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마인드셋 #커리어
창업자 붙잡기 위해 투자자는 이렇게까지 합니다

“첫사랑보다 기억에 남는다”
“부부 사이, 그보다 끈끈하다”

스타트업과 초기 투자자의 관계를 두고 위와 같은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그만큼 둘 사이는 돈과 숫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과 유대감이 있다. 한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을 두고 ‘피를 섞는다’는 표현도 있지 않던가. 그만큼 투자사와 피투자사, 특히나 초창기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사의 사연은 독특하고 밀도 있다. 

벤처투자 심사역의 역할은 그 직업이 널리 쓰이는 데 비해 베일에 싸여있다. 아직 성패를 모르는 창업가에게 베팅을 하는 일, 하지만 거기에 담긴 지난한 과정과 불확실성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오스쿨은 유망한/기라성 같은 벤처 투자자들을 만나 그 경험을 청해 들었다. 스타트업을 붙잡기 위한 투자자들의 노력에 관한 이야기다.

 

슈미트 장원준 심사역, 출처 : 이오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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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기 위한 구애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잊을 만하면 연락을 했다. 그렇게 1년 2개월이 흘렀다. 낭만투자파트너스의 장원준 심사역은 꼭 투자하고 싶던 스타트업의 선택을 못 받은 후에도 이처럼 꾸준히 인연을 이어왔다. 결국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는 창업자가 먼저 장 심사역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뤄지지 못한 사랑이 끝끝내 맺는 듯한 서사다.  

장 심사역을 애타게 했던 스타트업은 버추얼 캐릭터 기술 기업 ‘블라스트’다. MBC 1기 사내벤처로 2021년 1월에 독립 분사했다. VFX 기술과 게임엔진을 결합해 CR 라이브 시연이 가능한 기술력을 가진 회사다. 

2021년 11월 장원준 심사역은 블라스트를 처음으로 만났다. 기술력과 창업자의 매력을 한 눈에 알아봤다. 하지만 블라스트는 이전까지 벤처캐피탈(VC)이 아니라 라인 등 대기업으로부터 전략적인 투자를 유치해왔다. 슈미트는 DSC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이자 초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당시에는 블라스트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지 못 했다. 

실망할 법했다. 하지만 장 심사역은 다르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한 번 경합에서 졌다고 여기서 포기해야 할까. 내가 진정성이 있다면 대표님들도 알아주시지 않을까?” 그 회사가 얼마나 잘될지, 거기에 자신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설득할 만큼 도전해봐야 한다고 봤다. 투자 심사역으로써 스스로 역량을 테스트 해본다는 심정으로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후 썸은 1년을 넘겼다. 장원준 심사역은 1년간 캘린더에 일정을 적어두고 일주일에 1번 이상 무조건 블라스트에 연락했다. 그 회사에 관한 보도가 나오면 소식과 함께 연락을 또 했다. 사무실에 찾아가 자주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블라스트가 새로운 투자 라운드를 열 때 스타트업이 먼저 장 심사역에게 ‘IR 하고 싶다’는 제안을 건넸다. 당시 슈미트 외에도 블라스트에 투자 검토를 했던 4곳 모두 투자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이번 만큼은 블라스트와 장원준 심사역이 매칭에 성공했다. 투자사가 밸류에이션까지 일임 받으며 단독 투자라는 쾌거를 이뤘다. 

(참고 - 버추얼 IP 스타트업 블래스트, 20억 프리A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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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플레이 권오형 대표, 출처 : 이오스쿨

 

부부는 벼랑 끝에서 서로 의지하더라

 

투자를 하고 나면 스타트업 창업가와 초기 투자자는 한 배를 탄 것과 다를 바 없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독려하고, 사업과 경영에 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때로는 채용이나 회사/제품 홍보를 발벗고 나서는 공동창업자가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부부(?!)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미우나 고우나,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동고동락 하며 창업의 고진감래를 함께 한다. 

투자자가 먼저 창업자에게 ‘여행’을 제안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부부 동반으로 해외 여행을 가자고 한다면? 심지어 이 여행의 취지가 ‘창업자의 멘탈을 붙잡기 위함’이라면?

영화 속 설정이라 해도 독특하다고 할 만한 이 에피소드는 퓨처플레이 권오형 대표(당시 투자 파트너)와 휴이노 길영준 대표의 실제 경험담이다. 

휴이노가 폐업을 목전에 뒀던 위태로운 상황이었을 때, 초기 투자사의 일원이었던 권 대표는 길 대표와 마주했다. 포기하고 물러설 것인가, 아니면 이 문제를 뚫고 나아갈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의기투합했다. 

허나 아무리 마음을 먹었더라도 쓰러져가는 회사를 일으키는 일련의 과정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끝없는 거절의 연속, 끝을 알 수 없는 안개를 헤쳐나가는 미궁 속에 갇히는 기분이다. 그래서 권 대표가 먼저 권했다. 같이 가족 동반으로 일본 여행을 가자고. 고통스럽고 지쳐있을 창업가를 조금이라도 붙잡기 위해 시간과 마음을 쏟는 결정을 내렸다. 

(참고 - 망해가는 스타트업을 위해 초기 투자자가 했던 일)

 

출처 : EO스튜디오

 

이윽고 터널 끝에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휴이노는 스마트 웨어러블에 적용할 수 있는 심전도 측정 기술로 서울혁신챌린지에서 1등에 올랐다. 애플워치가 웨어러블 시장을 키우면서 자연히 헬스케어용 웨어러블 시장의 물꼬가 트였다. 그제야 휴이노를 알아보고 길 대표를 다시 찾는 연락이 부쩍 늘어났다. 이제는 상장을 고민할 정도로 규모 있는 스타트업으로 커졌다. 

초기 투자자의 조력이 지금의 스타트업과 동행했다. 만약 모두가 ‘이제 틀렸다’고 스타트업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휴이노로 전화위복 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어쩌면 그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초기 투자자는 창업가와 부부에 준하는 인연을 지켰다. 쉬이 놓지 않는, 끝내 기회를 실현하는 파트너로 남았다. 


 

논리적인 투자자가 창업가를 이해하기까지

 

물론 앞서 언급된 사례가 모두에게 적용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초기 투자자와 초기 창업가의 독특한 관계를 설명하는 데 이만한 경험도 드물 것이다. 아직 가진 게 없다고 봐도 무방한 초기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자는 돈의 논리로만 투자하지 않는다. 기술의 잠재력, 제품의 가능성, 창업가가 실현할 미래의 가치를 가늠한다. 거기서 의미를 찾을 때 오랜 기다림도 성립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투자 심사역은 창업가를 알아야 한다. 숫자와 논리로 무장한다 해도 결국 투자 유치는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일. 비전에 이끌려 창업에 나선 스타트업 대표를 헤아리고 진심으로 대할 때 투자 심사역에게도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슈미트 장원준 심사역은 “1년 넘게 쫓아다녀도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럼에도 지금의 성장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다. 

연인 관계도 마찬가지 아닌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마음이 통할 때 썸은 연애가 될 수 있다. 연애가 결혼으로, 고락을 함께 하는 부부로 발전하려면 상대를 지지하고, 때로는 쓴소리를 하며 같이 나아가려는 각오가 필요하다. 투자심사역이 창업가를 설득하는 역량도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에서 비롯될 터. 창업자를 붙잡는 투자자들의 노력이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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