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프로덕트 #커리어
패시브 인컴을 꿈꾸며, 사이드잡 직장인으로 살아봤습니다

지난 1년, 본업과 부업을 병행했다. 낮에는 회사를 다녔고 밤에는 내 사업 준비를 조금씩 했다. 지금은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걸 하려던 건 아니었다. 심지어 처음 부업을 시작할 때 내가 만들려던 건 영상이 아니라 앱이었고, 그마저도 지금 하는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물건이었다.

 

밥은 책처럼 복사가 안 돼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매일 밥상을 차려내던 어머니가 딸의 서재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밥은 책처럼 복사가 안돼. 매번 다 차려야 하지."

이 문장에 한참 붙잡혀 있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의 형태가 거기 정확히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했던 일을 오늘 또 하고, 결과가 휘발되니까 내일 다시 해야 하는 종류의 일. 마케터의 일도 꽤 그렇다. 캠페인은 끝나면 사라지고 팝업은 철수하면 없어진다. 차리면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음 날 또 차려야 한다.

나는 차곡차곡 쌓이는 벽돌 같은 일을 원했다. 한 번 만들어두면 책처럼 두고두고 읽히면서 돈이 들어오는 형태. 흔히 말하는 ‘패시브 인컴’. 말하자면 저작권 같은 형태의 돈이다. 평소 안정적인 성향의 나에게는 그게 가장 이상적인 돈벌이로 보였다. 더 늦기 전에 인터넷 세상에 내 땅을 하나 지어두고 싶었다.

 

처음에는
앱을 만들고 싶었다

원래 하고 싶었던 건 바이브 코딩. 생애 첫 아이템은 반려동물 AR 추모 앱이었다. 9년을 키운 반려견 콩이를 무지개다리 막 건너 보낸 뒤였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AR 기능으로 콩이를 내 공간, 우리집 거실에 띄우는 형태를 생각했다. 휴대폰을 비추면 평소 늘 앉아 있던 그 자리에 콩이가 있는, 그런 걸 만들고 싶었다.

처음에는 이걸 개발적으로 어떻게 풀 수 있을까만 붙잡고 있었다. 혼자서는 답이 안 나와서, 당시 가입하고 있던 ASC 커뮤니티에서 한 개발자님을 만나러 갔다. 어떻게 하면 AR 카메라앱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했던 차였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다

거기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느냐인 것 같다는 말이었다. AR로 강아지의 모습을 되살린다고 해서 그 자체가 감동이 되는 건 아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로 밀고 가는 것보다 오히려 보고싶은 강아지로 영상을 만드는 게 빠를 수 있다고 했다. 마침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취미로 가지고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영상을 찍고 만드는 걸 해왔었다. 첫 직장이 뉴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촬영하고 영상을 편집하는 게 일이었으니까. 다만 마케터로 전직하고 나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게 영상이었다. 생성형 AI 역시 남의 나라 얘기였다.

개발 기술을 물어보러 갔다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 본질에 대한 얘기를 한참 듣고 나왔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내가 정말 원했던 건 AR이라는 기술이 아니라 콩이를 다시 보는 경험이었으니까. 

 

그렇게 밤마다 

영상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밤에는 생성형 AI로 이것저것 영상을 만들어 봤다.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되는지 안 되는지 계속 해봤다. 그러다 나온 첫 사업 아이템이 애니메이션 식전영상이었다.

앱을 만들려다 영상으로 흘러온 게 아니다. 기술을 고르려다 사람을 고르게 된 거였고, 그러고 나니 만들 물건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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