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온 사람이 깨야하는 습관 3가지.
· 정해주길 기다리는 습관.
내가 초창기 멤버로 들어간 곳중 핀테크 스타트업이 있었다. 창업을 여럿해본 미국 유학파 CEO와 빛나는 이력의 CTO.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함께 있기 편한, K, N사의 사람좋아 보이는 S급 개발자들. 여기에 1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온 사업개발 전문가들, 그리고 백억원이 넘는 시드 투자까지. 하루 하루의 출근이 기대되고 재밌던 시절이었다. 우리는 누가 뭐래도 어벤져스팀이었고, 될놈될 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만들려고 했던 프로덕트를 끝끝내 마무리짓지 못했다. 다 갖춘 팀이었고 매순간 진심이었는데, 고객이 눈 앞에 왔을땐 고객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 팀에 모인 화려한 대기업에서의 이력들이 가져온 습관이, 첫 3개월 안에 하나씩 깨지지 않았던게 이유였다고 본다.
나는 군대를 제외하곤 제대로된 직장생활없이 연거푸 초기 스타트업에 파운딩 멤버로 들어갔는데(MannaCEA, Stealth B2B, QueryPie), 그때마다 대기업에서 건너온 동료들이 비슷한 지점에서 비슷한 순서로 깨지는걸 봤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오늘은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 얘기해보려 한다.
1️⃣ 정해주길 기다리는 습관.
큰 조직은 월권이라는 명목하, 세세하게 자신의 전문분야가 존중받길 원한다. 일단 위에서 다 정해주고, 옆에서 실시간 서로 정하며 가기 바쁘다. 인사면 인사, 기획이면 기획. 일례로 이 대목에서 가장 예민한게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프론트엔드 개발자와 마케팅쪽, 사실 모든 팀들과 마찰이 아주 잦다. ‘고객 경험의 최적화’라는 주제에서 넘어, 어디까지를 디자인으로 봐야 할지를 생각하다보면 회사 밖으로 나가는 모든 결과물들을 디자인팀의 컨펌을 받아야 할것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안그래도 디자인팀은 애환이 많지 않나.
A. 프론트엔드와의 신경전,
B. KPI를 수치화하기 힘든, 그래서 성과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업무의 특성,
C. 지금이야 많이 바뀌었지만 Entry barrier가 낮다는 업계의 편견.
D. 개발과 사업팀 대비 상대적으로 불리한 사내 정보의 비대칭 등.
월권에 유독 예민한 이유에 충분이 공감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자잰듯 업무의 범위와 역할을 지켜주는게 프로라고 생각하는 태도만을 매번 고수하는건 스타트업과 안맞는다.
월권을 유연하게 주고 받는 것에 불편한 사람은 대부분 스타트업에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를 대표가 방치하면, 결국 대기업보다 훨씬 더 섬세한 스타트업의 조직안에서는 서로가 눈치보며 정해주길 기다리는 문화가 조성되며, 이는 트랙션과 우리 개발 속도에 치명적이다. 스타트업이 무례하기를 두려워해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건 너무 큰 사치이다.
2️⃣ 이전 대기업에서의 프로세스를 언급하는 습관
이 업무를 더 큰곳에선 어떻게 했는지를 아는건 대기업 출신들과 함께 할때 얻는 장점이다. 그런데 이게 그 업무를 추진하는데에 매번 사용되는 그의 명분이자 무기가 되면 안된다. 그만큼 더 많이 봤다면, 이를 여러 Stakeholder들과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업무/소통방식에서 팀원들은 당시에게 더 프로다운, 높은 기대치를 갖는다.
초기 커리어에서 가장 잘 어필되는 역량은 유연성임을 다시 기억하자. 대기업에서 15년 팠는데 왜 내가 초기 커리어냐고? 이 동네 기준으로는 그렇다. 이 동네는
A. 대기업의 트래픽/브랜드라는 말도안되는 치트키 없이 1을 만들어야 한다.
B. 뭘 알고 있는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무작정 단기간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C. 20-30년 간 쌓인 업계 고객 인사이트가 없다. 끽해봐야, 1-2개월 동안 쌓인게 다다. 대기업의 1/100으로 대기업보다 10-100배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D. 공채나, 버디 시스템, 제대로된 온보딩, 직장내 괴롭힘 교육, 회사 굳즈 및 OT 등의 프로세스 전혀 없이, 사실상 대표와 C-레벨의 감으로 뽑은 오합지졸(?)들의 Orchestration으로 운영된다.
대기업이라는 안락하고 두터운 환경에서 일관되게 터득한 분야의 깊이가 있을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은 내가 지금 서있는 바닥이 언제든 꺼질수 있다.
Wework 핫데스크뿐인 이 조직에서의 신뢰는 0, 이 상태에서 쌓은 인사이트는 0에서 시작하는거다. 누구하나가 이 상황에 대해 무조건 더 잘 안다고 얘기하는건 조심스러워야 겠다.
3️⃣ 세일즈에서 이력으로 어필하던 습관.
화려한 이력, 학벌, 유려한 영어에 이목이 가는건 3초가 채 안된다. 스타트업의 고객은 전문가를 원하는게 아니라, 유독 나에게만 아프고 힘든 이 문제 앞에서 당신이 내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나를 궁금해한다. 위 어벤져스팀이 딱 여기서 깨졌다. 업계 최고 전문의들과 99.99% 멸균실을 갖췼는데, 우리에게 막상 아픈 부위의 수술을 맡길 환자를 찾지 못했다. 환자가 어디가 아픈지를 제대로 듣지 않았으며, 그저 환자들을 우리 방식대로 마음대로 진단하며, 우리 이력으로 그저 믿어달라고만 얘기하기 바빴다.
정리.
· 명함, 결재선, R&R, 이력은 첫 3개월 안에 깨진다
· 실력은 그대로다. 습관이 값을 다시 매기는거다
20년 커리어가 3개월 안에 값이 다시 매겨져야 하는 상황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명함이 없어진 자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시 팔아야 하니까. 그래도 안에서 소화하고 나오자.
이 3개월을 밖에서 처음 겪으면 비용이 크다. Founder Sprint는 그 첫 3개월을 4주 안에 미리 겪게 하는 프로그램이고, 20년 커리어가 시장에서 얼마짜리인지 그 숫자가 생각보다 작아도 화내지 않을 자신이 있는 분과만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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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MBC Biolab, San Car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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