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사업전략 #프로덕트
조회수가 결제로 이어지지 않았던 속시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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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와 구매자

한 대표님이 술자리를 빌려 직언을 하나 해줘도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존경하는 분이라 그러시라 했습니다. 그는 짧게 한마디만 했습니다. 처음엔 기분이 상했다가 그 이후로 약 3년간 그 문장이 은은하게 박혀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르코는 사업을 오래 했는데도 순진하네요.”

창업 초기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지금도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눈 뜨고 못 봐줄 제 포스팅과 응원 댓글이 남아 있습니다. 자아가 비대해질 때 들어가서 봅니다. 든든한 지지자를 등에 업고 기대감에 론칭했지만 그들은 결제하지 않았습니다.

왜 등을 돌린 걸까요?

창업하면 지지자를 먼저 만나고 그 다음 고객을 만납니다. 지지자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고객은 제품을 구매합니다. 지지자는 “명분”을 소비하고 고객은 “이유”를 구매합니다. 지지자는 가치있는 명분에 좋아요, 댓글로 지지를 표함으로써 비전에 동참한다는 자기 만족을 느끼며, 성공할지도 모를 사람과의 관계 보험을 듭니다. 이걸 단숨에 무료로 얻을수 있으니 ROI 높은 사회적 활동입니다.

하지만 고객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입니다. 이게 왜 필요한지, 이정도 돈을 낼만한 가치가 있는지 정-확-히 판단합니다. 지지자가 등을 돌린게 아니라 제가 지지자를 고객이라 착각한 것이죠. 이런 착시가 매일 벌어지는 곳이 SNS입니다.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보는 화폐는 “관심”이고, 제품을 구매하는 화폐는 “돈”입니다. 관심은 무료지만 돈은 내 통장에서 나가기 때문에 따져봐야할 게 많죠.

관심👀 → OO → 돈💸

콘텐츠에서 제품으로 넘어가려면 통화수단이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조회수는 나오는데 구매가 안 일어나는 이유는 이걸 바꿔낼 OO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걸 설명하기 전에, 좋은 콘텐츠 하나 추천해드릴게요.

 

콘텐츠 뭐 봐야해요?

좋은 뉴스레터나 유튜브 채널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뭘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안보고 있는지가 진짜x100 중요합니다.

  • Lv0. 현상: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Lv1. 이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 Lv2. 해석: 이게 무슨 의미인가
  • Lv3. 비판: 기존 생각과 방법은 어디가 잘못됐는가
  • Lv4. 전망: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는가
  • Lv5. 처방: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모든 지식정보는 이 6단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체감상 우리가 접하는 콘텐츠는 레벨 0과 1이 전체의 95%입니다. SNS, 블로그, 유튜브에 있는 콘텐츠가 거의 이 레벨입니다. 레벨2는 뉴스레터, 레벨 3은 컬럼, 레벨 4는 기관이나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보고서가 해당합니다.

TMI. 강의팔이란,
현상(고객 문제) 어그로에 탁월하여 & 자신이 이해한 수준에서 & 해석/비판/전망을 긁어와서 & 처방을 잘 파는 사람.

레벨이 높아질수록 조회수가 감소하다가 레벨 5에서 다시 치솟습니다. 왜?

사람들은 정답을 원하니까요.

해석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비판은 불편하고, 전망은 틀릴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논리가 강화될수록 콘텐츠는 길어지고 그럴수록 인지비용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비판까지 가면 스스로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에서 쉽게 탈락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레벨 1/2/3/4를 몽땅 건너띄고 0과 5만 남은 콘텐츠를 선호합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주식이죠.

  • 0단계 현상: 코스피가 오른다.
  • 5단계 처방: (뭐 사면 돼요?)반도체 담으세요.
     

레벨 1/2/3/4를 없앨수록 내가 맞닥뜨린 문제(현상)에서 처방(정답)을 외부에서 조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알려주는 처방은 대체로 오답입니다. ‘나’라는 사람의 특수한 조건 값없이 도출한 극단적 일반론이니까요. 내가 보는 콘텐츠를 이 좌표계에 넣고 보면, 이렇게 루틴을 짜볼수 있죠.

  • 현상과 이해 콘텐츠는 지금보다 50% 줄여야겠어.
  • 일단 해석 콘텐츠 양을 좀 늘리고 매일 출근길에 보자.
  • 산책하면서는 비판 콘텐츠를 보는 게 좋겠어.
  • 매달 초엔 전망 콘텐츠 섭취를 루틴으로 가져볼까?
  • 처방은 내 조건에 맞는지 따져보고 취사선택 하는 습관을 길러보자.


이 콘텐츠 섭취법으로 한 달만 돌려보세요. 그럼 이걸 알게 됩니다.

관심을 구매로 바꾸는 방법이요.

온라인에서 물건 파는 걸 심플하게 말하면 고객의 불편이나 고통의 장면으로 관심을 끌고, 처방으로 돈을 받는 것입니다. 근데 고객은 자신의 문제에 공감해도 돈을 지불하려면 이게 정말 나에게 필요한지, 저 사람이 내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지 설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 설득의 재료를 제공해야 하죠.

관심 → 설득 → 구매

조회수는 나오는데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설득의 재료를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위 표의 가운데 부분이 통째로 비어있었거나 각 단계를 제대로 밟지 않은 것이죠.

“콘텐츠 뭐 봐야해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설득을 잘하기 위한 레벨1/2/3/4 콘텐츠를 인풋하세요.

평소 읽는 글이 설득의 밀도를 높입니다. 현상과 꿀팁만 읽으면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방법을 알려주는 글에 익숙해집니다. 반면 해석과 비판, 전망을 꾸준히 읽으면 현상의 의미를 짚고, 기존 방법의 한계를 설명하고, 다음 변화를 생각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내가 성장하면서 돈도 벌수 있죠.

 

콘텐츠 소비자인 당신을 고객 설득자로 바꿔보겠습니다.

단계인풋: 내가 읽을 때아웃풋: 고객에게 팔 때
Lv0. 현상무슨 일이 벌어졌는가고객이 겪는 장면을 꺼낸다
Lv1. 이해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고객이 겪는 문제의 원인을 설명한다
Lv2. 해석그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고객이 놓치고 있던 문제의 의미를 짚는다
Lv3. 비판기존 생각과 방법은 어디가 잘못됐는가지금까지 믿고 반복한 방법을 다시 보게 한다
Lv4. 전망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는가그 변화가 고객의 일에 미칠 영향을 보여준다
Lv5. 처방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실행할 일과 도움받을 방법을 제시한다

왼쪽에서 얻은 인풋과 전개 방식을 오른쪽에서 고객의 상황에 적용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회의를 녹음하고, 결정 사항과 담당자별 할 일을 정리해주는 AI 회의 노트 서비스를 판매한다고 해보겠습니다.

“AI가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정리해줍니다. 회의록 작성 시간을 줄여보세요.”

이런 글이 광고입니다. 무엇을 하는 제품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고객이 통째로 빠졌습니다. 내 제품 자랑만 있죠. 중간 과정을 채우면 어떻게 달라질까요?


Lv0. 사실 — 고객이 겪는 장면을 꺼냅니다.

“지난주 회의에서 정한 일인데 이번 주에 다시 이야기합니다. 회의록은 남아 있지만 누가 언제까지 하기로 했는지는 서로 기억이 다릅니다.”

고객이 겪고 있는 현상입니다. 내 이야기라는 걸 알아보면 관심을 갖습니다. 여기서 바로 “AI 회의록 서비스를 써보세요”라고 하면, 고객은 아직 원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제안을 받게 됩니다. 이미 회의록을 쓰고 있으니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Lv1. 이해 —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합니다.

“회의록에는 오간 대화가 정리돼 있습니다. 하지만 논의한 것과 최종 결정한 것이 섞여 있고, 담당자와 기한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참석자들은 같은 회의를 하고도 서로 다르게 이해한 채 업무로 돌아갑니다.”

독자는 자기 팀의 회의록을 떠올립니다. 기록이 있는데도 왜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는지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Lv2. 해석 — 그 현상이 의미하는 문제를 짚습니다.

“이런 회의에서 기록의 목적은 대화를 보관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참석자들이 같은 결정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기록은 남지만 실행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빠져 있는 겁니다.”

‘회의록을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드러납니다. 기록하는 수고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회의 이후의 혼선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Lv3. 비판 — 기존 방법의 한계를 설명합니다.

“녹음을 남기고 요약을 더 자세히 해도 담당자와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실행은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회의에서 결정하지 않은 일을 AI가 대신 결정해줄 수도 없습니다. 요약의 길이보다 결정된 것과 미정인 것을 구분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고객은 그동안 도구를 고르던 기준을 다시 봅니다. 얼마나 빠르고 자세하게 요약하는지만 봤는데, 실제로는 팀이 결정 사항을 확인하고 빠진 내용을 보완할 수 있어야 했던 겁니다.


Lv4. 전망 — 앞으로 무엇이 중요해질지 보여줍니다.

“AI가 회의록 초안을 만드는 일이 보편화될수록, 기록의 편의성만으로 경쟁력을 높이지 못합니다. 회의가 끝난 뒤 결정 사항을 얼마나 쉽게 확인하고, 담당자의 업무로 넘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고객은 새 도구를 도입할 때 무엇을 살펴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회의록을 자동으로 만들어준다’에서 ‘우리 팀의 후속 업무에 어떻게 연결되는가’로 선택 기준이 달라집니다.


Lv5. 처방 — 실행할 일과 도움받을 방법을 제안합니다.

“다음 회의부터는 끝나기 전에 결정 사항, 담당자, 기한을 함께 확인해보세요. 정해지지 않은 항목은 미정으로 남겨야 합니다. 우리 제품은 녹음에서 결정 사항과 할 일의 초안을 정리해줍니다. 참석자들은 이를 확인하고 수정해, 회의가 끝난 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제품의 기능이 고객의 문제와 연결됐죠.


이 설득이 가능하려면 AI 기능만 알아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고객 전문가가 되어야 하죠. 사람들이 왜 같은 회의를 반복하는지, 기록이 있어도 실행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동화 이후에도 사람이 판단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콘텐츠 인풋에서 비워둔 단계는 고객을 설득하는 글에서도 비기 쉽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관점이 있습니다. 레벨0-5는 모두 고객이 구매할 “이유”가 됩니다. 이 이유가 납득되면 구매를 하게 되는 것이니 이렇게 정의할수 있죠.

고객이 구매할 이유의 총합이 프로덕트입니다.

그러니 프로덕트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이 구매할 이유를 증거 수집하듯 촘촘히 모아서 그거 하나하나 해결하는 기능을 붙이면 팔리는 제품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품과 콘텐츠의 원료는 같습니다. 그 원료가 “구매할 이유”입니다.

그래서 프로덕트와 콘텐츠가 핏해야 결제가 일어납니다.

증거로 모은 인풋에 내 경험과 관점을 더해 ‘고객을 어떤 상태에서 어떤 상태로 옮길 것인가’를 정합니다. 이게 인텐션입니다. 이 의도가 기능과 사용 경험으로 나오면 제품이 되고, 고객이 이해할 설명으로 나오면 콘텐츠가 됩니다. 그리고 배포 시작, 고객의 반응을 얻으면 다시 인풋으로 들어와서 둘을 업그레이드 하는 근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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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 르코&렉스 · 콘텐츠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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