봤다. 이 중 단연코 인상깊었던 영상은 10살 창업가의 투자 발표. 그가 내세운 딜은 제 주인을 만났고, 이 창업가가 세운 회사의 기업가치는 2023년 12억원 규모에 도달했다.
1.'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엄마의 손을 잡고 들어온 한 소녀. 하와이에서 온 캐시디 클로우리(Cassidy Crowley)는 본인이 직접 만든 영아용 스푼을 가져왔다. 어린 동생을 위해 날카롭지 않은 수저 ‘베이비툰’(The Baby Toon)을 직접 발명했다. 아기가 직접 손잡이를 잡고 음식물을 떠먹을 수 있으면서도 말랑말랑한 실리콘 소재가 눈에 띈다.
캐시디는 7살 때 이 스푼 아이디어를 처음 시도했다고 한다. 아기가 직접 손잡이를 잡고 음식물을 떠먹을 수 있는 디자인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나중에 말랑말랑한 실리콘으로 소재를 바꿨다고. (문제 정의 → 제품 개발 → 고도화 → 사업 운영 → 사업 계획)
방송 당시 이미 한화 600만 원(5000달러)어치를 판매한 상황이었다. 베이비툰의 창업자는 학교 생활을 병행하기 위해 회사 지분의 50%를 걸고 사업 파트너와 함께 6000만원(5만 달러) 펀딩을 요구했다. 실제로 샤크 중 (TV 홈쇼핑 채널) QVC의 여왕, 특허만렙 로리 그레이너와 딜을 성사시킨다.
이 영상에서 가장 감명깊은 대목은 이 대화다.
심사위원 : “샤크탱크에 출연했으니 학교에서 인싸(super star) 되는 건가요?”
캐시디 : “그러려고 출연한 것 아니에요🙂”
심사위원 : “너무 좋아!”(I love you!)
직접 제조 공정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캐시디의 설명은 그가 얼마나 비즈니스에 진심인지 부각시킨다. 이제 막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한 아이가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특허를 내 제품을 개발했다는 점도, 이 제품을 계속 갈고 닦아 직접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일군다는 점도 영상을 보는 내내 감탄 요소다.
“저와 비슷한 또래들에게 ‘늘 기회가 열려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피칭이 끝난 후 캐시디는 자신의 꿈이 이뤄졌다며 위와 같이 말했다. 이후에도 무럭무럭 비즈니스를 키워 이젠 약 10배 성장을 일군 셈이다. 기업가정신의 정석이 아닐까. 지금도 베이비툰의 CEO로 활약하는 캐시디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2.”그 투자 거절하겠습니다”
‘투자가 필수는 아니다.’ 벼랑 끝을 오가는 스타트업 창업가 입장에서 아로 새기는 문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업부터 조직 운영까지 쉬이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 괜히 가벼운 통장에 섭섭해질 수 있는 법. 돈이 있다면 조금 더 손쉬워지지 않을까 상상하게 된다.
이런 지레짐작으로부터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선? 투자에 대한 나름의 관점이 잡혀 있어야 한다. 안 그랬다간 후회할 거래에 흔들리기 십상이다. 마음을 다잡고 지혜를 구하려면 ‘투자를 거절한다’ 혹은 ‘그 조건에는 어렵겠다’는 판단도 필요하다.
샤크탱크에서도 (투자 유치 뿐 아니라) 딜을 따내기 위한 투자자간 신경전이 상당하다. 상대편 샤크에게 물을 뿌리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될 정도. 협상 방식도 살벌하다. 창업가의 헛점을 물어뜯어 멘탈을 털어낸 다음 본인에게 유리한 딜로 조정하거나 다른 샤크의 제안을 낮잡아서라도 자기 딜을 추겨세워 성사시키기도 한다. 그야말로 물불 안 가린다.
잠재력이 엿보이는 사업에서 유독 이런 신경전이 두드러진다. 온라인 칼갈이 서비스 ‘Knife aid’의 피칭에선 아예 심사위원석을 뛰쳐나오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한 샤크가 무대 바깥에서 따로 투자 딜을 상의하는 창업가들을 어떻게든 구워삶으려(!) 했던 것. 결국 딜을 제시한 다른 샤크들도 세트 밖으로 나와 창업가들의 가랑이를 붙잡았다. (그야말로 난장판….ㅎㅎ)
어째서 샤크들은 이 회사에 어떻게든 투자하고자 안달이 났을까. 일단 서비스부터 흥미롭다. 앱을 통해 칼갈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자체적으로 개발한 포장 박스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갈고 싶은 날(부억칼, 가위 등등)을 담아 우편함에 넣는다. 의뢰품은 칼갈이 전문가에게 전달된다. 벼려진 제품들은 통상 일주일 안에 다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제품이 있고, 사업이 굴러가고 있다. B2B에 가까운 기존 비즈니스들을 훨씬 간소화해서 온라인으로 규모의 경제까지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공동창업자 중 연쇄창업가도 있다. 마이클 소데를린드(Mikael Soderlindh)는 해피삭스(Happy Socks)라는 패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기업가였다.
이미 자본가인데 왜 투자를 받으려 하는가? 목적이 뚜렷하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함이다. 과거 소데를린드는 미국 시장 네트워크 없이 미국에 사업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그래서 미국 시장에 밝은 샤크의 네트워크와 그로스 전략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 팀이 투자금 4억9000만 원(40만 달러)에 지분 15%를 건 맥락이다.
IR이 마무리된 후 주도권은 창업가 쪽이 쥐게 됐다. 투자금, 지분 조정뿐 아니라 차별점 어필로 샤크 경쟁이 치열해졌다. 같은 조건에 두 명의 샤크가 1+1으로 합류하겠다는 역제안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바로 승낙하지 않자 투자자가 무대 밖까지 쫓아간 게다. 결국 이 팀은 6억(50만 달러)에 지분 20%, 2명의 샤크를 얻어냈다.
결국 투자는 자본금 수혈에 그치지 않는다. 군침이 도는 기업(사업,팀,시장 등등), 그 기업이 앞으로 만들어낼 부가 가치와 이를 위해 필요한 부스터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작업이다. 까딱 어느 하나 부족하면 누구 하나라도 아쉬운 소리 나오는 거래가 돼버린다. 그래서 투자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비즈니스에 대한 철학을 투자의 주춧돌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투자에 대한 관점 예시로 딜라이트룸 창업가 신재명 대표의 멘트를 인용하고자 한다. 딜라이트룸은 투자 없이 영업이익 50%, 매출액 192억(2022년 기준)을 기록한 알람앱 ‘알라미’로 이름을 알렸다. 신 대표는 컴업2022에서 eo 라이브 부스를 찾아 왜 투자를 받지 않았는지에 대한 시각을 공유했다.
“저희가 투자를 안 받아야지 해서 안 받았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투자든 상장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좋은 제품을 만들고 비즈니스를 영위해 나가는 데 캐시가 필요하다면 그에 따른 ‘수단’이라고 보거든요.”
“캐시를 당겨왔을 때 더 빠른,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면 (투자를) 받았을 수도 있겠죠. 근데 초기부터 저희 팀은 흑자가 나고 있었고, 이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근육도 아직 없었던 단계였어요. 투자를 받았다고 그 근육이 갑자기 붙는다고 생각하진 않고요. 흑자가 꾸준히 나서 투자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 단계까지 왔던 것 같아요.” - 딜라이트룸 신재명 대표
3.‘당신 회사, 그냥 살 수 있어’
샤크탱크에서는 아예 엑싯이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등장한다. 샤크가 그 자리에서 지분 상당량을 사들여 회사를 사버리는 에피소드다. 일견 해피엔딩이다. 가치도 인정받고, 부도 축적하고, 큰 파트너도 얻은 것이니까.
그러나 ‘인수’라는 투자 딜은 전혀 다른 온도로도 고개를 든다. “당신 회사 그냥 살 수도 있다”는 냉정한 판결이다.
(더 심한 것도 많지만) 뼈아픈 영상을 하나 소개한다. ‘XTorch’라는 다용도 랜턴을 판매하는 두 사람이 샤크탱크 무대에 섰다. 내구성이 얼마나 좋은지 꽝꽝 얼린 얼음 안에 넣어도 이틀 넘게 견디는 제품이다. 램프가 여러 각도로 달려있다. USB선으로 폰 충전도 할 수 있다. 랜턴은 태양광으로 충전이 가능하며(22시간) 일반 전기로도 충전할 수 있다.(1시간)
XTorch 팀은 1억 8000만 원(15만 달러) 투자금에 10% 지분을 교환하는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샤크들은 맹렬하게 질문 공세를 펼쳤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다는 점(50달러=6만원), NGO에게 주로 판매해왔으며 B2C 마케팅 전략이 부재한 점, 마진의 약 25%를 기부하고 있는 점 등등등을 꼬투리 잡는다.
전기가 끊기는 위급상황을 제외한다면 이 제품이 언제 고객의 니즈를 채울까. 마케팅 및 세일즈 질문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XTorch 팀은 대부분 샤크로부터 딜 거절을 당한다. 이때 5명 중 한 심사위원이 파격적인 딜을 역으로 건넸다.
“파트너가 될 마음은 없습니다. 회사를 통째로 사고 싶어요. 4억9000만 원(40만 달러)에 지분 100%를 주시죠.”
비즈니스 측면에선 안 끌리지만 프로덕트에는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기업 가치를 깎아야 하는 갈림길에서 이 팀은 인수 자금이 12억 원(100만 달러)이라고 부른다. 창업팀 입장에선 양보지만, 샤크는 단호하게 그 제안을 쳐낸다. 창업가 눈에 보이는 가치와 샤크가 납득하는 가격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극. 결국 어느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다.
(참고 : VC가 당신에게 투자하지 않는 70가지 이유)
겁먹을 필요 없다. 앞서 이야기하지 않았나. ‘투자가 필수는 아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제 값을 인정받지 못했다 해서 세상이 끝난 게 아니다. 마케팅 가망이 없어 보인다는 회의론을 뚫어내면 된다. 그런 사례가 샤크탱크에도 있냐면, 당연히 그렇다!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커피밋베이글’(Coffee meets bagel)을 더 확장하려는 세 자매가 샤크 앞에 섰다.
한국인 이민 2세대로 보이는 이 자매들은 기존 데이팅앱에 염증을 느끼고 IT 창업에 도전했다. 매일 정오, 나와 잘 맞는 프로필 하나가 추천으로 뜬다. 24시간 안에 호오를 표하고, 서로 매칭이 되면 7일 안에 프라이빗 채팅을 할 수 있는 프로덕트다.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지표로 알 수 있다. 샤크탱크 출연 당시를 기준으로 전년도에는 1억 원(8만 7000달러), 동해 5개월 안에 3억2000만 원(26만 달러), 내년도 매출을 120억 원(1000만 달러)으로 보고 있다고. 이 팀은 투자금 6억 원(50만 달러)에 지분 5%를 교환하기 위해 샤크탱크를 방문했다.
협상 결과는 어땠을까. 전부 성사가 안 됐다. 일단 제시된 지분율이 너무 적고, 차별화 전략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며 인건비가 헤비하다는 지적이다. 세 창업자의 인건비부터 도마 위에 올랐고, 투자금을 받아 팀을 키우겠다는 계획도 태클을 받았다. 결국 커피밋베이글 팀은 샤크의 간택을 받지는 못 할 듯했다.
이때 마크 큐반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360억 원(3000만 달러)에 회사를 팔 생각은 없나요?”
그때까지 마크 큐반이 했던 투자 제안 중 가장 큰 금액이었다. 게다가 마크 큐반은 이 프로그램에서 창업가들 멘탈털이 전문가(!)이자 투자를 거절하기 일쑤인 심사위원으로 분류된다. 반면 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이자 억만장자 기업가로 유명하기에 마크 큐반과 손 잡고 싶어하는 창업가들이 꽤 있다. 그렇다면 커피밋베이글 팀의 결정은?
이들은 이 인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다. 이 영상에 달린 유튜브 댓글이 이 자신감의 근거를 말해준다. “2022년 커피밋베이글의 기업가치는 2022년에 기업가치 1850억 원(1억5000만 달러)야. 저 당시 360억 원에 통째로 사려 했다니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야.” 사업과 팀의 잠재력을 스스로 인지하고, 앞으로 더 키워나갈 각오로 투자를 거절했다고 볼 수 있다.
인연은 타이밍이라고들 한다. 결국 투자도 그때에 걸맞는 교환을 하는 게 아닐까.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오래 가는 기업이 되기 위해 귀인을 만나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 창업가 입장에서 투자가 빠그러지면 속이 쓰릴 수밖에 없지만, 이 사업의 수명을 길게 보고 다음 인연을 준비해도 무방하다. 투자 유치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니까. 아무나 만날 수 없다.
4.가치를 알아보는 한 사람
샤크탱크가 워낙 장수 프로그램이라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이 중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하고픈 IR 영상은 ‘Scrub daddy’라는 수세미를 파는 한 창업가의 이야기다.
주황색 옷에 서글서글한 미소를 띈 한 사람이 샤크탱크에 출연했다. 이름은 애론 크라우스(Aaron Krause). 웃는 얼굴 디자인의 특수 소재 수세미 ‘스크럽대디’(Scrub daddy)를 파는 본인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지분 10%를 걸고 투자금 1억2000만 원(10만 달러)를 유치하려는 자리다. 투자금으로 자체 제조시설을 세워 공급량을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조정하려는 목적이다.
그가 발표를 하는 동안 몇몇 샤크가 히죽 웃었다. 주방용품으로 큰 투자를 받겠다? 해당 제품에서 소위 돈냄새(!)를 못 맡겠다는 듯 가볍게 대했다. 열과 성을 다해 제품을 소개하는 발표자를 다소 우습게 보는 인상마저 풍긴다. 이후 동일한 투자금에 지분 50%나 달라는 요구가 이어진다. 다른 샤크도 6000만 원(5만 달러)에 지분 15%를 오퍼한다.
이때 리테일 강자인 샤크 하나가 진지하게 운을 뗀다. “Hero or zero. 나는 이 제품이 hero(영웅)라고 본다.” 그러면서 같은 투자금에 지분 30%를 요구한다. 그러면서 일주일 내에 미국 전역 리테일 상점에서 이 제품이 판매될 것을 약속했다.
이때부터 샤크 사이에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역제안이 쌓일수록 투자금은 늘어나고 지분율은 점점 더 줄어든다. 지분 포기해서라도 투자금 줄 테니 판매 로열티를 달라는 새로운 딜이 추가된다.
결국 창업가를 열렬히 설득하던 리테일 강자 샤크는 2억4천만 원(20만 달러)에 지분 20%를 교환하는 마지막 수를 둔다. 지분을 받지 않는 대신 제품 판매 로열티를 요구하는 딜도 수수료를 더 낮췄다. 갑자기 투자자의 간보기가 아니라 창업가의 선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주방용품일 뿐’이라는 분위기에서도 이 사업의 가치를 알아본 한 사람이 판을 뒤바꾼 케이스다.
이후 스크럽대디는 어떻게 됐을까? 2022년 매출 1200억 원(1억 달러), 기업가치 3000억 원(2억 5000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미국 시장에서 가장 규모 있는 수세미 제품 판매자로 군림하고 있다. 샤크탱크 역대 투자 딜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베스트 에피소드로 자리매김 했다. 미래를 알고 보면 더 드라마틱한 발표 영상이라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창업가와 투자자 사이는 각별할 수 있다. 본래 힘든 시기에 손을 잡아준 사람은 잊혀지지 않듯이 사업을 키우고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창업가에게 투자자, 특히 초기 투자자는 절실한 인연이다. 남들이 외면하거나 비웃는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여기에 돈과 시간과 힘을 들여 발 벗고 나서는 동지가 생기는 일이니까. 투자가 수단이라면 그 과정은 가장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찾는 과업인지도 모른다.
(참고 : 첫사랑보다 기억 남는다… 창업자 4인이 말하는 투자자와 인연)
덧붙여, 샤크탱크의 각 발표 영상들은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는 표본이다.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보여주고 이게 왜 가치있는지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시도들이다. 이후 창업가들에게 쏟아지는 질문은 앞으로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꼭 마주해야 하는 질문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샤크탱크가 곧 IR의 컨닝페이퍼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기업가가 아니라도 이 영상들이 유익한 참고자료가 되리라 본다.
사회생활, 특히 조직생활은 설득과 협의의 연속이다. 그런 줄 모르고 사회에 던져져(?) 온몸으로 부딪치고야 알았다. 논리와 감성을 모두 동원해 간절한 무언가 얻어내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타고난 영재들도 있겠다만, 네고의 기술은 분명 연습을 통해서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그대로 ‘능력’치다. (능력 =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나 지식)
기업가와 투자자의 설전은 고수의 칼싸움을 곁눈질로 배울 좋은 기회다. 샤크와 창업가의 대화를 흡수해보면 어떨까. 10살짜리 창업가로부터 기업가정신의 정수를 엿본 것처럼, 의외의 재미와 경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매주 스타트업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이오레터 구독하기 (클릭)
👉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hshltk2bscdh_IPudtDJzP9DRf1_a_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