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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만 명이 읽는 요즘IT, 인사이트를 평가에서 뺀 이유


 

며칠 전, 흥미로운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요즘IT 편집장으로부터 온 장문의 글이었다. AI를 활용한 기고가 늘면서, 원고를 받는 기준을 새로 세우겠다는 내용이었다.

 

요즘IT는 2021년부터 IT 실무자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온 매거진이다. 많은 매체가 기고를 '재능기부'로 여기는 시대에, 요즘IT는 원고료를 지급하며 글의 가치를 인정해온 곳이다. 그 덕에 월 34만 명이 이곳에서 '무료로' 인사이트를 얻어간다. 나 역시 이곳에 제법 많은 글을 기고해온 사람으로서, 이 메일이 남 일 같지 않았다.

 

사람의 목소리를 담지 않고, AI가 확률적으로 옳은 말만 늘어놓은 결과를 34만 명이 방문하는 매체에 내보내는 것은 읽는 사람에 대한 기만이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IT] AI 시대, 독자 신뢰를 함께 지키기 위한 부탁 말씀 中

 

무엇이 이런 결정을 만들었을까. 결국 '인사이트를 뺀다'는 선택으로까지 이어진 그 질문의 뿌리가 궁금해, 편집장을 직접 만났다. 그리고 대화가 끝날 무렵, 이것이 AI를 막는 이야기가 아니라 콘텐츠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다.

 


지역신문 기자에서 IT 매거진 편집장까지

 

그 답의 뿌리는 생각보다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첫 커리어는 뜻밖에도 지역신문 기자였다.

 

"사회부라서 경찰서 출입을 하면서 스트레이트 기사를 냈는데, 잘 맞지 않더라고요. 한번은 성범죄 기사를 내면서는 '이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 건가, 너무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원래는 깊이 있는 텍스트를 하고 싶었거든요."

 

깊이를 찾아 옮긴 곳이 출판사였다. 해외 서적을 기획하며 글로벌 트렌드를 읽던 그는, 어느순간 그 트렌드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해외 서적을 검토하다 보면 쏟아지는 얘기가 스타트업이었어요. 호기심에 스타트업 콘텐츠 에디터로 방향을 틀었고, 퍼블리 객원 에디터를 거쳐 폴인 초창기에 합류해 3년 있었죠. 그다음이 요즘IT예요. 텍스트 콘텐츠도 프로덕트가 받쳐주면 다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조직을 리드하는 건 여기가 처음이고, 이제 3년째입니다."

 

전통 언론, 출판, 스타트업, 유료 구독 플랫폼.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거의 모든 형태를 거친 사람. 그 경력이 그에게 남긴 건 화려한 이력서가 아니라, 하나의 문장이었다.

 


글은 도구고, 스피커의 메시지가 본질이다

 

14년을 지나오며 그가 본 콘텐츠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이기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었다.

 

"찾는 콘텐츠야 시대마다, 트렌드마다 계속 달라집니다. 다만, 구조적으로 달라진 게 있다면 유통 권위가 상실된 거예요. 기존에는 언론사가 발행하면 전국적으로 이야기되는 의제가 됐잖아요. 근데 누구나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권위가 줄어들고, 대신 개인 미디어가 뜨기 시작했죠."

 

개인 미디어의 시대가 가치 없는 글을 양산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편집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도 있죠. 근데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다양한 사람들이 그걸 학습할 수 있게 된 현상 자체는 전반적으로 좋다고 생각해요. 안 봐도 되는 글은 사람들이 스스로 걸러낼 수 있게 되고요. 뉴욕타임스 같은 곳들은 오히려 저널리즘을 강화하고 구독자와 관계를 맺는 선택을 했거든요. 결국 글을 잘 썼다, 문장력이 좋다가 아니라 어떤 시각을 골라서 다룰 거냐가 중요해진 거고, 그건 보는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된 거죠."

 

이 감각은 폴인 시절에 몸에 뱄다. 지금까지 그를 따라다니는 하나의 관점이 거기서 생겨났다.

 

"그때 알았어요. 글의 품질보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요. 폴인에서 한 일이 그거였거든요. 그 산업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을 데려다 '우리 브랜드의 이 기획, 어떻게 했어'를 말하게 하는 것. 그런 이야기를 어디 가서 듣겠어요. 글이든 영상이든 그건 도구고, 본질은 스피커의 메시지예요."

 

글은 도구일 뿐이라는 이 문장은, 몇 년 뒤 그가 AI를 마주했을 때 다시 돌아오게 된다.

 


속도 다음에 필요해진 것

 

요즘IT도 한때는 속도를 좇았다. 그리고 그 속도는 실제로 트래픽이 됐다.

 

"AI 소식은 속도가 엄청 중요하잖아요. 그게 당장의 트래픽으로 이어지니까요. 구글 디스커버 같은 데는 발행 후 24시간 안에 트래픽을 받아야 계속 노출되는 구조라서, 트래픽 확보를 위해서라도 AI를 활용했어요. 새 모델이 나오면 공식 블로그를 요약해서 빠르게 내보내는 식으로요."

 

하지만 이제는 속도만으로는 부족해졌다고 했다. 필요해진 건 다른 종류의 깊이였다.

 

"처음에는 저희도 AI를 활용해서 속보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사람들이 이미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신규 모델 요약 글에도 트래픽이 붙었는데, 요새는 보는 사람들만 보고 '또 새로 나왔구먼' 하고 말아요. 바이브코딩 사례도 올해 초까지는 인기였는데, 그것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실제로 올해 초까지 테크 매거진을 달궜던 바이브코딩 사례들은, 지난달쯤 일간지 같은 대중 매체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주제가 대중 매체로 내려갔다는 건, 전문 매거진에서는 그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건 더 빠른 속보가 아니라, 다른 결의 콘텐츠일 수밖에 없다.

 


AI 원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AI로 쓴 원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놓고 들어오기 시작한 건 작년 말쯤부터예요. 그런데 수준이 다 달랐어요. 이미지 제작에만 쓴 글도 있었고, AI를 활용하면서도 자기 문체를 담으려고 노력한 글도 있었죠. 일부만 사용한 것들은 약간 편집하면 괜찮았어요. 문제는 원고 전부를 AI로 작성하고, 사람이 검수하지 않은 티가 나는 원고들이었죠. 그렇다고 AI를 막을 생각은 없었어요. 기준은 하나였어요. 이 콘텐츠에 실제로 경험한 게 있느냐, 자기가 확보한 사례와 데이터가 있느냐. 그 정도로 운영하다가, 그런 사례가 계속 늘어나니까 반려까지 명문화하기로 한 거죠."

 

요즘IT는 AI를 모르는 조직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이 기준이 제 감으로 나온 게 아니에요. 저희 팀이 에이전트 글쓰기 실험을 계속 해왔고,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한 팀원은 원고 500개를 직접 보면서 AI 문장의 패턴을 정리했어요. 그 데이터가 쌓여 있으니까 기준을 세울 수 있었던 거죠."

 

그 기준을 담은 메일은 요즘 보기 드문 장문이었다.

 

"기고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설득하고 싶었어요. 저희 플랫폼에 올린 글이 얼마나 많은 분들께 도달하는지, 저희가 구축해온 신뢰라는 게 어떤 것인지, 그걸 같이 나누고 납득하게 하고 싶었던 게 제일 컸어요. 장문이 된 건 누구를 탓하지 않으려고 워딩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거고요."

 

그리고 반전이 있다. 그 메일은, AI가 도왔다. 메일을 받고 개인적으로 연락해온 작가도 있었다고 한다. "저 때문에 그러시냐고, 죄송하다고 연락 주신 분이 있었어요. 아니라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웃으며 덧붙였다. "그 메일도 AI 도움을 받아서 썼어요. 당연하죠. 저희 매일 쓰고 있어요."

 

AI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 생각하지 않고, 그에 제한을 두지도 않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 [요즘IT] AI 시대, 독자 신뢰를 함께 지키기 위한 부탁 말씀 中

 

AI를 매일 쓰는 사람이, AI로 쓴 글을 걸러낸다. 이 모순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이 인터뷰의 핵심으로 가는 열쇠였다.

 


관점을 빼고, 경험을 남기다

 

여기까지 들으면 자연스러운 결론이 떠오른다. 정리는 AI가 하니까, 사람은 관점과 인사이트로 승부하면 된다는 것.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며, 오래 품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 AI에게 인사이트를 뽑아달라고 했을 때 "이건 내가 생각한 것과 똑같다" 싶은 답이 나와서 그걸 콘텐츠에 녹여낸다면, 그건 AI의 관점인가, 나의 관점인가.

 

"증강의 관점으로 보자면, 내가 학습해서 맞다고 생각한 거니까 내 관점이죠. 굳이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관점이라는 걸 다루는 게 애매해지는 거예요. 하지만 그 관점이 생기게 된 배경에는 내 경험이 있었을 거고, 그게 차별점이지 않을까요."

 

바로 이 지점이었다. 관점조차 AI와 뒤섞이는 시대이기에, 편집장은 이번 기준을 만들면서 '인사이트'를 평가 항목에서 일부러 뺐다. 모든 글이 인사이트를 좇는 시대에, 오히려 그것을 기준에서 지운 것이다.

 

"관점을 평가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인사이트가 담겨 있어도 자기 경험이 안 녹아 있으면 대체될 수 있는 글이거든요. 그래서 일단 경험을 기준으로 잡았는데, 솔직히 이게 정답인지는 저도 지켜봐야 해요. 관점만으로 훌륭한 글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지금 확실한 건 하나예요. 자기만의 사례와 경험, 그게 사람을 나타내는 증거라는 거요."

 

흥미로운 건, '사람다운 글'에 대한 편집장의 생각이었다. IT 분야에는 원래부터 번역체 문체가 있었다고 한다.

 

"처음 IT 분야의 글을 보다 보니, 이 분야만의 문체가 있더라고요. 번역투를 그대로 쓰는데 여기서는 어색하지 않은 거예요. 사람들이 보는 걸 학습하고 따라 하게 되는 건데, 이미 AI 문체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됐다고 생각해요. 독자들도 그 문체에 익숙해진 면이 있어서, AI로 썼는데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한국어 문장에는 리듬 같은 게 있거든요. 한 문단 안에서 짧게 썼다가 길게 썼다가 하는 흐름. 그건 AI가 사람처럼 작성하지는 못 해요. 그런 데서 사람 느낌이 나는 거죠."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문장으로 모였다. 폴인 시절의 그 깨달음과 정확히 같은, 다만 더 날카로워진 문장이었다. "AI는 글의 형식을 다루는 도구예요. 사람을 나타내는 코어는, 그 사람이 직접 경험한 거죠."

 

"검색하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일반론 말고, 글쓴이가 직접 겪고 다룬 것" —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의 수치와 의사결정, 부딪힌 실패와 시행착오, 직접 수집한 데이터.
- [요즘IT] AI 시대, 독자 신뢰를 함께 지키기 위한 부탁 말씀 中

 


본질에 집중하다 보면, AI는 따라온다

 

미래는 어떻게 될까. 편집장의 전망은 뚜렷했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 주체는 기업이 될 거라고 봐요. 제로클릭으로 개인 창작자의 보상 체계가 무너지고 있거든요. 블로그에 열심히 글 쓰고 애드센스로 수익 내던 분들의 동기가 사라지는 거예요. 반면 기업은 전환이나 인지도라는 목적이 늘 있고, 온라인 사업을 하려면 디지털에 자산을 계속 남겨야 하죠. 지금 AI 모델 개발사들 보세요. 유튜브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전문가들이 직접 나와서 잘하잖아요. 미디어 사업자들은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쪽으로 가게 될 것 같고요."

 

개인의 삶과 일은 어떻게 바뀔까.

 

"모든 게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중요한 건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건데, 그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저만 해도 옛날에 하던 방식을 버리는 게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래도 메타인지를 가지고 '이건 이렇게 개선해야지' 하면서 끌고 나가는 거죠.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는 것 자체가 거의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화두인 도메인 지식에 대한 생각도 흥미로웠다.

 

"도메인 지식이 중요해지는데, 거기도 논란이 있어요. 도메인 전문가가 AI를 배우는 게 나은가, 엔지니어가 도메인을 배우는 게 나은가. 오래된 도메인일수록 전문가가 AI를 학습하는 게 더 어려워서 차라리 엔지니어가 도메인을 배우는 게 낫다는 관점도 있대요. 두 개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세상이 진화할 텐데, 그 가운데서 개인은 도메인 지식을 버리는 게 아니라, 그걸 어떻게 업무 방식으로 바꿀지, 어디에 더 집중할지를 정해야 하는 거죠. AI한테 줄 것과 내가 계속 가져갈 것. 콘텐츠로 말하면 기획이 그거였고요."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AI를 켜놓고 글을 쓸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AI에게 줘도 되는 게 있고 안 줘야 하는 게 있어요. 형식을 정해놓고 팩트를 전달하는 콘텐츠는 주도권을 줘도 돼요. 근데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시장에 리더십을 보여주려는 거라면, 그건 AI가 할 수 없죠. 또,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AI가 잘하니까요.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뭔가. 그걸 집중적으로 생각해보는 거죠."

 


에필로그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하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요즘IT 편집장의 결론이 이번 테크잇슈 개편의 방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고민 끝에 같은 답에 도착했다는 건, 이 변화가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렇다. 테크잇슈 역시 한때는 새로운 테크 소식을 빠르게, 읽기 쉽게 전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그건 이제 AI가 더 잘한다. 물론 시간을 들이면 나도 AI보다 나은 글을 쓸 자신이 있다. 문제는 내가 그 글을 완성할 즈음이면, 이미 지나간 트렌드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조금 늦더라도 여전히 가치를 잃지 않는 글은, 지금처럼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럴듯한 글을 AI가 써내는 시대에, 끝까지 남는 것은 결국 사람의 경험이기 때문이다.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 질문이 오래 남았다.

 

이 인터뷰는 2026년 7월, 대면으로 진행됐습니다.

 

노희선 | 요즘IT 편집장

 

지역신문 기자에서 출발해 출판, 스타트업, 폴인을 거쳐 요즘IT까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거의 모든 자리를 지나오며, "결국 남는 건 사람의 이야기"라는 답에 다다랐다.

 


AI 시대, 저마다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부딪히며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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