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검증 #사업전략
첫 달 거래액 12만 원, 그래도 서비스를 접지 않았다.

제로피를 처음 출시한 달, 전체 거래액은 121,813원이었습니다.

매출이 12만 원이 아니라, 제로피에서 결제된 모든 금액을 합친 거래액이 12만 원이었습니다. 수수료도 따로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 실제로 남는 돈은 그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전자책, 노션 템플릿, 온라인 강의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정작 플랫폼 안에서는 결제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숫자를 처음 확인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콘텐츠 판매자들이 기존 플랫폼 수수료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습니다. 직접 PG에 가입해 카드결제를 연결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말도 자주 들었습니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과 새로운 서비스로 실제 판매를 시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제로피는 플랫폼 판매 수수료 0%를 내세웠습니다. 계산만 놓고 보면 기존 플랫폼보다 훨씬 유리했습니다.

그런데도 첫 달 거래액은 12만 원이었습니다.

 

수수료가 낮으면 당연히 옮겨올 줄 알았다

 

처음에는 제로피의 가장 강한 경쟁력이 낮은 수수료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콘텐츠 판매 플랫폼은 판매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갑니다. 상품을 만든 사람은 크리에이터인데, 판매가 늘어날수록 플랫폼에 지급하는 비용도 커집니다.

제로피 Max는 월 이용료 8,900원 외에 플랫폼 판매 수수료가 없습니다. PG 수수료와 부가세는 별도지만, 매출에 비례해 늘어나는 플랫폼 수수료는 0%입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기존보다 훨씬 저렴하면 사람들이 옮겨오지 않을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존 플랫폼에는 이미 상품이 등록돼 있었습니다. 판매 이력과 후기가 쌓여 있었고, 구매자도 익숙한 결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기려면 상품 설명을 다시 작성하고, 파일과 링크를 이전하고, 기존에 공유한 판매 링크도 바꿔야 했습니다.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이 번거로움을 감수하기 어려웠습니다.

고객은 단순히 더 저렴한 서비스를 찾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존 방식을 바꿀 만큼 충분한 이유가 있는 서비스를 찾고 있었습니다.

 

서비스를 출시하면 가입자 수에 가장 먼저 눈이 갑니다.

가입자가 늘면 잘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상품 등록 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제로피에서 중요한 것은 회원가입이 아니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상품을 등록하고, 실제 고객에게 판매 링크를 공유하고, 구매자가 결제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 이후 콘텐츠가 정상적으로 전달되고, 같은 판매자에게 다시 거래가 발생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보는 숫자를 바꿨습니다.

 

가입자 수보다 다음 행동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 가입한 크리에이터가 실제로 상품을 등록했는가
  • 등록한 상품에 결제가 발생했는가
  • 결제 후 콘텐츠가 정상적으로 전달됐는가
  • 같은 판매자에게 다시 거래가 발생했는가
  • 새로운 상품을 추가로 등록했는가

 

한 번의 거래는 지인의 구매나 일시적인 홍보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판매가 이어진다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판매자가 제로피를 실제 판매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거래액은 12만 원에서 300만 원을 넘겼다

 

제로피의 거래액은 조금씩 늘었습니다.

  • 5월: 121,813원
  • 6월: 891,300원
  • 7월: 3,616,000원

 

첫 달 약 12만 원이었던 거래액이 다음 달 89만 원이 됐고, 그다음 달에는 300만 원을 넘겼습니다.

증가율만 보면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에서 월 거래액 300만 원은 여전히 작은 숫자입니다. 회사의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고, 이 숫자만으로 시장 검증이 끝났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첫 달과 달라진 것은 분명했습니다.

실제로 전자책과 컨설팅 솔루션 등을 판매하는 사람이 제로피를 선택했습니다. 노션 템플릿과 디지털 파일을 등록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한 번 상품을 판매한 뒤 다른 상품을 추가로 등록하는 크리에이터도 나타났습니다.

구매자는 카드로 결제했고, 콘텐츠를 전달받았습니다. 판매자는 주문과 구매자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절대적인 거래액은 작지만, 같은 행동이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상상으로만 만든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숫자 안에서 반복을 찾는 일

 

초기 서비스를 운영하면 큰 숫자에 쉽게 흔들립니다.

가입자 1만 명, 거래액 1억 원처럼 설명하기 쉬운 숫자를 목표로 삼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큰 숫자보다 작은 숫자 안에서 반복되는 행동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달 거래액 12만 원만 보고 서비스를 접었다면, 89만 원과 300만 원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반대로 거래액이 조금 늘었다고 성공했다고 믿는 것도 위험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 질문을 계속 보고 있습니다.

같은 판매자가 다시 돌아오는가.

새로운 상품을 추가로 등록하는가.

실제 고객에게 판매 링크를 공유하는가.

수수료가 낮다는 이유 외에도 계속 사용할 이유가 있는가.

초기 고객의 문의가 제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 제로피의 거래액은 300만 원을 넘겼습니다.

첫 달 12만 원과 비교하면 분명히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훨씬 많습니다.

가입한 크리에이터가 왜 상품을 등록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상품을 등록한 뒤 첫 판매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찾아야 합니다.

전자책뿐 아니라 템플릿, 온라인 강의와 멤버십 판매자에게도 필요한 기능을 만들어야 합니다.

결제와 정산, 환불과 고객 지원 과정도 더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수수료 0%라는 문구는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것은 크리에이터가 상품을 등록하고, 고객에게 판매하고, 다시 돌아와 다음 상품을 판매하는 반복입니다.

거래액 300만 원은 성공을 선언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닙니다.

대신 다음 질문을 할 수 있게 된 숫자입니다.

이 작은 반복을 더 많은 크리에이터에게 확장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제로피가 성공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디지털 콘텐츠 판매 시장이 충분히 큰지, 기존 플랫폼을 이용하던 크리에이터가 실제로 이동할지, 수수료 0%라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 될지도 더 검증해야 합니다.

그래도 첫 달과 비교해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가설이었습니다.

지금은 누군가 실제로 자신의 전자책과 템플릿, 온라인 강의를 제로피에 등록하고 있습니다. 고객은 결제하고, 콘텐츠를 전달받습니다. 판매자는 다시 상품을 판매합니다.

아직 작은 숫자지만 반복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첫 달 거래액 12만 원짜리 서비스를 접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거래액이 300만 원을 넘긴 지금도 성공했다고 말하기보다, 이 반복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초기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가장 큰 숫자가 아니라, 다시 발생하는 숫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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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피 제로피 · CEO

전자책·노션·VOD 등 콘텐츠 판매 부업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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