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8년 즈음, 한창 선진병영으로 말이 많았던 때 핀트가 다른 댓글들을 보고 부들부들대면서 본인이 몰래 혼자 적은 글입니다.
기존 군대는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말도 안되는 부조리나 악습이 있었습니다.
가장 문제인 건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그 안에서 생활을 오래한 상급자가 되면 그런 악습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등병이 자대에 가자마자 당연하다는 듯이 당하는 인권유린과, 폭행 및 폭언.
이러한 악습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급자를 인격체가 아닌 자신이 일방적으로 대할 수 있는 기계처럼 보게 됩니다.
요즘 진행되고 있는 군대의 선진병영화에 대해서 정말 많은 부정적 견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군대 개판이다, 요새 군대 왜이러냐, 기강이 무너진다 등등.
이러한 말들은 자신이 당했던 그 시절의 반발심으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곧 균형을 맞춰가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군대는 점점 선진화 되어가고 있고 매년, 아니 어쩌면 매달 부조리가 줄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우리때' 가 몇달마다 최신화 되는 것입니다.
10년도, 11년도, 그리고 그 전 군번들이 행하고 당했던 구타 및 가혹행위를 저로서는 피해자의 아픔을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없어져야만 하는 것이었고, 뿌리까지 뽑아야 하는 악습입니다.
저는 15년도 6월, 야전공병 보직으로 육군을 갔다 왔습니다. 1115공병단 190공병대대에서 이등병, 일병 3호봉까지 야전공병으로 복무했고 이후에는 부대의 서무계 행정병이 되어 근무하다 전역했습니다.
군복무하며 군대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부조리와 악폐습에 이를 갈며 내 후임들은 당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군생활 했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들이 병장은 되는데 이등병은 왜 안되냐, 상급자 앞에서 감정표현도 못하냐 등등이 있는데,
이런것들 때문에 군대가 개판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지금까지의 군대는 툭하면 자살, 구타 및 가혹행위에 찌들어 있었다는 것은 다들 공감하실겁니다.
윤일병 사건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어느 부대나 크고 작은 병폐들이 자리잡고 있죠. 현재 군대는 전쟁도 하지 않았는데 자살과 사고 등으로 수많은 목숨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지금의 동기생활관, 악폐습 철폐 등으로 군대를 선진병영화하겠다는 것이 현재 군의 입장입니다.
기존에 몇 십년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군기강 해이나 하극상 등
부작용들도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제시되어야 합니까?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병영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맞습니까?
일, 이등병 군기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일병 생활관에 갔더니 일병이 침상에 삐딱하게 누워 티비를 보고 있다.
왜 안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휴식은 휴식입니다. 상 병장들은 편히 쉬지만 일, 이등병은 편히 쉬면 안된다는 건
굉장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다들 일, 이등병을 겪어 보셨으면 그 때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괴로웠는지 아실 겁니다.
하루 오전, 오후동안 주어지는 일과도 힘들고 벅찬데 편히 쉴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게 맞습니까?
본인은 일, 이등병 때 눈치보며 쉬었으니 앞으로의 후임들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부조립니다.
일과, 군기, 훈련과 휴식은 전혀 별개입니다. 하급자들도 쉬어야 할 때는 편히 쉴 권리가 있고 그래야 최상의 상태로 다음의 근무, 일과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2. 병장은 깔깔이를 입고 돌아다녀도 되고 이등병은 안된다.
규정상 깔깔이만 입고 돌아다니지 않게 되어있다면 병장도 입고 돌아다녀서는 안됩니다.
군대에서는 이와 같이 이등병 때는 할 수 없었던 행위를 상급자 때는 하면서 자신과 하급자의 차이를 상기시키는
행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등병이 해서 안되는 일은 병장도 해서는 안됩니다. 본인은 개판으로 행동하면서 하급자에게 엄격한 규율을 요구하면 하급자는 불만만 생길 뿐 전혀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확실한 이유가 있어도 말이죠.
그렇게 하급자를 다루기 힘들 때 사용하는 방법이 기존에는 구타 및 폭언이었습니다.
가장 확실하고 편한 방법이죠. 하지만 그래서는 안됩니다.
자신이 과거에 힘들었다고 해서, 상급자 때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서 후임에게 규정을 가르친다면 그건 과거의
쓰레기같던 선임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조금 더 귀찮고 힘들더라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급자가 따릅니다.
선임의 권위는 절대로 윽박지르고 겁주는 것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선임으로서의 위엄과 권위는 본인의 행실과
실력에서 나옵니다. 바르게 생활하고 자신의 주특기에서 실력을 보인다면 후임은 저절로 따르게 되어있습니다. 욕과 힘, 계급으로 통제하려는 사람은 3류입니다. 하급자는 절대로 그런사람을 진심으로 따르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잘 배울수도 없습니다.
3. 도저히 안되는 후임
생활하다보면 현역 부적합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일 정도로 답이 없다 싶은 사람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게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그런 사람들은 절대 1인분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구타, 가혹행위, 폭언 및 욕설, 부조리들을 한다고 그 사람이 바뀌어서 1인분을 하게 됩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20년 동안 그 사람을 바꾸려던 무수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바꾸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겐 간부와 상의 후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수준의 일 만을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화가 납니다.
그만큼 다른 사람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안되는 걸 시키겠다고 화를 내고, 화를 내면 주먹이 올라가고,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최선책이 아니라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선 이러한 힘든점을 감수해야한다는 점도 군대에서 배울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병장은 해야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군 생활을 17개월이나 한 상급자입니다.
이등병은 정말 에이스가 아니고서야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습니다. 고작 군생활을 몇개월밖에 하지 않은 하급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는 상, 병장들이 후임을 교육하다가 답답함을 못 이겨 욕설도 하게 되고 폭력도 쓰게
되는데, 이것이 군대 악폐습의 시작입니다.
제가 말하고 있는 것은 이기주의가 판을 치며 서로가 불신하고 그로 인해 업무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할 일은 하되, 불필요한 휴식군기 및 누군 되고 누군 안되는 부조리 문화를 청산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선진병영화가 현재는 기존 군대 문화와의 마찰 때문에 이런 부작용들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방향은 맞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어쨌든 이렇게 군문화의 발전을 위해, 같이 생활하던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며 군생활을 하면 전역하고 나서 후임들에게 아주 무서운 선임이었던 일, 후임을 데리고 놀렸던 일, 서로가 당했던 부조리를 자랑하는 그런 사람들보다 훨씬 더 보람있는 군생활을 했다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크린샷 출처 : 유튜브 장삐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