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트렌드
이름이 유명하다는 것과 상표가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 세리나 윌리엄스의 'SERENA VENTURES'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주 놓치는 지점이 있다. 이름이 이미 알려져 있으면 상표 등록은 수월할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심사에서는 반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하다는 사실은 심사관이 들여다보는 항목이 아니고, 먼저 등록된 같은 이름이 있으면 그 등록이 먼저다.

2026년 8월 12일, 미국 상표심판원(TTAB)이 세리나 윌리엄스의 SERENA VENTURES 출원을 거절한 심사관의 판단을 유지했다. 인용된 선등록상표는 플로리다의 VC Management Florida LLC가 보유한 SEREN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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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6일 출원된 SERENA VENTURES(미국 출원번호 90/321,926).
VENTURES 부분은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출처: USPTO TSDR)

 

 

 

코트를 떠나기 전에 이미 시작된 펀드였다

세리나 윌리엄스는 메이저 단식 23승을 기록한 테니스 선수다. 2022년 US 오픈을 끝으로 코트를 떠났다. 다만 그가 투자업에 발을 들인 것은 은퇴 이후가 아니다.

세리나 벤처스는 2014년에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움직이다 2019년에 존재를 공개했고, 2022년에는 1억 1,100만 달러 규모의 첫 기관 펀드를 결성했다. 지금까지 100곳이 넘는 회사에 투자해 그중 16곳이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겼고, 포트폴리오의 약 70%는 여성이거나 유색인종인 창업자가 이끄는 회사다. 선수 이름을 붙여 둔 부업이 아니라 뚜렷한 투자 논지를 가진 펀드였다.

상표 출원은 그 궤적의 한가운데에 놓인다. 출원서에 적힌 최초 사용일은 2017년 8월 18일, 상거래상 사용일은 2018년 12월 3일이다. 이름을 먼저 쓰기 시작했고, 조직을 공개로 전환한 뒤인 2020년 11월 16일에야 출원을 냈다. 제36류에서 자금의 투자, 벤처캐피털 파이낸싱, 신생·창업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자본투자, 지분투자 등을 지정했다.

출원은 곧바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심사 과정에서 선등록상표 SERENA가 인용되어 거절이유가 통지되었고, 출원인이 이에 불복해 심판을 청구했다. 그 심판의 결론이 나온 것이 올해 8월이다. 출원일로부터 5년 9개월이 지난 뒤였다.

정작 눈여겨볼 간격은 그 앞쪽에 있다. 이름을 쓰기 시작한 해는 2017년이고 출원은 2020년이다. 그 3년 사이인 2019년 12월 18일, 플로리다 클리어워터의 한 회사가 SERENA를 출원했다. 부동산 중개·관리에 더해 금융과 투자자문까지 걸친 서비스를 지정한 출원이었다. 세리나 벤처스가 자기 이름을 출원한 것은 그로부터 11개월 뒤다. 등록부의 자리는 세리나 벤처스가 출원할 때까지 빈 상태로 유지되지 않았다. 사업이 자리를 잡은 다음에 출원한다는 순서는,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한다.

출원서에는 한 가지가 더 적혀 있었다. 표장 가운데 VENTURES 부분은 식별력이 없어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디스클레임). 투자업에서 "벤처스"는 업종을 가리키는 보통의 말이니 자연스러운 처리다. 다만 그렇게 정리하고 나면 비교의 무대에 남는 것은 SERENA 하나가 된다. 상대의 SERENA와 정면으로 마주 서는 구도가 여기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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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원 서지. 출원일부터 심결까지 5년 9개월이 걸렸다. (출처: USPTO TSDR)

 

 

 

명성은 심판정에서 방패가 되지 않았다

출원인은 SERENA VENTURES가 "구별되는 기업적·기관적 정체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름이 붙은 벤처캐피털이라면 수요자가 플로리다의 투자회사와 헷갈릴 리 없다는 취지다.

심판원은 출원인이 널리 알려진 테니스 선수라는 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 인지도가 금융 서비스라는 맥락에서는 두 표장을 구별해 주지 못한다고 보았다. 두 표장이 수요자에게 같은 관념을 불러일으킨다는 판단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다. 명성이 크면 혼동이 줄어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혼동 판단은 "이 사람이 유명한가"를 묻지 않는다. "이 표장을 이 상품·서비스에 붙였을 때 수요자가 출처를 헷갈리는가"를 묻는다. 명성은 이름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분야를 따라 움직인다. 테니스에서 쌓은 인지도는 테니스 용품에서는 힘을 쓰지만, 벤처투자에서는 그 이름을 이미 쓰고 있던 회사 앞에서 힘을 잃는다.

 

 

 

등록부에 적히지 않은 사정은 심사에 들어오지 않는다

출원인의 두 번째 항변이 더 실무적이다. 인용된 SERENA의 권리자는 플로리다 클리어워터에서만 영업하는 회사이니 실제 시장에서 충돌할 일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역에 관한 한정이 붙지 않은 등록은 전국적 사용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추정받는다는 이유였다. 등록부에 "플로리다에서만"이라고 적혀 있지 않은 이상, 그 회사가 지금 어디서 영업하는지는 심사가 보는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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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된 선등록상표 SERENA. 권리자는 플로리다 클리어워터 소재 회사다. (출처: USPTO TSDR)


두 항변이 모두 배척되면서 결론도 정해졌다. 심판원은 표장의 유사성, 서비스의 유사성, 거래 경로에 관한 앞의 세 요소가 혼동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고 보았다. 수요자의 전문성에 관한 요소만 반대 방향으로 약간 기울었고 나머지는 중립이었다. 세 대 하나에서 승부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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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동 판단은 요소의 개수가 아니라 무게로 갈린다. 앞의 세 요소가 크게 기울었고, 수요자 전문성 한 요소만 반대 방향으로 약간 기울었다. (이미지 출처: ChatGPT)


이 판단의 뼈대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는 선등록상표와 혼동을 일으킬 동일 또는 유사 상표가 등록되지 못하게 규정되어 있고, 이때 비교 대상은 상대가 실제로 하고 있는 영업이 아니라 등록원부에 적힌 지정상품이다. 등록은 등록부에 적힌 문언만큼 존재하고, 그 문언은 실제 사업 범위보다 넓을 수 있다.

그래서 이 기준은 남의 등록을 읽을 때만이 아니라 내 출원을 설계할 때도 되돌아온다. 지정상품을 넓게 쓰면 권리 범위가 넓어 보이지만 선등록상표와 겹칠 면적도 그만큼 넓어지고, 좁게 쓰면 충돌은 피하되 사업이 확장될 때 다시 출원해야 한다. 어느 쪽이 맞다기보다 선등록 검색 결과를 보고 나서 정할 문제다. 검색 없이 관행대로 넓게 써 두면, 넓힌 항목 하나 때문에 나머지 전부가 함께 거절되는 일이 생긴다.

 

 

 

사명을 바꾼 이유가 상표 하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간 순서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세리나 벤처스가 Starfire Ventures로 이름을 바꾼다고 발표한 것은 2026년 7월 31일, 심결이 나온 8월 12일보다 약 2주 앞선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개명 이유도 상표 문제가 아니었다. 윌리엄스는 "나보다 큰 것이 되기를 바랐다", "오랜 세월 뒤에도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는 것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 이름에 묶인 브랜드를 기관의 브랜드로 옮기려는 결정이며, 더 큰 펀드를 기관 투자자에게 제안하려는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새 이름의 유래는 공개된 설명이 없고, 팀이 SV라는 약칭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다.

그러니 이 사건을 "상표에서 져서 이름을 바꿨다"로 읽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개명은 심결보다 먼저 발표됐고, 회사가 든 이유는 그보다 큰 목적이었다. 다만 발표 시점을 생각하면 순수하게 그 이유만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심판의 결론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이미 심리 과정에서 드러나기 마련이고, 6년 가까이 끌어온 출원이 등록에 이르기 어렵다는 전망은 새 이름으로 옮겨 갈 결심을 앞당기는 배경이 됐을 수 있다. 큰 목적이 방향을 정했다면, 상표라는 현실적 사정은 그 시점을 앞당기는 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확인할 수 없는 내심을 단정할 일은 아니지만, 두 사실이 2주 간격으로 나란히 놓였다는 점은 남는다.

어느 쪽이든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개인의 이름을 브랜드로 삼는 구조는 상표 심사에서도, 기관으로 성장하려는 단계에서도 결국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난다. 자기 이름은 자기 것이지만, 상표로서의 자리는 먼저 등록한 사람의 것이다.

 

 

 

자기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께

이름이 알려진 창업자라면 한 가지를 특히 유념할 만하다. 한국 상표법에는 저명한 타인의 성명이 들어간 상표를 그 사람의 승낙 없이 등록받지 못하게 하는 조항(제34조 제1항 제6호)이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내 이름이니 내가 등록받을 수 있다"고 읽는 경우가 있는데, 그 조항은 남이 내 이름을 가져가지 못하게 막아 주는 조항이지 내가 등록받게 해 주는 조항이 아니다. 내 이름 앞에 이미 같은 이름의 선등록상표가 서 있으면, 그 벽은 성명 보호 조항과 무관하게 그대로 남는다.

정리하면 명성은 두 방향으로 작동한다. 남이 내 이름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미 등록된 남의 상표를 밀어내는 데는 쓸 수 없다.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 생각하는 순간, 브랜드 런칭 일정은 확인되지 않은 전제 위에 놓인다.

셀럽과 인플루언서가 자기 이름으로 뷰티·패션 브랜드를 여는 것은 이제 한국에서도 표준적인 런칭 방식이다. 그 구조에서 상표 검색은 대개 이름이 정해진 다음에 온다. 로고가 나오고 패키지 시안이 돌고 런칭 일정이 잡힌 뒤에야 출원을 준비하고, 그때 선등록상표를 처음 만난다. 필자는 순서를 뒤집어야 한다고 본다. 검색 결과가 이름 후보군을 만들고, 그 후보군 안에서 이름을 고르는 것이 맞다. 이름을 먼저 정하면 나중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이름밖에 남지 않는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어느 이름을 쓰고 있는가. 그리고 그 이름이 등록될 수 있는지를, 시안이 나오기 전에 확인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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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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