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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넥스트에이지 싱크탱크 롱라이프랩 최연희입니다.
여러분은 '동네 가게'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어릴 적 엄마가 외출할 때면 집 열쇠를 맡기던 집 앞 슈퍼가 떠오릅니다. 하교 후에 집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으면 슈퍼로 달려갔고요. 맡겨놓은 열쇠가 없으면 전화기를 빌려주시곤 했습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우연히 다시 찾아간 가게에서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가 단박에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수천 번은 드나들었을 그 슈퍼는, 어쩌면 제 인생의 한 단면이 담긴 장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구를 하며 알게 된 건 이런 '가게'가 사회적 자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슈퍼만이 아닙니다. 동네 식당, 카페, 미용실, 방앗간 같은 곳들이 관계를 만들고, 며칠 안 보이면 알아채는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복지를 위해 따로 만든 공간이 아닌데도요.
그래서 최근 서울시 정책 방향을 보고 반가웠습니다. 민간 상업시설을 '시니어 동행상점'으로 지정해 편의환경 조성 비용을 지원하고, 어른들에게 가격 할인을 제공하는 사업이 시작했습니다. 생활에 밀착된 발견이 정책으로도 흘러가는 셈입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일본 미카와야21이 '21세기의 구멍가게를 목표로'를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일 거고요.
오늘은 이런 동네의 인프라를 오랫동안 연구해오신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서현보 교수님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공간 복지 거점이 되는 동네 가게
서울시에서 지역사회를 위해서 어르신들이 많아지는 요즘, 반가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시니어 동행상점’이라는 것으로 동네 주변의 다양한 상점들을 어르신들이 가기 편리하게 개선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동네에 이미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영리한 접근임이 분명합니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노력으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정책을 선도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집 주변이나 어딘가를 가서 어디 들어가서 가볍게 커피 한 잔 할 곳이 있으면 좋겠다거나 무언가를 하거나 살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핸드폰의 지도를 켜서 검색을 해서 찾아봅니다. 걸어갈 수 있으면 좋고, 꼭 필요한 곳이면 차나 버스, 지하철을 타고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어르신들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서울시의 정책은 주변에서 이미 있는 상점들을 어르신들이 갈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을 도와 주어서 어딘가로 찾아가지 않아도 주변에서 갈 곳들이 있어서 생활에 활력이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갈 곳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 어르신들에게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갈 만한 곳이 있다는 것이 어르신들을 움직이게 하지 않을까요? 특히 가서 서로 잘 아는 사이라면 더 좋겠지요.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요.
ⓒEBS, 사라져가는 구멍가게 지키기
자가용을 많이 타기 전의 시대에는 예를 들어, 어르신들이 어릴 적에는 동네에 여러 가지 상점들이 작고 다양하게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도 어릴 때 동네 가게에 가면 저의 가족이나 친척을 아시는 가게 주인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저의 아이들과 갔을 때도 저와 제 동생을 기억하시더라고요.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이지만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이죠. 제가 들었던 일화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홀로 사는 아버지를 두고 직장을 구해서 타지에 사는 딸이 상점 주인에게 전화해서 아버지한테 소주 1병 이상 팔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허허.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르신들이 가시는 주변 상점들이 상점 주인과 어르신 그리고 어르신들끼리 관계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라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을 챙겨주니까요.
필자는 이번 사업과 같은 것을 ‘공간 복지’라고 부릅니다. 세 가지 측면에서 복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활동 반경이 넓지 않거나 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접근이 가능한 주변에서 갈 곳과 할 것을 제공해 준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스포츠, 건강, 문화, 취미, 교양 활동을 위한 상점과 필수적인 식음료점도 사업에 포함되어 건강하게 나이 들고 생활을 풍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여기서 또한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이 활동을 하면서 아는 사람을 만들어 갈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까운 주변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주변에서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사람과는 더 자주 어울리고 모르던 사람과 알고 지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이 점이 공간 복지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관계가 만들어지고 서로 어울리고 돕고 의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또 다른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앞서 말씀드렸던 제가 어릴 때 갔던 상점들처럼, 예전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시던 구멍가게를 생각해 보면 (구멍가게 이야기, 박혜진, 심우장, 2021) 상점이 동네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필요한 것을 구하는 곳이면서도 동네 사람들이 모여 노는 놀이터로서 역할도 하는 곳이었습니다. 구멍가게의 주인은 판매자인 동시에 동네 주민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을 잘 알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판매자로서 갖추어 놓으면서도 상점의 운영을 위해서라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