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피의 누적 거래액이 5,211,113원을 넘었습니다. 지금까지 발생한 결제는 84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521만 원은 제로피의 매출이 아닙니다. 판매자들이 제로피를 통해 전자책, 템플릿과 온라인 강의를 판매한 전체 거래액입니다.
큰 플랫폼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숫자입니다. 이 정도 거래액으로 시장을 검증했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제품이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다만 처음 제로피를 만들었을 때는 이 플랫폼에서 실제 결제가 한 번이라도 발생할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을 등록할지, 익숙하지 않은 판매 링크를 고객에게 전달할지, 구매자가 처음 보는 페이지에서 실제로 돈을 지불할지 모두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었습니다.
첫 달 거래액은 121,813원이었습니다.
사업적인 성과라고 부르기에는 작은 금액이었지만, 누군가는 제로피에 상품을 등록했습니다. 자신의 고객에게 판매 링크를 전달했고, 구매자는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결제가 끝난 뒤에는 디지털 콘텐츠가 정상적으로 전달됐습니다.
첫 달 12만 원에서 누적 521만 원까지 84번의 결제가 발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처음 세웠던 가설 중 무엇이 맞았고 무엇이 틀렸는지를 조금씩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 착각: 플랫폼이 고객을 데려와야만 거래가 발생한다
제로피는 오픈마켓이 아닙니다.
플랫폼 안에 여러 상품을 모아 고객에게 추천하거나 판매자를 대신해 광고를 집행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판매자가 자신의 SNS, 유튜브, 블로그, 커뮤니티와 기존 고객을 통해 직접 상품을 알리고 제로피의 판매 링크를 전달합니다.
처음에는 이 구조가 제로피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판매자가 고객까지 직접 데려와야 한다면 굳이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할 이유가 있을까. 고객 유입을 제공하는 대형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을까. 거래가 발생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원인이 “플랫폼에 고객이 없기 때문”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실제 거래를 통해 적어도 하나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팔로워나 고객을 보유한 판매자에게는 새로운 고객을 제공하는 마켓뿐 아니라, 자신이 확보한 고객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했습니다.
출처: 크리에이터 피그마스터 리틀리
이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플랫폼 안에서 노출 순위를 경쟁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전자책과 강의를 등록하고, 고객에게 링크를 전달하고, 카드결제를 받은 뒤 콘텐츠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플랫폼이 고객을 대신 모아주지 않아도 거래는 발생했습니다.
구매자는 판매자와 상품을 신뢰한다면 처음 접한 판매 페이지에서도 결제했습니다. 84번의 결제는 판매자가 직접 고객을 데려오는 구조에서도 실제 거래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판매자가 고객을 데려올 수 있다는 것과, 고객 유입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판매자는 거래를 만들 수 있었지만, 그 거래를 만들기 위해 계속 홍보해야 했습니다. 플랫폼이 고객을 소유하지 않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판매자의 홍보 부담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 착각: 수수료가 낮으면 판매자는 이동한다
제로피를 시작할 때 가장 강하게 믿었던 가설은 수수료였습니다.
전자책과 온라인 강의 같은 디지털 콘텐츠는 재고와 배송 원가가 적은 대신 플랫폼 수수료가 판매자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판매 금액이 커질수록 몇 퍼센트의 차이도 무시하기 어려운 비용이 됩니다.
그래서 기존 플랫폼보다 판매 수수료를 낮추면 판매자가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가설은 절반만 맞았습니다.
낮은 수수료는 판매자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로피를 알아보고 가입하게 만드는 분명한 이유도 됐습니다. 하지만 관심이 실제 이전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수수료 외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존 플랫폼에 등록한 상품을 다시 만들어야 했습니다. SNS와 블로그에 연결한 판매 링크를 바꿔야 했고, 고객에게 새로운 결제 환경을 안내해야 했습니다. 주문 내역과 고객 관리 방식에도 다시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기존 플랫폼이 조금 비싸더라도 이미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더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수수료를 낮춰 절약할 수 있는 금액보다 플랫폼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불편과 불확실성이 더 크게 느껴지는 판매자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가격 경쟁력이 필요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더 저렴한 서비스가 항상 더 쉽게 선택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판매자가 실제로 이동하려면 상품 등록과 링크 교체, 고객 안내와 운영 방식의 전환까지 함께 쉬워야 했습니다.
결국 경쟁자는 다른 플랫폼의 수수료만이 아니었습니다.
판매자가 이미 익숙해진 방식과 플랫폼을 바꾸면서 감수해야 하는 전환 비용도 경쟁 대상이었습니다.
세 번째 착각: 상품 등록과 결제를 쉽게 만들면 판매 문제가 해결된다
제로피는 전자책, PDF, 템플릿과 온라인 강의를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판매자는 상품 정보를 입력하고 가격을 정한 뒤 판매 링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구매자가 결제하면 콘텐츠가 전달되고, 판매자는 주문과 고객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면 판매자의 핵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거래를 지켜보며 결제는 판매 과정의 마지막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구매자가 결제하기 전에는 먼저 상품을 발견해야 합니다. 판매 페이지에 들어와 상품 설명을 읽고,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판매자와 상품을 믿을 수 있는 근거도 필요합니다.
결제와 콘텐츠 전달을 아무리 편리하게 만들어도 판매 페이지에 방문하는 고객이 없다면 거래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전자책과 강의 부업은 상품을 한 번 만들어두면 계속 판매할 수 있는 구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판매자는 상품을 만든 이후에도 SNS 게시물을 작성하고, 영상을 올리고, 블로그와 커뮤니티에 링크를 공유해야 했습니다.
홍보를 멈추면 유입도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로피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범위도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상품 등록부터 카드결제와 콘텐츠 전달까지를 판매 인프라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고객이 상품을 발견하고, 내용을 이해하고,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도 판매 인프라의 일부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로피의 SEO·GEO+도 이 문제에서 출발했습니다.
판매자에게 검색엔진 최적화와 생성형 AI 노출 방식을 직접 공부하게 하는 대신, 상품 등록 과정에서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검색엔진과 AI가 상품의 대상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방향입니다.
기능을 하나 더 추가하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거래를 지켜보며 결제 이전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결과였습니다.
가입자 수보다 실제 결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제로피를 운영하며 지표를 보는 기준도 바뀌었습니다.
회원가입은 관심만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품 등록도 테스트를 위해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제는 다릅니다.
판매자는 실제 상품과 고객을 맡겨야 하고, 구매자는 자신의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하나의 거래가 완료되려면 상품 등록, 고객 유입, 구매 판단, 결제와 콘텐츠 전달이 모두 연결돼야 합니다.
그래서 가입자 수와 등록 상품 수만으로 제품의 성장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상품을 등록한 판매자가 실제 첫 거래를 만드는지, 첫 거래 이후 두 번째 거래가 발생하는지, 기존 판매자가 새로운 상품을 추가하는지입니다.
같은 상품에서 반복적인 구매가 발생하는지, 결제 후 콘텐츠가 정상적으로 전달되는지, 판매자가 제로피를 계속 사용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84건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결제 건수가 크기 때문이 아닙니다.
각 결제 안에 판매자와 구매자의 실제 행동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방문자는 페이지를 열어볼 수 있고, 가입자는 호기심으로 계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매자는 상품의 필요성을 판단한 뒤 실제 돈을 지불합니다.
작은 결제라도 단순한 관심과는 다른 신호였습니다.
누적 거래액이 521만 원을 넘었다고 해서 제품과 시장이 맞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거래액이 소수의 판매자에게 집중돼 있을 수 있습니다. 한 번 거래한 판매자가 장기간 제로피를 사용하는지도 더 확인해야 합니다. 별도의 영업이나 광고 없이 새로운 판매자가 들어오는지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질문은 분명합니다.
첫 거래를 만든 판매자가 두 번째와 세 번째 거래도 만드는가. 판매자가 새로운 상품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는가. 특정 판매자의 성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판매자가 다른 판매자에게 제로피를 추천하는가.
판매자가 직접 고객을 데려오는 구조에서도 충분한 거래가 반복될 수 있는지, 거래액이 증가할수록 제로피의 수익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늘어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상태에서 누적 거래액만 키운다면 제품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부 거래를 반복해서 집계하는 데 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목표를 단순히 누적 거래액 1,000만 원으로 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 명의 판매자가 만든 1,000만 원과 여러 판매자가 반복적으로 만든 1,000만 원은 제품의 관점에서 전혀 다른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거래액의 크기뿐 아니라 그 거래액이 얼마나 많은 판매자에게서, 얼마나 반복적으로 만들어지는지입니다.
판매자는 자신이 확보한 고객에게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서도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낮은 수수료는 판매자의 관심을 만들 수 있지만, 기존 플랫폼에서 실제로 이동하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상품 등록과 결제를 쉽게 만드는 것만으로 판매자의 전체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습니다. 고객이 상품을 발견하고, 내용을 이해하고, 구매를 판단하는 과정까지 연결돼야 했습니다.
처음 제로피를 만들 때는 판매자의 가장 큰 문제가 높은 플랫폼 수수료와 복잡한 결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것이 판매 과정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상품을 만들고, 등록하고, 알리고, 신뢰를 만들고, 결제받고, 콘텐츠를 전달한 뒤 다시 판매하는 전체 과정이 연결돼야 합니다.
누적 거래액 521만 원은 제로피가 성공했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의미 없는 숫자도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 PMF를 찾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모든 것을 추측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84번의 실제 결제를 통해 어떤 가설이 맞았고, 무엇이 부족하며, 다음에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가 처음보다 분명해졌습니다.
작은 숫자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숫자를 성공의 증거로 과장할 때 위험해집니다.
521만 원은 답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다음에 검증해야 할 문제를 알려준 숫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