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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안 돼" 107번 들은 남자, 4조 원짜리 펀드를 만들다

투자 유치 덱을 107번 고쳤습니다. 40번 넘게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더니 첫 번째 '예'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펀드가 지금은 유니콘 50개, 엑싯 125건, IPO 19건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펠리시스(Felicis)의 창업자 겸 대표 매니징 파트너인 아이든 센쿳(Aydin Senkut)의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매니징 파트너란 벤처캐피털에서 투자 결정과 펀드 운영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입니다. 

아이든은 터키 출신 이민자에서 구글의 첫 번째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었고, 지금은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며 쇼피파이(Shopify)캔바(Canva)노션(Notion)을 남들보다 먼저 알아본 투자자입니다. 그의 투자 철학과 창업자를 보는 눈을 들어보았습니다.

 


[아티클 내비게이션]

  1. 107번 거절당하고도 끝내 YES를 받아낸 비결
  2. 구글의 63번째 직원이 배운 세 가지 교훈
  3. 10배 더 좋은 제품, 10배 더 큰 시장, 그리고 사람
  4. 남들이 뻔하다고 넘긴 쇼피파이, 아이든은 왜 투자했을까

 

아이든 센쿳 인터뷰 아이든 센쿳 펠리시스 창업자 겸 매니징 파트너 (출처: EO)

 

107번 거절당하고도 끝내 YES를 받아낸 비결

 

아이든 센쿳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누군가는 "넌 안 돼"라고 말했습니다.

"터키에서 절대 못 나간다. 그 대학은 최고가 아니다. 엔지니어가 아니면 테크 회사에 못 들어간다. VC 경험이 없으면 VC를 할 수 없다. 인생의 매 단계에서 누군가 그런 말을 했어요."

아이든은 이런 거절을 '제트 연료'라고 부릅니다. 화와 억울함을 로켓에 쏟아부어, 가고 싶은 곳까지 날아가는 추진력으로 바꾼다는 뜻입니다.

2006년 펠리시스를 처음 세울 때, 아이든은 40곳이 넘는 투자자에게 외면받았습니다. 구글에서 쌓은 경험도, 자신만의 투자 전략에 대한 확신도 있었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투자 철학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그 철학을 전달하는 피칭 방식을 107번 고치고 다듬었고, 그제야 첫 번째 '예'가 나왔습니다.

"화가 나고, 우울하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더라도 — 그건 누군가가 당신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디로 갈지는 여전히 당신의 손에 있어요."

거절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 치밀어 오르는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는 온전히 본인의 몫입니다.

 


 

구글의 63번째 직원이 배운 세 가지 교훈

 

40번 넘게 퇴짜를 맞고도 어떻게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답은 구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펠리시스를 창업하기 전, 아이든은 구글의 첫 번째 프로덕트 매니저였습니다. 1999년 직원 번호 63번으로 합류해 구글의 첫 해외 사이트 10개를 출시했고, 첫 해외 영업 매니저로도 뛰었습니다. 당시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검색 품질이 훼손될 수 있다며 광고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돌파구는 클릭률(CTR)이었습니다. 사용자가 실제로 클릭한 횟수로 광고의 순위를 매기는 방식입니다. 사람들이 유용하다고 느끼는 광고가 위로 올라가니, 광고도 검색 결과만큼 쓸모 있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 모델이 구글의 수익 엔진이 되면서 지메일(Gmail) 같은 새 서비스를 출시할 여력이 생겼고, 구글의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됩니다.

 

구글 초기 검색 광고

 

아이든이 구글에서 얻은 교훈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극도의 집중. 래리 페이지가 가장 자주 한 말은 "No"였습니다. 쏟아지는 제안의 90%를 쳐내고, 정말 중요한 것에만 "Yes"를 했습니다. 군더더기를 걷어내야 핵심이 보인다는 원칙이었습니다.

둘째, 감당 못 할 만큼 높은 목표. 구글에는 비전문가에게 도전적인 과제를 던지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광고 서버를 만든 엔지니어 채드(Chad)는 광고를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세르게이가 "엔지니어 5명 골라서 6개월 안에 광고 서버를 만들어라"라고 했고, 채드는 해냈습니다. 다른 대기업이었다면 수백 명과 수년이 필요했을 일입니다.

셋째, 10배 원칙. 경쟁사 대비 10배 더 좋거나, 10배 더 싸거나, 10배 더 빨라야 합니다. 이상적으로는 세 가지 모두.

💡 10배 원칙은 펠리시스의 투자 기준이기도 합니다. 아이든은 투자받기를 희망하는 창업자들의 피칭을 들을 때 항상 묻습니다. "이게 기존 대비 10배 더 좋은가, 10배 더 싼가, 10배 더 빠른가?" 셋 중 하나라도 "예"가 아니면 투자하지 않습니다.

제품이 10배 좋다고 끝이 아닙니다. 그 제품이 놓인 시장도 10배 커질 곳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제품과 큰 시장이 있어도, 실행할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 세 가지 교훈은 훗날 아이든이 펠리시스를 세우고 투자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됩니다.

 


 

10배 더 좋은 제품, 10배 더 큰 시장, 그리고 사람

 

펠리시스가 투자를 결정하기 전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시장의 크기와 성장 가능성입니다.

"스타트업에도 뉴턴의 법칙 같은 게 있어요. 아무리 뛰어난 창업자,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시장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쪼그라드는 시장에서는 최고의 팀도 한계에 부딪혀요. 충분히 크고 성장하는 시장에 있어야 하고, 타이밍도 대략 맞아야 합니다."

 

펠리시스의 대표 포트폴리오: 쇼피파이, Canva, 노션

 

펠리시스가 선호하는 시장의 조건은 명확합니다. 이미 충분히 크거나, 앞으로 폭발적으로 커질 시장. 그리고 잠재 고객이 넘치는 시장입니다. 쇼피파이가 속한 커머스 분야가 좋은 예입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비즈니스가 잠재 고객이 됩니다. 글로벌 결제 플랫폼 아디엔(Adyen)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거래가 있는 곳에는 결제가 따라오니, 시장 자체가 거대합니다.

"10배 더 좋고, 10배 더 빠르고, 10배 더 싼 제품이 거대한 시장에 들어가면 — 그게 펠리시스가 찾는 투자처입니다."

커리어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내가 속한 산업, 회사, 팀이 성장하고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쪼그라드는 시장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이든은 의외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VC는 숫자의 세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숫자는 누구나 다룰 수 있습니다. 정작 희소하고 어려운 건 사람을 읽는 능력입니다.

"제 슈퍼파워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었어요. 세일즈를 오래 했고, 사람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출처: EO

 

펠리시스는 이 철학을 시스템으로 만들었습니다. 아틀라시안(Atlassian)옥타(Okta)데이터브릭스(Databricks)스트라이프(Stripe)를 거친 미셸 델캄브레(Michelle Delcambre)를 영입해 투자 미팅에 함께 참석시킵니다. 미셸은 투자 심사역이 아니라 조직 문화 전문가입니다. 투자팀이 재무와 시장을 분석하는 동안, 미셸은 창업팀의 문화, 리더십, 팀 역학을 따로 평가합니다. 같은 미팅을 완전히 다른 눈으로 보는 셈입니다.

아이든이 말하는 탁월한 창업자의 조건은 네 가지입니다. 10배 좋은 제품과 10배 큰 시장 위에서, 이 네 가지를 갖춘 사람이 실행할 때 비로소 위대한 회사가 탄생합니다.

• 집중력. 사업 초기에는 50가지를 동시에 해치우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하지만 진짜 차이를 만드는 건 한두 가지뿐입니다.

• 일관성. 위대한 회사는 절대 직선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퇴짜를 맞고, 회의론에 시달리고, 아무것도 안 되는 것 같은 시기를 반드시 거칩니다. 그래도 매일 한 발씩 내딛는 사람만이 복리의 힘을 경험합니다.

• 데이터로 보는 눈. 아이든은 F1을 예로 듭니다. 1000분의 1초 단위로 모든 걸 추적하기에 미세한 차이를 최적화할 수 있듯, 스타트업도 사업의 모든 면을 숫자로 꿰고 있어야 합니다.

• 스토리텔링. 고객을 모으고, 인재를 끌어오고, 어려운 시기에도 회사를 키우려면 훌륭한 이야기꾼이어야 합니다. 좋은 제품만으로는 팔리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사람을 끌어당기고, 리더의 카리스마가 사람을 끌어당깁니다. 본인이 아니라면 공동창업자라도 이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타협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남들이 뻔하다고 넘긴 쇼피파이, 아이든은 왜 투자했을까

 

이 원칙들이 실전에서 어떻게 작동할까요? 쇼피파이 사례를 보면 드러납니다. 아이든은 2010년 쇼피파이의 시리즈 A에 투자했습니다.

쇼피파이의 창업자 토비아스 뤼트케(Tobias Lütke)는 원래 스노보드 가게를 차리려다 마땅한 도구가 없어서 직접 소프트웨어를 만든 사람입니다. 쇼피파이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초기에 내린 네 가지 결정적 판단이 있었습니다.

 

 

첫째, 제품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게 잡았습니다. 고객이 성장하면 쇼피파이도 함께 커진다는 장기적 베팅이었습니다.

둘째, 채널 파트너에게 평생 수수료를 제공했습니다. 웹 에이전시나 마케팅 회사가 고객에게 쇼피파이를 추천하면, 그 고객이 쇼피파이를 쓰는 한 수수료가 계속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추천할수록 안정적인 수익이 쌓이니, 에이전시들이 자발적으로 쇼피파이의 영업 조직이 되었습니다.

셋째, 결제 기능(Shopify Payments)을 절묘한 타이밍에 출시했습니다. 이것이 폭발적 성장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넷째, 실시간 대시보드를 일찍부터 구축했습니다. 구글도 직원 50명일 때 이미 실시간 대시보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쇼피파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업의 모든 면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봐야 미세한 차이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남들은 쇼피파이를 그저 쇼핑몰 제작 도구로 봤습니다. 아이든의 눈에는 달랐습니다. "누구나 아마존처럼 팔 수 있게 해주는 압도적 무기." 시장은 거대했고, 제품은 경쟁사보다 10배 쉬웠습니다.

 


 

아이든에게 투자란 단순히 수익을 내는 일이 아닙니다. 펠리시스가 투자한 회사들이 성장할수록, 그 영향은 아이든 자신도 예상 못 한 곳까지 퍼져 나갑니다. 쇼피파이로 난생처음 온라인 가게를 여는 창업자. 캔바로 태어나서 처음 디자인이란 걸 해보는 학생. 희귀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테크 연구실. 아이든은 세계 어딘가에서 매 순간 누군가가 펠리시스의 포트폴리오 회사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 일의 의미를 찾는다고 말합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부를 만들어내는데, 그런데도 우리가 더 우울하고 불행해진다면 핵심을 놓친 거예요. 제 꿈은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도, 제 아이들 세대가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덜 스트레스받는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40번 넘게 거절당하고도 107번째 피칭을 다듬을 수 있었던 집념. 10배 원칙으로 제품과 시장을 꿰뚫는 눈.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읽는 힘. 지금 40번째 거절 앞에 서 있다면, 아이든 센쿳의 대답은 하나입니다. 107번째 덱을 만들어라.
 

👆 구글의 첫 PM에서 유니콘 50개를 발굴한 벤처 투자자가 되기까지 — 펠리시스(Felicis)의 아이든 센쿳(Aydin Senkut)이 말하는 10배 원칙과 탁월한 창업자의 조건을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 편집: 김지윤 | 글: 서용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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