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EO · 에디터
크리에이터 아티클
#고객 확보 #마인드셋 #아이템 선정
오바마 캠프 참모였던 그가 사업을 50배 성장시킨 비결
오바마 캠프 참모였던 그가 사업을 50배 성장시킨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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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꿈을 내려놓은 날’

눈이 펑펑 내리던 12월의 겨울,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위해 미국 시민권 서약을 하던 그날을 회상하며 김씨마켓 라이언킴 CEO은 이렇게 말했어요. 

“한국에서 정치의 꿈을 펼치리라는 결심을 간직해왔지만, 이제는 그 꿈을 놓아줄 때가 됐다.”

한국에 돌아가 세계 무대에서 호령하는 국가로 나아가는데 이바지하겠다던 그 꿈을 사랑과 바꾸던 그 순간이 유독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대신에 그는 미국 뉴욕에서 한국 식료품을 팔기 시작했어요. 한국 전통 고추장, 된장, 간장, 참기름, 들기름을 온라인으로 판매했죠. 사람들은 열광했어요. 한인들의 수요를 예측하고 시작했던 사업이 훨씬 더 다양한 고객을 품기 시작했죠. 어쩌면 김씨마켓이라는 기업을 통해 라이언킴 대표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었던 꿈을 다시 꿀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과 통계학을, 대학원에서는 정치학과 금융을 전공하고, 뉴욕의 은행가를 거쳐 여러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그는 어떻게 온라인 식료품 마켓을 차리게 됐을까요? 김씨마켓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을까요? 라이언킴 CEO를 직접 만나 미국에 이민 갔던 시절부터 창업 도전, 그로스 경험까지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미국으로 간 아이

 

Q.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먼저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미국에서 친환경 고급 아시아 식료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회사 ‘김씨마켓’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당일날 포장해서 다음 날, 혹은 그 다음 날 도착하게끔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식료품 관련 콘텐츠도 많이 제작합니다.

 

Q.김씨마켓은 언제 처음 시작됐나요?

2019년에 서비스를 론칭했어요. 2021년 말 기준으로 매출이 40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현재 한국 식료품에 주로 집중하고 있는데요. 특이하게도 저희 고객 50% 이상이 한인이 아닌 분들입니다. 판매하는 상품군도 처음에는 전통 고추장, 된장, 간장, 참기름, 들기름 등 5개로 시작해서 지금은 370~380가지 됩니다. 영업 없이 B2B 분야 판매도 이뤄지고 있죠. 

 

Q.미국에는 어떤 계기로 오게 되셨나요?

고등학교 졸업 직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캘리포니아로 왔고. 저는 한국에서 계속 있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저희 어머니께서 ‘너희는 더 큰 곳으로 나가서 경험을 해야 된다’, 그러셔서 오게 된 겁니다.

원래 아버지께서 먼저 미국에 오셔서 정착하시고 저희가 오기로 돼 있었어요. 아버지께서는 한국에서는 회사를 다니셨는데, 더 큰 시장에 나가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뉴욕으로 오셨어요. 어느 정도 자본을 모은 다음에 캘리포니아로 가셔서 거기서 사업을 하셨죠. 

저희가 미국에 오기 전에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Q.에고… 막막하셨겠네요.

어머니께서 미국에 처음 오셨을 때 한인 식당에서 일을 하시곤 했어요. 시급이 넉넉한 일은 아니었더라고요. ‘당신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 이런 분위기도 컸지요. 

어머니의 외가는 한국에서 건실한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계셨는데요. 어머니가 한국에서 보유 중이던 재산은 투자 형태로 맡기고 일단 오셨던 건데, 그 회사가 부도가 났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선 40대 중반에 본인이 갖고 계시던 걸 하루아침에 잃으신 거예요. 

어떻게 어린 아이들을 미국 땅에서 키워야 되나, 친척이 많은 것도 아니고, 돈도 없고 영어도 어렵고. 대학에서는 발레를 전공하셨는데 결혼과 동시에 발레를 중단하셨으니 그걸 이어갈 수도 없고. 막막하셨죠. 

그런 막막함이 이제 저희한테도 전달이 되잖아요. ‘나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빨리 적응을 해서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을 가야 되겠다, 좋은 대학을 가면 이런 게 많이 해결이 될 거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찍은 옛날 사진. (제공 : 라이언킴)

 

Q.빨리 적응하시려면 일단 영어가 급선무셨을 것 같아요.

그쵸. 영어를 잘 해야 하니까 한국에 있는 친한 친구들한테도 편지를 영어로 쓰고 일기도 영어로 쓰곤 했습니다. 심지어 선생님한테 일기장을 가져가서 이런 표현이 맞느냐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어머님이 저한테 그러시더라고요. 

“너 영어로 잠꼬대 하더라.”

 

Q.대단하시네요! 압박감을 느끼셨을 수도 있겠어요.

제가 더 열등하다, 못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공부도 엇비슷하게 했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태권도 시범도 하면서 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어요. 연극반에도 들어가서 뮤지컬 공연을 했고요. 

외국에서 오는 학생이 거의 드문 학교이다 보니 한국에서 온 제가 신기했나 봐요. 미국 오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교내신문에 한국 이야기와 미국 와서 느낀 점 등을 써내기도 했지요. 내가 한국에 왔고 그래서 너네랑 다른 것이다, 열등한 건 아니다, 그렇게 봤어요.

‘나는 혜택받은 유학생이다’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해외로 유학 오는 게 이제 막 시작될 무렵이었거든요. 미국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유용한 경험을 많이 쌓은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자,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게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물론 나중에 바닷가 주변에 있는 좋은 집들, 편안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서 나도 미국인으로 태어났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이 곳에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여유가 부러웠습니다.

 

Q.어린 나이에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마음을 갖고 계셨다니 인상 깊네요.

어릴 때부터 정치인이 되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가만히 곱씹어 보면 결국은 나로 인해서 사람들의 삶의 질이 조금 더 나아지게 하는 데에 관심이 많았어요. 조금 더 나아지게 하는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이 정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죠.

 

Q.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대학교에서 통계학, 경제학을 복수 전공을 했어요. 직장을 잘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근데 (정작 대학에 가서는) 학업보다는 다른 일에 신경을 많이 썼죠. 대학원에서는 정치학과 금융을 전공해서 은행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원에 진학을 위해 뉴욕에 왔고요. 

뉴욕은 저한테 심봉사가 눈을 탁 뜨게 된 듯한 경험을 준 곳이에요. 전 세계에서 꿈과 야망을 갖고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인다는 게 이 곳의 매력이잖아요. 제가 많이 도움도 받고, 도움도 주고, 상호작용 하면서 동기 부여가 됐습니다.

 

 

은행에서 일하다가 회사 끝나고 나면 여러 행사를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정치의 꿈을 표출할 기회를 얻게 됐어요. 그래서 작은 시의 시장 선거에서 후보 재무팀에 있으면서 캠프 자금 유치도 돕고, 오바마 캠프에서 일하게 되면서 수백 명 앞에서 대리 토론도 했지요. 뮤직비디오도 기획하고 펀드레이징도 하고, 후보 유세차 운전도 하고.

 

Q.와… 이 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미국에서 직접 선출직에 도전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갖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에 들어갔어요. 정치 관련된 일도 했고요. 그러다가 이후에는 스타트업이나 컨설팅 관련 일도 했습니다. 남들하고는 좀 다른 커리어를 쌓아왔죠.

 


 

건강한 한국 식품, 프리미엄 전략, 온라인 당일 배송까지

 

Q.정치가 아니라 다른 커리어 경험을 하셨던 모양이네요.

일단 정부에서 상무부 소속으로 일을 했어요. 외부에서 다양한 인종의 이민자분들을 만나 정부의 인구조사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금융 업계에 있다가 이제는 정부에 와서 뉴욕과 뉴저지의 여러 지방자치단체들, 다양한 인종 집단, 학교들과 일을 하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 공기관의 일을 경험했고)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걸 발견했어요. ‘내가 시정을 잘 운영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다시 민간 영역으로 가서 조직의 가장 좋은 사례들, 매니지먼트를 체득하고 나서 공직으로 돌아와야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Q.다시 민간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판단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당시 존 코자인이라고 뉴저지 주지사님이 계셨었어요. 골드만삭스 회장을 하셨던 분이었죠. 함께 얘기하다가 ‘제가 선출직을 나서면 어떤 루트로 가야 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어요. 

그랬더니 본인처럼 민간 영역에서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번 후에 공직으로 돌아오는 게 제일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돈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민간 영역에서의 성취와 경험이 유용할 것이라는 취지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컨설팅 회사에서도 일해봤고, 여러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는 프로젝트도 했어요. 스타트업에서 일하거나 스타트업을 돕는 일도 했고요. 그러다가 김씨마켓을 창업하게 된 겁니다.

 

 

Q.김씨마켓을 창업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여러 일을 하던 와중에 저희 가족에 큰 일이 있었어요. 미국에 친족이 그리 많지 않은데, 가까이 살던 처고부모께서 돌아가셨어요. 45살 나이에. 아이 둘이 남겨진 상태였습니다. 그 아이들 보니까 한국말도 못하고 가족이라고 연결될 수 있는 게 딱 저희 밖에 없는 거예요. 

제가 아버지 없이 자라서 그런지 확 각성이 됐어요. 가족이 건강해야 된다는 생각이 컸어요. 이 아이들한테 아버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고요. 그래서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 사는 이민자분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실 거예요. 건강하려면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깨끗하고 건강한 식품을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저 또한 그렇게 느끼고)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비슷한 어려움(pain point)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건강하고 깨끗한 원료로 만든 식품을 가지고 와서 생산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음식을 만들었는지,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우리는 왜 이 식품을 추천하는지 보여주자’, 그렇게 하면 고객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봤어요.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빨리 갖다 주자!’,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Q.미국에서 깨끗하고 건강한 식품을 찾기가 많이 어렵나요?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식품에 들어간 원료 원산지를 밝히게 돼 있잖아요. 미국에서는 꼭 그렇지가 않아요. 고객들이 상품에 대해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한국과 비교하면 식품관련법이 느슨한 편이죠.

(김씨마켓은) 고객들한테 투명하게 공개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누군가 (건강하고 깨끗한) 식품을 가져오고 이건 어떤 왜 좋은지 설명을 잘 해주면 고객들은 구입을 할 것이다, 그런 층이 적지 않다, 식품마다 훨씬 많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고객들한테 설명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철저히 소비자의 니즈 때문에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에 (특히 이 지점에) 민감했습니다. 

 

Q.김씨마켓이 처음에 어떻게 시작됐을지도 궁금합니다.

2019년부터 고추장, 된장, 간장, 참기름, 들기름, 이렇게 고퀄리티의 한국 식품 5가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뉴욕에 있는, 국적이나 인종 상관없이 30~40대 여성분이라면 더 좋은 원료로 만든 이런 제품을 구매하길 원한다는 가설을 세웠죠. 

상품 가짓수가 적다 보니 광고를 집행해서 끌어모아도 CAC(고객획득비용)가 오르는 데에 비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광고 대신에 온라인으로 하우투(how to) 비디오를 만들어서 직접 홍보에 나서는 테스트를 했죠. 위워크 (WeWork)의 다양한 로케이션을 다니며 테이스팅 이벤트도 많이 했고요. 

퀄리티 좋은 상품과 그 스토리를 소개하고, 어떻게 그 식품을 활용할지 알려주는 동영상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Q.테스트 결과는 어땠나요?

처음 시작하고 나서 9개월간 매출의 80%는 한인이 아닌 고객으로부터 나왔어요. 그러다가 2020년에 코비드(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상황이 역전됐어요. 한인이 80%, 한인이 아닌 고객이 20%로 이뤄지는 구조가 됐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고객이 멕시코 사람이든 유럽 사람이든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든지 저마다 본인이 적용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는 점이에요. 남미쪽 고객은 ‘이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해 먹는 것이랑 비슷하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양고기에 된장을 발라서 드시는 분이 계실 정도로 각양각색이죠.

식품에 대해 설명할 때도 서로 다른 ‘인식’에 집중했어요. 참기름에 대해 설명할 때 올리브오일을 예로 들면 이해가 빨라져요. 레시피 카드든 요리 영상이든 상품 페이지든 블로그든 김씨마켓에서 파는 식료품이 평소에 고객이 쓰는 식료품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어떻게 활용해볼 수 있는지 알려드리려 합니다. 고객들이 그걸 많이 원하셨던 것 같아요.

 

 

Q.배송에도 특히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들었는데, 그 이야기도 좀 더 부탁드립니다.

2020년 당시 뉴욕은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왔다갔다 하는 시기였어요. (모든 게 멈추니) 아마존 배송도 4주 가까이 걸리던 시점이었어요. 그나마 뉴욕 맨하탄이나 일부 뉴저지 지역에서는 일부 한인 마켓이 배송 서비스를 해주셨지만 그마저도 5주씩 걸리곤 했어요. 마켓을 직접 가긴 무서운데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문제였죠.

당시 김씨마켓은 뉴욕시에서 당일배송 내지는 다음 날 새벽에 도착하게끔 딜리버리 서비스를 했어요. 뉴욕 커뮤니티 내에서 메신저를 통해서 ‘온라인으로 주문이 가능한 곳 리스트’가 돌기 시작하면서 그 안에서도 김씨마켓은 배송 빠른 TOP5, 온라인이어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TOP3에 꼭 거론됐어요. 그러면서 한인 고객이 많이 유입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Q.그 시기에 직접 새벽 배송까지 해보기로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소비자가 원하니까요. 그들이 받고픈 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 결국 상품 설명 잘 돼 있고 요리 방법도 나와 있고 주문하기 쉬운데 주문한 상품이 빨리 도착하는 게 좋은 소비자경험이이잖아요. 

대부분 이커머스 회사들은 가격을 중시하게 되지만, 김씨마켓을 창업했을 때부터 ‘고객한테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경험, 내가 갖고픈 경험을 주는 회사가 되자’, 그게 중요했어요.

 


 

경쟁사와의 격차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들


 

Q.소비자경험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해요. 새벽배송이 한국에서는 보편화했는데, 미국에선 어떤가요?

‘고객이 반드시 새벽배송을 원한다’고 결론이 나진 않았어요. 테스트를 거쳤죠. 일부러 밤까지 기다렸다가 배송해보고, 아침 7시까지 배송해드리기도 하면서 고객 피드백을 받았어요. 미국 주거 환경상 새벽 배송이 쉽지 않고 고객들이 딱 원하는 형태는 아니라서 (직접 새벽 배송을 하기보다는) 제3자 택배 물류를 통해 배송하는 방식이 정착됐습니다.

 

Q.어떤 점에서 새벽배송이 딱 맞는 형태가 아니었을까요?

일단 다른 집에 배송돼 있는 택배를 집어가는 경우가 분명 존재해요. 또한 도어맨(경비원)이 없는 고층 아파트가 많았어요. 밤 11시에 고객에게 전화해서 픽업을 요청하긴 아무래도 어렵죠. 한국과는 주거 환경이 너무 달랐어요.

 

초창기 직접 배달을 하던 시절. (제공 : 김씨마켓)

 

Q.그럼에도 새벽 배송을 시도해 보시니 어땠나요?

(새벽 배송을 해보기로 결정한 이유는) 지금 남들과 다른 걸 주지 않으면 우리는 그냥 ‘그들 중 하나’(one of them)이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새벽 배송 물류 시스템이 없음에도) 직접 발로 뛰어봤던 겁니다.

심지어 당시에는 코비드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다른 팀원은 재택근무를 시작했어요. 인하우스로 물류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못 나오는 상황이 된 거예요. 때마침 주문은 갑자기 늘기 시작하는 타이밍이었고요. 그래서 팀원들은 고객 대응 파트를 맡고, 당시 저는 회사에서 주문 오는 대로 포장하고 택배 보내고 밤 8~9시에는 직접 배송을 다녔습니다.

밤 9~10시쯤 차를 몰고 배송을 다니면 차가 한 대도 없었어요. 평소라면 1시간 걸릴 거리를 30분 안에 갈 수 있었어요. 최대한 빨리 갖다 드리고 정성을 다했어요. 그러면서 주변에서 (김씨마켓을) 알아봐 주셨던 것 같습니다.

 

Q.’one of them’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와닿네요. 

언박싱 경험에 관해서도 좀 더 좋은 경험을 드리고 싶었어요. ‘언제 배송된다’ 외에도 배송에 관한 소비자경험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양하다고 봤습니다. 상자를 딱 열었을 때 친환경 박스에 담겨오면 고객들이 먼저 나서서 언박싱 콘텐츠를 인터넷에 올려 홍보를 해주셨어요.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인이 아닌 분들을 위한 콘텐츠도 중요했어요. 비(非)한인분들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서 ‘저런 걸 나도 집에서 경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원료를 어디서 사는지’ 모를 수 있어요. 레시피도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고 동영상도 많이 있는데 이걸 막상 구하려면 물리적으로 마켓을 가야 되잖아요. 

그게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인데, 저희한테서 해답을 찾으시는 경우가 많아서 저희도 그 쪽으로 더 신경을 쓰려 해요. 블로그가 많은 김씨마켓 웹사이트에서는 그런 이 분들이 원하는 그런 정보도 있고 레시피도 있고 또 레시피를 보면서 바로 구입도 하실 수 있고. 이 분들이 집에서 사용하실 수 있는 레시피 카드도 제작을 해서 넣어드렸어요. 

 

 

해외에 있는 분들이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나 가족들에게 선물을 할 수 있는 상품도 있어요. 예를 들어 조지아에 사시는 분께서 한국 부산에 계신 어머니한테 설날 선물로 뭔가를 보내고 싶다거나. 싱가포르에 사시는 분도 전화를 주셔서 한국에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한테 프리미엄 설성목장 한우선물을 보내고 싶다고 문의한다거나. 이런 주문 처리도 가능합니다.

 

Q.프리미엄 상품뿐 아니라 이걸 설명하는 콘텐츠에도 진심이신 것 같아요.

이런 콘텐츠가 어딘가에 올려지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보고, 그 분들이 원하는 그런 상품이 설사 이 나라에 없다 할지라도 다른 상품이 판매되거나 한국 식품에 대해서도 설명 드릴 수 있는 채널들이 생기는 거죠. 이런 고객 서비스나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원래 B2C에 집중해왔는데,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보니 미 전역에 있는 식료품점이나 레스토랑에서 인바운드 연락이 많이 와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B2B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특히 쌀이 주목받았어요. 김씨마켓에서는 좋은 한국 쌀을 현미 상태로 수입해서 고객이 원하실 때 그 분들이 원하는 분도수에 따라서 신선하게 정미해서 보내드립니다. 여러 고객들이 김씨마켓을 계속 찾게 되는 스티키한(자꾸 찾게 되는) 아이템인데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같은 기업 고객도 저희처럼 정미를 따로 해서 주는 쌀은 없으니까 (콘텐츠로 시작해서) 김씨마켓을 찾게 되는 드라이브가 됐습니다. 

 

김씨마켓에서 판매하는 한국 쌀. (출처 : 김씨마켓)

 

Q.현지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미국 쌀도 있을 텐데, 이 또한 차별점이 있나 보네요.

거의 대부분의 미국 쌀은 캘리포니아 샤스타라는 지역에서 옵니다. 캘리포니아산 쌀이 보통 한 10~20kg 단위로 판매가 되는데요. 맛있기가 힘들어요. 또 건강에 좋다고 하기도 힘들고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인데요. 이 쌀이 수확된 후부터 유통되는 과정을 보면 됩니다. 쌀을 수확해서 겉에 있는 껍질을 벗겨내면 현미에요. 현미를 또 벗겨내면 백미가 나오고요. 이렇게 정미까지 하고 나면 쌀의 산패 현상이라는 게 시작돼서 쌀 맛도 떨어지고 향미도 떨어져요.

미국에서는 쌀이 몇 년도에 생산했는지, 언제 이걸 도정했고 정미했는지 법으로 표시하도록 요구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캘리포니아에서 몇 년도에 생산했는지도 모르는 쌀을 여기저기에 있는 비슷한 다른 쌀과 다 묶어서 혼합해서 팔아요. 그냥 한꺼번에 정미를 많이 해서 전역으로 뿌리는 겁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쌀은 하나하나 독특한 향과 맛이 있기 때문에 섞이면 맛이 있을 수가 없어요. 심지어 여기저기에서 온 각각 다른 쌀을 섞고 무게만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혼합미를 먹게 되면 맛이 있을 수가 없지요. 신선도는 당연히 떨어지고요.

 

 

Q.언제 생산됐는지 모르는 혼합미를 먹는다, 그럼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번째 이유는, 미국에 있는 쌀의 비소 함유량이 좀 높습니다. 과거에 목화 재배를 하면서 농약을 많이 뿌렸을 경우 땅이 오염되는 거예요. 비소가 제초제 같은 데에 많이 쓰이는 맹독성 원료죠.

캘리포니아에서 나오는 쌀들이 비소 함유량이 허용치를 넘지 않는 것들로 유통되겠지만, 대체로 한국에서 드시는 쌀의 비소 함유량보다 평균 2~3배쯤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김씨마켓에서는 한국에 있는 골든퀸, 삼호, 삼광, 참드림 같은 쌀을 농장에서 직접 구매해서 고객이 원할 때 현미에서 백미 사이에서 원하는 형태로 정미해서 드려요. (그러니 한국 쌀을 미국에서 직접 정미하면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런 쌀의 스토리텔링이 이제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좀 알려지면서 구매가 일어났는데요. 파인다이닝 같이 식재료를 굉장히 중시하는 그런 레스토랑들에서 많이 소비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김씨마켓 쌀이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 가까이 차지합니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가치를 만들면 생기는 변화


 

Q.김씨마켓을 창업하셨을 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반대도 많고 걱정도 많았죠. 이렇게 비싸서 사겠냐, 온라인으로 식품을 누가 사냐 다, 마켓 가면 여러 개 살 수 있는데 니네는 물건도 별로 없잖아, 이런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어요. 처음에 김씨마켓을 한다고 했을 때도 서부에 사시는 어머니께서 전화하셔서 한숨을 푹 쉬셨어요. 

“너 대학원까지 나와서 고추장 팔고 있니” 

 

Q.라이언 님 본인은 창업해보시니 어떠세요?

재밌어요. 매우매우. 기쁘고 자부심도 느껴요. 단점이 있다면… 식품 고를 때 눈이 너무 높아졌다?ㅎㅎ

어쨌든 김씨마켓이 프리미엄 식품을 제공해드리고 생산자의 스토리를 전달하면서 고객이 더 애정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주문하셨던 분들이 계속 주문하시고 선물도 하시고. 그게 저희 팀으로 하여금 해야겠다, 해야 되겠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합니다.

 

 

Q.한국인으로 미국에서 사업하시기 힘드시진 않았나요?

미국에 예전에 오셨던 분들보다는 훨씬 사업하는 게 쉬워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어요. 저희 윗세대와 비교해봤을 때 이민자 기업인으로서의 삶이 조금 더 수월해졌습니다.

다름은 열등한 게 아니잖아요. (소위 미국에서 ‘다르다’고 여겨지는) 우리는 그 사람들이 모르는 걸 알고 있는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무기 하나 더 들고 있는 것이라고 봐요. 

그리고 이민자 기업가는 마인드셋부터 달라요.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레거시를 내가 만드는 거잖아요. 정든 익숙한 땅을 떠나 새로운 땅에 와서 여러 도전들을 넘어서게 돼요. 어떻게 보면 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미 출발할 때부터 혹은 도착했을 때의 마음가짐, 각오가 다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도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Q.기업가로서의 동력이 무엇인가요?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 그리고 할 수 있다. 두 가지가 저를 계속 이끌어 왔어요. 전혀 모르는 식품업계에 들어와서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지금 보면 그때 당시에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제가 하게 된 결과에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서 걱정하고 안 될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 상관없이 그냥 실행해서 행복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자기가 원하는 게 있다면 도전하는 사람,. 늘상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고 전력 질주를 했던 사람, 본인이 선택한 도전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마지막으로, 김씨마켓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미국 전체 식료품 시장 규모가 한화로 1500조원이 넘을 거예요. 그 중에서 아시아 식품 시장이 약 10분의 1쯤 됩니다. 

근데 미국 전체 식료품 시장에서 약 10%가 온라인으로 이뤄져요. (그 안에서 열심히 성장했음에도) 아시아 식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1.2%밖에 되지 않고요. 이제 시작이죠. 프리미엄 내지는 내추럴 상품을 다루는 아시안 마켓의 규모는 상당히 클 수 있음에도 공급자도 별로 없어요.

이래저래 안 된다는 이유들이 많이 있지만 김씨마켓은 그걸 깨고 미국 내에서 아시아  친환경 식품을 온라인으로 쉽게 주문하고 쉽게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해가고 싶습니다.

프리미엄 친환경 아시아 식품을 집집마다 미국 전역에 보내줄 수 있는 회사,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 회사, 고객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회사, 그렇게 해서 장기간 지속 가능한 그런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고객과의 유대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신뢰’죠. 고객 입장에서는 각 식품마다 다른 상품과 비교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는 모든 파트를 판매자인 김씨마켓에 아웃소싱, 위탁한 것과 같아요. 그 대신에 저희가 위탁받은 내용을 서비스로서 제대로 전달하면 그 분들 또한 계속 김씨마켓만 계속 사용하시겠죠.

 


*본 아티클은 2022년 6월 공개된 <한국 쌀이 뉴욕에서 더 잘 팔리는 이유>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온라인으로 아시안 신석식품을 파는 스타트업 ‘김씨마켓’의 창업자 라이언킴 대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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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2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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