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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40번 실패, 삼쩜삼 창업자가 말하는 '팔리는 아이디어'의 조건

40개가 넘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대부분 망했습니다. 살아남은 건 딱 2개. 명함 앱 리멤버와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 그런데 성공한 2개에는 의외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창업자 본인이 아이디어를 낸 게 아니라는 것.

이번 글은 삼쩜삼을 만든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 창업자 겸 최고성장책임자의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풀어야 할 문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가려내는지, 왜 제품을 만들기 전에 먼저 팔아봐야 하는지, 그리고 본능을 거스르는 훈련이 창업자에게 왜 필요한지 들어보았습니다.

 


[아티클 내비게이션]

  1. 망한 40개와 성공한 2개, 그 분명한 차이
  2. 진짜 문제를 구분하는 방법
  3. 고객의 말이 아니라 결제를 믿어라
  4. 만들지 말고, 먼저 팔아라
  5. 본능을 거스르는 훈련이 창업가를 만든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창업자 겸 최고성장책임자, 출처: EO


 

망한 40개와 성공한 2개, 그 분명한 차이

 

안녕하세요. 저는 자비스앤빌런즈 창업자이자 최고성장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김범섭입니다.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만든 회사이고요. 지금까지 2,400만 가입자에게 2조 원 가까운 세금 환급을 도왔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든 서비스를 세어 보면 대략 40개 정도 됩니다. 대부분 망했고, 살아남은 건 2개뿐이에요. 첫 번째가 리멤버 명함 앱이고, 두 번째가 삼쩜삼입니다.

 

출처: EO

 

사실 리멤버를 만들 때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어요. 이미 서비스를 20개 정도를 만들고 난 뒤라 거의 망하기 직전이었고, 다들 축 처져 있는 상태에서 만든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리멤버가 잘 된 거예요.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만들었던 서비스들과 리멤버를 비교해 봤어요. 이전까지는 제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멋진 아이디어, 팀 분위기도 좋고, 자부심이 있는 서비스들이었죠. 반면 리멤버는 투자를 받으러 돌아다니다가 한 투자사 대표님이 "내 명함통이 꽉 찼는데, 이것 좀 처리해 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신 데서 시작했어요. 거창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거의 심부름에 가까운 느낌이었죠.

엔지니어들에게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고, 엄청난 에너지를 쏟은 것도 아니었어요. 1~2주 만에 툭 만든 서비스인데 그게 잘 된 겁니다.

 

출처: EO

 

삼쩜삼도 비슷했습니다. 처음에는 더 존이라는, 세금 시장의 기존 플레이어를 보고 "저것보다는 우리가 더 잘 만들어보자"는 도전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2015년에 자비스앤빌런즈를 창업한 뒤, 삼쩜삼이 나오기까지 5년간 헤맸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전형적인 '가짜 문제'에 빠져 있던 거예요. 고객의 문제를 풀려고 한 게 아니라, '경쟁사보다 잘 만들겠다'는 제 욕심을 푸는 문제에 매달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2019년, 회사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우연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회사 팀원 한 명이 이전 직장에서 연말정산을 놓쳤다는 거예요. 저희와 함께 일하던 세무사가 직접 계산해 보겠다고 했는데,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 환급액이 80만 원이나 나왔습니다. 그날 회사 사람들이 다 같이 치킨을 먹었죠.

이런 식으로 연말정산을 놓치고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5월 종합소득세 시즌만 되면 이런 분들이 찾아오는데 세무사 입장에서는 10만 원짜리 소액 건이라 바쁜 시즌에 하기 싫은 일이라는 거예요. 그 세무사가 말하길,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면 10만 원을 받아도 남지 않겠느냐, 자기가 보기에 그런 고객이 최소 1만 명은 있다고 했습니다.

두 케이스 모두 아이디어를 제가 낸 게 아닙니다.

"경쟁사를 뒤집어보겠다, 세상을 바꾸겠다가 아니었어요. 투자자의 꽉 찬 명함통, 연말정산을 놓친 직원 한 명. 거기서 시작한 겁니다."

 


 

진짜 문제를 구분하는 방법

 

그렇다면 '진짜 문제'를 찾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회사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해요. "서비스가 성공한 건 어떻게 알아요?" 

"괜찮은 서비스에요?"라고 물어봐야 하는 시점이라면, 그건 성공하지 않은 겁니다. 카카오톡 방에서 "너도 써봐"라고 퍼지는 바이럴이 일어나면, 누가 봐도 성공이잖아요.

왜 진짜 문제를 못 찾느냐고 질문을 바꿔보면, 가짜 문제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그렇습니다. 사업을 10년 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은 가짜 문제에 매달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린 스타트업에서 말하는 MVP — 최소 기능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 시장 반응을 보는 것 — 를 하는 이유도 결국 가짜 문제를 빨리 덜어내기 위한 거예요.

대부분의 MVP는 실패합니다. 실패했으면 미련을 두지 말고 버려야 하는데, 자꾸 그 제품을 살리려고 해요. "이거 조금 더 하면 되죠", "기능 하나만 더 붙이면 좋아지겠죠." 100명이 110명 되고, 200명, 300명 되긴 하는데 — 우리가 붙잡고 있는 게 '진짜 문제'인가요?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서 미련 때문에 가짜 문제에 매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셈입니다.

내가 목표하는 규모의 시장이 존재하는 문제. 그게 진짜 문제예요. 기대했던 건 1,000만 명인데 연장선을 그려 보니 100만 명밖에 안 될 것 같다면, 그건 빨리 버리고 다음 타석에 들어서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10개 중 하나가 성공한다면, 한 문제에 1년 이상 쓰면 10년이 걸리는 셈이니까요. 웬만하면 한 달 안에 끝내고, 아니면 빨리 버려야 합니다.

 

출처: EO

 

고객의 말이 아니라 결제를 믿어라

 

저는 고객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아요. 제 생각이나 아이디어도 마찬가지고요.

말만으로는 고객의 진심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욕하면서도 계속 가는 식당이 있잖아요. "줄이 너무 길어", "서비스가 불친절해." 그러면서도 또 갑니다. 고객의 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결제예요. 결제하느냐, 다시 방문하느냐. 그게 전부입니다.

삼쩜삼 고객 의견을 읽어 보면 "가격이 너무 비싸다"라는 얘기가 정말 많아요. 그런데도 계속 쓰세요. 어떤 가격에서 고객들이 결제하는지, 그 선은 제 생각이나 개념이 아니라 결제율로 결정해요. 아이디어는 일종의 가설이고, 결제율이 그 가설의 채점표입니다.

 

출처: EO

 

만들지 말고, 먼저 팔아라

 

스타트업에서는 페이크 페이지 — 실제 제품 없이 랜딩 페이지만 만들어서 수요를 테스트하는 것 — 를 만들어 실험하라는 얘기를 많이 하죠. 

이걸 잘하는 핵심은 제품을 최대한 안 만드는 거예요. 보통 "만들고 나면 그때 마케팅해야지"라고 생각하는데, 거꾸로입니다. 먼저 제품을 다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다음에 뭘 해야 할까요? 그제야 생각하려고 하면 머리가 멍해져요.

제일 먼저 하는 건 냅다 팔아 보는 겁니다. 프로덕트 없이, 먼저 파는 거예요. 돈을 받거나, 전화번호만 받거나. 안 모이면 고객에게 죄송하다고 취소하면 됩니다.

 

출처: EO

 

삼쩜삼이 정확히 그 케이스였습니다. 랜딩 페이지를 만들었더니 전환율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다음 단계로 뭘 했냐면, 수기로 작업했습니다. 채팅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거예요.

옆에 세무사를 앉혀 놓고, 데이터를 받아서 계산한 다음, 그 결과를 복사해서 채팅으로 전달하고 "서비스 비용 1만 5천 원입니다. 입금할 회사 계좌번호 알려드릴게요." 이렇게 했는데 결제 전환율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대로만 가면 대박이다" 싶어서 실제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카드 결제도 붙이고 훨씬 있어 보이게 만들었는데, 오히려 결제율이 떨어지는 거예요. 큰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주일을 써가며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사람이 직접 채팅으로 응대할 때는 "이 사람이 이만큼 해줬으니까 1만 5천 원 정도야"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던 거예요. 그런데 자동화된 서비스로 바꾸니까, 정보를 입력하면 1~2분도 안 돼서 환급액이 뜨고 바로 결제 화면이 나옵니다. 서비스가 너무 빨라서 돈을 낼 이유가 안 느껴지는 거죠.

결과는 똑같은데, 수기로 했을 때 결제 전환율 60%가 자동화 서비스에서는 10%도 안 됐어요.

같은 결과를 주는데 사람이 하면 60%가 내고, 기계가 하면 10%만 낸다. 사람은 결과에 돈을 내는 게 아니라 과정에서 느끼는 무게감에 돈을 내는 거였어요. 그래서 일부러 처리 과정이 조금 더 걸리는 것처럼 만들었습니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피드백을 주는 단계를 눈에 보이게 한 거죠. 그랬더니 결제율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이건 삼쩜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예요. 고객이 돈을 내는 건 결과물 때문인가, 아니면 "이만큼의 일을 해줬다"는 느낌 때문인가.

못 만들어낼 리스크보다, 안 팔리는 걸 만드는 리스크가 훨씬 크다. 먼저 팔아보고, 팔리면 그때 베팅하는 거다.

 


 

본능을 거스르는 훈련이 창업가를 만든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실행하려면 무섭습니다. 아직 만들지도 않은 걸 팔라고? 고객한테 돈부터 받으라고?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요.

대부분의 훈련은 이 본능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스키를 타면서 이걸 배웠습니다.

스키를 타면 경사면 때문에 몸이 앞으로 쏠립니다. 무섭잖아요. 본능적으로 뒤로 젖히고 싶어져요. 그런데 스키 강사는 반대로 하라고 합니다. 경사면에 대해 몸을 직각으로 세우라고요. 중력 방향으로 보면 앞으로 숙이는 셈이라 미친 짓 같지만, 그래야 스키 판의 탄성을 제대로 누를 수 있습니다.

스키 강사가 하는 일은 옆에서 "서도 괜찮아, 서도 괜찮아"를 반복해 주는 거예요. 훈련을 통해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안전하구나"라는 피드백을 받고, 점점 익숙해지면 새로운 직관과 새로운 본능이 생기는 겁니다.

 

출처: EO

 

창업도 똑같습니다. 제품 없이 먼저 팔아보는 실험을 할 때도 본능적으로 "그러면 안 돼", "먼저 팔아도 되나?", "뭔가 불안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키장에서 몸을 뒤로 빼고 싶은 것처럼, 자꾸 제품부터 완성하고 싶어지는 거죠. 교과서에 나온 방법들이 잘 안 먹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돼 있으니까요.

그래서 작게 시작하는 게 필요해요. 처음에 한 명에게만 팔아 본다. 직접 전화해서, 취소되면 상품권이라도 드리고. "이래도 되는구나"를 아주 작은 단위의 실험을 통해 새로운 직관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40개 서비스를 날린 건 저에게 훈련의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2009년부터 지금까지 16년간 창업을 해왔는데, 창업에 필요한 것들은 책만으로는 못 배웁니다. 책에 나온 내용을 본능에 어긋나더라도 받아들여서 내 몸에 익숙해지기까지의 시간,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전은 정제된 실험실 환경이 아니에요. 팀원의 가정사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개인적인 어려움이 겹치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본능을 거스르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가. 결국 그 답은 스키를 처음 배울 때처럼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40번 넘어진 뒤에야, 서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 16년간 40개 서비스를 만들고 2개를 성공시킨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 창업자가 말하는 진짜 문제를 찾는 법, 그리고 팔리는 제품의 조건을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 편집: 김지윤 | 글: 서용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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