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사업전략 #트렌드
광고빨이 죄다 안먹히는데 유독 매출이 최소 40% 더 붙는 마케팅법이 하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식 코너입니다.

효과는 이미 수십년간 검증됐는데
온라인에 시식대를 차린다는 발상을
아직은 누구도 못하고 있으니
읽어볼 가치가 있을 겁니다.


한 마트에 만두를 팔기 위해 두 명의 직원이 서있습니다. 입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직원과, 안쪽에서 만두를 구워 이쑤시개에 꽂아 내미는 시식 직원입니다. 같은 만두 판촉인데 전단지는 받자마자 카트 안에 던져지고, 시식대 앞에서는 카트안에 만두가 담깁니다.

지난 10년의 온라인 마케팅은 전단지를 더 잘 만들고 배포하는 기술이었습니다. 후킹한 제목을 뽑고, 자극적인 썸네일을 만들고, 끊임없이 발행하고 광고를 태웁니다. 그 기술이 유효기간이 끝났습니다. 사실 2년전부터 폐기해야 했는데 사람들은 원인은 모른채, 그저 ‘마케팅 어렵다, 콘텐츠 빡세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의 마진은 어디서 났나?

콘텐츠 마케팅은 원래 이런 장사였습니다.

  1. 광고비를 쓰는 대신 유익한 글을 쌓는다.
  2. 글이 검색에 걸리고 피드를 타고 나가서 사람을 데려온다.
  3. 데려온 사람 중 몇몇이 산다.

이 방식에서 마진이 나오려면 전제 조건이 하나 필요합니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사람이 드물어야 합니다.

이 전제가 실제 돈으로 바뀌는 과정을 제일 잘 보여준 회사가 미국의 허브스팟입니다. 2006년에 MIT 대학원 동기였던 브라이언 할리건과 다르메시 샤는 자신들이 관찰한 사실 하나만 믿고 창업했습니다.

  1. 사람들이 더 이상 영업 전화를 안받고 스팸 메일도 안 연다.
  2. 대신 뭘 사기 전에 구글에 검색해보고 블로그를 읽는다.
  3. 그렇다면 고객을 쫓아다니는 데 쓰던 돈을, 고객이 검색했을 때 발견되는 글을 쌓는 데 쓰면 어떨까.

두 사람은 이 방식에 인바운드 마케팅이라는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손님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오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찾아가는 게 아니라 찾아오게 만든다니!! 들어보면 정말 그럴싸한 좋은 말이죠. 그리고 듣기 좋은 말은 대체로 돈이 안 됩니다.

이 회사를 실제로 먹여 살린 물건은 이듬해인 2007년 2월에 나온 웹사이트 그레이더라는 무료 채점기였습니다. 홈페이지 주소를 넣으면 30초 만에 그 사이트의 마케팅 상태를 100점 만점으로 채점해 성적표를 내주는 도구입니다.

https://website.grader.com/

 

그러니까 남의 숙제를 공짜로 채점해주겠다고 나선 건데요. 어떻게 됐을까요?

사장님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자기 점수가 궁금해서 넣어보고, 잘 나오면 자랑하려고 블로그에 올리고, 못 나오면 경쟁사 주소를 넣어봅니다. 인간은 성적표 앞에서 약합니다. 2009년 6월에 누적 100만 건을 넘겼고, 그로부터 일곱 달 만에 200만 건, 2011년까지 400만 개의 사이트가 이 채점기를 통과했습니다.

상세 성적표를 받으려면 이메일을 적어야 했으니, 허브스팟 영업팀 책상에는 "우리 회사 마케팅이 몇 점인지 궁금해 죽겠는 사람"의 명단이 수북이, 그것도 제발로 와서 쌓였습니다. 이보다 잘 데워진 영업 리스트는 세상에 없습니다. 점수까지 알고 있으니 전화 첫마디가 정해져 있거든요.

“사장님, 32점 나오셨죠?”

허브스팟은 창업 8년 만인 2014년에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지금은 연 매출 3조 원이 넘는 회사가 됐습니다. 업계는 이 성공을 블로그의 승리로 기억하는데, 성장기를 뜯어보면 채점기의 승리라 불러야 합니다. 블로그 글은 허브스팟이 파는 물건이고 채점기는 허브스팟이 파는 일, 그러니까 고객사의 마케팅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일의 1단계를 완성시켜주는 물건입니다.

마트 만두 판매원으로 비유하자면 블로그는 전단지고 채점기는 시식입니다. 인바운드 마케팅을 발명한 회사의 진짜 발명품은 사실 시식대였던 것입니다.

아무튼 이 장사는 2010년대를 주름잡았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개인들이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팔로워를 모으면 자산이 되고, 이 자산은 언젠가 매출이 된다는 믿음이 생긴 시점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시발점이었죠.

그런데 이 대목에서 잘 굴러간 이유를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글솜씨 덕이라기보다 버티기 덕이었습니다. 어느 업계든 블로그 주 2회 발행을 3년 넘게 유지하는 회사나 개인은 손에 꼽습니다. 대부분 석달쯤 하다가 담당자가 퇴사하거나 대표가 현타와서 멈춥니다. 살아남은 소수가 검색 상위와 피드의 목 좋은 자리를 과점했고, 콘텐츠 마케팅의 마진이란 사실 그 과점이 걷던 자릿세였습니다. 콘텐츠 강의들이 하나같이 "꾸준함이 답"이라고 가르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진입장벽이 그것 하나뿐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이 장사의 담보는 처음부터 하나였습니다. 아무나 못 만들고, 만들어도 못 버틴다는 사실입니다. 담보가 하나뿐인 대출이 어떻게 되는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담보 가치가 떨어지는 날 한꺼번에 회수됩니다.

2022년 11월에 그날이 왔습니다.

 

원가가 0이 되면 벌어지는 일

그날 나온 물건이 챗GPT입니다. 그래파이트가 웹 문서 6만 5천 건을 추적한 결과, AI가 쓴 글의 비중은 2022년 말 10퍼센트 언저리에서 2024년에 40퍼센트를 넘겼고 그해 11월에는 사람이 쓴 글을 추월했습니다. 에이치레프스가 2025년 4월 한 달 동안 새로 올라온 영어 웹페이지 90만 장을 분석했을 때는 74.2퍼센트에서 AI가 쓴 흔적이 나왔습니다.

이 숫자를 요즘 AI 글이 많아지고 있다고만 받아들이면 껍데기만 보는 것입니다. 알맹이는 글 한 편의 제작 원가가 사실상 0원이 됐다는 뜻입니다.

“AI 글이 많아지고 있다 = 제작원가 0원이 되고 있다.”

발전기가 귀하던 시절에는 전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사업이었지만 지금 공장에서 전기는 그냥 깔려 있어야 하는 조건이죠. 전기 들어온다고 자랑하는 공장은 없습니다. 어떤 일의 원가가 0에 수렴하면 그 일은 능력에서 조건으로 강등되는데요. 콘텐츠 제작 시장이 지금 정확히 이 강등을 겪는 중입니다.

여기까지는 공급 사이드의 이야기고 두 번째 타격은 길목에서 찾아옵니다.

 

길목을 쥔 회사의 계산

구글은 2024년부터 검색 결과 맨 위에 AI 요약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퓨리서치가 미국 성인 900명의 실제 브라우징 기록 6만 8천여 건을 분석해보니 요약이 뜬 검색에서 아래 링크를 클릭한 비율은 8퍼센트였습니다. 요약이 없을 때는 15퍼센트였습니다. 두배나 차이가 날 정도로 고객이 일찍 떠나는 이유는 답을 얻었으니 볼일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트래픽으로 먹고 사는 언론사들이 직격탄을 맞았죠. 구글에서 받던 트래픽이 2025년 한 해에만 글로벌 기준으로 3분의 1이 날아갔습니다. 기자들의 글솜씨는 그대로인데, 독자가 기사까지 건너오던 다리를 구글이 회수한 것입니다.

구글은 왜 이렇게 했을까요.

검색회사의 매출은 사용자의 구글 화면 체류 시간에서 나옵니다. 링크를 눌러 남의 사이트로 떠나는 순간 그 사용자는 구글의 광고 지면에서 사라지니 더 붙잡아 둬야겠죠. 그래서 요약은 체류 시간과 매출을 높여주는 구글의 효자 상품입니다.

요즘 SNS 도달이 영 시원찮지요? 메타와 유튜브도 구글과 같은 계산기를 두드리니까요. 인스타그램 게시물 하나가 내 팔로워에게 닿는 비율은 2020년에 10에서 15퍼센트 사이였는데 지금은 평균 3.5퍼센트입니다. 만 명이 팔로우해도 내 팔로워는 사백 명이 채 못 봅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독자에게 영상을 도달시키는 것보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쏘는 게 광고매출이 높습니다. 그래서 요즘 팔로워/구독자 수는 훈장 같은 것입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남의 길목에서 하던 장사였습니다. 길목 주인들이 오랫동안 통행을 후하게 열어준 것은 콘텐츠가 귀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가 모여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야 광고를 팔 수 있었으니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제작비가 0이 되니 콘텐츠가 차고 넘치니 후하게 굴 이유가 같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계산서 받으시죠.

이 변화가 사업자의 장부에 어떻게 찍히는지도 집계돼 있습니다. 업계 추적 기준으로 신규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은 8년 사이 222퍼센트 올랐고 2023년에서 2025년 사이에만 40에서 60퍼센트로 뛰었습니다. 2013년에는 새 고객 한 명을 들이면서 평균 9달러를 손해 봤는데 지금은 29달러를 손해 봅니다. 손해가 세 배가 됐는데도 다들 계속 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 말고 배운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계정에서 체감으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난달 매출을 팔로워 수로 나눠보시면 됩니다. 팔로워 한 명이 한 달에 나에게 벌어다 주는 돈이 나옵니다. 이 값이 작년보다 오르고 있다면 이 글의 나머지는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부분은 떨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 나눗셈을 안 해본 분이 의외로 많은데, 아마 답을 확인하기가 무서워서일 겁니다. 어쨌든 그 답이, 위에서 제가 말씀드린 와닿지 않은 거시적 문제들이 타고타고 와서 작고 소중한 내 계정에게까지 돈내라고 고지한 건데, “요즘 광고 효율 안나온다”고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계산서 받은 거예요.

지금,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면 팔린다는 말이 성립하려면 둘 중 하나여야 합니다.

  • 콘텐츠 만드는 사람이 드물거나
  • 구글과 메타가 광고 사업에 관심이 없거나

 

둘 다 가능성 제로입니다.

근데 광고라는 광고가 다 힘을 잃는 시대에 성적이 꺾이지 않는 판매 장치가 하나 있습니다. 코스트코 시식 코너입니다. 꾸준한 전단지 생산을 멈추고 시식대를 펼치세요.

시식이 붙은 날 해당 제품 판매가 40퍼센트가량 뛰고, 이후 6주 동안 꺾이지 않고 판매율이 쾌속 상승합니다. 각 품목별 기록을 보면 더 재밌습니다. 시식이 붙은 냉동피자가 600퍼센트, 와인이 300퍼센트, 립스틱과 마스카라가 500퍼센트를 찍었고, 2014년의 한 샘플링 프로그램에서는 2000퍼센트 증가 사례까지 보고됐습니다.

곧 배포할 [프로덕트 콘텐츠 핏] 웹북에서 시식 코너가 지금 왜 중요한지, 누구도 아직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온라인 시식대가 무엇인지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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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 르코&렉스 · 콘텐츠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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