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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남성들의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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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넥스트에이지 싱크탱크 롱라이프랩 최연희입니다.

 

앞서 다룬 커브스나 하루메쿠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어요. 둘 다 '여성'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낸 회사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남성은요? 사실 관계나 공동체에 관한 한, 남성이 더 취약한 쪽입니다.

 

많은 연구를 종합하면 여성은 대체로 크고 넓은 관계망을 갖는 반면, 남성은 "더 작고 더 제한된" 관계망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성은 배우자를 유일한 속내 상대로 꼽는 경우가 많고요. 한국 성인 620명(평균 53세)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관계망이 얇은 '제한형' 유형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흔했습니다. 은퇴로 직장이라는 관계망이 사라지고 배우자마저 곁을 떠나면, 남성에겐 그 자리를 채울 대체 자원이 적다는 뜻이에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이 많지만, 나이가 들수록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해집니다. 단순히 외로움의 문제가 아니에요. 148개 연구, 30만 8천여 명을 묶은 메타분석을 보면 사회적 관계가 강한 사람은 생존 확률이 약 50% 더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이 영향이 흡연·음주 같은 확립된 사망 위험 요인에 맞먹고, 신체활동 부족이나 비만의 영향은 오히려 능가한다고 결론지었어요.(Holt-Lunstad et al., 2010) 2023년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사회적 단절의 건강 영향을 "하루 담배 최대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비슷하다"고까지 표현했고요. 관계는 수명의 문제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관계에 더 취약한 은퇴한 남성들을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요?

 

 

은퇴한 남성들의 아지트

 

2007년 시드니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배리 골딩(Barry Golding) 교수가 이렇게 말했어요.

 

"남자들은 얼굴을 마주보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말하죠(Men don't talk face to face, they talk shoulder to shoulder)"

 

남성들은 함께 하는 활동을 기반으로 관계를 형성한다는 이야기에요. 많은 청중이 공감했고, 이 문장은 곧 호주 멘즈 셰드 협회의 공식 모토가 됩니다.

 

멘즈 셰드(Men's Shed). 은퇴한 남성들이 창고에 모여 뭔가를 함께 만드는, 호주에서 시작된 남자들의 아지트입니다.

 

 

 

Men’s Sheds 맨즈 셰드는 무엇일까요?

 

ⓒ영국 Men's Sheds 공식 홈페이지

 

셰드(Shed)란 원래 집이나 건물 뒤편, 마당 한 켠에 있는 창고를 뜻해요. 집 안에 두기 애매한 물건들을 보관하거나 간단한 작업을 하는 공간이죠. 작은 작업실이자 취미 공간으로 목공을 하거나, 자전거를 손보기도 하고요.

 

멘즈 셰드(Men's Shed)는 이 공간을 여럿이 함께 쓰는 커뮤니티로 탈바꿈시킨 곳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혼자 있던 공간을, 사회적 유대를 쌓고 기술과 지식을 나누고 즐거움을 얻는 자리로 바꾼 거예요. 방식은 풀뿌리 지역 활동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셰드를 만들고, 회원 신청을 하면 그 지역 셰드의 회원이 됩니다. 셰드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전국 협회가 재정 지원이나 실무 지원을 보태기도 하죠.

 

'셰드'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창고가 아닌 곳도 많아요. 빈 사무실, 이동식 컨테이너, 창고, 차고를 개조해 쓰기도 합니다. 전용 작업장으로 처음부터 지어지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어요. 많은 셰드가 아예 공간도 없이, 도구를 둘 자리를 찾을 때까지 그냥 정기적으로 모여 어울리는 모임으로 시작합니다.

 

만드는 것도 다양합니다. 목공, 금속 가공, 수리와 복원, 전자 공작, 모형 제작, 심지어 자동차 조립까지. 동네 학교에 줄 자전거를 고치거나, 공원과 녹지를 손보거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 지역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요. 주로 중년 이후의 남성들이 모이지만, 젊은 회원도 있고 일부 셰드는 여성 회원을 받거나 '커뮤니티 셰드'로 문을 넓히기도 합니다. 어떤 형태든 셰드의 본질은 건물이 아니라 회원들 사이의 유대와 관계에 있다고 하고요.

 

 

 

'말하기'가 아니라 '만들기'

 

ⓒThe Forest Community Men’s Shed Inc

 

맨즈 셰드가 주목하는건 은퇴한 남성이라는 특정한 취약함입니다. 협회의 설명은 이렇고요. 남성들은 대체로 감정을 말하지 않도록 배웠고, 그래서 도움을 잘 청하지 않는다. 그 결과 여성보다 더 고립되고 외로워지고 우울해진다. 정리해고나 이혼, 병 같은 문제를 혼자 끌어안는다. 그런 남자에게 필요한 건 상담 예약이 아니라, 압박 없이 나와서 활동할 장소라는 겁니다.

 

협회가 강조하는 두 단어가 있어요. 하나는 '메이트십(mateship)', 옛날식 동료애. 다른 하나는 '노 프레셔(no pressure)', 아무 압박이 없다는 것. 뭘 해야 한다는 규칙은 딱 하나, 안전하게 작업하라는 것뿐입니다.

 

골딩 교수가 2007년에 호주 다섯 개 주 25개 셰드를 조사한 초기 연구에선, 참여자 대다수가 셰드에 다니며 '나 자신에 대해 더 좋게 느낀다', '내가 속할 곳이 생겼다',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수치보다, 은퇴한 남자가 다시 '속할 곳'과 '기여할 일'을 얻었다고 말했다는 게 이 모델의 정체성을 보여주고요.

 

이 모델이 주목받는 건, 보건 시스템이 이걸 끌어다 쓰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의사가 약 대신 지역활동을 '처방'하는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 제도가 있는데, 그 연결처 중 하나가 멘즈 셰드예요. 외로움이 만든 우울·질병의 악순환을 끊고, 약물 의존과 응급입원을 줄이자는 설계죠. 셰드가 복지 예산과 연결되는 통로가 여기서 생깁니다.

 

 

전 세계로 퍼져나간 맨즈 셰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시다면?

 

맨즈 셰드의 모든 것. 롱라이프랩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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