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은 나쁘지 않은데 서류에서만 계속 떨어집니다."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의 이력서를 실제로 열어보면,
대부분 내용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경력도 있고 성과도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떨어지는 이력서들은 이상하리만치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패턴이 다섯 개 있고, 결론부터 말하면 이 다섯 개는 사실 하나의 문제입니다.
다섯 가지 유형
수백 장을 훑는 사람은 이력서를 정독하지 않습니다. 몇 초 안에 "더 볼지 말지"를 판단하는데,
그 판단을 방해하는 방식이 정해져 있습니다.
읽으시면서 몇 개에 걸리는지 세어보세요.
① 백화점형 — 다 넣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자격증 12개, 대외활동 8개, 수상 내역 5개. 열심히 산 게 맞습니다. 그런데 다 보여주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읽는 사람은 "그래서 잘하는 게 뭐지"에 답을 못 찾습니다.
12개 중 3개만 남기면, 그 3개가 비로소 눈에 들어옵니다.
② 형용사형 — 숫자가 한 줄도 없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성과를 냈습니다." 이런 문장이 세 번 이상 나오면 위험합니다.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형용사를 지우고 숫자를 넣으세요. 대단한 숫자일 필요도 없습니다. 규모만 짐작되면 충분합니다.
③ 복붙형 — 공고를 안 읽은 티가 난다
회사 이름만 바꾼 지원동기는 생각보다 티가 납니다. 하루에 수십 장을 보는 사람에게는 특히요.
공고에 적힌 문장 하나를 그대로 인용하고 내 경험과 연결하세요. 한 문장이면 됩니다.
④ 역행형 — 옛날 경력이 더 길다
5년 전 인턴 경험은 다섯 줄인데 작년 성과는 두 줄. 의외로 정말 많습니다. 오래된 경험일수록 정리할 시간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읽는 사람이 가장 먼저 찾는 건 가장 최근 경력입니다. 거기가 비어 있으면 나머지를 볼 이유가 없어집니다.
⑤ 정체불명형 — 무슨 직무인지 모른다
첫 화면에 이름, 생년월일, 학력만 보이는 경우입니다. 스크롤을 내려야 "아, 마케터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스크롤을 안 내립니다.
실제로 확인해 봤습니다
저희는 채용 플랫폼을 운영합니다. 그래서 위 이야기가 정말인지 데이터로 갈라봤습니다.
기업에게 제안을 받은 프로필과 한 번도 못 받은 프로필을 나눠서 비교했습니다.
경력이 많은 사람이 유리한 건 당연하니까, 연차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놓고 봤습니다.
차이가 난 건 학벌도, 자격증 개수도, 회사 이름도 아니었습니다.
가장 최근 경력 아래, "무슨 일을 했는지" 적는 칸이었습니다.
제안을 못 받은 쪽은 셋 중 하나가 그 칸을 아예 비워뒀습니다. 채워 넣은 사람들끼리 비교해도,
제안을 받은 쪽이 두 배 넘게 길게 적었습니다. 숫자를 넣은 비율도 눈에 띄게 높았고요.
빈칸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분들은 경쟁에서 밀린 게 아닙니다.
읽는 쪽에 판단할 재료를 아무것도 안 준 겁니다.
떨어진 게 아니라, 읽힐 게 없었던 겁니다.
다섯 가지가 사실 하나였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백화점형은 중요한 걸 묻어버렸고, 형용사형은 판단할 근거를 안 줬고, 복붙형은
이 공고와의 연결을 안 만들었고, 역행형은 볼 곳에 내용을 안 뒀고, 정체불명형은 첫 화면을 낭비했습니다.
전부 같은 말입니다.
내용이 없어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있는 내용이 안 보이게 배치돼 있어서 떨어집니다.
한 문장으로 보면 이렇게 갈립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 검증 불가
"성과를 냈습니다" — 검증 불가
"ROAS 340% 달성" — 숫자 하나로 판단 끝
같은 일을 하고도 어떻게 적었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뽑는 쪽이라면 한 번 물어볼 만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반대편에서 읽으면 조금 불편해집니다.
빈칸을 보면 거르게 됩니다. 그게 잘못은 아닙니다. 수백 장을 다 읽을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지금 우리가 거르는 기준이 "이 사람이 우리 문제를 풀 수 있는가"인지, 아니면
"설명이 잘 쓰여 있는가"인지는 구분해 볼 만합니다.
이 둘은 자주 헷갈립니다. 자기 일을 설명하는 데 서툰 좋은 엔지니어는 정말 흔합니다.
글솜씨가 직무 능력이 아닌 자리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빈칸을 보고 바로 넘기는 대신 한 문장만 물어보는 팀이 좋은 사람을 더 만납니다.
"최근에 맡았던 일 중에 제일 어려웠던 게 뭐였어요?" 이 한 마디면 대개 갈립니다.
그리고 우리 공고도 같은 검사를 받습니다. 지원자가 우리 공고를 열었을 때
"이 회사가 무슨 문제를 푸는지"가 먼저 보이나요, 아니면 복지 목록부터 나오나요.
다시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섯 가지를 읽으면서 "다 해당되는데" 싶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새로 쓸 필요는 없습니다.
직무와 관련된 것만 남기세요. 12개 중 3개면 충분합니다.
형용사를 숫자로 바꾸세요. 규모만 짐작되면 됩니다.
맨 위에 두 줄 요약을 넣으세요. 읽는 사람이 대신 요약하게 두지 마세요.
내용은 이미 다 갖고 계십니다. 순서와 표현만 바꾸면 됩니다.
내 이력서는 몇 달을 들여다봐서 이미 눈에 익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뭐가 묻혀 있는지 스스로는 잘 안 보입니다. 오늘 그 칸 하나만 다시 보셔도 충분합니다.
그룹바이에 프로필을 등록해 두면, 조건에 맞는 기업이 먼저 제안을 보냅니다.
데이터 출처 : 그룹바이
그룹바이에 발행된 인재 프로필 40,148개 중 경력 기록이 있는 34,548개를 대상으로,
기업에게 제안을 받은 프로필과 받지 않은 프로필을 비교했습니다.
경력 3~7년 구간(양쪽 연차 중앙값 4년)으로 맞춰 계산했습니다.
최근 경력 설명이 비어 있는 비율은 제안을 받은 쪽 14.8%, 못 받은 쪽 31.7%였습니다.
설명 길이 중앙값은 384자와 163자, 설명에 숫자가 포함된 비율은 64.8%와 47.5%였습니다.
연차는 맞췄지만 직군, 재직했던 회사, 프로필을 올린 시점까지는 맞추지 못했습니다.
또 설명을 채워서 제안을 받은 것인지, 제안을 받고 나서 채운 것인지는 이 데이터만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참고하실 때 이 범위를 함께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