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출현 후, 유사 이래 최초로 인간은 인간이 아닌 (외계인 빼고) 지능을 가진 존재와 함께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AI)은 다방면에서 이미 인간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바둑부터 신약 개발, 도시 운영까지 AI의 활약은 눈부시다. 그렇다면 정말 ‘AI가 인간의 뇌를 넘어서는 미래’가 올 수도 있을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AI와 뇌의 본질적 차이에 대해 알아보자.
네이버 하정우 퓨처 AI 센터장은 "AI가 인간의 뇌를 넘어선다"는 표현에 대해 “약간의 과장이 섞인 문구"라고 평가한다. 그는 "복잡한 연산에서는 AI가 인간을 압도하지만, 상식, 에너지 효율성 등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뇌가 앞선다"고 강조했다. AI의 강점은 특정 기능에 집중된 반면, 인간의 뇌는 전반적인 융합적 사고에 강점을 지닌다는 것이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역시 AI와 인간의 뇌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논의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뇌와 AI의 작동 방식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상을 이해하지만, 인간의 뇌는 사회적 지능과 연결성을 바탕으로 사고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뇌를 개별적인 지능이 아니라 집단적, 사회적 지능의 총합으로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인간의 뇌와 빠르게 우리 삶에 등장한 AI. 과연 AI가 인간의 뇌를 넘어서는 세상이 올까? 이번 아티클에서는 2024 미래탐험포럼에서 [인공지능은 과연 인간의 뇌를 넘어서게 될까?]를 주제로 세션에 참여하는 하정우 AI센터장과 장동선 박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래탐험공동체(FES)는 삼성, 현대, SK, 네이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에서 “미래를 탐험해 본” 전문가들이 결성한 지식공동체다.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Web3, 뇌공학과 같은 미래 기술을 사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지식 활동을 전개하고 미래를 디자인하는, 의미 있는 일을 도모하고 있다. 오는 11월 29일, FES는 포스텍(POSTECH)과 함께 <미래탐험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FES의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로, 미래를 책임지는 포스텍 대학원생 및 대학생을 향해 가치 있는 아젠다를 던지고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내는 자리로 마련됐다. 앞으로 더 큰 변화를 만들어갈 인재들에게 질문의 씨앗이 싹트기를 바라며 포럼을 기획했다. |
[아티클 한 눈에 보기]
- AI는 도구일 뿐, 인간 뇌의 대체재가 아니다
- AI와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서, AI와 함께 살아갈 준비
하정우 : AI는 도구일 뿐, 인간 뇌의 대체재가 아니다
‘AI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얼마나 모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오늘날 기술 과학 분야의 주요 화두 중 하나다. 특히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과 계산에서는 이미 인간을 능가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AI는 인간의 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네이버 퓨처 AI 센터의 하정우 박사는 단호하면서도 균형 잡힌 관점을 제시한다.
"AI는 계산 능력과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는 인간을 압도합니다. 다만, 여러 가지 복잡한 인과관계와 우선순위가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판단하는 것은 AI가 잘하기 어렵습니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즉 일반화 역량도 아직까진 인간의 뇌가 낫죠. (다양한 양식의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는) 멀티모달 인지 능력도 인간이 낫습니다. (촉각, 미각은 아직 쉽지 않아요) ." - 네이버클라우드 하정우 AI 센터장
하정우 센터장은 『AI전쟁』, 『2025 AI 대전환』의 저자로 현재 네이버클라우드의 AI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글로벌 AI 수출과 생태계 전략을 리딩하고 있는 AI 전문가이다. 또한 네이버의 퓨처 AI 센터장으로 네이버의 미래 AI와 안전성도 책임지고 있다. 정부 및 기업 자문 활동을 통해 공공과 민간 분야의 AI 전략 수립과 실행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하 센터장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은 기능에 따라 인간의 뇌를 앞설 뿐, 완전한 대체하긴 어렵다.
인간의 뇌는 단 몇 와트의 에너지만으로도 복잡한 사고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AI는 엄청난 계산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특히 하정우 센터장은 AI가 특정한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설계된 도구라면, 인간의 뇌는 범용적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바로 이 차이가 AI가 인간의 뇌를 뛰어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AI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AI를 인간의 대체자가 아니라 보조자로 정의하고, 인간의 독창성과 융합적 사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I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드는 도구로 자리 잡아야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넘어서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론자입니다. 저의 인공지능의 목표는 인간의 뇌를 넘어서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이냐입니다. 그건 꼭 인간의 뇌를 넘어서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라서요.” - 네이버클라우드 하정우 AI 센터장
장동선 : AI와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매일 AI와 대화하고 일상적인 도움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감정적인 위로까지도 받게 됐다. 대 AI 시대, 앞으로 인간의 관계 맺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장동선 박사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혼자가 되며, 연결을 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편하고, 어떤 인간도 필요 없이 모든 걸 AI로부터 배우고 AI와 친구를 하거나 연애까지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한 세상에서는 ‘사회성’과 ‘협업’ 능력이 오히려 희소가치가 되고, 그렇기에 더 큰 가치를 지닐 겁니다.” -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장동선 박사는 독일 막스 플랑크 바이오싸이버네틱스 연구소에서 뇌과학 석사와 박사를 마친 뇌과학 전문가이다. 뇌과학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TV 프로그램 <알쓸신잡2>, 유튜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뇌>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우리 뇌에 대한 지식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AI가 대신하기 어려웠던, 인간의 ‘사회적 지능’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다.
AI는 인간의 뇌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인간으로 접근하는지, 인류로 접근하는지에 달라진다는 게 장 박사의 시각이다.
‘개체 대 개체’로 접근한다면 모든 영역에서 AI가 인간을 넘어서겠지만, 우리는 개개인의 인간이 아닌 인류로서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뇌와 AI를 비교할 때 이러한 집합성을 고려해야 한다. 인간의 능력은 개체로써가 아니라 사회로서 가장 크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그리고 기존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와 새로운 길을 찾는 능력은 대부분 ‘집단’으로서 발휘됩니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능력이 공감 능력이고, 사회적 학습 능력입니다. 우리는 반나절만 누군가의 어깨 너머로 본 것 가지고도 그걸 흉내 낼 수 있지만, 같은 수준으로 배우기 위해서 AI 는 훨씬 많은 데이터의 양과, 전기, 자원이 필요합니다.” -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하지만 동시에 장동선 박사는 AI가 점차 알고리즘 간 협업을 통해 사회적 지능을 모방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경고했다. (인간의 연결을 끊어지는 반면) AI가 인간의 마음을 읽고 화면 속 세상에서 사회적인 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성공하면, 인간의 영역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것이 현재로서 인간 사회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AI 시대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할까? 장동선 박사는 이렇게 답했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배웁니다. 데이터는 전체 세상이 아니라 측정된, 숫자화된 세상이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다양성을 지닌 집단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AI가 학습할 수 없었던 무언가를 시도해야 합니다. (...) 앞으로 인간은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한 첫 도전을 더 많이 해야만 할 것입니다. AI는 그 도전과 질문이 세상에 나온 후, 우리가 더 빠르게, 심화 버전으로 그 도전과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요.” -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서, AI와 함께 살아갈 준비
하정우 센터장과 장동선 박사 모두, AI와 인간의 뇌의 관계에 대해 각각 다른 관점을 제시하면서도, 근본적인 결론은 같았다.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세상은 끝났고,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이다.
장동선 박사는 "이제는 답이 없는 문제를 찾아내서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도전자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 오던 사회 시스템을 다 바꿔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마인드셋을 가져야 합니다. 초중고를 나오고, 직장을 찾고 돈을 벌다가 60세쯤에 연금을 받고 퇴임을 하는 세상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겁니다. 새로운 ‘디지털 서부 개척 시대’ 같은 세상을 우리가 처음 가는 겁니다. 어떤 새로운 세상이 올 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죠. 그걸 우리가 직접 만든다는 개척자의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하정우 센터장도 "AI를 잘 활용하려면, 인간 스스로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인공지능과 적절히 동반자로서 살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능력과 한계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활용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써야 합니다. AI를 잘 부리려면 본인이 해당 분야에서 AI보다 더 뛰어난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제대로 일을 시키고 검증하기 위해서 필수적이지요. 이건 최근 Nature Human Behavior 발표된 논문에서 검증된 내용입니다.” - 네이버클라우드 하정우 AI 센터장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모방하거나 넘어서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삶에 가치를 더하는 동반자로 자리 잡아야 한다. AI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끊임없이 배우고, 질문하고, 협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것이다. AI는 지금도 더 많은 데이터, 기계, 인간과 연결되고 있다. 이제는 인간의 사회성과 다양성을 되돌아볼 때다.
이번 2024 미래탐험포럼은 AI와 인간의 뇌를 다각도로 탐구하는 중요한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인공지능 기술과 매체의 발전을 누구보다 앞단에서 연구하는 이들의 인사이트가 향후 삶의 지혜로까지 확장될지 주목해 봄 직하다. 보다 자세한 안내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글 : 신정현 에디터
편집 : 김지윤 에디터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