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커리어 #트렌드
명함보다 채널이 먼저 검색되는 시대

2018년, 한 대기업의 사내 공모 면접장. 지원자가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자는 방송국이 될 겁니다."

 

당시 기업 유튜브는 TV 광고를 모아두는 아카이빙 채널이었다. 기업 디지털 채널의 우선순위는 페이스북이었고, 유튜브는 '유튜브 마케팅'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브랜드 콘텐츠의 시대는 온다'는 믿음으로 그 공모에 지원한 사람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선우의성이다.

 

그가 맡은 채널은 이후 국내 기업 최초로 유튜브 100만 구독을 넘겼고, 실제 그의 말처럼 기업이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됐다. 그런데 그는 요즘 같은 장면을 두 번째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기업이 아니라 개인에게서다.

 

"2018년엔 순서가 있었어요. 먼저 사람들의 시간이 유튜브로 이동했고, 다음으로 제작 인력이 이동했고, 마지막에 기업이 콘텐츠 공급자로 들어왔죠. 지금 똑같은 순서가 개인에게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인터뷰는 그 질문 하나를 따라간 기록이다.


명함보다 채널이 먼저 검색된다

 

그 전에 풀어야 할 의문이 하나 있었다.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데도 굳이 나를 브랜드로 만들어야 하나. 여기서 걸리면 뒤의 이야기는 전부 남의 일이 된다. 그래서 먼저 물었다.

 

"사람들은 이제 누군가를 알아볼 때 그 사람의 콘텐츠를 먼저 확인해요. 이직 시장에서는 이력서보다 링크드인이 먼저 검색되고, 강연자를 섭외할 땐 그 사람이 발행한 글과 영상을 먼저 보고, 협업을 제안하기 전엔 SNS부터 살펴봅니다. 명함보다 채널이 먼저 확인되는 시대가 이미 와 있는 거예요. 직함은 회사가 주는 거고, 브랜드는 내가 쌓는 겁니다. 그리고 이 둘은 대립하지 않아요."

 

그 자신이 그렇게 쌓아온 사람이었다.

 

"저는 영업을 해본 적이 없어요. 회사에서 성과를 내는 동안 계속 밖으로 콘텐츠를 쌓았거든요. 책 쓰고, 칼럼 쓰고, 강연하고. 그러자 제가 일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일이 저를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AI 시대라서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AI가 실무 결과물을 상향평준화시키면 '일을 잘한다'는 것만으로는 구분이 안 됩니다. 보고서의 완성도, 기획안의 형식, 콘텐츠의 만듦새 같은 격차는 계속 줄어들 거예요. 그때 남는 질문은 '그 일을 어떤 관점으로 하는 사람인가'입니다. 그런데 관점은 이력서에 안 담깁니다. 관점은 콘텐츠에만 담깁니다."

 

실력이 평준화될수록, 변별력은 관점이 어디에 기록돼 있느냐로 옮겨간다는 얘기였다.


회사를 다니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흥미로운 건 그가 독립을 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다.

 

"두 가지예요. 첫째, 소재가 매일 공급됩니다. 콘텐츠를 만들다 멈추는 가장 큰 이유가 소재 고갈인데, 현업에 있는 사람은 현장의 관찰과 질문이 매일 쌓이잖아요. 독립하고 나면 오히려 이 공급이 끊겨요. 둘째, 실패해도 잃을 게 없습니다. 월급이라는 안전망 위에서 콘셉트를 실험하고 다듬을 수 있는 시기는 재직 중뿐이에요."

 

여기엔 본인의 아쉬움도 섞여 있었다. 회사에 있을 때 성과가 가장 많이 나던 시기, 외부 제안이 여럿 들어왔지만 대부분 거절해야 했다.

 

"제일 실무를 많이 하고 사례를 낼 때 그걸 공유하지 못한 게 저도 아쉬워요."

 

실패를 대하는 셈법도 궁금했다. 2018년, 아무도 안 보던 자리에 뛰어들 때는 불안하지 않았을까.

 

"망해도 맨 앞에서 망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어쨌든 커리어에는 남는다고 생각했어요. 제일 최악은 10년이 지났는데 한 줄로 정의가 안 되는 거예요. 이것도 해봤고 저것도 해봤어, 라고밖에 말 못 하는 상태요."

 

그에게 실패는 손실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안전망 위에서 실험하라는 조언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만드는 건 쉬워졌다, 그래서 더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지금 시작하는 개인에게 승부처는 어디인가. 답은 한 문장이었다.

 

"제작의 장벽은 무너졌고, 기획의 장벽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예전엔 개인이 미디어가 되려면 기획·촬영·편집·디자인·배포를 전부 감당해야 했다. 그중 만드는 일의 장벽은 AI가 거의 허물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여기 착시가 있어요. 만들기가 쉬워졌다는 건 만드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모두가 같은 도구로 비슷한 완성도를 낼 수 있으면, 차이는 완성도가 아니라 그 앞단에서 생깁니다. 무엇을, 왜, 어떤 순서로, 어떤 관점에서 말할 것인가."

 

그래서 그는 AI를 쓰지 않는 영역을 분명히 두고 있었다. 기획, 그리고 차별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돌고래유괴단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AI는 레퍼런스 덩어리라고. 저도 비슷해요. AI로 기획하면 한 7, 80점은 나와요. 적당히 괜찮은 걸 하기엔 너무 쉬워진 세상인데, 정말 남들과 다른 걸 하려는 필드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을 깎아먹는 부분이 있어요."

 

인상적이었던 건 그다음이다. AI를 두고 그는 개인적인 아쉬움을 털어놨다.

 

"솔직히 저는 AI 시대가 조금 더 천천히 왔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것 없이 생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쓰는 데 트레이닝이 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저의 장점을 AI가 메꾸고 있는 지점이 있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 이후의 차이를 뭘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이후의 차이'를 그는 세 가지로 정리했다. 콘셉트가 뾰족한가, 시스템이 있는가, 자산이 쌓이는가. 화려한 한 편이 아니라 이 세 가지의 유무가 1년 뒤를 가른다는 것이다.


첫째, 한 문장으로 정의되는가

 

기업 유튜브를 두고 그는 "뭉툭한 채널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해왔다. 개인에게도 같은 말이 적용될까.

 

"똑같이 적용됩니다. 오히려 개인에게 더 가혹하게 적용돼요. 뭉툭하다는 건 이 채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한 문장으로 답하지 못하는 상태예요. 큰 기업일수록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뭉툭해지기 쉬운데, 그래서 요즘 잘하는 기업들은 아예 채널을 쪼갭니다. 그런데 개인은 채널을 쪼갤 수도 없고 예산으로 버틸 수도 없어요. 뾰족하지 않으면 그냥 묻힙니다."

 

사례로 든 건 토스의 머니그라피였다. 얼마 전 맥스서밋에서 이 채널의 PD와 세션을 함께했다.

 

"금융 상품을 광고하는 대신 '금융을 쉽게'라는 브랜드 미션 자체를 콘텐츠로 구현한 채널이에요. 주목할 점은 토스가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담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루는 주제와 다루지 않는 주제가 명확해요."

 

뾰족함은 더한 결과가 아니라 덜어낸 결과라는 것. 그렇다면 개인은 자기 한 문장을 어떻게 찾을까.

 

"내가 증명할 수 있으면서 남들이 아직 선점하지 않은 이야기에서 찾아야 합니다. 기업 컨설팅에서도 순서가 같아요. 먼저 '우리는 어떤 판 안에서 무엇을 제공하는 사람인가'를 한 문장으로 씁니다. 그다음 같은 판의 경쟁자들이 못 하거나 안 하는 이야기를 찾아요. 차별화된 콘텐츠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경쟁자가 안 하는 이야기에서 나오거든요."

 

자기 커리어가 그 방식의 결과라고 했다.

 

"저는 없던 일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있던 일을 다르게 해석해온 사람이에요. 기업 유튜브는 제가 시작하기 전에도 있었습니다. 다만 저는 그걸 단순 홍보 채널이 아니라 미디어 자산으로 다르게 정의했죠. 마케터라는 직업도 흔했지만, 저는 마케터를 콘텐츠 전략가로 재정의했고요."

 

 

독립하고 가장 먼저 한 일도 사업계획서를 쓰는 게 아니었다.

 

"'나는 누구인가'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일이었어요. 그렇게 나온 문장이 '콘텐츠로 브랜드 팬덤을 설계하는 사람'이고, 그 문장을 지금까지 책과 강연과 컨설팅으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차별화는 새로운 일을 찾는 데서가 아니라, 기존의 일을 새로운 언어로 정의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결국 경력의 차이는 '무엇을 했는가'보다 '어떤 사람으로 이해되는가'에서 벌어지니까요."

 

그 한 문장을 찾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

 

"유튜브 관련해서 뭘 해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알고리즘 하는 사람, 채널 자체를 하는 사람, 기획하는 사람, PD… 아우르면서도 뾰족해야 하니까 고민을 엄청 했어요. 더 빨리 찾고 더 밀어붙였으면 더 빨리 퍼졌을 텐데, 그게 좀 아쉽긴 합니다."

 

흔한 실수도 짚었다.

 

"두 가지예요. 첫째, 너무 넓게 잡는 것. '마케팅을 다룹니다'는 콘셉트가 아니라 카테고리입니다. 모두에게 말하는 사람은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아요. 둘째, 콘셉트를 소개글로 착각하는 것. 콘셉트는 프로필에 쓰는 문장이 아니라, 콘텐츠를 반복한 뒤에 남들이 대신 말해주는 문장입니다."

 

선언이 아니라 반복이 콘셉트를 만든다는 얘기다.


둘째, 지치지 않고 반복되는가

 

두 번째 조건인 시스템은 흔히 오해받는다고 했다. 한 문장으로 정의해달라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매번 새로 기획하지 않아도 콘텐츠가 나오는 상태입니다."

 

지속을 막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결정 피로라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매번 '이번엔 뭘 만들지'부터 다시 시작하면 누구든 지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대개 안 하는 쪽으로 흘러가요. 시스템은 그 결정을 미리 해두는 일입니다."

 

무엇을 미리 정해두면 되는지 물었다.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고정 포맷입니다. 매번 형식을 발명하지 않도록 반복 가능한 틀을 두세 개로 정해둬요. 포맷이 정해지면 기획 비용이 줄고, 보는 사람에게는 기대가 생깁니다. 둘째, 고정 주기예요. '시간 날 때 올린다'가 아니라 요일과 빈도를 못 박습니다. 콘텐츠 하나하나는 잊혀도, 주기는 관계를 만들거든요.


 

셋째, 소재 파이프라인입니다. 일상 업무에서 나온 관찰과 질문을 그때그때 적어두는 저장소를 만드는 거예요. 소재를 찾는 날과 만드는 날을 분리하면 생산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콘텐츠를 만들다 지치는 분들 대부분은 이 둘을 같은 날 하고 있어요. 넷째, 나만의 제작 기준입니다. 톤, 금지 표현, 썸네일 규칙 같은 걸 정해두는 거죠. 기업에서는 누가 만들어도 같은 채널로 보이게 하는 장치인데, 개인에게는 컨디션이 나쁜 날의 나도 평소의 나처럼 만들게 하는 장치가 됩니다."

 

 

여기에 AI를 얹으면 개인도 하나의 콘텐츠 스튜디오처럼 굴러갈 수 있다고 봤다.

 

"AI를 영상 한 편 만드는 창작 도구로 쓰는 게 아니라, 기획에서 제작, 배포, 분석, 다시 기획으로 돌아오는 루프 전체를 돌리는 운영 인프라로 쓰는 거예요. 기업 스튜디오의 목표가 사람이 바뀌어도 콘텐츠가 멈추지 않는 구조라면, 1인 스튜디오의 목표는 컨디션이 바뀌어도 콘텐츠가 멈추지 않는 구조입니다."

 

가장 실용적인 답은 다음 질문에서 나왔다. 90점짜리를 여러 개 만들 것인가, 95점짜리를 하나 만들 것인가.

 

"퀄리티가 엄청 좋을 필요는 없어요. 관점과 내 정의에 연결된 시리즈 기획을 잘했느냐, 여기에 에너지가 들어가야지 편집이 좋고 이런 건 부수적인 것 같아요. 앞단만 잘하면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가 좀 떨어지더라도 일단 반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100만 뷰짜리를 한 달에 하나 올리는 것보다 계속 올리는 게 낫거든요."

 

잘 만드는 건 한 편으로 끝나지만, 시스템은 1년 뒤에 답이 나온다.


셋째, 자산으로 쌓이는가

 

세 번째 조건은 반복의 결과가 어디에 남느냐다. 그런데 그 전에 정할 게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목적입니다. 기업 유튜브 컨설팅에서 제 첫 질문은 항상 '이 채널의 목적이 무엇인가'예요. 개인도 똑같습니다. 이 활동으로 무엇을 얻으려는지 먼저 정의하고, 성공의 지표를 자기 자신과 합의해야 해요. 목적 없이 시작하면 팔로워 수 같은 남의 지표에 끌려다니다 지칩니다."

 

조회수가 안 나오면 못 쓴 것 같아 슬퍼진다는 말에 그는 반대 사례를 꺼냈다.

 

"제가 아는 세무 채널이 있는데 조회수가 엄청 안 나왔어요. 그런데 그 채널의 목적은 세미나를 열어서 실제 고객을 모으는 거였거든요. 그러면 한 달에 열 명만 모아도 목적을 달성한 거예요. 모든 목적을 다 달성하려고 하지 말고 하나의 목적만 딱 달성하는 게 낫습니다."

 

쌓는 순서도 있다. 많은 사람이 이 순서를 거꾸로 간다고 했다.

 

"터뜨리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런데 화제성으로 유입된 사람이 도착한 곳에 쌓인 게 없으면 그냥 지나갑니다. 집을 짓기 전에 손님부터 부르는 셈이죠. 먼저 쌓아야 하는 건 신뢰 콘텐츠예요. 내 분야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검색하는 질문에 답하는 콘텐츠요. 화려하지 않지만 유통기한이 길고, 누군가 나를 발견했을 때 '이 사람 믿을 만하네'를 만들어주는 바닥 자산입니다."

 

밈을 쓰는 문제도 같은 기준으로 정리했다.

 

"밈 그 자체만 따라 하고 마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면 500만이 나와도 내 브랜드에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런데 내 관점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밈을 녹이는 사람은 그 500만이 엄청난 자산이 되는 거죠."

 

쌓이지 않는 조회수는 지나가는 숫자일 뿐이라는 얘기다. 최근 이 구조가 자기에게 작동하는 걸 확인했다고도 했다.

 

"컨퍼런스는 전에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이게 나한테 자산으로 쌓였는가에서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이번엔 브랜드 콘텐츠 설계자라는 뾰족함을 먼저 정했고, 그 관점에 맞는 연사를 섭외했고, 제 관점을 명확하게 전달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걸 가지고 확산을 하고, 확산이 되니까 그 키워드가 다시 저한테 돌아오더라고요. 이 구조 자체가 선순환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자산이 쌓이는 곳에서, 팬덤이 자란다

 

그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단어는 팬덤이다. 다만 그가 쓰는 뜻은 흔히 아는 것과 다르다.

 

"단순히 열광한다는 게 아니에요. 다시 찾아오고, 다음 콘텐츠를 기다리고, 필요할 때 우리를 먼저 떠올리는 반복적인 신뢰 관계입니다. 좋아요는 그 순간의 반응이고, 팬덤은 반복되는 행동이에요."

 

예로 든 건 자기 자신이었다.

 

"이번에 크림 담당자랑 얘기하다가 세보니까 제가 크림에서 산 건수가 200건이더라고요. 맨날 들어가서 보고 콘텐츠도 소비하고. 그러니까 저는 그게 팬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팬덤은 좋은 콘텐츠의 우연한 부산물이 아니라, 반복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의 필연적 결과라는 것. 그가 SKT 시절을 돌아보며 말한 것도 결국 같은 이야기였다.

 

"채널이 성장한 건 잘 만든 영상 한 편 덕이 아니었어요. 브랜드 메시지에서 콘텐츠 기획으로, 다시 자산으로, 그리고 팬덤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부터였습니다. 잘 만든 영상 하나는 조회수를 만들지만, 반복되는 구조는 다음 편을 기다리는 사람을 만들거든요. 혼자 시작했던 유튜브 담당이 나중에 14명 팀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성과가 개인기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개인에게도 팬덤은 꼭 필요한 것인가.

 

"없으면 안 되는 겁니다. 이건 미디어와 기업이 먼저 겪은 길이에요. 미디어가 유통을 독점하던 시절이 끝나고, 기업이 광고만으로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게 됐을 때, 살아남은 쪽은 팬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개인도 똑같은 순서를 밟게 돼요.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되면 잘 만드는 것으로는 구분이 안 되고, 결국 남는 건 나를 다시 찾아오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입니다.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의 생존 조건은 조회수가 아니라 팬덤이에요."

 

팬덤은 잘된 뒤에 따라오는 결과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라는 얘기다.


에필로그

 

인터뷰 초반,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AI 트렌드를 정리하는 글을 많이 써왔고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AI가 더 잘하게 되면서 내 역할이 없어지는 걸 느꼈다고. 그래서 인터뷰 콘텐츠로 넘어왔다고. 그러자 그가 웃으며 받았다.

 

"AI가 대체하지 않는 걸 그 안에서 찾으신 거네요." 그리고 덧붙였다. "오늘의 인터뷰가 살아남기네요."

 

지나고 보니 그 한마디가 이 인터뷰 전체의 요약이었다. 만드는 능력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사람의 값어치가 올라간다. 그리고 그 기준은 결국 내가 무엇을 쌓아왔는가에서 나온다.

 

이 인터뷰는 2026년 8월, 대면으로 진행됐습니다.


선우의성 | 유크랩 대표 | 링크드인

2018년, '유튜브 마케팅'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에 브랜드 유튜브를 시작해 최초의 시도로 '브랜드 콘텐츠 팬덤'이라는 개념을 세운 브랜드 마케터. 국내 기업 최초로 구독자 100만 채널을 만들었고, 디지털 채널 기반 브랜드 캠페인으로 뉴욕광고제 등 국내외 어워즈를 수상. 지금은 유크랩을 통해 브랜드 콘텐츠 전략을 설계하며 책과 강연, 칼럼, 자문과 심사, 컨퍼런스로 그 관점을 전한다. 자신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데 1년을 쓴 끝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다. 콘텐츠로 브랜드 팬덤을 설계하는 사람.

 

 


이 인터뷰는 테크잇슈에서 발행되었습니다. 

테크잇슈는 AI 시대, 저마다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부딪히며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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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테크잇슈 · 콘텐츠 크리에이터

통찰력을 기르고자 글을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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