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운영
매출이 20% 올랐다? 한 스타트업의 HR 실험

“대표님,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저한테 주세요.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최근 스타트업 대표 A씨에게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10명 이상으로 팀이 커지는 지금, 팀원들과 싱크를 맞추려 할수록 도리어 소통이 안 된다는 걸 체감한 탓이다. 대표 본인이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막막해서, 팀원들이 ‘대표의 말’을 부담스럽게 여겨서, 혹은 섬세하게 소통할 여력이 나지 않아서 회사와 각 팀원 사이의 갭(괴리)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결국 각 팀의 리더들이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회사의 방향성이나 일 문화를 온전히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빨간 사과”라고 전달한 내용이 (나중에 알고 보니) “파란 사과” 혹은 “빨간 딸기”로 전달되는 경우가 적잖았다. A 대표는 사업과 조직이 더 커지기 전에 조직 커뮤니케이션, 사내 문화를 잘 자리잡아야 한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그는 ‘경영편지’에 관해 처음 접했다. 우연히 100편 넘게 경영 편지를 쓴 선배 창업가 B를 만나면서다. 수년 간 조직원에게 ‘편지’의 형태로 회사 소식이나 방향성, 메시지를 전했던 선배 B는 실제로 경영 편지가 전국에 흩어져 일하는 팀원들과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알려줬다. 

(참고 : 연매출 200억 여성 대표가 148편의 경영편지를 쓰면서 생긴 변화

 

출처 : 크린텍

 

A 대표 입장에서는 일단 경영 편지부터 바로 실행에 옮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라는 형태가 받는 입장에서 부담이 덜할 수 있고, 쓰는 입장에서도 바로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경영편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HR 방안에 대해 추가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었다.

경영편지는 실제로 어떻게 도입됐을까? 선배 창업가의 자문을 받아 A씨는 2달간 회사에 경영편지를 준비하고 실제로 경영편지를 작성해 사내에 공유했다. 이번 글에선 조직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하던 A 대표가 실제로 B 대표를 만나 나눴던 대화와 이후 액션을 바탕으로 (1) 경영편지를 도입하는 과정과 (2) 어떻게 HR 구조를 만드는지에 관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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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편지 도입하기 전, 이렇게 준비해 보면 어떨까?

 

Q. 경영편지란 무엇인가요?

(선배 창업가) B 대표 : 경영편지는 대표가 조직의 방향성과 주요 의사결정을 체계적으로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는 글입니다. 단순한 공지와는 달리 조직 문화, 업무 방식, 시장 변화 등에 대해 재치 있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대표와 팀원 간의 정기적인 싱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영편지는 이를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Q. 경영편지를 도입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선배 창업가) B 대표 : 경영편지는 단순한 공지가 아니라, 대표의 생각을 조직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구성원들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업무 방식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대표의 스타트업이 중시하는) 일 문화 중 하나인 ‘BD’(Break Down) 방식을 조직에 적용할 때 팀원들의 이해도가 다를 수 있는데, 경영편지를 통해 이를 설명하고 실무 사례를 공유하면 더 효과적으로 정착될 수 있습니다.

 

Q. 경영편지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요?

A 대표 : 현재 계획으로는 경영편지를 문서화하여 양식화하고, 슬랙을 통해 공지하며 Q&A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선배 창업가) B 대표 :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일이 늘어난다’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따라서 가볍게 소식지를 받아보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팀원들이 경영편지를 다 보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인내심도 필요합니다ㅎㅎ)

 

출처 : Unsplash

 

Q. 구성원들은 경영편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A 대표 : 미리 진행했던 일대일 미팅을 통해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받은 결과, 긍정적인 반응으로는 회사와의 싱크가 더 잘 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니어 구성원들은 혹시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선배 창업가) B 대표: 따라서 경영편지가 성과 평가의 기준이 아니라, 업무 방향성을 맞추는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Q. 대표로서 바뀌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선배 창업가) B 대표 : 대표가 조직 내 소통 방식에서 변화를 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대표 : 현재 전화 중심의 소통에서 벗어나, 대면 미팅과 화이트보드를 활용한 시각화 소통을 더 늘려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논의 내용을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Q. 경영편지가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배 창업가) B 대표 : 경영편지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성원들이 경영편지를 가볍게 받아들이면서도,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 대표의 열정을 구성원에게 강요하지 않기
  • 목적지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세분화하여 제시하기
    • (최종 목적지는 글로벌 시장이지만) “일단 서울까지 함께 가보자”와 같은 방식으로 목표를 나눠서 제시하기 
  •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포인트를 반영하기
    • 실질적으로 업무 성과를 높이는 내용 포함하기
    •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팁 제공하기

 

(참고 : 연매출 200억 여성 대표가 148편의 경영편지를 쓰면서 생긴 변화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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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편지, 실제로 도입해보니 이런 변화가 생겼다

 

Q. 실제로 경영편지를 작성해서 사내에 공유했습니다. 어떻게 하셨나요?

A 대표 : (앞서 경영편지에 관해 개별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고) 시작 전에 전체 공지로 경영편지의 목적을 따로 공유했습니다. 간혹 팀원들로부터 “그건 저번에 했던 이야기 아닌가요?”라는 반응을 듣는데, 경영편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실제 업무에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체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을 강조했죠. “오버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또한 너무 업무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개인적인 경험담과 함께 경영편지의 취지를 전하려 했습니다. 저 또한 직장인일 때 리더나 대표의 관점을 궁금해하고, 이를 이해하면서 실무를 볼 때 업무 퍼포먼스가 늘어났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성과를 인정받았던 그 경험을 떠올리면서 경영편지라는 새로운 도구를 시도해본다는 점을 적었습니다. 

기존에 진행하면 전사 회의 때도 경영편지에 나온 내용을 잘 활용해보겠다고 공지했습니다. 그 전까지 전사 회의에서는 ‘성과 공유 및 설명’을 위주로, 다소 일방향적으로 논의가 진행됐는데요. 경영편지를 도입하는 김에 전사 회의에서도 경영편지에서 궁금했던 점, 관련 피드백 등을 받으며 저도 배우고 싶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Q. 1:1 미팅부터 사전 공지까지. 경영편지에 대해 충분히 맥락을 설명해주셨네요. 이후 어떻게 편지를 쓰셨나요?

A 대표 : 첫 경영편지에서는 일단 (1) 회사 내 역할 변화에 대해 전하면서 그 맥락을 설명했습니다. 원래 매니지먼트를 맡던 리더가 좀 더 실무에 집중하기로 하고, 제가 전체 매니지먼트를 맡는 방향으로 롤을 바꾸기로 했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전사 1:1 미팅을 매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따로 설명하는 일환으로 경영편지를 활용한 셈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 회사와 서비스가 주로 활약하는 시장 트렌드에 대한 기사를 공유하면서 “여기서 우리가 ㅇㅇ한 변화를 만들고 있다1”는 점을 설명했고요.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인사이트를 얻었던 내용이나 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식으로 첫 편지를 작성했습니다. 

2번째 편지에서는 구성을 좀 더 단순하게 잡기 위해 (1) 회사 내부 소식 (2) 회사 바깥 소식 (3) 인사이트 위주로 파트를 나눠서 경영편지를 작성해 채널에 공유했습니다. 주간 회의 때 관련 내용을 한 번 더 말로 설명하면서 마저 이야기를 나눴고요. 

(선배 창업가) B 대표 : 좋습니다. 내용은 좀 더 간결하게, 혹은 분량을 덜어내는 방향을 고민해봐도 괜찮을 듯합니다. 

구성 중에서 내부 이야기의 경우, 팀원에 따라 다소 막연하다고 느낄 수도 있답니다. 그러니 회사와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면서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회사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떠올릴 수 있도록 하나씩 짚어주면 어떨가 합니다. “이번 주에는 이렇게 일해보면 어떨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형태일 수도 있겠습니다. 

 

출처 : Unsplash

 

Q 경영편지를 작성하면서 조직 내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A 대표 : (경영편지에 썼듯이) 팀 리더를 통해 소통하려던 원래 구조를 개편하고, 제가 직접 소통하기로 했습니다. 소통도 빠르고 정확해졌고, 무엇보다 매출이 20%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팀 리더도 물론 사람 관리를 할 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마케팅에 더 강점이 있다는 발견했죠. 그걸 지금이라도 파악해서 (모두를 위해) 참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Q. 원래 팀 리더가 소통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고 들었는데, 롤이 바뀌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대표 : 아직은 경영편지를 구상하고 작성하려면 1시간 넘게 리소스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 대비 성과(ROI)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는 계기를 얻었습니다. 결국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에서 막히는 구간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봅니다. “빨간 사과”가 “빨간 사과”로 전달되도록 말이죠. 

헌데 제가 직접 소통하는 창구를 거의 없애고서 리더들을 통해서만 소통한다면 분명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대로 메시지나 내용이 전달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유야무야 상황을 놓치게 됐고요. 

그러니 CEO인 제가 직접 소통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을 돌이키게 됐어요. 물론 팀원들이 저와 직접 소통하는 데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낀다는 피드백이 있다는 걸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걸 [해결해야 할 문제]로서 우선순위를 놓이는 게 맞다고 생각을 바꿨어요.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직접 바뀌는 게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는 게 보였습니다. 

결국 경영편지를 쓰고 도입하는 과정에서 조직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더 숙고하게 됐고, 제가 취하려 했던 소통 방식이 오히려 [소통의 유통 과정이 길어지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 본질적인 문제라는 걸 직시했습니다. 

 

Q. 그 일환으로 매일 1:1 미팅도 도맡게 됐어요. 실제로 대표님이나 팀에 변화가 생겼나요?

A 대표 : 매일 한 사람씩 1시간 내외로 1:1 미팅을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게 빡쎄긴 하더라고요ㅎㅎ 그래도 이걸 전담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일단 가장 크게 배운 점은 ‘팀원의 강점을 파악해야 한다’는 겁니다. 개인의 약점은 팀이 보완해주면 되니까요. 혼자 모든 걸 다 도맡도록 냅두지 않아야 했는데 제가 한동안 그걸 놓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책임감을 방치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적절하게 롤을 조정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게 제 역할이라는 점을 되새겼습니다. 

일 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데도 1:1 미팅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말이나 서면으로만 전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마주보면서 업무 생산성에 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직접 본인 업무를 쪼개본 후에 저와 함께 ‘어떻게 함께 더 잘 일할 수 있을까?’ 코칭 아닌 코칭(?)이 이뤄지는 점이 긍정적이었습니다. 

 

Q. 경영편지와 전사 회의를 연계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실제로 효과적이었나요?

A 대표 : 경영편지를 도입하면서 전사 회의에서 각자 업무에서 막히는 지점이 없는지 구두로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니 마케터가 수동으로 하나하나 작업하던 걸 개발자가 먼저 나서서 손쉽게 자동화해주는 등 의외의 시너지가 생겼어요. 그러면서 각자 어떤 업무를 어떤 맥락에서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고, 팀워크가 좀 더 단단해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선배 창업가) B 대표 : 잘 하고 있습니다. (1) 경영편지 (2) 전사 회의 (3) 1:1 미팅이 하나의 세트가 돼 조직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해주고 있는 듯한데요. 앞으로 꾸준히 여기에 신경쓰면서 계속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A 대표만의 노하우가 쌓이리라 기대가 됩니다.

 

출처 : Unsplash

 

‘대표 님이 팀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보여서 좋았습니다.’

‘경영편지를 통해 회사 외부나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접해서 좋았습니다. 확실히 시야가 넓어지고, 우리가 무슨 일을 왜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실제로 경영편지를 도입하면서 전반적인 소통 구조를 개선하자 A 대표도, 팀 동료들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는 경험을 했다. 비록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시점이지만, 함께 일하는 문화,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하면서 실제로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 자체가 리더와 조직 모두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확실히 경영편지는 단순한 공지 수단이 아니라, 대표의 생각과 회사의 방향성을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조직 내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도구였다. 이를 실제로 도입하면서 A 대표 또한 대표로서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체감했다. 사업과 조직이 커지는 만큼 리더십도, 소통 구조도 변할 수밖에 없는 법. 경영편지는 그 신호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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