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한 눈에 보기]
1.트위치는 어떻게 제작사에서 플랫폼이 됐나
2.트위치의 유료화, 그리고 아마존에 인수되기까지
3.YC 파트너가 되며 깨달은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
4.스타트업 창업가가 저지르는 대표적인 실수들
5.창업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 만들기
※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질문 및 답변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트위치는 어떻게 제작사에서 플랫폼이 됐나
Q.안녕하세요. 먼저 독자들깨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이클 세이벨(Michael Seibel)입니다. 트위치와 소셜캠의 공동창업자입니다.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YC)에서 일하면서 창업가들이 회사를 운영하는 걸 돕고 있습니다.
Q.처음부터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이 많으셨던 걸까요?
원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예일대에 진학했습니다. 불행히도(?) 학교에 다니면서 변호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공동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대학 때 가장 친했던 저스틴 칸이 2005년에 YC 첫번째 배치 프로그램 에 참가했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1년 후 스타트업을 차렸죠. 나중에 트위치라고 불리는 전신, ‘저스틴tv’(Justin.tv)였습니다. 그가 저를 이 회사에 영입했던 겁니다.
Q.창업에 뜻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했던 이유가 궁금하네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지는 몰랐지만 이렇게 생각했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같이 회사를 차리자고 할 날이 또 언제 올까?’ 인생에 단 한 번 뿐인 일일 것 같아서 그냥 저질렀죠.
우리 스타트업의 첫 버전은 리얼리티 쇼에 가까웠어요. 저스틴이 머리에 카메라를 쓰고 24시간 내내 본인 삶을 방송했어요. 저는 그 쇼의 프로듀서였습니다.
헌데 투자를 유치하려니 저스틴이 그 미팅에 참석할 수 없었어요. 모든 걸 중계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회의에 참석해야 했는데요. 투자자들이 자꾸 물어봤어요.
‘우리가 왜 당신과 얘기해야 하는가, 당신이 CEO가 아니지 않나’
그들은 몰랐겠지만… 사실 당시 우리 회사에는 CEO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최고 경영자가 돼 투자자들을 만나 자금을 모으는 게 제가 하는 일이 됐습니다.
Q.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네요ㅎㅎ
별의 별 일이 다 있었습니다. 일단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디오 스트리밍이 상당히 어려웠어요. 비디오 스트리밍을 위한 맞춤형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했어요.
시청자들이 저희에게 장난치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했어요. 우리 건물에 불이 났다고 소방서에 장난 전화를 하거나 아파트에 왕창 피자를 주문하는 장난도 쳤어요. 심지어 집에 경찰을 부르기도 했죠. 황당한 사건들이었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겪는 좌충우돌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Q.콘텐츠 제작자에서 플랫폼으로 피봇팅을 했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쇼에서 플랫폼이 되기로 결정한 건 아주 큰 변화였어요. 이유는 간단했죠. 우리가 쇼를 만드는 데 소질이 없다는 걸 깨달았는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는 아주 뛰어났거든요. 직접 방송을 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이 본인 삶이나 원하는 바를 인터넷에서 방송할 수 있게 해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리얼리티 시리즈를 시작한지 3개월 만에 플랫폼화에 착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07년 봄에 쇼가 출시됐고 그해 가을쯤에 누구나 라이브 비디오 방송을 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같은 해에 YC 배치 프로그램에도 참가했습니다.
YC로부터 받은 조언 덕분에 비디오 시스템을 만들게 됐다고 볼 수 있어요. 파트너 중 한 명이자 지메일의 창시자인 폴 부케이트(Paul Buchheit)가 영감을 줬습니다. 저스틴tv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술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고의 조언을 해줬습니다.
Q.어떤 조언이었나요?
당시 공동창업자인 카일 보그트(Kyle Vogt)가 직접 비디오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어요. 카일이 폴에게 이렇게 조언을 구했다고 해요.
‘기존 소프트웨어를 사서 쓰는 게 좋을까, 아니면 직접 비디오 시스템을 이렇게 구축해야 할까?’
폴은 비디오 서버를 직접 만드는 게 이리저리 조립하는 것과 같다는 식으로 조언해줬어요. 그 말을 듣고 카일은 ‘폴이 비디오 서버 구축이 쉽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걸 해냈고요. 경쟁사보다 10배쯤 저렴하게 비디오 스트리밍을 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저스틴tv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Q.이후에는 어떻게 저스틴tv가 플랫폼으로 확장해나갔나요?
당시 저스틴tv의 콘텐츠 대부분은 스트리머 본인에게 저작권이 없는 콘텐츠거나 그다지 재밌지 않은 콘텐츠였어요. 다만 그 안에서도 어떤 생방송이 인기 있는지 관찰하면서 성장의 주요 분기점을 만들 수 있었어요. 공동창업자인 에밋 쉬어(Emmett Shear)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유저 콘텐츠의 20%가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이고, 시청자들이 이런 라이브 방송을 좋아하는 것 같아. 그렇다면 다른 요소를 무시하고 게임 스트리머에만 집중해보면 어떨까?’
이 방향으로 달리자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 분명 큰 결정이었지만, 완전히 바뀐다기보다는 하나에 집중하자는 결정이었습니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도 같고 웹사이트도 같았으니까요. ‘저스틴tv 게이밍’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웹사이트를 복붙해서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에만 올인하다가 트위치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트위치의 유료화, 그리고 아마존에 인수되기까지
Q.트위치를 성장시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파산을 두 달 앞둔 시점이었을 겁니다. 2018년 8월쯤이었는데요. 매달 3천 만 명이 웹사이트를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매달 75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했죠.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한 달에 100만 달러쯤 썼고, 두 달도 안 돼 돈이 바닥날 예정이었습니다.
모두 불러다가 모아놓고 얘기했어요. 회사를 갈아엎어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회사 문을 닫는다고. 결국 회사 수익을 높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배너 광고를 추가하거나 돈을 내고 쓰는 프로 계정을 고안해냈죠. (차차 수익 구조가 개선되면서) 그해 수익을 100만에서 150만 달러까지 높일 수 있었습니다.
Q.런웨이가 그렇게 짧게 남아있었다니…
2014년 트위치는 아마존에 인수됐습니다. (아마존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나중에 에밋에게 들어보니, 인수될 당시 기업 가치의 반만이라도 회사를 운영할 자금이 주어졌다면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을 거라더군요.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이 트위치를 매입하기 위해 역대급 입찰을 할 정도였지만, 세계 최고의 벤처 투자자들은 트위치에 투자를 원치 않았다는 게 흥미롭고 놀라운 지점이죠. 벤처 투자자들도 종종 실수를 합니다. 창업가들은 그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거죠.
이후 트위치는 인수 당시보다 10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어요. 결국 (트위치에 투자를 하는 데에 회의적이었던 사람들은) 본인이 뭘 하는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었는지 몰랐던 게 아닐까 싶어요.
Q.트위치가 당시 투자를 받았다면 어땠을까요?
독립된 회사로 남았다면 아주 흥미로웠을 겁니다. 최소한 트위치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은 실제보다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예요. 대기업들이 이해하는 그 사실를 놓치고 있음을 투자자들은 후회하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는 뜻이었어요. 물론 (인수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덕분에) 모든 게 정말 잘 풀렸다고 생각하니까요.
Q.트위치가 그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일단 우리의 장기가 있었어요. 항상 소프트웨어의 힘을 믿었어요. 미친 재능이 있는 소프트웨어 팀이었다는 점이 강점이었습니다. 어떤 도전적인 과제가 주어져도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선보일 수 있었어요.
Q.그런 팀과 함께 일하며 본인이 가장 많이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훌륭한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클래식하긴 하다만, 2가지입니다. 일단 첫 번째,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첫 2년은 전문가가 되는 시기라는 겁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아이디어나 열정이 바닥났을 때, 더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고 열정이 식었을 때가 반드시 와요. 대개 그 아이디어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고객과 내가 중요하게 보는 그 문제에 2년간 몰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뭔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2년쯤은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최소 2년이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투자할 의향이 없다면 차라리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본인이) 모든 해답을 안다고 여겨요. 하지만 실제로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창업가가 자기만의 생각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건너뛰기란 어렵습니다.
결국 두 번째, 당신 머릿속에 있는 비전이 옳다고 믿기는 쉽지만, 그에 대한 정답을 찾으려면 유저 앞에 뭐라도 제시해서 그게 어떻게 사용되는지 봐야 합니다. 그 때마다 매번 놀랍니다. (유저로부터) 항상 배웁니다. 머릿속 생각이 옳다고 손쉽게 생각해버리지만, 대부분 맞지 않습니다. (두 번째를 깨달은 게) 인생이 바뀌는 경험이었습니다.
YC 파트너가 되며 깨달은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
Q.트위치를 매각한 이후의 삶은 어땠나요?
일단 우리 가족이 다시는 돈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잠시 동안 은퇴한 삶도 즐겼고요. 20대를 통째로 스타트업에 갖다 바쳤는 걸요. 23세살쯤 시작해 30세까지 갈아넣었습니다. 다시 그렇게 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한 30대’로 살고 싶진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자문해봤고, YC로 향했어요.
Q.왜 YC가 떠올랐을까요?
YC는 초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입니다. 매년 500~600개 회사가 YC에 지원합니다. 투자, 조언, 커뮤니티, 기타 다양한 혜택까지 제공합니다. 제가 YC에 합류한 후로는 개인적으로 700개 넘는 회사와 일했습니다. 알았던 걸 잊고 새롭게 배워야 할 게 많았죠.
Q.가장 크게 배운 것은 무엇이었나요?
비즈니스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에 맞춰져 있던 생각을 버려야 했습니다. 대신에 팀과 아이디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해야 했죠. 팀원끼리 사적으로도 끈끈하다거나 기술적으로 탁월하다거나. 문제 해결에 대한 열정, 정답보다는 정답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그런 팀 말입니다. 반드시 경험이 많을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Q.”이 팀은 ‘될 놈’이다”,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제가 가장 먼저 보는 건 제품을 만들 수 있거나, 적어도 제품의 첫 버전을 만들 수 있는 창업 팀입니다.
그 다음으로 제가 찾는 팀은 초기 팀원끼리 서로 잘 아는 사이이거나 어떤 식으로든 함께 일한 적이 있거나 친구 사이인 경우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의 모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인지 중요하게 봅니다.
세 번째 판단 기준은 초기 팀이 꾸준히 진전돼 왔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회사가 설립된지 3개월이 지났다면 그 기간 사이에 이룬 성과가 놀랍게 느껴지는지 물어봅니다.
Q.이 외에도 YC에서 일하면서 느낀 바가 궁금합니다.
일단 YC는 전 세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전 세계 지역에 대해 숙지해야 합니다. 강하면서도 무례하지 않게 조언하는 법을 배워야 했어요.
또한, 창업가들이 스스로 하는 거짓말과 공포를 극복하도록 설득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 아내는 제가 심리치료사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할 정도였어요.
어떤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반대로 어떤 분야에선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지도 배워야 했고요.
Q.어떤 산업에서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가요?
몇 가지 예제를 들어볼게요. 하드웨어 시장에서는 단지 뛰어난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를 위한 하드웨어 제조 지식은 매우 희귀하고요.
게다가 소비재 하드웨어 제조는 꽤 값비쌉니다. 만약 플래닝에 실수가 있을 경우 소프트웨어 회사에는 크게 부정적인 영향이 없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회사에는 막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일반 소비재, 상품도 또 다른 영역입니다. 음식이나 뷰티, 패션 제품 같은 소모성 상품을 만들 때는, 소프트웨어가 마케팅이나 판매를 도울 순 있지만 그 자체로 제품은 아니에요.
YC의 핵심 가설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 시장이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라는 시각입니다.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을 통해 얻은 관점이에요. 이런 가설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경쟁력 있는 회사에 투자하고자 합니다.
스타트업 창업가가 저지르는 대표적인 실수들
Q.창업가들의 거짓말과 공포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어요. 요건 어떤 의미일까요?
창업가들이 저지르는 실수 대부분은 두려움을 느끼거나 너무 똑똑해서 발생합니다.
창업가들은 두려울 때 자신이 해야 할 과업에서 도망치는 경향이 있어요. 유저들이 내 제품을 좋아하지 않을까 봐 유저들과 대화하지 않게 됩니다. 사용자가 내 제품을 사려고 하지 않을까 봐 무서워 합니다. 그래서 제품을 팔기 꺼려 합니다.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데, 화를 낼까 봐 걱정합니다. 그러면 일을 제대로 안 하는 직원인데도 해고하지 않게 되죠.
수많은 창업가들이 두려운 나머지 실행을 해버려서(!) 실수를 합니다. 물론 창업가들은 두려움을 느껴야 하지만,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려 할 때가 문제입니다.
창업가들이 저지르는 두 번째 실수는 본인이 너무 똑똑하다고 어림짐작 하는 겁니다. 사업을 시작했을 때 세운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가정이 틀렸다는 게 증명돼도 반문하지 않습니다.
Q.두려움에 대응해야 하는, 자기 객관화가 쉽지 않은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조언이 무엇일까요?
두려움은 좋은 신호라고 말해주곤 합니다. 어디로 달려가야 할지 알려주기 때문이죠. 다른 말로 하자면, 해야 할 업무 리스트와 함께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살펴보시라고 해요.
“그 불편한 것부터 먼저 해보세요.”
더불어 “스타트업을 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자”고 화두를 던지기도 합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무언가 두려워 하고 있을 때, 얼굴을 한 대 맞은 것처럼 아프다고 느낄 때 스타트업은 입을 다물게 됩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괴로울 수 있는지 진솔하게 털어놓을 때 ‘괴로운 때’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는 괜찮다고 이야기 해줍니다.
Q.직접 스타트업을, 창업을 겪어봤기에 해줄 수 있는 조언 같네요.
YC에서 주요하게 하는 3가지 조언이 있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고, 스케일업이 쉽지 않은 일을 하며 ‘유저와 소통하라’는 겁니다.
스타트업은 참 재밌어요.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합니다. 거의 항상 거대한 경쟁자에 맞서 비대칭적으로 싸워야 합니다. 미국 독립 전쟁 때 분명 영국 군대가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어요. 탁 트인 벌판에서 정면으로 맞서면 필패였어요. 그래서 다르게 싸워야 하는 겁니다. 거물급 선수를 흉내내면 안 돼요. 다른 걸 시도해야 합니다.
규모(스케일)이 안 나오는 일을 하는 게 그런 철학의 일부입니다. (스케일업이 쉽지 않으니) 기본적으로 경쟁자가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예컨대 내 경쟁자는 양질의 고객 서비스를 갖고 있지 않아요. 왜냐? 매시간 고객 10만 명이 전화를 하니까요. 하지만 내겐 고객이 4명 뿐이라 훨씬 놀라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고객이 많아졌을 때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놀라운 제품을 바닥부터 만드는 방법을 고민할 때는 고객이 우리가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는지 알리는 게 좋아요. 가능한 한 그들로부터 많이 배우려고 해야 합니다. 큰 회사가 못 쓰는 기술들이 많이 있어요.
결국 초기 창업가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대기업을 모방하려 하는 것입니다.
창업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 만들기
Q.스타트업이 이런 조언을 들으면 큰 힘이 될 듯합니다.
저 뿐 아니라 YC에는 좋은 파트너들이 많습니다. 일단 폴 그레이엄(PG). 그에게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열정의 힘에 관한 겁니다. 그를 만나면 당신이 당신 사업에 대해 더 신날 수 있을 거예요. 그게 PG의 놀라운 점 중 하나죠. 그 덕분에 저 또한 사람들이 얼마나 열정과 몰입을 필요로 하는지, 어느 시점부터 (스타트업이) 이길 수 있다는 걸 믿어줘야 할지 살피게 됐어요.
샘 알트만에게서는 낙관주의를 배웠어요. 최후의 승자가 얼마나 거대해질지 넘겨짚지 않는 마음가짐도 알게 됐고요. 성공한 기업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어요. VC 업계에서는 ‘Power Law Rule’이라는 클래식한 관점이 있는데, 하나의 성공적인 투자가 모든 다른 투자보다 훨씬 더 큰 부를 창출한다는 겁니다. 샘은 그걸 뼛속 깊이 이해하고 있죠.
Q.그 법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해석하자면,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이 끝끝내 승리했을 때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에 더 마음을 쓰라는 뜻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창업가로서 제가 느끼는 바이자) YC가 스타트업에 하는 약속이 그렇습니다. “YC는 창업가의 성공을 돕는 프로덕트다.”
Q.창업가를 돕는 프로덕트?
YC는 여기에 지원하기 전부터 IPO 이후까지 창업가와 그 기업의 모든 여정을 동행하는 프로덕트입니다. 우리는 그냥 투자사가 아니라고 봐요. YC는 당신의 회사가 성공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덕트를 지향합니다. 창업가들이 그렇게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어요.
YC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우리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에게 불공평할 정도로 강력한 이점을 주고 싶습니다. YC와 함께라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게 상식이 될 정도로요. 그게 YC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스스로 지켜야 할 기준(bar)이라고 생각합니다.
Q.YC는 창업가들을 위해 어떤 (불공평할 정도로) 강력한 이점을 제공하고 있나요?
YC의 주요 혁신 중 하나는 창업가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로 쉽게 소통하며 각자의 전문성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투자 포트폴리오사들을 위해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딜을 따오기도 합니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할인이나 무료 크레딧을 받아서 창업가들에게 제공하는 겁니다.
세 번째 혁신은 투자자 검색 서비스입니다. YC 투자사 창업가라면 누구든 데이터베이스에서 다른 투자사로부터 자금을 모은 스타트업을 찾아 소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투자사들과 협업이 어땠는지 리뷰도 읽어볼 수 있고요.
스타트업을 위한 프로그램도 추가로 개설하고 있습니다. 시리즈 A 이후 스타트업이 참여할 수 있는 ‘포스트 A 프로그램’이라는 시리즈도 만들었고, 프로덕트 마켓 핏을 찾았을 때 팀과 프로덕트 모두 규모의 성장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YC 그로스 프로그램’도 합니다. 각 프로그램마다 비슷한 단계의 스타트업끼리 참여해서 그들에 맞는 조언을 제공하죠.
Q.와…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다양한 걸 하고 있네요.
‘Work at a Startup’이라는 프로덕트도 있습니다. 모든 YC 소속 창업가들이 접근해 볼 수 있는 채용 관련 프로덕트에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YC가 투자한 회사에 동시에 지원할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포트폴리오사들만 이력서 등등을 열람할 수 있죠.
해커뉴스(Hacker News)라는 제품도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가장 뛰어난 아티클 페이지입니다. YC 회사들은 이 페이지에서 개발자를 채용해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Q.흥미롭습니다. (요즘처럼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시점에) 스타트업을 위해서도 조언 부탁드립니다.
경기 침체 자체가 스타트업에 나쁘다고 보진 않습니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 지난 3~4년간 창업가들이 사업에 뛰어들 때 열정보다도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자본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이런 사람들은 많이 줄어들 겁니다.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너무 많은 돈을 부었죠. 그로 인해 모든 가격이 껑충 뛰었습니다. 이제 원상복귀 될 거예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시류에 휩쓸려서 혹은 혼란스러움 속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데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하지만 금방 깨닫게 돼요. 제대로 된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 돈이 핵심은 아니라는 걸요.
아마도 투자자 스스로 자금을 더 넣으면 더 좋은 회사를 만들어낼 것이라 여기면서 창업가에게도 그런 기류가 생겼겠죠. 하지만 전혀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 그런 기류가 주류를 이루던 시기가 지나가고 있음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Q.앞으로 YC는 어떤 투자사로 성장할까요?
YC가 창업가들로 하여금 100년 이상 번창하도록 도울 수 있는 조직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자문해봐야 해요. ‘어떻게 하면 매해 창업가를 돕는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더 나은 딜을 계속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래서 창업가들에게도 YC가 그들에게 더 나은 프로덕트가 되고 있다는 신뢰를 줬으면 합니다. (투자를 통해) YC와 맺은 인연이 매해 거듭할수록 ‘잘 한 선택’이 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본 아티클은 2022년 9월 EO 글로벌 채널에 공개된 인터뷰 영상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트위치 공동창업자이자 와이콤비네이터 전무이사인 마이클 세이벨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특히 될 팀인지 어떻게 확인하는지 "꾸준히 진전돼 왔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회사가 설립된지 3개월이 지났다면 그 기간 사이에 이룬 성과가 놀랍게 느껴지는지 물어봅니다." 부분에선 개인적으로 느껴지는게 많네요.
특히 저는 스케일업이 쉽지않은 시장을 갖고 있는데 "스케일업이 쉽지 않은 일을 하며 ‘유저와 소통하라’는 겁니다."라는 조언에 용기를 얻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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