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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치 AI 예산 직접 따내기, 사이드잡 직장인으로 살아봤습니다

AI로 영상을 만들어봐야겠다 다짐한 후, 퇴근하고 돌아온 저녁이면 책상에 앉았다. 밤마다 생성형 AI를 만졌지만 물리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퇴근하고 ‘깔짝’하기엔 시간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심지어 당시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결혼준비와 운동을 병행하느라 시간이 진짜로 걍 없었다.) 이 속도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생각한 게, 회사에서 합법적으로 AI를 공부할 방법을 찾는 거였다.

궁리해본 결과, 방법이 있었다. 생성형 AI로 뭔가를 해서 회사에 기여하자. 몰래 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하는 쪽이었다. 나는 본업이 마케터고, 원래도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업무 중 하나였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까진 기획만 하고 제작은 디자인 부서에 넘겼다면, 생성형 AI를 통해서 기획부터 제작까지 내 선에서 끝내보겠다는 다짐이었다. 아웃풋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형태라면, 전혀 눈치 볼 일이 없었다.

 

내돈내산 크레딧으로

회사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내 개인 계정으로 산 크레딧으로 만든 결과물을 하나씩 들고 갔다. 이런 것도 제가 만들었어요, 요새는 이런 것도 다 되어요. 그렇게 보여드리면서 우리 회사에는 이런 방식으로 기획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에 있떤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어필했다.

 

제품 사진만 있던 

단조로운 상세페이지

당시 회사(아이웨어 이커머스)가 갖고 있던 문제 중 하나가 재미없는 상세페이지였다. 제품 사진만 있고 모델 컷이 없었다. 연출 컷도 없었다. 리소스가 없으니까 제품만 겨우 스튜디오에서 찍어서 올리는 식이었다.

가장 먼저 그 사진을 가지고 AI를 돌려 연출 컷을 만들었다. 모델 컷을 만들고, 거기서 더 나아가 영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유입률이 높은 상세페이지 먼저 차례대로 개선했다.

그 다음은 배너 구좌였다. 원래는 이미지만 넣을 수 있는 구조였는데, 움직이는 소재를 넣고 싶어서 개발팀과 상의했다. 배너에 영상이 들어갈 수 있게 따로 개발을 했고, 그다음에 영상을 만들어 넣었다.

솔직히 말하면 대단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미지가 움직이고, 생동감이 생기고, 촬영 없이도 모델컷이 만들어진다는 걸 보여드리자 반응이 보였다.

 

AI 생성이미지  © ROUNZ
AI 생성이미지   © ROUNZ

 

팀원들에게 먼저 보여주고

그다음에 제안했다

본격적으로 AI 도구를 업무에 도입할 때도 순서가 있었다. 가장 먼저 팀원들한테 어필했다. 이런 게 되더라, 이런 것도 되더라. 우리 지난번에 하려다가 못한거 그거, 이젠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다음에 여러 서비스를 비교해봤다.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우리 일에는 뭐가 맞는지. 그러고 나서 이게 가장 괜찮을 것 같다고 팀장님에게 정식으로 제안했다. (사심을 담아서 당시에 내가 즐겨쓰던 프로그램을 제안하긴 했다!) 

결과적으로 미드저니와 힉스필드를 쓰기로 했고, 1년치 프로그램 구독료 예산을 따내는 데도 성공했다. 이제 회사에서 합법적으로(!) 생성형 AI를 만지면서 공부하고 업무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된 것이다. 원래 없던 업무, 없던 일을, 탑다운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어필해서 따낸 성과라는 점이 뿌듯했다 

 

개인 습작과 

상업적 이용 그 사이

회사에서 생성형 AI를 쓰는 일이 당당한 업무의 일환이 되면서,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한단 핑계는 사라졌다. 이건 본업과 부업 양쪽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었다. 하다보니 욕심이 났고, 콘텐츠 기획만 하고 맨날 리소스 때문에 못하는게 많았다가 직접 뭐든지 만들 수 있게되니 한 풀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쓰게 되니 퀄리티 면에서도 확실히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내 개인 습작이면 내 마음에 들면 끝이다. 그런데 상업적으로 쓸 물건이 되려면 기준이 다르다. 어느 정도까지 가야 밖에 내놔도 되는 물건인지, 그 선을 회사 일을 하면서 알게 됐다. 밤에 혼자 만들었으면 훨씬 오래 걸렸을 감각이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팀원, 팀장님의 피드백. 동료의 피드백이 있고 고객의 반응이 있으니까 훨씬 개선 속도가 빨랐다. 덕분에 생성형 AI를 밤낮없이 원 없이 쓰면서 상업적으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드는 데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다시

회사가 재밌어졌다

생성형 AI로 콘텐츠 만들기. 1년 전만 해도 원래 내 업무 리스트에는 없던 일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업무를 내가 주도적으로 역으로 제안해서 하기 시작했고, 그러니까 회사가 다시 재밌어졌다. 사실 1년 동안 회사 다니는 게 나는 되게 재밌었다. 생성형 AI를 마음껏 공부하고 시도하면서 나름의 방향을 좀 찾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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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배운 것

  1.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짜내지 말고 자리를 바꾼다. 퇴근 후 두 시간을 만들어내는 대신, 근무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
  2. 결과물이 먼저, 제안은 그다음. 내 돈으로 산 크레딧으로 만든 걸 예시로 먼저 보여준 뒤에 예산 얘기를 꺼냈다. 순서가 반대였으면 예산 따내기까지는 못 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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