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EO · 에디터
크리에이터 아티클
#MVP검증 #고객 확보 #시장조사
유럽 빅5 리그 사로잡은 한국인들이 성과를 만드는 방법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스트라이프 등 걸출한 스타트업에 시드 투자를 한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죠. 와이콤비네이터를 공동창업한 ‘스타트업의 신’ 폴 그레이엄의 이 특히 유명합니다.

“(저절로) 확장되지 않는 일을 하라.”(Do things that don’t scale)

의역하자면,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발로 뛰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고객을 직접 찾아가서 앱을 설치해준다든지, 극초기 유저들과 직접 관계를 맺고 피드백을 받는다든지. 비즈니스가 잘 굴러가기까지 일종의 노가다를 계속 하는 것입니다. 리멤버 팀이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기 전까지 손수 명함 정보 입력을 했던 게 떠오릅니다.(리멤버 인터뷰 보러가기)

비프로일레븐(이하 비프로) 창업가 강현욱 대표와 만나 이야기 나눴을 때도 이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비프로 팀원 전체가 어떻게든 발로 뛰어서 성과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동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비프로 서비스 화면.

 

비프로는 인공지능 기반의 동영상 데이터 솔루션입니다. 2021년 기준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등등 전 세계 13개국 1355여개 축구 팀이 이 서비스를 찾고 있죠. 축구 경기 촬영부터 동영상 관리, 영상 데이터 분석, 팀 내 커뮤니케이션까지 비프로 서비스에서 가능합니다. 말그대로 올인원(all-in-one) 입니다.

물론 서비스가 좋다고 해서 자동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에요. 몸을 던지는 모험을 해야죠. 비프로 팀은 그걸 몸소 보여줬어요. 독일에서 기회를 보자마자 무작정 독일로 보금자리를 옮겼거든요. 맨땅에 헤딩하며 2017년부터 발로 뛰어 지금의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비프로 팀은 어떻게 한국 스타트업으로 유럽 빅5 축구 리그에 입성할 수 있었을까요? 이들은 어떻게 저절로 확장되지 않은 일을 폭풍 성장하는 비즈니스로 키웠을까요? 강 대표와의 인터뷰는 폴 그레이엄의 글과 함께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스타트업 허슬*, 고객경험, 조직문화, 운영철학까지 꼼꼼히 읽어봄 직합니다. 

※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질문 및 답변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비프로를 통해 스포츠팀의 승리와 선수들의 성장을 도우려는 강 대표. 손동작에서부터 열정이 느껴진다(!)

 

비개발자였는데 학생 창업해서 서울대 자퇴했던 이야기

 

Q.일단 대학교 시절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학생 창업으로 시작하셔서 자퇴를 하셨죠.

네. 제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전공도 거의 잘 안 듣고 뜬금없는 걸 많이 해서 결국 졸업을 못 하고 자퇴를 했습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배우며 살고 싶다, 그렇게 살아갈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물론 당시에는 프로그래밍이든, 사업이든, 스포츠든, 그 어느 것도 생각 못 해봤어요. 우연히 군대 전역하고 나서 프로그래밍이라는 걸 처음 접했어요. 그게 재밌어서 여기에 시간을 엄청 쏟게 됐어요. 한 자리에 앉아서 몇 시간씩 몰입하고 배우다 보니 어딘가에 적용해보고 싶어졌고, 내가 풀고 싶으면서 동시에 잘 아는 문제가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같은 시기에 제가 축구를 워낙 좋아해서 교내 리그 선수로 뛰고 있었어요. 싸이월드 클럽으로 운영을 했는데, 운영진으로서 이게 너무 불편한 거예요. 

무엇보다 제가 엄청 의미 있는 골을 넣었는데, 그게 엑셀 파일에 달랑 숫자 ‘1’로만 기록되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리그 헌정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어주자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디자인만 들고서 운영진 회의에 갔어요.

“돈 안 줘도 되니까 이런 거 만들어줄게. 쓸래?”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걸 쓰겠다고 얘기가 됐어요. 비록 저는 이제야 처음 개발이라는 걸 해보는 사람이었지만ㅎㅎ 클럽 가입자수 기준으로 약 1천 명의 예비 유저가 갑자기 생겨버렸던 거죠.

 

Q.재밌는 일화네요. 결말은 어떻게 됐나요?

당연히 론칭일이 계속 미뤄졌죠.(ㅠㅠ) 만든 후에도 이래저래 불만을 들었고요. 경기 현장에서 웹사이트에 있는 학생증 대조 기능을 쓰는데, 버튼이 잘 동작을 안 하는 거예요. 제 학생증 대조하던 사람이 욕하면서 ‘이딴 거 누가 만들었냐’고 하고. 팀 동료가 ‘얘가 만들었어요. 얘한테 뭐라고 하세요’라고 말하고…ㅎㅎ

 

Q.뼈아픈 경험이네요…ㅎㅎ

그때 배웠어요. 그냥 만든다고 다 되는 게 아니고 운영도 굉장히 잘 해야 하는구나, 무료로 만들어봤다 해서 고객이 그걸 이해해 주지는 않는구나. 해볼 거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한테 말을 뱉었으니까 책임을 지기 위해 제대로 개발을 하자! 그러면서 점차 사업의 길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온라인 축구 게임 ‘피파’에 등장하는 손흥민 선수. (출처 : EA sports)

 

Q.좋은 경험이라 여기고 그만둘 수도 있었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요.

일단 제가 계속 꿈꿔왔던 미래는 일종의 오프라인 피파(FIFA)에요. 포켓몬고처럼 현실에서 축구를 하면 그 결과가 능력치로 반영이 돼서 내 게임 프로필에 들어가는! 그러면 피파 온라인 게임을 ‘나’라는 가상 캐릭터로도 할 수 있잖아요. 현실에서 노력하면 능력치가 오를 테고요. 신개념 게임 구조에요. 지금도 계속 꿈꾸는 미래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스포츠의 본질에 대한 거예요. 스포츠는 탁월함을 추구한다고 생각해요. 마이클 조던 같은 선수를 보며 경외심을 느끼는 이유는 타고난 능력뿐 아니라 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스포츠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그 운동을 더 잘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죠. 어떻게든 그런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내 축구 실력이 실제로 반영되는 가상의 아바타. 게임과 축구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해봤을 상상입니다. 강 대표는 거기에 인생을 걸었어요. 실제 능력치를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이 필요해졌죠. 실마리가 있을까 찾아본 아마추어 리그에서 비프로의 시발점을 발견합니다.

 


 

초기 제품으로 해외 경쟁사 제치고 K리그 입성하기까지

 

Q.비프로일레븐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첫 단추부터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해요.

처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운동 정보를 수집할까, 이걸 두고 여러 시도를 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아마추어 리그 경기를 봤는데 슈팅 개수, 패스 성공률이 표시되더라고요. 알고 보니 남서울대 스포츠분석학과 분들이 창업한 회사에서 이 작업을 하고 계셨어요.

‘아, 이거다. 데이터화!' 

이런 생각이 들어서 얼른 그 분들을 만나러 갔어요. 프로리그뿐 아니라 아마추어 리그에도 선수들 스탯(능력 수치) 제공을 하려는 취지의 회사였어요.

이야기 해보니 데이터 수집 방식이 번거로웠어요. 패스가 일어날 때마다 7번 선수 패스 1개, 이런 식으로 타이핑을 하고 경기가 끝나면 엑셀 데이터를 테이블로 모아서 쫙 뽑아 보는 식이었어요. 엑셀로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경기장 어느 구역에서 이 패스가 이뤄졌는지, 이런 정보들은 놓칠 수밖에 없었고요.

 

Q.확실히 그렇겠네요. 만남 이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툴을 제공해 드리겠다고 제안드렸어요. 저희 팀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줄 아니까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으로 해결해보겠다고요.

유튜브에 올린 경기 영상을 별도 웹사이트에 임베드 하면 데이터 항목이 하단에 쫙 나열되는 기능도 만들어봤어요. 동영상이 (경기 분석에) 엄청 중요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예를 들어 7번 선수 슈팅 장면이 보고 싶다면 (데이터 항목을 클릭해서)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하고 싶은 구간으로 가는 걸 구현했어요.

영상 볼 수 있는 웹사이트랑 경기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세일즈를 해보는 방향으로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K리그 유소년 축구팀에 동영상 분석 시스템을 제공했던 비프로. (제공 : 비프로일레븐)


Q.이후에 K리그 유소년 축구팀을 만나서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됐어요. 그 과정도 궁금합니다.

아마추어 리그쪽에서 활동하면서 K리그에도 인연이 닿았어요. 최소한의 제품을 들고 찾아갔는데, 한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유소년 팀인데도 동영상 촬영이 주먹구구식이라는 걸 발견했어요. 부상 당한 선수나 후보 선수, 아니면 고등학교 3학년 경기 때는 1학년이 캠코더 하나 들고 나무 위나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촬영을 했거든요. 

기존 중계 영상이 있지만, 이게 전술이나 분석하는 사람들한테는 그리 적합한 영상이 아니에요. 아무래도 리플레이도 많고 줌을 당겨서 촬영한 경우가 많아서요. 경기 영상을 분석하려면 보통 전체적인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앵글을 잡아야 하는데, 팀 차원에서 영상을 제대로 찍기도 힘드니 분석은 말할 것도 없었죠.(ㅠㅠ)

 

Q.그렇다면 당시 제품을 K리그 유소년 팀에서 바로 사용하셨나요?

사업 입찰이 진행됐어요. 저희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사들이 들어왔죠. 그때 아직도 기억에 남았던 질문이 “이 사업의 핵심이 뭐라고 생각하느냐?”였어요. 좀 고민하다가 이렇게 대답했죠.

“동영상과 데이터의 연결이 핵심입니다.”

왜냐하면 그냥 종이 위에 패스 성공률 80%, 슈팅 10번이라고 적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다양한 상황에서 이뤄진 패스 장면들 하나하나를 영상으로 확인을 해야 해요. 당시 경쟁업체에서 엄청 커다란 종이 페이퍼에 엄청 화려한 시각화 그래프를 발표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죽어있는 정보였어요.

어찌보면 당시 저희가 할 수 있었던 분석은 단순해 보였지만, 데이터 하나하나가 영상이랑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인터랙티브하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입찰 진행할 때도 이걸 좋게 평가해 주셔서 선정이 됐던 것 같습니다.

 

 

Q.실제로 유소년팀에서 제품을 썼을 때 어떤 반응이었나요?

제품 데모를 했을 때 한 코칭 스태프 분이 쌍욕(!)을 하면서 좋아하셨어요. 그동안 본인들이 90분짜리 경기 영상 다 돌려보면서 ‘35분 5초에 슈팅 나왔다’고 다 손으로 적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경기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영상 올라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 근데 90분 경기 영상에 모두 북마크가 돼 있다? 내가 북마크를 누르면 내가 원하는 장면이 바로 영상에 나온다는 게 (그 분들 입장에선) 상상도 못한 경험이었던 거예요. 그게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결국 2016년 1년간 고등학교 리그에 서비스를 제공해 보니 반응이 굉장히 좋았고, 나중에는 만장일치로 중학교 리그까지 확장 계약을 맺게 됐어요. 

한국에서 어떻게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전 세계 모든 선수 데이터를 담는 게 비전이니까 이제 축구의 본 고장인 유럽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감사하게도 K리그 사업을 하면서 독일 출신 에이전트 한 분과 연이 닿았어요. 그 분을 통해 독일에 있는 프로팀, 세미프로팀을 소개 받았어요. 2016년 11월쯤 4, 5부 아마추어 팀을 만나기 위해 독일로 출장을 갔습니다.

 


 

유럽에서 아시아인으로 B2B 스타트업에 도전해보니


Q.2015년에 창업해서 2016년에 사업을 확장하시고, 2017년은 유럽 진출을 하셨던 거네요.

2016년 11월 첫 출장 당시, 제가 필요한 건 다 챙겨 들고 갔어요. 당시에는 지금 같이 카메라 시스템이 따로 없어서 캠코더도 들고 갔죠. 첫 미팅에서 바로 비프로 서비스 보여주고, 주말 경기에 가서 직접 촬영해주고, 촬영본 바로 업로드해서 급하게 분석한 후에 그 다음 주 월요일에 바로 2번째 미팅에서 분석 결과를 보여줬어요.

놀랍게도 독일이 한국과 다를 바 없었어요. 굉장히 아날로그적이었죠. 그나마 쓰고 있다는 소프트웨어도 비프로가 경쟁 입찰에서 이긴 제품들이었어요. 그 제품들을 각각 가져와서 고객이 직접 결합해야 했고요. ‘독일에서 뭐라도 배워보려고 왔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독일 현지에서 받은 피드백 바탕으로 한 3개월 동안 미친듯이 제품 개발만 했던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연말 다 반납하고 다 같이 힘써서 2017년 2월에 독일에서 똑같이 다시 만났습니다. 개선한 제품을 보여줬더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반영했냐’고 놀라워 했죠. 그러면서 ‘가격이 얼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제품 컨펌을 받으러 독일에 온 것이었지, 팔 생각은 전혀 못 해봐서... 오히려 저는 “독일로 아예 올 테니까 같이 이 사업을 개발해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독일 리그 측에선 ‘크레이지 코리안’들이라고, 이상한 소리 말고 가격이나 알려달라고 했지만 “우리 아직 젊고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마무리 짓고 나왔어요. 

 

 

Q.와… 패기가 장난 아니신데요! 

확신이 있었어요. 이 제품이 스포츠인에게 필요하고 스포츠 시장은 엄청나게 크다, 축구는 만국공통어다…! 유일한 걱정이 ‘한국이 아닌 곳에서도 잘할 수 있을까?’였어요. 근데 (독일 출장을 통해서) 빛이 확 보이는 느낌이었죠. 돌아와서 팀원들에게 회의 내용 전달하고 이야기 했어요.

‘애매하게 안 되는 비즈니스 하면서 4년, 5년 끌고 갈 게 아니다. 어차피 유럽에서 안 되면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 딱 가서 1년 해보고 망하면 돌아와서 깔끔하게 접자. 다 같이 한번 독일로 가보자!’

원래 독일 가기 전에 투자를 받으러 다녀봤지만 ‘해외 살아 봤어? 영어 잘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라며 전부 거절당했어요. 내가 독일에서 어떤 걸 봤는지 열심히 설명해도 안 먹히니까 답답했어요. UFO를 혼자 목격한 기분이랄까요(ㅠㅠ) 결국 개인 대출까지 끌어와서 자금을 마련했어요. 정말로 4개월 뒤에 저 포함 10명이 그냥 독일에 갔어요. 

 

Q.팀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사실 첫번째 독일  출장 다녀와서 이미 이런 얘기를 주고받긴 했습니다. 팀원들끼리 PC방에서 게임하기 전에 로딩 기다리면서 독일 집값 알아보고 그랬어요. 그때 내린 이 결정이 저희 팀의 운명을 바꾸게 됐네요.

 

Q.타지에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독일에서는 어떠셨나요?

너무 암담했어요. 가장 컸던 문제는… 독일에서는 집 구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집 주인이 모든 세입자 면접을 보는 형태에요. 집 공급 자체도 너무 적어서 한 번 공고가 나오면 30명씩 줄서서 면접을 기다리는 식이에요. 이런 면접에서는 생활 이력(레코드)가 중요한데, 저희는 여기서 살아본 적도 없고 독일어도 못 하니 당연히 면접에서 다 떨어졌죠.

 

독일로 이민을 갔을 당시. (제공 : 비프로일레븐)

 

에어비앤비에 오래 살면서 에어비앤비 사기를 당한 적도 있어요. 열쇠를 잃어버렸는데, 주인이 열쇠 보상비로 200만원쯤 내라고 하더라고요. 문서를 위조해서 보상금이 2000유로라고 속였고, 저희는 진짜인 줄 알고 십시일반 돈 모아서 냈고. 도저히 사업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한 번은 팀원들 집 구하러 다니다가 비가 갑자기 쏟아졌어요.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지라 비를 쫄딱 맞고 건물 아래쪽으로 들어갔어요. 비 그치길 기다리는데 현타를 쎄게 느꼈죠. 자전거만 열심히 타려고 독일에 온 것 같고…ㅎㅎ

 

Q.진짜 힘드셨겠네요(ㅠㅠ) 독일에서의 사업은 어땠나요?

독일에서도 이 제품을 들고 메인 무대에 들어서려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간과한 부분이 많았죠. 일단 제가 B2B 생태계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 창업 스토리에서는 ‘제품만 좋으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요. B2C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봐요. 근데 B2B 제품은 조직의 결정이 필요하잖아요. 장기적으로 어떤 플랫폼에 영상과 데이터를 쌓아간다는 중요한 의사결정이고. 

제가 그걸 간과하고 제품 중심적으로만 밀어붙였던 거예요. 고객의 걱정을 해소해주지 못하거나 제품을 쓰기 전 단계의 고객에게 ‘이게 왜 필요한지’ 답변을 잘 못 해줬던 것 같아요. 고객과 신뢰 관계를 쌓는 데 2~3년이 걸렸어요. 

 

Q.이런 부분을 실감하셨던 일화가 있을까요?

2020년쯤 한 구단 단장님이랑 커피를 마시다가 ‘아, 내가 2017년에 정말 무모했구나’ 느꼈던 일이 있었어요. 그 분이 제게 그러시더라고요.

“현욱. 너는 로마를 하루아침에 만들려고 했어. 그런 널 보며 기본적으로 좀 우려(concern)가 있었지.”

 

비프로일레븐 강현욱 대표 인터뷰 현장.

 

유럽 사람 입장에서는 갑자기 찾아온 이 아시아 국가 애들에게 중요한 데이터를 맡겨도 될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다고 유럽에서 한국이 축구로 유명한 국가도 아니었고요. 외국 스타트업이라는데, 갑자기 고국으로 가버리면 어떡해? 갑자기 망해버리면 그동안 쌓은 데이터를 다 날리는 거 아냐? 그런 걱정들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우리 제품 좋다”는 말은 전혀 위 질문에 답변이 되지 않았던 거죠. 결국 절대적으로 시간을 갖고 계속 증명하는 게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아시안 애들이 계속 남아서 뭔가 새로운 걸 계속 개발했다고 찾아오고 또 찾아오니까 ‘진지하게 해보려나 보다’ 생각하게 되면서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성장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비프로가 13개국 1350팀을 설득할 수 있었던 이유

 

Q.첫 독일 출장을 가셨을 때 캠코더로 직접 경기 촬영을 하셨잖아요. 지금은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지금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있어요. 기존에 되는 걸 자동화하는 것보다는 못하고 있던 걸 해보는 쪽으로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라이트한 버전의 인공지능은 실시간 촬영을 하는 카메라 워크와 관련된 것이에요. 좀 더 하드한 인공지능은 선수들과 공의 모든 위치를 파악해서 매 프레임별로 데이터를 잡는 기술이고요. 

이런 걸 도입하게 되면 박지성 선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어요. 박지성 선수는 ‘다른 선수를 위해 공간을 만들어주는 선수’라고 하는데요. 이런 건 패스, 슈팅 같은 액션 데이터만으로는 수치화할 수 없어요. 그러니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선수라는 인식이 있죠.

비프로에서 (영상과 데이터 분석을 거치면) 선수의 모든 움직임이 수치화할 수 있으니 이런 기술 덕분에 사람들이 말로만, 감으로만 인지하던 부분을 수치화해서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어요. 중요한 포인트라고 봅니다.

 

Q.그걸 구현하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닐 것 같아요. 올인원이잖아요.

일단 영상 촬영에 드는 비용이 저렴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계속 기술 개발도 하고 비용도 낮추면서 어떻게 더 쉽게 카메라 시스템을 보편화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냥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덜 불편하게 할까, 어떻게 쉽게 장벽을 낮출 수 있을까 고민하고요.

진짜… 올인원이 말도 안 되긴 합니다. 경기 영상 촬영이든 데이터 분석이든 그걸 볼 수 있는 플랫폼이든 원래 하나의 독립적인 회사가 있어야 될 정도로 완전 다른 영역이었거든요. 

 

 

예컨대 비프로는 자체 카메라를 생산하고 있어요. 꼭 고정할 필요 없이 어디에 가든지 삼각대 세우면 바로 작동할 수 있는 이동형 포터블 카메라를 직접 개발하게 됐습니다. 

카메라로 경기장 각각 영역을 촬영한 다음에는 각 영상을 하나로 쭉 붙여서 파노라마식 영상을 만들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비디오 스티칭, 프로세싱 기술도 필요해요. 촬영한 고해상도 영상들을 합치고(스티칭) 어떤 해상도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재생될 수 있게 프로세싱 하는 기술이죠. 

 

비프로 영상 스티칭 및 프로세싱 과정 일부. (제공 : 비프로일레븐)

 

네트워크 개발 기술도 필요하고요. 카메라 시스템을 제어하고 그 카메라 시스템 내에서 나온 영상을 또 업로드하고 내부의 기기들 간의 통신 등을 조절하는 겁니다.

 

Q.아… 벌써 머리가 아프네요ㅎㅎ

이 뿐만 아니에요! 비프로가 전문적으로 데이터 분석가를 양성하고 있어요. 전문가분들한테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니 정확성이 진짜 중요하니까요. 3개월 동안 트레이닝을 받고 시험을 봐서 합격한 분들께 저희가 국가 공인 자격증을 드려요. 

이걸 받은 분들만 저희 경기를 분석하실 수 있으세요. 시험에서 B레벨 자격증을 받은 분들은 아마추어 경기를 분석하다가 실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A급으로 업그레이드 시험을 볼 수 있어요. 그게 통과되면 프로 경기를 분석할 수 있으시고요. 

기술, 프리랜서 분석관 양성, 운영까지 다 갖춘 회사는 전 세계에 저희밖에 없을 거예요. (이걸 다 해내는 게) 말도 안 되기 때문에 비프로가 시장에서 굉장히 큰 차별화를 갖고 다른 경쟁사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이죠.

 

Q.초기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올인원을 중요하게 보신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계속 고객을 지켜보니 촬영이든 데이터 분석이든 유통이든 고객 관점에서는 개별 제품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차근차근 고객들이 필요한 것에 맞춰서 문제를 풀어가면서 자연스럽 올인원 플랫폼이 된 것 같아요. 

 

독일 현지에서 지냈던 강 대표의 모습. (제공 : 강현욱)

 

(일화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독일에서 비프로 사업을 할 때 제가 독일 9부 리그에서 축구 선수로 뛴 적이 있었어요(!) 이후에는 비프로를 쓰기로 한 구단에서 감독으로도 활동했고요. 비프로 고객으로서 진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희열이 있더라고요. ‘이러려고 우리가 이 고생을 해서 이걸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비프로에는 편집 프로그램에 드로잉 툴이 있어요. 제가 독일에서 감독을 해본 경험으로는 독일어를 못하는 선수들도 많아서 무조건 (이런 툴을 활용해서) 시각화된 정보를 줘야 해요. 20분짜리 프레젠테이션 구성해서 상대팀의 약점이 될 만한 장면 쭉 보여주면서 ‘지금 이렇게 움직이면 여기가 빈다’고 짚어주니 선수들이 바로 이해하더라고요. 

말로 다 하려면 서로 이해하기 힘들어요. 선수 입장에선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감독이 자꾸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 자율성이 침해된다고 느낄 수 있죠. 이때 비프로가 소통을 돕는 기능으로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설명하니까 이 훈련을 왜 하는지, 이 전술을 왜 하는지 이해도가 확 높아질 수 있었던 겁니다.

이처럼 동영상,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쓰는 고객 페르소나가 동일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차피 하나의 고객이 동영상, 데이터, 플랫폼을 다 필요로 하는 것이라 ‘결국은 이걸 다 풀긴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팀이길래 이 과정을 함께 견딜 수 있었을까?

 

Q.여기까지 듣고 보니 비프로에 모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분들일까 궁금해져요. 초반에는 팀원을 어떻게 모으셨나요?

학생 창업으로 시작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경계 없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거에요. 그 과정에서 잠재력 있고 학습 능력이 좋은 비슷한 또래 친구들을 많이 모을 수 있었어요. 

초기 팀은 새로운 걸 학습하고 적용하는 걸 좋아하면서 팀워크나 소통이 잘 되는 구성이었어요. 어느 날 고객이었던 리그 총괄 운영진 중 한 분이 장문의 카톡을 보내서 ‘돈 안 받아도 되니까 자리 하나 줄 수 있느냐, 너네 하는 게 재밌어 보이고 배우고 싶다’고 하셨어요. 개발 전공자가 아니어도 이렇게 팀에 합류해서 열심히 학습하니까 금방금방 배우셨어요.

제가 끈질기게 설득하는 편이기도 해요. 같이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던 디자인 전공 형에게 계속 같이 하자고 했어요. 네이버에 합격한 상태였기도 했고 본인은 축구 안 좋아하니까 안 하겠다고 했는데, 제가 창업 공간 한 켠에 방 나누고 사비 털어서 큰 모니터 산 후에 ‘여기 형 작업실이야. 그냥 편하게 와서 쓰라’고 말하면서 결국 비프로에 합류하게 됐어요. 

현재 비프로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제 프로그래밍 스승님도 오만가지 방법으로 설득하다가 마지막에는 ‘한 6개월만 도와달라’고 이야기 해서 조인했어요. 대개 개발이라는 게 6개월을 넘기기 마련이라서 그 후로 비프로와 쭉 함께 하게 됐죠ㅎㅎ

 

2016년 비프로 팀 단체사진. (제공 : 비프로일레븐)

 

2016년에는 아침 일찍 모여서 계속 개발하고 밥 먹고 개발하고 밤에는 같이 운동하거나 PC방 가거나. 내내 이런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다들 회사가 내 시간을 돈으로 치환하는 곳이 아니라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생생했어요. 초기 멤버들의 관점이 회사를 발전시켜온 것이라서 회사 규모가 커진 후에도 문화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독일에서는 팀 분위기가 어땠나요? 굉장히 힘드셨잖아요.

비프로 팀 분위기가 약간 스포츠 팀 같은 성향이 있어요. 유명한 스포츠 감독들의 매니지먼트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고요. 

특히 저는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를 중요하게 봐요. 어떤 조직이든 패배감이 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은 부분이라도 조금씩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축하(celebration) 하려고 했어요. 진심으로 그 사실이 기쁘니까요.

물론 외형적인 지표는 지지부진해 보일 수 있어요. 스타트업은 ‘J커브’라던데 그런 것도 아니었고. 다만 순간순간 오는 피드백들이 있어요. 기존 고객이 좀 더 비싼 패키지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 혹은 2017년 후반쯤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이 비프로 팀 전체를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에 초청한 적도 있어요. 지단 복귀전을 봤던 걸로 기억해요.

AC밀란과 계약을 맺으면서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 싸인과 제 싸인이 나란히 있을 수 있는 그런 경험이라든지. 레알 마드리드 수석 분석관이 ‘비프로가 미래다’라고 이야기해주신 것까지… (이럴 때마다) 팀원들끼리 ‘우리가 해내네’ ‘이게 되네’라는 말을 많이 해요. 그런 식으로 (힘든) 시기를 계속 극복해 나갔던 것 같습니다.

 

2019년 비프로일레븐 팀 단체사진.

 

Q.지금은 80명 규모의 기업으로 커졌어요. 국적도 다양하고요. 조직 측면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대부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팀원들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일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거나 본인의 아이디어를 충분히 표출하지 못할 수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버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중시했어요.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그런 자발적인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많았죠.

시차가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일해야 하니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을 만들었어요. 예컨대 ‘말하는 사람은 그냥 말한다. 다만 듣는 사람이 바로 답변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한다’. 서로 겹치는 시간을 정확하게 정해서 그때 밀도 있게 협업하고. 그런 규율을 적립하게 됐어요.

또한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비프로만의 워크 스탠다드(근무 기준)을 만들었어요. 각각 다른 지사마다 현지화(로컬라이징)을 신경 쓰려니까 운영 이슈가 너무 커지더라고요. 기존 방식 다 걷어내고 일부만 수정해서 쓰면 되는 통일된 프로세스에 집중했어요. 덕분에 어떤 사람이 들어오든 어떤 국가로 진출하든 비프로답게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무조건 성장하는 것보다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Q.마지막으로 비프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요즘 사업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스타트업을 보는 관점과 여타 기업을 보는 관점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계속 생각해왔어요. 결국 기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봤을 때 저는 ‘사회에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 같거든요. 

이때 그냥 부가가치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요. 그러려면 수익을 내면서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내서 재투자를 하고, 이걸 만들어낸 분들께 좋은 보상도 드릴 수 있어야죠. 그게 지속할 수 있는 부가가치 창출이라고 봅니다.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시작했다면 무조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해야 하는 것이죠. 

 

Q.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스타트업이 사회에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도 결국 매출로 나온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제가 만들어낸 가치가 돈을 내고 쓸 만한 정도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니까요. 스타트업도 결국 매출과 이익을 내서 사회에 필요한 재화를 만들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내는 것이죠.

예컨대 AC밀란 같은 유명 팀의 경우 비프로를 써야 할 니즈가 별로 없었어요. 이미 본인들만의 워크플로우를 세팅해 놓은 상태라서요. 유소년팀에서 ‘이거 써보라’고 해도 ‘뭐 그리 대단하다는 건데?’, 이런 반응이었어요. 근데 비프로를 한 번 써보고 1군팀 담당자가 혼났대요. 유소년팀이 더 좋은 플랫폼 쓰면서 돈도 더 적게 쓴다고요ㅎㅎ 

 

Q.고객이 발견한 비프로의 부가가치는 무엇이었을까요?

비프로를 통해서는 9세, 10세 유소년 선수도 1군 프로 선수가 고비용을 들여 썼던 인프라를 다 쓸 수 있어요. 그럼 무슨 일이 생길까요. 리오넬 메시 같이 뛰어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9살 때부터 19살 프로 데뷔 때까지 모든 행적을 영상, 데이터로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지금까지 네트워크가 없거나 좋은 에이전트가 없어서 내 실력이 있음에도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 주목받을 수 있게 돼요. 잠재력 있는 선수를 더 잘 관리해줄 수 있고요. 탁월한 스승, 관리 프로그램이 없었던 사람들이, 그동안 누리지 못했지만 필요로 했던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o와 이야기하는 비프로일레븐 강현욱 대표의 모습.

 

제가 비프로 관련해서 흔히 하는 비유가 있어요.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축구화는 프로 선수들의 전유물이었어요. 아마추어들은 그냥 아무 신발이나 신고 축구를 했던 거예요. 근데 지금은 아마추어도 축구 선수 못지 않게 좋은 신발을 사서 신잖아요. 경기 영상과 데이터 분석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봐요. 

지금은 경기 영상을 촬영하거나 구하기 굉장히 어렵고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하죠. 아마추어에게는 보편적인 서비스가 아닌데, 다들 원하는 부분이니까 미래에는 내가 운동하면 당연히 영상이, 데이터 분석이 따라오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축구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요.

 

Q.이 부가가치를 전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신다는 게 와닿네요.

예전에는 무조건 성장을 추구했는데, 요샌 ‘지속 가능한 성장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성장의 속도보다 지속가능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사업을 통해 배웠어요. 결국 (사업이)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 되려면 단숨에 몰아치는 대신에 어느 정도 일과 삶의 밸런스를 충족해야 하고, 이 회사에서 하는 일이 내 인생 목표와 연결돼야겠더라고요.

이 깨달음을 느끼기까지 정말 많은 이슈가 있었어요. 너무 열심히 달려오다 보니 저나 다른 팀원이 번아웃을 겪기도 했죠.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우면서 점점 더 구성원이 지속가능성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온 구성원들에게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Q.팀원에 대한 생각이 각별하신 듯해요. 비프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결국 개개인의 커리어와 인생 목표가 다 다르지만 이 회사 안에서 우연히 교집합으로 잠깐 만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가하거든요. (이렇게 봤을 때) 구성원을 소모품으로 생각하지 않고, 구성원들이 이 회사를 통해 정말로 성장했다는 경험을 주는 게 이 회사의 본질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비프로가 하는 일이) 정말 미친 도전이잖아요. 이 미친 도전, 그 과정 하나하나를 다 떠올려보면 제가 뭔가 잘해서 한 건 거의 없었어요. 

예전에 저에게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리더’(Forbes under 30)로 제안이 왔는데 거절한 적이 있어요. 이 성과가 우리 팀으로서 이뤄낸 성과지, 제 개인이 주목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 제가 eo와 인터뷰를 하게 된 것도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정말 고생한 구성원들이 있어서에요. 꼭 비프로라는 팀이 잘하는 것으로 비춰졌으면 좋겠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2년 3월 공개된 <유럽을 사로잡은 ‘크레이지 코리안’이 만들어낸 축구의 미래>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 비프로일레븐 창업가 강현욱 대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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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EO ·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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