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사업전략 #프로덕트
아무것도 바꾸지 마세요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습니다."

이런 원칙으로 화제성을 넘어, 멀리서도 찾아오는 팬을 만든 브랜드가 있습니다. 새로움보다 강한 브랜드의 진짜 ‘힘’을 꺼내봅니다.
 



파이브가이즈가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법


한국에 처음 파이브가이즈가 들어왔을 때 기억하시나요?
 

2023년 강남에 첫 매장이 문을 열었고, 오픈 당일에는 평균 6시간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글로벌 버거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화제성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장면은 그다음부터였습니다. 파이브가이즈가 여주 아울렛에 매장을 열었을 때였습니다. 보통 아울렛에 있는 음식점이라면 쇼핑을 하러 온 사람이 식사를 위해 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였습니다.
 

파이브가이즈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파이브가이즈를 먹기 위해 여주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강원도, 충청도, 경기 남부에서도 찾아왔습니다. 브랜드가 고객의 동선까지 바꾸기 시작한 것이죠. 
 

새로운 무언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원래 잘하던 것을 바꾸지 않는 것.

맥스서밋에서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에프지코리아 김남기 대표님과 나눈 이야기를 통해, 일관된 경험이 어떻게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지 그 무기를 꺼내봅니다.
 



1. 아무것도 바꾸지 마세요


글로벌 브랜드가 새로운 나라에 진출하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다.

현지화(Localization)입니다. 특히 입맛이 다르고, 식문화가 다른 F&B의 경우는 더욱 그렇죠.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만들고, 한국 고객에게 익숙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파이브가이즈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마시죠.

 

한국 론칭을 준비하면서 던진 질문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고객은 한국의 파이브가이즈에 무엇을 기대할까?”

처음 파이브가이즈를 경험하는 고객이라면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이게 파이브가이즈인가?”


해외에서 이미 파이브가이즈를 경험한 고객이라면 이렇게 느끼길 원했습니다.

“맞아. 이게 내가 알던 파이브가이즈였지.”

그래서 제품부터 매장까지 가능한 한 글로벌에서 경험하던 파이브가이즈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현지화는 반드시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고객이 기대하는 브랜드의 원형이 명확하다면, 그 기대를 지켜주는 것이 때로는 가장 좋은 현지화일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를 새롭게 보여주는 것보다, 고객이 기대했던 경험을 그대로 다시 만나게 해주는 것. 처음 온 사람에게는 “이게 파이브가이즈구나”를, 이미 경험한 사람에게는 “맞아, 이게 파이브가이즈였지”를 느끼게 하는 것.

파이브가이즈는 변화보다 일관성을 선택했습니다.


 

2. 브랜드 경험은 ‘사소한 것’의 합이다

 

파이브가이즈를 떠올려보면 무엇이 먼저 생각나시나요?

은박지에 싸여 나오는 버거. 푸짐하게 담아주는 감자튀김.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토핑. 매장에 놓여 있는 무료 땅콩. 빨간색과 흰색으로 채워진 공간. 쌓여 있는 감자 포대. 매장 전체에 크게 흐르는 팝 음악.

하나씩 놓고 보면 아주 대단한 장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의 파이브가이즈를 가더라도 이런 경험들이 비슷하게 반복됩니다. 그리고 그 작은 경험들이 모여 파이브가이즈다운 일관된 경험을 만듭니다.

브랜드 경험을 만들려고 하면 꼭 새롭고 독특한 것을 먼저 떠올립니다. 새로운 인테리어를 하고, 팝업스토어를 열고, 이벤트를 만들고, 특별한 서비스를 기획합니다. 하지만 고객이 브랜드를 기억하는 건 의외로 일관된 작은 디테일일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포장되어 나오는지. 어떤 방식으로 주문하는지. 매장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이런 작은 경험들이 같은 방향으로 반복될 때 하나의 브랜드가 만들어집니다.

브랜드 경험은 새롭고 독특한 것이 아닌, 같은 디테일이 반복될 때 만들어집니다.


 



3. 감자가 없으면 파이브가이즈도 없다


한국 파이브가이즈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의외로 ‘감자’였다고 합니다.

파이브가이즈는 생감자를 직접 손질해 감자튀김을 만듭니다. 문제는 한국 감자로는 파이브가이즈가 원하는 본연의 감자튀김 맛을 내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해외에서 쓰던 감자를 가져오면 되지 않을까요?

이 과정에서 본사의 한 임원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There’s no Potato, There’s no Five Guys.


감자가 없으면 파이브가이즈도 없다.

결국 한국에서도 파이브가이즈의 기준에 맞는 감자를 찾기 위해 약 1년의 시간을 들였고, 적합한 국내 감자를 찾아낸 뒤에야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좋은 감자를 찾았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생감자는 산지와 계절, 상태에 따라 품질이 계속 달라집니다.

그래서 파이브가이즈에서는 하루 두 번씩 'Fry Calibration'을 진행합니다. 그날의 감자 상태에 맞춰 튀김 조건을 다시 맞추고 테스트하는 과정입니다. 그날그날 감자 상태에 맞춰 최적의 품질을 구현하기 위한 조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고객에게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릴 화려한 볼거리도 아닙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곳에서 브랜드 경험의 차이가 만들어집니다. 브랜드다움을 지킨다는 것은 바로 고객이 경험하게 되는 내부의 기준을 끝까지 지키는 일입니다.

파이브가이즈에게는 감자가 그 기준 중 하나였습니다.

 



4. 첫 방문은 경험, 두 번째 방문은 신뢰


파이브가이즈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긴 줄은 큰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줄을 세우는 것과 이후 계속해서 다시 찾는 팬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한 번은 호기심에 찾아올 수 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니까. SNS에서 많이 봤으니까. 유명하니까. 그런데 브랜드가 오래가려면 두 번째 방문 그리고 그 이후의 반복 방문이 필요합니다. 김남기 대표님은 이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첫 방문이 브랜드의 '경험'이라면, 두 번째 방문부터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그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파이브가이즈가 운영하는 방법 중 하나가 시크릿 쇼퍼입니다. 외부 평가자가 매장을 방문해 제품의 품질, 서비스, 청결 등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외식 업계에서는 분기나 반기에 한 번 정도 진행하기도 하는 평가를 파이브가이즈는 모든 매장에서 매주 2회씩 진행한다고 합니다. 평가 결과가 좋으면 직원에게 인센티브도 지급합니다.

결국 고객이 매장에서 느끼는 ‘항상 비슷한 좋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고객에게는 보이지 않는 내부 시스템을 집요하게 운영하고 있는 셈입니다.

고객에게 보이는 일관성은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서 만들어집니다. 마케팅에서는 고객에게 무엇을 보여줄지를 많이 고민합니다. 하지만 오래가는 브랜드라면 그전에 이걸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약속한 경험을 계속 만들어낼 시스템이 우리에게 있는가?'

팬덤은 매장에서 '보이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 경험을 매일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운영'에서 시작됩니다.

 


 

5. 팬이 되면 이것부터 달라집니다

 

파이브가이즈에는 재미있는 주문 방식이 있습니다.

버거에 들어가는 토핑을 고객이 자유롭게 고를 수 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보통 기본적인 토핑 조합인 ‘올더웨이(All the Way)’를 많이 선택한다고 합니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니 브랜드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먼저 경험하는 것이죠.

그런데 고객이 파이브가이즈에 익숙해질수록 주문 방식이 달라집니다. 올더웨이의 비중이 줄고, 자신만의 토핑 조합을 만드는 고객이 늘어납니다.

처음에는 브랜드가 만들어준 경험을 소비합니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면 고객은 그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기 시작합니다. 피클은 빼고, 할라피뇨는 더 넣고. 소스를 바꾸고, 자신이 좋아하는 조합을 만들어갑니다. 브랜드를 자기 방식으로 즐기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난 불닭 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불닭의 팬들은 브랜드가 알려준 방법대로 라면만 끓여 먹지 않았습니다.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밈을 만들고,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파이브가이즈에서도 팬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브랜드를 즐기기 시작합니다. 진짜 팬은 브랜드가 정해준 방식대로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안에서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브랜드가 모든 것을 정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지켜야 할 본질은 잘 지키되, 그 안에서 고객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게 열어놓는 것.

그것이 팬과 브랜드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기도 합니다.



 

6. 굿즈는 팬덤을 만들지 않는다

 

요즘 브랜드 팬덤을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굿즈'입니다. 파이브가이즈 역시 매장이 새로 문을 열 때마다 해당 지역의 특징을 살린 굿즈를 만들고 있습니다.

용산에서는 전자상가의 특성을 활용한 키캡 키링.

여주에서는 아울렛이라는 특성을 살린 타포린 쇼핑백.

대치에서는 학생 고객을 고려한 땅콩 모양 말랑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굿즈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파이브가이즈는 굿즈가 브랜드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규 매장 오픈 때 찾아와 주는 고객에게 선물하는 형태로만 운영합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매장이 열릴 때마다 찾아와 굿즈를 모으는 팬들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요즘 브랜드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질문이 있다고 봅니다.
 

캐릭터를 만들고, 굿즈를 만들고, 팝업을 열면 정말 팬덤이 생길까요?

저는 오히려 순서가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굿즈가 팬을 만드는 게 아니라, 팬이 생긴 브랜드의 굿즈가 더 갖고 싶어지는 겁니다.

본질이 약한 브랜드가 굿즈부터 만든다고 팬덤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먼저 고객이 반복해서 찾을 이유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브랜드 경험이 먼저고 굿즈는 그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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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의 한 줄 정리

 

파이브가이즈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크게 남은 것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마케팅이 아니었습니다.
 

'바꾸지 않는 힘.'


은박지에 싸인 버거. 땅콩. 감자. 빨간 매장. 빨간 유니폼. 커스터마이징. 음악. 그리고 그것을 항상 같은 수준으로 제공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운영 시스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다 보면 계속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됩니다. 신제품, 새로운 콘텐츠, 이벤트. 계속 변해야 할 것 같죠. 하지만 팬은 새로움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제 좋아했던 것을 오늘 다시 만날 수 있고, 오늘 좋아한 것을 다음 방문에서도 다시 경험할 수 있을 때, 그 반복이 신뢰가 됩니다. 그것의 키는 제품의 품질일 수도, 브랜드의 철학일 수도 있습니다. 서비스 방식일 수도 있고, 공간의 분위기나 패키지, 고객을 대하는 작은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새롭게 만들지 고민하는 것만큼, 무엇을 끝까지 지킬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브랜드 전략입니다. 지난 불닭 편에서 팬덤의 무기는 ‘확장’이었습니다. 제품을 먹는 시간 밖에서도 고객이 브랜드와 놀 수 있도록 세계를 넓혔습니다.

파이브가이즈의 무기는 반대입니다. 브랜드의 원형을 지키고, 고객이 좋아했던 경험을 계속 다시 만날 수 있게 합니다.

한 브랜드는 확장해서 팬을 만들고, 한 브랜드는 지켜서 팬을 만듭니다. 방식은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고객이 자기 시간과 취향을 계속 쓸 이유를 만들어준다는 것.

 

그렇게 브랜드는 한 번 사는 제품을 넘어, 다시 찾고 싶은 경험이 되고 결국 팬이 있는 브랜드가 됩니다.

팬을 만들고 싶다면, 이것부터 먼저 물어보세요.

우리 브랜드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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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 보기 : 불닭은 라면만 팔지 않는다 


 

불닭과 파이브가이즈와 함께!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브랜드의 무기를 찾아 팬을 만들어가시길 바랄게요.

초인 마케팅랩


 



 

>> 성장의 무기를 만드는 또 다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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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초인(윤진호) 초인 마케팅랩 · 마케터

초인 마케팅랩 대표 | 전)디즈니/GFFG 마케팅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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