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을 둘러싼 MonolithIC 3D의 미국 ITC 소송은 이미 공급망 리스크라는 관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HBM은 엔비디아 GPU와 AI 서버 생태계의 핵심 부품이고, ITC 소송은 경우에 따라 미국 수입금지명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순한 공급망 리스크를 넘어서는 또 하나의 질문이 보인다. 왜 오래전에 구상된 3D 반도체 기술이 지금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쟁점으로 다시 등장했는가.
이 질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소송의 표면보다 MonolithIC 3D가 축적해 온 특허의 방향과 그 기술적 시간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산업은 미세화의 한계를 넘어 수직 적층, 고밀도 연결, 메모리와 로직의 근접 배치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MonolithIC 3D가 남겨온 3D 집적 특허는 시장보다 먼저 온 기술이 어떻게 권리로 저장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번 ITC 사건은 2026년 2월 MonolithIC 3D가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2026년 3월 26일 특정 NAND 및 DRAM 메모리 칩에 관한 Section 337 조사를 개시했고, 사건번호는 337-TA-1492로 부여되었다. MonolithIC 3D는 이 사건에서 총 8건의 미국 특허를 주장하고 있다. 그중 3건은 SK하이닉스 HBM 제품과 관련된 DRAM 적층 구조에 대한 것이고, 5건은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3D NAND 제품 구조와 관련된다. 청문회는 2027년 1월로 예정되어 있으며, 최종 결정 목표일은 2027년 8월로 설정되어 있다. 아직 최종 판단이 내려진 사건은 아니다. 현재 이 사건은 MonolithIC 3D가 보유한 3D 반도체 특허의 청구항이 HBM과 3D NAND 구조에서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다투는 단계에 있다.
MonolithIC 3D가 SK하이닉스 HBM 제품과 관련해 주장하는 특허들을 보면, 이 소송이 단순히 “메모리 칩이 몇 층으로 쌓였는가”를 다투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HBM은 여러 개의 DRAM 다이를 수직으로 쌓는 제품이지만, 그 경쟁력은 단순 적층 수에만 있지 않다. 쌓인 메모리를 어떻게 제어하고, 어떻게 연결하며, 고속 데이터 전송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처리하는지가 핵심이다. 흥미로운 점은 MonolithIC 3D의 관련 특허들이 바로 이러한 3D 반도체 시스템의 구조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US 12,035,531은 단결정 실리콘층을 포함하는 제1레벨에 메모리 컨트롤 회로를 두고, 그 위에 복수의 금속층과 트랜지스터층, 메모리 어레이를 배치하는 3D 반도체 장치를 다룬다. 특히 메모리 컨트롤 회로 안에 LUT, 즉 Look-Up Table 회로가 포함된다는 점을 청구항에 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메모리 셀을 적층하는 발상이 아니라, 메모리 어레이와 이를 제어하는 회로가 결합된 3D 구조를 권리화한 것이다.
US 12,125,737은 제1레벨의 메모리 컨트롤 회로가 위쪽 메모리 셀들의 쓰기 동작을 제어하고, 여기에 PLL 또는 DLL 같은 클럭 동기화 회로가 결합된 3D 메모리 구조를 다룬다. 고대역폭 메모리에서 클럭 동기화는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다.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구조에서는 데이터 전송의 타이밍을 안정적으로 맞추는 것이 제품 성능의 기반이 된다. 이 특허가 주목하는 지점도 결국 적층된 메모리를 제어하고 동기화하는 구조에 있다.
US 12,243,765 역시 복수의 메모리 레벨, 메모리 컨트롤 회로, 금속 게이트, PLL 또는 DLL 회로가 결합된 3D 반도체 장치 구조를 다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허의 관심이 “수직으로 쌓는다”는 추상적 방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직으로 쌓인 메모리 셀, 이를 제어하는 회로, 신호 동기화 회로, 금속층 및 트랜지스터 구조가 함께 배치되는 방식을 문제 삼는다. MonolithIC 3D가 이 소송에서 HBM 제품과의 대응성을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대목은 이번 사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MonolithIC 3D의 관련 특허들이 처음부터 오늘날의 HBM 제품을 직접 겨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렇게 보면 이 사건의 본질을 좁게 해석하게 된다. 핵심은 이 회사가 과거 기술 개발 과정에서 3D 집적 반도체의 구조적 방향을 고민했고, 메모리와 로직, 제어 회로, 금속층, 본딩, 클럭 동기화 같은 요소들을 특허 포트폴리오로 축적해 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반도체 시장이 HBM과 3D NAND처럼 수직 적층과 고밀도 연결을 핵심으로 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그 권리범위 중 일부가 오늘날의 제품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3D NAND 관련 특허들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NAND 쪽 특허들은 레벨별 에칭, 비아와 금속 배선, 텅스텐을 포함하는 연결 경로, 복수 메모리 레벨의 게이트 전극을 동시에 형성하는 공정, 산화물-산화물 본딩 등을 다룬다. 표현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MonolithIC 3D가 오래전부터 주목한 것은 특정 제품명이나 특정 세대의 메모리 제품이 아니라, 반도체가 평면에서 벗어나 수직 방향으로 확장될 때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구조적 질문이었다. 어떻게 쌓을 것인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이 질문이 오늘날 HBM과 3D NAND 시대에 다시 소송의 언어로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MonolithIC 3D의 출발점을 볼 필요가 있다. MonolithIC 3D가 처음부터 오늘날의 HBM 시장을 정확히 예측했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과장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이 회사가 반도체가 결국 수직으로 쌓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기술적 가설을 세웠고, 그 가설을 특허로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MonolithIC 3D는 programmable logic 개발 과정에서 실용적인 monolithic 3D-IC 경로를 발견했고, 이후 논리회로와 메모리 전반에 걸친 3D 집적 구조를 특허 포트폴리오로 축적해 왔다. 그중 일부 권리범위가 오늘날 HBM과 3D NAND의 핵심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은 기술이 제안되는 순간 곧바로 열리지 않는다. 어떤 기술은 공정 난이도, 제조비용, 생태계 부재, 고객 수요 부족 때문에 당장 상용화되지 못한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큰 방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더 이상 평면 미세화만으로 성능과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면, 산업은 자연스럽게 더 높게 쌓고, 더 가깝게 연결하고,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동한다. HBM과 3D NAND의 성장은 바로 이 방향을 보여준다.
HBM은 여러 개의 DRAM 다이를 수직으로 적층하고, 고대역폭으로 GPU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조다. 3D NAND는 수십 층, 수백 층의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쌓아 저장 밀도를 높인다. 두 제품은 용도도 다르고 세부 공정도 다르지만, 공통된 질문을 공유한다. 반도체는 어떻게 수직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가. MonolithIC 3D의 특허가 지금 다시 쟁점이 되는 이유도 바로 이 질문과 맞닿아 있다. 기술이 시장보다 빨리 도착했더라도, 시장이 뒤늦게 그 방향으로 움직이면 과거의 특허는 다시 현재의 사업 언어가 된다.

물론 이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ITC는 MonolithIC 3D가 제시한 특허와 피소 제품의 관계, 관련 기술 구조, 절차상 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따라서 이 글의 관심은 특정 결론을 앞서 예단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3D 집적 반도체라는 오래된 기술적 방향이 AI 반도체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다시 중요해지고 있는가이다. 소송의 최종 결론과 별개로, 이번 사건은 딥테크 특허가 시장의 변화 속에서 다시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만 법적 결론과 별개로, 이 사건이 기업들에게 주는 전략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딥테크 특허는 지금 당장의 제품만을 보호하는 문서가 아니다. 때로는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기술적 가설을 권리의 형태로 보존하는 장치다. 시장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 기술은 조용히 사라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술이 특허로 남아 있다면,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순간 다시 협상력과 사업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스타트업과 기술기업은 이 지점을 놓치기 쉽다. 지금 당장 매출로 이어지는 제품만 특허로 보호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딥테크 기업의 진짜 자산은 현재 제품에만 있지 않다. 아직 고객이 명확하지 않은 기술, 아직 원가가 맞지 않는 구조, 아직 생태계가 준비되지 않은 구현 방식 안에 미래의 사업 기회가 숨어 있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아이디어를 무리하게 출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큰 방향을 읽고, 그 방향에서 장래 산업의 길목이 될 수 있는 구조를 선별해 권리화하는 것이다.

MonolithIC 3D와 SK하이닉스의 ITC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이미 충분히 크다. 왜 오래전에 구상된 3D 반도체 특허가 지금 HBM과 3D NAND 시대에 다시 소환되었는가. 기술은 때로 시장보다 먼저 도착한다. 너무 이른 기술은 당장의 매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한동안 잊힌 기술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술적 가설이 특허로 남아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장이 뒤늦게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순간, 특허는 과거의 연구를 현재의 협상력으로 되살린다. 딥테크 기업에게 특허는 단순히 지금의 제품을 지키는 장치가 아니다.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미래 기술에 대해, 다시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권리의 시간표를 만들어두는 일이다.
딥테크 특허의 가치는 지금의 제품을 지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시장보다 먼저 온 기술의 시간을 저장해 두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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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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