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무기로 만들기
모든 마케터는 사업가다!
돈 버는 마케팅이란? 파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숫자가 있습니다.
조회수. 좋아요. CTR. CPC. ROAS.
콘텐츠 조회수가 몇 만이 나왔고, 광고 효율이 몇 퍼센트 좋아졌고, 팔로워가 얼마나 늘었다고 보고합니다. 그런데 소선중 님은 여기서 항상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얼마 팔았어요?”
그리고 하나를 더 묻습니다.
“그래서 얼마 남았어요?”
<모든 마케터는 사업가다>의 저자 소선중 님의 이야기와 함께했어요. CJ제일제당을 시작으로 매일유업, 광동제약 등에서 17년 동안 식품 브랜드를 다뤘고, 지금은 국내 최초 브랜드 매니저 대행 서비스를 운영 중인 '마케티움'에서 여러 기업의 브랜드 매니저 역할을 대신하며 사업을 키우고 있는 분입니다.
이날의 주제는 마케팅이었지만, 정작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바로 ‘숫자’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알게 됩니다. 결국 숫자를 안다는 것, 마케팅을 ‘광고’가 아닌 ‘사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글에서 숫자를 무기로 함께 만들어볼까요?
1. 1원을 아껴 4억을 벌었습니다
소선중 님이 광동제약에서 비타500을 담당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제품 하나에서 원가를 1원 줄였습니다. 듣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겨우 1원?”
그런데 비타500은 당시 연간 약 4억 병이 판매됐습니다.
한 병에 1원을 아끼면 이렇게 됩니다.
1원 × 4억 병 = 4억 원
회사 입장에서는 4억 원의 이익이 더 생긴 셈입니다. 소선중 님은 이 성과로 사내 포상도 받았다고 합니다. 마케팅을 하면 보통 ‘더 많이 파는 법’부터 생각합니다. 광고를 더 하고, 프로모션을 더 하고, 신제품을 만들고, 새로운 채널에 입점합니다. 그런데 사업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기업이 돈을 더 버는 방법은 크게 이렇습니다.
더 많이 팔거나.
원가를 줄이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여기에 한 단계 더 들어가면 더 수익성이 좋은 제품에 집중하거나, 더 수익성이 좋은 채널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마케터가 '광고비'와 '광고성과'만 보고 있으면 이 그림을 볼 수 없습니다.
1원을 줄이는 것까지 고민하고, 10억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것도 사업을 보는 마케터의 일입니다.
2. 광고비 10억, 꼭 광고에 써야 할까요?
회사에서 올해 마케팅 예산으로 10억 원을 받았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무엇부터 생각하시나요?
이걸로 광고를 어디에 집행할까.
이걸로 미디어 믹스를 어떻게 짤까.
이걸로 퍼포먼스 효율을 어떻게 높일까.
대부분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런데 소선중 님은 이걸 “1단계 마케터의 사고”라고 이야기합니다. 한 단계 더 올라가면 먼저 이렇게 묻습니다.
“그런데 이 10억, 왜 써야 하지?”
광고비 10억도 회사의 10억이고, 제품의 원가를 높이는 10억도 회사의 10억이고, 직원을 더 뽑는 데 쓰는 10억도 회사의 10억입니다. 그러니 마케터라면 꼭 광고로 써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때로는 패키지를 바꾸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고, 샘플링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고,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게 더 많이 팔릴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예산을 ‘소진하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회사 돈을 어디에 써야 가장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 마케터는 주어진 예산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돈으로) 사업하는 사람입니다.
3. ROAS가 높으면 마케팅을 잘한 걸까?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자주 보는 숫자가 있습니다.
ROAS.
로아스라는 말을 정말 많이 쓰죠. 광고비 대비 얼마의 매출을 만들었는지 보는 지표입니다.
그렇다면 ROAS가 몇 퍼센트면 잘한 걸까요?
200%? 300%? 500%?
정답은, 이것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소선중님은 기업마다 원가율과 비용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ROAS라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원가율이 낮고 마진이 높은 제품은 ROAS가 상대적으로 낮아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원가율이 높은 식품처럼 마진 구조가 낮은 제품은 광고 효율이 좋아 보여도 실제로는 적자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결국 제일 중요한 건 ROAS가 아니라 영업이익입니다.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 CTR이 높아졌다. CPC가 낮아졌다. 다 좋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는 최종 목적지가 아닙니다. 그 숫자들이 결국 얼마를 더 팔게 했는지, 얼마를 더 남기게 했는지까지 연결되어야 합니다.
마케팅의 숫자는 효율을 높이는 걸 넘어, 사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드는 숫자여야 합니다.
그래서 마케터는 반드시 원가를 알고, 마진을 알고, 이익률을 알아야 합니다.
4. 숫자는 혼자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번 달 매출이 30% 늘었습니다.”
좋은 걸까요? 이것만으로는 모릅니다. 지난해보다 30% 성장했지만 목표가 100% 성장이었다면 못한 겁니다.
숫자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점 대비 갭’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숫자는 그냥 숫자로 존재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11만 8천 뷰.
ROAS 318%.
매출 7,800만 원.
광고비율 4.7%.
이 숫자만 보고는 잘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전년에는 어땠는지, 경쟁사는 어떤지, 시장 평균은 얼마인지.
비교할 기준이 있어야 숫자가 지표가 됩니다.
그래서 보고할 때도 달라져야 합니다.
“전월 대비 30%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목표 1억 원 대비 8천만 원을 달성해 20% 부족했습니다. 원인은 ○○이며, 다음에는 △△를 개선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가야 합니다. 숫자는 자랑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숫자는 '다음 행동'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5. 1등과 2등은 같은 마케팅을 하면 안 됩니다
이번엔 술자리 이야기로 가볼까요?
참이슬을 마시고 있는 테이블에 참이슬 프로모터가 찾아옵니다.
“참이슬을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용해 주세요.”
그리고 선물을 주고 갑니다.
조금 뒤 좋은데이 프로모터가 옵니다.
“한 병 더 주문하시겠어요? 좋은데이는 어떠세요? 한 병 주문하시면 한 병을 더 드릴게요.”
둘 다 소주 브랜드 프로모션입니다. 그런데 멘트가 다르죠? 왜냐하면 두 브랜드의 목적이 완전히 다릅니다. 참이슬은 기존 고객이 계속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좋은데이 같은 후발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를 마시던 고객을 자기 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하나는 로열티를 높이는 싸움이고, 하나는 스위칭을 만드는 싸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마케팅을 할 때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왜 해요?”
“인지도 높이려고요.”
“이 광고는 왜 필요해요?”
“매출 올리려고요.”
너무 익숙한 답입니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브랜드가 같은 방식으로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브랜드가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도 정할 수 있습니다.
6. 마케팅은 Yes or No가 아니라 Choice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이거였습니다.
“마케팅 의사결정은 Yes or No가 아니라 Choice입니다.”
신제품을 만들까, 말까. 광고를 할까, 말까. 이 질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신제품 A를 만들 것인지, B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기존 제품에 투자할 것인지.
광고에 10억을 쓸 것인지, 제품 원가를 10억 높일 것인지,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것인지.
여러 선택지를 놓고 무엇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고르는 것.
그게 마케팅 의사결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숫자가 필요합니다.
“요즘 이게 유행하니까.”
“경쟁사도 하니까.”
“왠지 잘될 것 같으니까.”
이것만으로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숫자는 크리에이티브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수많은 아이디어 중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게 해주는 무기에 가깝습니다.
마케팅을 하나의 전장이라고 봤을 때 좋은 컨셉은 ‘창’이 되고, 숫자는 ‘방패’가 됩니다.
내 것을 사야 할 이유를 만드는 컨셉은 ‘창’, 내 의사결정이 맞는지 판단하게 해주는 숫자는 ‘방패’입니다. 둘 다 있어야 사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7. 마케터는 광고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요즘 마케팅 직무는 많이 나뉘어 있습니다.
브랜드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CRM 마케터. 그로스 마케터. 마케터는 광고'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각 영역의 전문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소선중 님은 마케팅을 그보다 더 넓게 보자고 이야기합니다.
제품을 만들고, 가격을 정하고, 어디에서 팔지 결정하고, 어떻게 알릴지 정하고, 그리고 그 결과로 얼마를 팔고 얼마를 남길지까지.
마케팅은 비즈니스 안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브랜드 매니저를 두고 이런 표현을 했습니다.
(남의 돈으로) 사업하는 사람.
회사가 맡긴 돈과 자원을 가지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만들어내는 사람. 스타트업 대표가 자기 돈과 투자금으로 사업을 하듯, 마케터 역시 회사가 맡긴 자원으로 작은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번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생각했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좋은 광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크리에이티브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의 끝에는 하나의 질문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사업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가?"
초인의 한 줄 정리
저 역시 마케터로 오래 일하면서 브랜드와 콘텐츠 이야기를 많이 해왔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꺼내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마케팅은 결국 회사의 돈과 리소스를 가지고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물어야 합니다.
얼마를 썼는가.
얼마를 팔았는가.
그리고 얼마가 남았는가.
그리고 그 숫자를 가지고 다음 선택을 해야 합니다.
광고를 더 할지. 가격을 바꿀지. 원가를 줄일지. 제품을 접을지. 잘되는 하나에 더 집중할지. 숫자를 알아야 하는 이유, 더 좋은 선택을 하는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더 좋은 선택을 반복하다 보면, 마케터는 결국 파는 사람을 넘어 비즈니스를 키우는 사람이 됩니다.
마케터는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 더 잘 벌리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게 소선중 대표님과 이번 워스픽살롱에서 만난 가장 중요한 무기였습니다.
마케터는 파는 사람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비즈니스를 키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초성장 커뮤니티 워스픽 살롱에서 소선중 님과 함께한 이야기를 꺼내옵니다.
숫자를 무기를 만드는 살롱
마케터와 브랜드의 무기를 만드는 초인랩 에서 다양한 성장의 시간으로 함께 해요 :)
>> 성장의 무기를 만드는 또 다른 시간
초인의 3번째 책 <귀여움을 팔아라>
왜 우리는 귀여운 것에 지갑을 열까? 호감에서 구매까지, 귀여움을 브랜드의 무기로 만드는 법
잠깐 화제가 되는 캐릭터와 오래 사랑받는 캐릭터의 차이부터, 세계관을 키우는 방법, 굿즈와 팝업을 기획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까지. 재미있는 사례와 실무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꺼냅니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이 좋아하고 오래 기억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면 이 책에서 만나보세요.
※ 링크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