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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제비 도는 테슬라 로드스터, 정말 쓸모없을까

아마 대부분 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첫 반응은 "AI가 아니라고?"였을 거고요. 저도 그랬습니다. 차가 공중제비를 돈다니요.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큰 어그로라 저도 한 번 짚어보려고 합니다.


차가 거꾸로 달렸습니다

 

10월 15일, 텍사스 맥그리거에 있는 스페이스X 로켓 시험장에서 테슬라의 신형 로드스터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대중에게는 깜짝 발표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이 시연은 9년 묵은 약속입니다. 테슬라는 2017년 11월 이 차를 처음 공개하며 2020년 출시를 약속했고, 이듬해에는 로켓 추진기를 달겠다는 이야기까지 꺼냈는데요. 출시 목표는 해마다 밀렸고, 올해 들어서는 발표일까지 몇 번이나 미뤄졌습니다. 그 약속의 일부를 이제야 꺼내 보인 셈입니다.

 

그런데 막상 막이 오르자, 시연은 그 오랜 기다림을 한순간에 뒤집어 놓았습니다. 로드스터는 안쪽으로 휘어진 경사로를 타고 올라가더니 뒤집힌 채로 달렸고, 경사로 끝에서 떨어져 나온 차는 공중에서 몸을 틀어 자세를 바로잡고 착지했습니다. 이어진 시연에서는 트럭과 주차된 차들 위로 뛰어올라 공중에서 한 바퀴 비튼 뒤 내려앉았고요. 무대 위 장면은 자동차 발표회보다 곡예에 가까웠습니다.


두 장치는 모두 새것이 아닙니다

 

이 장면들을 만든 핵심 기술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차를 노면에 붙이는 팬, 또 하나는 공중에서 자세를 잡는 추진기입니다. 낯설어 보이지만, 사실 둘 다 처음 나온 기술은 아닙니다.


팬: 레이스장에서 두 번 쫓겨난 기술

 

원리는 진공청소기와 같습니다. 차 바닥과 노면 사이의 공기를 팬으로 빨아내면 차 아래쪽 기압이 낮아지고, 위에서 누르는 공기가 차를 바닥에 꽉 붙입니다. 청소기 흡입력이 셀수록 노즐이 바닥에서 잘 안 떨어지는 것처럼요.

 

이 기술이 가장 필요한 곳은 레이스장입니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면 차 주변을 흐르는 공기 때문에 차가 들뜨기 쉬운데요. 그러면 바퀴가 노면을 제대로 붙잡지 못해 속도를 내기도, 차를 제어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1978년 F1에서, 브라밤 팀의 설계자 고든 머리는 차 뒤에 커다란 팬을 단 BT46B를 내놓았습니다. 팀은 엔진을 식히는 냉각팬이라고 설명했지만, 누가 봐도 차를 바닥에 붙이는 장치였죠. 이 차로 니키 라우다가 스웨덴 그랑프리에서 우승하자 다른 팀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브라밤은 단 한 경기 만에 이 차를 스스로 거둬들였습니다. 이후 F1은 규정을 고쳐 팬카를 막았습니다.  

 

 

이보다 8년 앞서 미국 캔암 레이스에서 채퍼랠 2J가 스노모빌 엔진으로 팬을 돌려 다른 차보다 2초 넘게 빠른 예선 기록을 냈다가, '움직이는 공기역학 장치'를 막는 규정에 걸려 퇴출된 적이 있습니다. 레이스장에서는 너무 잘 붙는다는 이유로 이미 두 번이나 쫓겨난 기술이었던 셈입니다.

 

이 팬을 도로로 끌고 나온 것도 고든 머리였습니다. 그가 2020년에 공개한 슈퍼카 T.50의 뒤편에는 지름 400mm짜리 팬이 달려 있습니다. 레이스 규정을 따를 필요가 없는 도로용 차라서 가능한 일이었죠. 로드스터는 이 팬을 한 단계 더 밀어붙였습니다. 코너에서 차를 눌러주는 정도가 아니라, 뒤집힌 채로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세게 빨아들이는 겁니다.  


추진기: 로켓이 착륙할 때 쓰는 기술

 

추진기의 원리는 더 단순합니다. 불을 붙이지 않고, 압축해 둔 기체를 노즐로 뿜어 그 반동으로 움직입니다. 바람을 넣은 풍선을 그냥 놓으면 공기를 내뿜으며 날아가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차가운 기체'라는 뜻의 냉가스 추진기라고 부릅니다. 힘은 약하지만 구조가 간단하고, 켜고 끄는 게 즉각적이라 미세하게 자세를 잡기 좋습니다.  

 

 

그리고 이 장치를 가장 잘 다루는 곳이 바로 스페이스X입니다. 팰컨 9 로켓의 1단은 2단과 분리된 뒤 질소 기체를 뿜는 냉가스 추진기로 몸을 뒤집어 방향을 돌립니다. 그다음 엔진을 다시 켜 착륙 지점으로 돌아오죠. 로드스터의 추진기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함께 만들었고, 같은 계열의 기술이에요.  

 

 

물론 차이도 있습니다. 로켓은 질소 같은 기체를 지상에서 미리 채워 넣지만, 로드스터는 차가 스스로 공기 탱크를 다시 채울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채우는지, 한 번 채우면 얼마나 날 수 있는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어요.

 

두 장치 모두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다만 세계 최고의 전기차 회사와 세계 최고의 로켓 회사가 한 사람의 손에 있었을 뿐입니다.


계산으로는 쓸모없는 기능입니다

 

박수와 함께 냉정한 숫자도 따라 나왔습니다. 차 안의 빈 공간마다 공기 탱크가 들어가면서 배터리가 들어갈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테슬라가 밝힌 주행거리는 2017년에 약속한 1,000km의 절반 수준이 됐습니다. 양산은 2028년으로 예정돼 있고, 가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실용성만 따지면 굳이 만들 이유가 없는 차입니다. 이런 차를 검토했던 회사가 있다면, 회의실 어딘가에서 이런 말들이 오갔을 겁니다.

 

  • 공도에서 차가 뛰어오르는 걸 허가해 줄 나라는 없다.
  • 뒤집힌 채 달리는 차를 안전하게 굴릴 방법도 마땅치 않다.
  • 그 장치를 넣느라 배터리 자리를 내주면, 정작 전기차의 본업인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아니, 이런 구상 자체를 하지 않은 곳이 더 많았을 겁니다. 떠올린 곳이 있었더라도 '필요 없고, 쓸모없다'는 결론에서 멈췄겠죠. 머스크는 그 계산이 끝나기 전에 만들어버렸습니다.  

 

 

물론 이 계산이 틀린 건 아닙니다. 공도에서 이 차를 띄울 일은 아마 없을 거예요. 9년 늦었다는 비판도 맞고, 처음부터 팔려고 만든 차가 아니라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려는 쇼케이스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다만 자동차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쓸모없다'는 판정이 영원했던 적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전기차도 한 번 버려졌던 기술입니다

 

1900년 무렵, 뉴욕 거리에는 전기 택시 100여 대가 손님을 태우고 다녔습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는 젊은 엔지니어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설계한 로너-포르쉐가 나왔어요. 바퀴 안에 모터를 넣은 '인휠 모터' 전기차였습니다.  

 

포르쉐는 곧이어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주행거리를 늘린 하이브리드, 젬퍼 비부스도 만듭니다. 그 시절 전기차는 시끄럽고 냄새나는 휘발유차보다 오히려 고급스러운 선택이었죠.

 

 

판세를 뒤집은 건 전기차의 결함이 아니라 바깥의 조건이었습니다. 1908년 포드 모델 T가 휘발유차 값을 끌어내렸고, 1912년 캐딜락의 전기 시동 장치는 손잡이를 돌려 걸던 시동을 버튼 하나로 바꿨습니다. 텍사스의 원유는 기름값을 바닥으로 떨어뜨렸고요. 싸고 편하고 기름 걱정 없는 휘발유차 앞에서 전기차는 '쓸모없는 차'가 됐습니다.

 

그 판정이 뒤집히기까지는 거의 한 세기가 걸렸습니다. 1990년 캘리포니아가 판매 차량의 일정 비율을 배출가스 없는 차로 채우게 했고, 노트북에 들어가던 리튬이온 배터리가 싸고 흔해졌습니다. 테슬라는 바로 이 배터리 수천 개를 이어 붙인 차로 시작한 회사예요.

 

버려졌던 다른 기술들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젬퍼 비부스의 하이브리드는 1997년 토요타 프리우스로, 로너-포르쉐의 인휠 모터는 70년 뒤 달 탐사차의 바퀴로, 레이스장에서 쫓겨난 팬은 이번 로드스터의 바닥으로 돌아왔습니다.


쓸모는 시대가 정합니다

 

전기차를 밀어낸 건 기름값과 시동 장치였고, 다시 불러낸 건 규제와 배터리였습니다. 어느 쪽에서도 전기 모터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쓸모를 정한 건 늘 기술 바깥에 있었습니다.

 

로드스터의 비행 기능이 언젠가 다시 불려 나올 기술일지, 이대로 잊힐 기술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번의 화려한 쇼로 끝날 가능성도 큽니다. 다만 이번 발표로 분명해진 건 있습니다. 바퀴 달린 차가 뒤집혀 달리고, 공중에서 몸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이요. 언젠가 사고 직전의 차를 바로 세우는 장치가 필요해질지, 전혀 다른 곳에서 쓰임새가 생길지는 그 시대의 조건이 정할 겁니다.

 

1912년, 캐딜락의 시동 버튼을 누르던 사람들에게 전기차는 끝난 기술이었습니다. 100년 뒤 그 판정이 뒤집힐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 이 시연을 보고 던질 질문은 '이게 쓸모가 있나'가 아닙니다. 공중제비 도는 차가 정말 도로 위를 달린다면 무엇이 가장 먼저 필요할지, 지금은 쓸모없어 보여도 끝까지 밀어붙여 볼 만한 기술은 무엇인지 묻는 쪽이 필요합니다. 오늘 쓸모없는 기술과 영영 쓸모없는 기술은 다릅니다. 쓸모는 시대가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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