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은 10년, 실력은 초보자
드디어 오고야 말았다. 분노의 메일이.
메일은 노란 바탕색에 빨간 글씨로 뒤덮여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어느 정도로 화가 났는지 그 감정 상태가 모니터 밖으로 밀려 나오는 듯했다.
당시 나는 디자이너로만 구성된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다니고 있었다. 규모는 작아도 디자인 아웃풋이 뛰어나다고 판단해 입사한 회사였다. 대표와 팀장은 둘 다 디자이너였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함께 일해왔고 창업까지 함께한 동료이자 형 동생이었다. 대표는 스스로 아트디렉터를 자처하며 매 프로젝트마다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했고, 팀장은 대표의 아이디어를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이 정도 규모의 디자인 회사는 입사와 동시에 개고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껏 혼자 고민하며 일해왔기 때문에 고생하더라도 잘하는 사람을 통해 배우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신생 회사였지만 눈에 띄는 산출물을 내놓고 있어서 아이디어 전개, 비주얼 구현,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 다른 부서와의 협업, 효과적인 업무 배분 방식, 전체 일정 관리 등을 보고 배우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내가 얼마나 순진하고 헛된 꿈을 꾸었는지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즈음 나는 몇 번의 프로젝트를 리드하면서 한창 주니어에서 시니어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투박하기는 해도 나름의 디자인 방법론을 조금씩 다듬어 가는 중이었다.
프로젝트 전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는데 하나의 아웃풋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에서 다양한 포지션의 사람들이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답을 찾아가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화두였다. 매 프로젝트마다 클라이언트, TF 멤버 그리고 디자인 미션이 다르지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패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게 '직업으로서의 디자인'은 거대한 맥락 안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대표와 팀장에게 디자인이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절대 우월 가치였다. 클라이언트는 가르쳐야 할 대상이고 다른 포지션의 사람들은 디자인을 거드는 존재로 여기는 듯했다. 이런 기이한 디자인 부심을 바탕으로 자기들만의 몇 가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절대 파견은 나가지 않는다'였다. IT 업계 에이전시는 대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보안과 협업 문제 때문에 파견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회사는 파견을 나가지 않는 것이 디자이너의 자존심을 지키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대기업의 신규 브랜드 론칭을 위한 반응형 웹사이트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 진행 기간 동안 하루하루가 불안했는데 이러다 언젠가 한 번은 팡 터지겠다 싶었던 몇 가지 이유를 말하자면 이렇다.
[ 1 ] 디자인을 제외한 기획, 퍼블리싱, 개발 파트는 한 공간에서 협업했다.
여러 회사가 섭외돼 한 건물에 모여 협업하는데 오직 디자이너만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 2 ]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듣지 않았다.
고객이 피드백을 하면 디렉터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을 제시했다. 클라이언트가 뭘 몰라서 이상한 요구를 한다고 여겼고 그 때문에 프로젝트 중반을 넘어갈 때까지 디자인 방향이 계속 달라졌다.
[ 3 ] 반응형 웹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초기 디자인 제안 단계부터 실제 구축이 가능한지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야 하는데 대표와 팀장은 컨펌을 위한 예쁜 그림만 그렸다. 그 예쁜 그림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작업자들이 폰트 하나, 선 하나까지 일일이 다시 손봐야 했다. 입사 전에 보고 혹했던 이 회사의 포트폴리오는 그런 식의 보기에만 좋은 그림들이었다.
상황은 점차 악화됐고 웹사이트 오픈 일정이 한 달 앞으로 닥쳤을 때 그 문제의 노랗고 빨간 분노의 메일이 날아왔다. 고객은 전반적인 디자인 방향성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고, 피드백을 반영하지 않은 채 매번 동문서답하는 아트디렉터에게 화가 날대로 나 있었다.
사이트 구축을 위해선 디자인 이후 진행해야 할 단계가 많은데 컨펌이 안 된 페이지가 많아 다른 파트 회사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대기 상태로 디자인이 넘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객에게도 다른 회사 사람들에게도 디자인이 모든 악의 축으로 굳어진 상태였다.
자, 그래서 결론은? 대표가 나를 불러 말했다.
“파견을 좀 나가줘야겠어.”
이후 공공의 적으로서 지옥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차마 글로 적지 않겠다. 한 달 동안 주말 없이 하루에 3-4시간만 자며 뒷수습을 했다는 것만 알아두자.
10년, 20년의 연차가 그 사람의 전문성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어딘가 한 구석이 과도하게 결핍된 경력자들이 너무나 많다.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이다. 무능할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자신감이 넘친다는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단지 연차가 많다는 이유로 인지 편향이 심한 사람이 사수가 되고, 팀장이 되고, 대표가 됐을 때 불러오는 재앙을 나는 이후로도 여럿 목격했다.
실력은 결코 연차에 비례하지 않는다.
초보자와 전문가는 무엇이 다른가
연차가 전문성을 대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을까? 1980년대에 드라이퍼스 형제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를 관찰해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을 연구했다. 그들이 제시한 5단계 기능 습득 모델을 일명 '드라이퍼스 모델(Dreyfus model of skill acquisition)'이라 부른다.
1단계. 초보자 (Novice)
- 경험이 부족해 매뉴얼이 필요하며 배운 대로만 실행함
- 동일한 유형의 실수를 반복하고 상황 판단을 못함
- 쉽게 포기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함
2단계. 고급 입문자 (Advanced Beginner)
- 규칙에서 조금씩 탈피해 자신만의 방법을 시도하지만 아직 문제 해결을 어려워함
- 우선순위 판단이 미숙함
- 큰 그림을 잘 보지 못하고 자신과 연관이 없다고 느낌
-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함
3단계. 중급자 (Competent)
-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음
- 계획을 수립하고 경험을 활용함
- 전문가의 조언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
-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책임감을 느낌
- 접해보지 못한 문제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음
4단계. 숙련자 (Proficient)
- 자가 교정 가능
- 너무 단순한 정보는 좋아하지 않음
- 원론적인 얘기를 실제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음
- 맥락과 큰 그림을 이해함
- 우선순위 판단이 능숙함
- 경험상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가능함
5단계. 전문가 (Expert)
-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직관이 발달함
- 정보와 지식의 근원
- 규칙을 초월함
- 범위를 제한하고, 집중해서, 패턴을 발견하는 데 능숙함
- 새로운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높음
전문가로 성장하는 다섯 단계는 중간에 건너뛸 수 없으며 누구든 반드시 거쳐야 한다. 단계를 올라가는 것은 단지 '더 잘한다, 더 똑똑하다, 더 빠르다'라는 개념이 아니다. 드라이퍼스 모델은 한 사람의 능력, 태도, 관점이 기술 수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놀랍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은퇴할 때까지 2단계인 고급 입문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반면 전문가는 한 분야에 고작 1~5%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점은 단계가 낮을수록 자신의 무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에 빠질 확률이 높아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수준을 중상위권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전문가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현재 어느 단계에 속해있는지 판단하는 냉철한 자기 인식(Self-Insight)이 필요하다.
자기 성장을 책임지는 '의식적 연습'의 힘
그렇다면 원하는 내 모습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안데르스 에릭슨의 책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 운전, 요리, 운동을 오랜 시간 꾸준히 하면 실력이 나아질 거라 기대하는 것은 사람들이 가장 흔히 하는 오해다. 단순한 반복은 실력 향상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편하게 저절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미 정체 상태에 진입한 것이다.
1만 시간 동안 노력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은 단지 노력의 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의식적인 연습을 동반하지 않고 '일단 열심히 하자' 또는 '하다 보면 잘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1만 시간의 법칙을 크게 잘못 이해한 것이다. 성실함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의식적인 연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목표 지점과 도달 방법을 알고 있는 목적의식이 있는 연습’이다.
낮은 단계에 있는 사람은 더 높은 단계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목표 지점과 도달 방법을 알기 어렵다. 안데르스 에릭슨에 의하면 의식적인 연습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상위 단계를 먼저 경험한 훌륭한 코치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코치는커녕 재앙을 부르는 상사만 없어도 다행인 현실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사수 없이 자기 성장은 불가능한 것일까?
사수 없이 무언가를 효과적으로 연습하려면 3F에 신경 써야 한다. 바로 Focus(집중), Feedback(피드백), Fix it(수정)이다. 전문성의 구성 요소를 잘게 쪼개 집중하고, 고치고, 반복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탁월한 퍼포먼스나 사고를 뒷받침하는 인지능력을 심적 표상(마음속 이미지)이라고 한다. 특정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머릿속의 정보 패턴이다. 의식적인 연습은 곧 심적 표상을 만드는 일이다.
의식적인 연습의 핵심 목적은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개발하는 것이며, 심적 표상은 다시 의식적인 연습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 연습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핵심 변화는 한층 발전된 심적 표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발전된 심적 표상은 다시 수행능력을 향상한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1만 시간의 재발견> p.133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심적 표상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혼자 하는 것이 특히 어렵다. 하지만 기초적인 심적 표상을 한 번 세우고 나면 한결 수월하게 그 위에 더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구축할 수 있다. 초보자와 전문가의 가장 큰 차이는 심적 표상의 양과 질에 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듯 말듯한 이 얘기를 나는 실제로 이렇게 적용하고 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에 답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멘토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글을 쓰면서 전문성을 구성하는 6가지 요소를 그림으로 정의했다. 현장에서 일하며 경험하고 배우고 깨달은 것은 바탕으로.
전문성의 여섯 기둥은 위로 갈수록 주니어 레벨에서 갖춰야 할 역량으로, 아래로 갈수록 시니어 레벨로 올라가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도, 지식, 기술은 경험이 부족해도 어느 정도 갖출 수 있다. 학교, 학원, 유튜브, 책으로 공부하면 되니까. 이 기본 역량을 갖추고 나면 그 이상의 역량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온다. 지식과 기술만 가지고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은 일 잘하는 주니어는 될 수 있어도, 결코 시니어라고 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니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사고력과 커뮤니케이션은 글로 배우기 어렵다. 반드시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여러 포지션과 협업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한편 앞서 말한 5가지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고 반드시 리더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유능한 숙련자가 유능한 선생이나 팀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방향을 제시하고 팀을 이끌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범위의 역량이다.
나는 언제나 드라이퍼스 모델과 전문성의 여섯 기둥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여섯 가지 역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우고 생각하며 일을 한다. 어느 역량은 충분하지만 어느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살피며 하나씩 보완해 나간다. 전문성의 여섯 기둥(심적 표상)은 자기 인식을 통해 스스로 피드백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자기 교정은 전문가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이다.
전문가의 여섯 기둥은 비단 디자이너 직군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을 그리는데 10년이 걸렸다. 그렇지만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이 프레임을 가져가 자기 성장의 지도로 커스터마이징해 성장의 시간을 단축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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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와 실력이 쌓일수록 회사가 요구하는 일의 범위는 넓어진다. 더 많은 일, 더 어려운 일을 하게 되면서 초보자 시절에 알던 내 일이 아닌 완전히 다른 형태의 일을 하는 순간이 온다. 이때 자기 정체성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시달릴 위험이 크다. 그래서 직업이나 소속 또는 직급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나의 본질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만화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무한도전에 출연해 직업과 정체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꿈은 단순히 만화가, 과학자, 연예인이 아니라 '무엇을 하는 만화가' 이게 꿈이라고 생각한다. 직업 앞에 어떤 태도로 수행하는 내가 있어야 한다. (...) 꿈이라는 걸 꼭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어?'라고 질문했으면 좋겠다.
무한도전 469화 <나쁜 기억 지우개 편>

직업은 꿈이 될 수 없다. 대신 '어떤 태도로 그 업을 수행할 것인가'라는 나만의 정의가 있어야 한다. 해당 아티클의 시작 지점을 떠올려보자. 그들이 생각하는 디자인과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이 다르고, 그들이 생각하는 일과 내가 생각하는 일이 달랐던 이유는 직업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 있다.
그들은 밤낮없이 디자인에 빠져 살았지만 전문성이란 무엇인지 구체화된 정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결국 어떤 부분은 특출나게 잘하지만(시각화) 어떤 부분은 특출나게 부족한(커뮤니케이션) 기형적인 형태의 전문성을 형성했다.
10대 시절의 나는 그저 뭔가 만드는 게 좋아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디자이너가 되고 보니 디자이너라는 단어만으로는 내가 앞으로 되고자 하는 모습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함께 일하고 싶은 디자인 전문가'라는 정체성을 설정하고, 실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6가지 역량을 하나씩 채워 나갔다. 10년 차가 넘어가면서 어느 정도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지자 목표를 상실한 기분이 들었다. 정체성을 또 한번 확장할 때가 된 것이다.
지금의 내가 추구하는 정체성은 ‘자립(自立)을 돕는 사람’이다. 자립이란 조직 안에서든 밖에서든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모두가 유통 기한 없이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 개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 이를 위해 그동안 축적한 전문성의 여섯 기둥을 활용한다.
정체성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성장 단계에 따라 정교화되고 확장된다. 나는 단지 예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일에서 시각적인 요소를 전혀 다루지 않을 수 있고, 때로는 시각 요소를 포함해 서비스 전반을 포괄하는 솔루션을 제안할 수도 있다.
에이전시 디자이너로 일하던 내가 온라인에 글을 쓰고, 책을 내고, 교육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던 것은 모두 그런 맥락 위에 있다. 직업인의 실전 문제 해결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합류한 것 역시 자립을 돕는 사람이 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세상에 디자인의 대상이 아닌 것은 없다.
이진선 1.0 디자이너에서 이진선 2.0 함께 일하고 싶은 디자인 전문가를 거쳐 이진선 3.0 자립을 돕는 사람으로 버전 업 하는 동안 나는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디자인과 상관없어 보이는 온라인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로 "이제 디자인은 안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는데, 내게 글쓰기는 디자인과 다르지 않다. 단지 다루는 재료가 글자일 뿐.
글은 디자이너로 일하며 축적한 암묵지를 밖으로 꺼내는 도구이자 다음 버전으로 도약하기 위해 영향력을 확장하는 시도다. <사수 없이 일하며 성장하는 법>을 주제로 글을 연재하는 동안 사각의 스크린 밖으로 빠져나와 웹이나 앱이 아닌 더 넓은 범위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이때 신규 버전은 반드시 이전 버전을 포함한다.
사수 없이 혼자 일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 더 자기 자신을 관찰했으면 좋겠다.
전문가는 독학자다. 자기 자신을 가르쳐라.
우리는 스스로 멘토가 돼야 한다.
참고 도서
- 안데르스 에릭슨 <1만 시간의 재발견> p.133
- 이마이 무쓰미 <배움이란 무엇인가>
- 앤디 헌트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 pp.19~33 passim.
리더십..관리자.멘토.시니어로서 채워야할 역량들에 대해 이해하기 좋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얻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