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마인드셋
AI, 로봇을 도입하는 시대에 '전화 콜센터'를 고집하는 이유

만약 내 자식의 가슴을 열어 심장을 꺼내야 한다면
부모로서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요?

 

1.

며칠 전, 유퀴즈 프로그램에 한 교수님이 출연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소아 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님이었는데요. 전국에 20명도 안 되는 소아 흉부외과 수술을 집도하는 분이었습니다. 8,000건 가까이 수술할 정도로 밤낮 없이 일해왔는데,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고요. 밤 늦게 퇴근해 자고 있는 아들의 방에 들어가 보니, 아들의 상태가 이상했던 겁니다. 

들썩, 들썩.

자고 있는 아들의 가슴이 눈에 띄게 오르내렸습니다. 무심코 지나가려다가 아뿔싸 돌아봤다죠. 얼른 아들의 가슴에 귀를 대고 청음해보니 심장에서 잡음이 들렸습니다. 문득 아내가 ‘이상하다’고 걱정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 길로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고, 아들에게 심장병이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이미 수술 시기를 놓쳤다고, 심장 한쪽이 너무 비대해졌다고요. 

‘정작 내 아이의 심장병을 모르고 있었다니…’

자책감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김웅한 교수는 직접 아들의 가슴을 열어 심장에 칼(메스)를 대기로 결정했습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아내는 꼭 살려내자고, 만약 아들이 죽으면 같이 죽자고 당부했다죠. 

 

 

수십 번 아이들의 조그마한 가슴에 메스를 대고 열었는데, 차마 아들에게 칼을 대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겨우겨우 수술을 마치며 실감했다고요.

‘환자 보호자들은 이런 심정이었겠구나…’

이후 환자를 바라보는 김웅한 교수의 시선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내 아이 같다’는 마음이 들고, 이들이 얼마나 피마르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을지 직접 겪어보고서야 확실히 이해하게 됐다고요. 결국 개인적으로 몸소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경험을 맞닥트리면서 관점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2.

최근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제일 먼저 떠올라 전화를 건 상대방은 친지가 아닌 제 지인이었습니다. 1년에 2~3번 만나는, 가장 가까운 관계는 아닌 지인이었죠. 

그 지인의 부모님은 이북에서 남한으로 건너와 느즈막이 지인을 아기로 맞이했다고 들었습니다. 태어났을 때 이미 아버지가 60세에 가까웠다고요. 두 분 다 가족 없이 홀홀단신으로 아기를 키우셨고요. 

그래서 6년 전 지인의 모친상에 갔을 때 장례식장에 ‘어르신’들이 없었습니다. 우리보다 윗세대인 어른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은 처음이라 의아했던 장면이었죠. 

그때만 해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힘들겠다’고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모친상을 겪어보니, 기댈 곳 없이 혼자 그 일을 다 치른 그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삼 마음 아팠습니다. 그래서 불쑥 먼저 전화를 걸었던 겁니다. ‘그때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6년이 지난 지금에야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더니, 수화기 너머로 그 친구가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3.

소셜미디어,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편리해진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간접 경험으로 다양한 걸 해결하고 해소하는 시대를 보내고 있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다 헤아릴 수 없는 ‘인간적인 유대’는 점점 옅어지고 있지 않나 돌아보게 됩니다. 도리어 소셜 스킬 약화, 인간 관계 해체로 인해 이 사회의 윤활유 역할을 하던 정서적 인프라는 약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채 갈등이 커지고, 충돌이 빈번해지는 시대. 어쩌면 직접 경험해보며 타인과 공명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지 않았나 돌이켜 봅니다. 

 

Christine Rosen's 'The Extinction of Experience' Makes An Incomplete  Argument
실제로 기술에 의한 변화를 다룬 <경험의 멸종>이라는 책도 있습니다.

 

4. 

회사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린텍은 사업 전략상 대면 영업 채널, 서비스 채널, 전화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 챗봇과 보이는 ARS가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트렌드에 반대되는 듯 보입니다. 실제로 경쟁사는 다양한 품목과 가격대에 맞춰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요. 

물론 크린텍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로봇,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상품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람이 직접 돕는 채널’을 열어두려 합니다. 고객이 무인화, 인공지능화를 고민할 때 올바른 판단 하에 올바른 상품을 찾도록 도울 수 있는 건 사람의 역할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조직 문화가 더 성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도입하면서도 고객의 관점에 서기 위해 직접 나서는 방향성을 받아들이려면 대화해야 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하고, 잔손을 더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니까요. 직접 무언가 마주해 겪었을 때 분명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만, 그걸 무릅써야 더 제대로 이해하고, 더 멀리 갈 수 있으며,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수고로움은 회사와 조직의 성공을 좌우합니다. 전략이 성공의 크기를 결정한다면, 그 성공 자체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직접 현장에 부딪치며 마음을 쓰느냐에 달려있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조직 내 시행착오, ‘직접 경험’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믿음과 수용성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안전한 간접 경험의 세계를 넘어서려면 말이죠. 

 

#크린텍 #산업용모빌리티 #조직문화 #문제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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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예성 (주)크린텍 · CEO

모빌리티 케어, 깔끔하게 크린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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