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빈손으로 1억 매출 만든 대학생이 솔직하게 건넨 한 마디
폐타이어 신발로 힙한 친환경 패션을 만드는 트레드앤그루브 이온 대표

김지윤
· 에디터

얼마 전 친구가 퇴사를 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회사에 다녔는데, 고민 끝에 사표를 썼더라고요. 백수가 된 후 만난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내 인생에서 ‘퇴사’만큼 적극적으로 결정한 일이 별로 없더라고. 입시든 취업이든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선택만 바라봤는데… 자발적으로 고민해서 선택해본 건 거의 처음 같아.”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대학에 가면,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덜컥 행복해질 것이라고 배웠어요. 근데 그런 삶에도 애로사항이 꽃피기 마련이죠. ‘내가 이런 삶을 원했던 건가?’라는 질문이 들기 시작하면 매일매일 손해 보는 것 같고, 더 열심히 살아낼 이유를 잃어버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정반대로 창업가들의 인생이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트레드앤그루브 창업가 이온 대표가 떠올랐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폐타이어를 가져다가 신발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으니까요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만드는 트레드앤그루브 신발.

 

폐타이어를 깎다가 피를 보는 한이 있어도, 맨땅에 헤딩하며 수십 번 거절 당해도 ‘폐타이어 재활용’에 진심인 사람. 아무도 해본 적 없고 시킨 적 없는 미션을 기어코 이뤘어요. 피 흘려 만든 신발로 매출 1억이라는 성과까지 냈죠.

eo와의 인터뷰에서 이온 대표는 줄곧 ‘창업을 하지 않은 내 인생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세상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주고 싶다는 목표를 매일 이루는 삶, 원하던 바이기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요. 트레드앤그루브라는 선택으로 그는 진로, 업무, 삶의 만족도를 120% 채우고 있었습니다.

※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질문 및 답변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트레드앤그루브 eo 인터뷰 현장. 

 

‘고민만 하면 뭐하나’ 부딪쳐 봐야 실패도 할 수 있죠.
 

Q.어떻게 창업을 하시게 됐나요?

대학생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왜냐면 뭐랄까… 남이 시키는 일을 하긴 싫었어요. 커다란 조직의 부속품이 되기보다는 작더라도 제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좋았어요. 그래서 항상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군대 전역을 하고 복학했을 때 창업에 대해 더 알고 싶고 해보고픈 것도 많았는데 마땅한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창업 동아리도 만들고,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봤던 것 같습니다. 

 

Q.어떤 시도를 해보셨나요?

저희는 창업 아이템의 결과물이 사회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공통적으로요. 아이디어 단계에서 그쳤든 시제품을 만들어봤든 사회적인 아이템을 많이 시도했어요. 

대표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프린터를 만든 적이 있었어요. 당시에 ‘시각장애인분들이 간장병, 소금병도 구분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이 아이디어로 시제품까지 만들어봤습니다.

근데 실제로 (이 시제품을) 적용하는 데까지 가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점자 프린터를 개발해서 시각장애인 단체나 학교에 직접 보여드렸는데, 생각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어요. 의외로 점자가 많이 안 쓰인다거나, 이미 갖춰진 인프라를 쓰는 게 낫다거나.

그때 많이 느꼈어요. 어쨌든 학생들이 그냥 머리 맞대고 연구한 것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는 것. 직접 시제품까지 만들어보고 실패하면서 깨달았던 점입니다.

 

함께 동고동락 했던 창업 동아리 팀원들. (제공 : 트레드앤그루브)

 

Q.이후에 현재의 트레드앤그루브를 창업하게 되신 건가요?

창업 동아리는 아니고 졸업하고 나서, 그때 뭐라도 해보자고 같은 동아리였던 친구들끼리 모여서 으쌰으쌰 했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에는 같이 다녔던 학교의 아이덴티티(상징)를 활용한 패션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시도했어요. 이게 잘 되면 옆 학교도 해보고, 더 잘 되면 전국에 있는 학교로 다 해보자! 이런 귀여운(?) 생각을 갖고 있었죠.

당연히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을 뿐더러 학교를 상징하는 아이덴티티가 패션에 접목할 만큼 뛰어난 것은 아니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다음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해외 뉴스를 접하게 됐습니다. 아프리카 오지에서는 타이어를 잘라서 비포장 도로에서 샌들처럼 신고 다닌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모습을 보는데 타이어… 되게 튼튼하고 괜찮은 소재일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걸 신발에 적용해보자!
 

Q.이렇게 또 다시 맨몸으로 도전하셨네요ㅎㅎ

그쵸. 당장 타이어는 어디선가 구해올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좋아, 일단 바로 그냥 해보자, 고민만 하고 있지 말고 바로 시작했던 거예요. 아이디어가 나온 그날 바로 카센터부터 찾아갔어요. 거기서 타이어 짊어지고 학교 동아리방에 와서 처음으로 타이어를 만져봤습니다. 

처음 카센터에 가서 타이어 하나 달라고 했을 때는 흔쾌히 주셨는데, 자꾸 한두개 씩 달라고 하니까 카센터에서 좀 의심…? 불안한 눈빛을 보내시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미술 전공하는데 졸업작품 만든다’고 설명 드리고 바로 의심을 일소했던 적도 있답니다ㅎㅎ

 

Q.다이나믹하네요. 처음 타이어를 가져왔을 때 어떠셨나요?

일단 손이 새까매졌어요. 폐타이어가 그렇게까지 더럽게 방치돼 있을 줄은 몰랐어요. 일단 그런대로 동아리방 베란다에서 처음 가공을 시작했고. 문구용 커터칼로 잘라보려 했는데 전혀 잘릴 리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타이어 안에는 철사가 빼곡하게 코딩돼 있거든요.

 

동방에서 폐타이어 깎던 시절. (제공 : 트레드앤그루브)

 

저희도 이론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폐타이어가 그렇게 빽빽하게 단단하게 코딩돼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처음 문구용 칼로 칼질을 하는 순간 불꽃이 팍팍 용접하듯이 튀었어요. 그럴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 뒤에는 전기톱, 그라인더 등등 이것저것 다 가져와서 실험을 했어요. 전동 공구 소리가 엄청 시끄럽고 폐타이어에서 연기가 풀풀 났어요. 도저히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작업의 연속이었는데, 처음에는 눈치 봐가면서 이런저런 실험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Q.약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위험했어요. 지금이야 자동화 장비를 저희가 다 개발했지만, 2년 전에 시작할 때는 손으로 다 노가다를 했어요. 한 번은 팀원 중 한 명이 좀 크게 손을 다쳤어요. 하필 쉬는 날 작업을 하고 있었던 터라 병원도 문을 다 닫았더라고요. 

피를 뚝뚝 흘리면서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찾아가서 진료를 기다리는데 되게 처량하달까요… 이렇게까지 고생해야 하나 싶은 생각은 들었어요. 그래도 무사히 폐타이어에서 고무를 추출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타이어 깎다가 응급실행’ 그래도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Q.고무를 추출했으니 이제 신발을 만들기만 하면 됐겠네요.

저희도 고무만 잘 분리하면 이제 게임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때부터 게임 시작이더라고요(ㅎㅎ) 

저희가 깎아낸 고무로 첼시부츠를 만들어 보기로 하고 성수동으로 찾아갔어요. 수제화를 시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니 소량도 해주실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한 40군데? 50군데쯤 전화를 돌리고 직접 찾아뵀던 것 같아요.

근데 대부분 거절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타이어 두께가 너무 두껍고 다 질기고, 이런 건 해본 적 없다, 못 하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성수동 수제화 공장 모습. (제공 : 트레드앤그루브)

 

딱 세 군데에서 일단 만나보자고 말씀하셨고 그 중 한 군데에서 ‘아이디어 괜찮고 튼튼할 것 같으니 같이 해보자’고 얘기해주셔서 시작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저희가 신발 디자인 같은 것도 전혀 모르니까 그냥 손으로 그려서 가져갔어요. 그러면 신발공장에서 다시 피드백 주시면서 저희 가르쳐주시고 그랬어요. 트래드앤그루브 입장에선 시작을 같이 해주신 은인과 같습니다.

 

Q.귀인을 만나서 처음으로 타이어 신발을 만드셨어요. 기분이 어떠셨나요?

처음에 딱 제품을 받았을 때 너무 신기했습니다. 저희가 타이어만 열심히 잘랐지, 실물을 보기 전까지는 신발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으니까요. 근데 실제 첼시부츠 완제품을 받고 밑창이 타이어로 된 걸 확인했을 때 너무 뿌듯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볼지 너무 궁금한 마음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태어난 폐타이어 수제 부츠. (출처 : 트레드앤그루브)

 

Q.이후에 첫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셨죠. 그 과정도 듣고 싶습니다.

일단 사업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펀딩은 꼭 해보려 했어요. 펀딩부터 안 되면 애초에 가능성이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있었고, 누가 어느 사이즈로 얼마나 구매할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선주문을 받고 그만큼 만들어 보자는 계획이었어요. 

물론 고민됐죠. 비싼 수제화를 누군지도 모르는 팀이 만드는 제품으로 팔릴까? 5~10켤레만 팔려도 대박이지 않을까 했어요. 그래서 10켤레 목표로 한 100만원 펀딩에 도전했고요.

근데 이 크라우드펀딩이 1200만원, 1200% 달성에 성공했어요. 저희 예상보다 훨씬 많은 양에 도달해서 놀랐고, 동시에 타이어 언제 다 바꾸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ㅡㅠ) 

그리고 역시나… 펀딩 리워드를 전달해야 하는 마감 기간은 다가오는데 손으로 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지하 작업실에 폐타이어를 옮기는 중. (제공 : 트레드앤그루브)

 

당시에 경기도 구리에 15평쯤 되는 주택 지하실을 월세로 얻어서 거기서 작업을 했는데, 눈 오는 계절이었어요. 쏘카로 경차를 빌려서 한 번에 6~7개씩 카센터 타이어를 운반했어요. 1층에서 타이어 굴리면 지하계단에서 통통 굴러서 지하실에 쌓이고.

밖에서는 눈 오는데 난방이 안 돼서 덜덜덜 떨면서 히터 켜놓고 칼질을 했어요. 근육통 오고 또 손 다쳐서 응급실 가고. 물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최대한 기한 맞춰서 타이어 가공한 건 또 신발 공장에 옮겨 놓고. 장인들이 가죽을 또 재봉해서 하나하나 만들어주시면서 겨우겨우 80켤레쯤 전달했어요. 

 

Q.엄청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이 일을 기대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셨잖아요. 저희 아이디어, 제품을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니까 실망을 안겨드릴 순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더 몸은 힘들어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펀딩 리워드를 받은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신발 너무 예쁘다, 신기하다, 바닥에 이런 타이어로 돼있는데 어떤 건지 궁금하다 등등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죠. 저희가 기대했던 반응을 들었을 때 되게 보람차고 그 전에 힘들었던 것도 싹 가셨어요. 이래서 사업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트레드앤그루브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폐타이어로 만든 예쁜 수제화를 넘어 누구나 더 빨리, 저렴한 가격으로 타이어 신발을 신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신발을 양산하는 기계가 꼭 필요해졌어요. 이들은 지체 없이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트레드앤그루브 eo 인터뷰 현장.

 

‘안 되는 게 대부분’ 그걸 되게 하는 게 사업의 묘미죠.

 

Q.첫 펀딩 때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이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반드시 기계가 필요하다는 것. 첫 수제화 펀딩이 끝나자마자 바로 기술 개발에 들어갔어요. 사업성은 괜찮지만 죽어도 손으로 못 하겠다 싶더라고요. 철공소를 찾아다니면서 기계를 외주 개발해주실 분들을 수소문 했어요. 결국에 한 군데를 찾아서 거기서 기계를 1차, 2차, 3차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저희가 직접 손으로 타이어를 가공하면서 얻은 노하우나 아이디어를 기계적으로 구현해주실 분을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타이어에서 고무만 분리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되게 쉬울 것 같고 저희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죠. 

근데 너무 많은 변수 가운데 정확하게 고무만 도려내는 기술이 필요했어요. 타이어마다 마모된 정도가 전부 다르고,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여부에 따라 또 다르고. 마치 사과를 깎는 것처럼 둥글게 생긴 타이어에서 껍질만 잘라내야 하는데, 사과 과육이 철사로 돼 있어서 칼이 닿는 순간 상한다고 보시면 돼요. 정밀하게 잘라내는 기계여야 하죠.
 

Q.결국 기계를 개발해낸 게 기적 같은 일이네요.

기계 개발해주시는 분과 매번 회의에서 센서를 달지, 톱날을 달지, 레이저를 써야 될지, 모터는 어떤 걸 써야 될지 등등 엄청 고민했습니다.

 

타이어에서 밑창을 만들어내는 공정. (제공 : 트레드앤그루브)

 

Q.2차 펀딩을 위해서 부산에도 찾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첫 펀딩 때 아무래도 완전히 수제화로 진행한 터라 너무 비싸다,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양산화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양산은 성수동에서 안 되니까 부산 사상으로 갔어요. 거기에 가장 큰 신발 산업단지가 있어요.

부산에 가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었어요. 30~40군데 신발 공장을 두드려서 ‘이런 거 할 수 있나요?’ 물어봤고 그때도 딱 세 분이 만나주셨어요. 그 중에서 한 분과 지금까지도 공장 생산을 하고 있고요. 양산화는 제작기간, 주문 수량, 프로세스까지 수제화와 다 너무 달랐어요. 

2차 펀딩에 들어갈 때도 (1차 펀딩 때와 달리) 최소한 200~300켤레는 나와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었어요. 제발 그만큼은 나왔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죠. 당시 여름이라서 샌들, 슬리퍼 펀딩을 진행했는데 2차 펀딩을 최종적으로 599명으로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Q.이제 약 600켤레의 신발을 만드는 일만 남았네요.

근데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게 있었어요. 타이어 고무 두께를 일률화 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실제로 컨베이어 라인을 돌리려는 순간… 고무 두께가 다 다르니까 어떤 신발은 키높이가 되고 어떤 건 바닥에 붙어 있을 것이라는 공장 피드백을 듣게 됐어요. 

 

부산 신발 공장 풍경. (제공 : 트레드앤그루브)

 

또다시 부산에 가서 타이어 고무 두께를 일정하게 잘라주는 업체를 찾아다녔습니다. 근데 (타이어 고무 두께를 일정하게 잘라주는 작업은) 어떤 영역의 공장에 가야 할지 진짜 모르겠더라고요. 나무 켜는 공장에 가야 할지, 고무 가공 업체에 가야 할지. 

3일 내내 공장만 돌아다녔어요. 마지막으로 절삭 가공 업체를 찾아갔어요. 여기서도 안 된다고 하면 펀딩 무산하고 사과문 쓸 준비를 하자는 상태였어요.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어요. 근데 그거 아시죠. 철문 사이로 빛은 새어나오는 거. ‘아, 안에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막 문을 두드렸어요. 

사장님, 사장님, 사장님! 

그러니까 문이 올라가면서 사장님이 나오시더라고요. 이야기를 들어보시더니 두께 맞춰주는 거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거기서 고무 두께 맞추고 나서야 그 다음 날 양산에 들어가서 펀딩에 성공했습니다.

 

Q.드라마틱 하네요. 2차 펀딩을 마친 소감은 어떠셨나요?

3500만원 규모로 펀딩이 달성됐어요. 10켤레에서 수백 켤레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그 전과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양산에 성공하면서 가격 장벽도 훨씬 낮아졌고, 샌들이나 슬리퍼가 부츠보다는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갔다는 점도 차이점이고요.

기억에 남는 경험은… 첫번째 펀딩에 참여하셨던 분이 두번째 펀딩에도 참여하셨더라고요. 그때 너무 마음에 들고 신기해서 이번에도 참여해주셨다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분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게 저희 입장에선 너무 고맙고, 박람회나 전시회에서 뵙게 되면 조금이라도 더 설명해드리고 앞으로 더 좋은 제품을 전해드리고 싶어집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신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재미.

 

Q.수 백명에게 트레드앤그루브 신발이 전달됐는데, 이후 반응이 어땠나요?

폐타이어를 이용하다 보니 밑창에 타이어가 보이잖아요. 저희도 각기 다른 패턴이 어떤 분께 갈지는 몰라요. 이게 흥미로운 요소가 됐어요. 제품과 동봉해드린 타이어 패턴 가이드를 보시면서 ‘내 신발은 이런 특성이 있고 이런 이야기가 있네’ 재밌어 하셨죠. 추가금을 더 내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패턴의 신발로 바꾸고 싶다는 분도 계셨어요.

 

Q.흥미롭네요. 타이어 패턴을 구별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저희도 처음 봤을 때는 다 똑같아 보였어요. 근데 점점 자세히 보다 보니 디자인이 다양하고 기능도 다양하고. 타이어 제조사마다 자사 제품을 차별화해야 하니까 공을 많이 들이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고객분들께도 제조사마다 어떤 강점이 있고, 어떤 점을 어필하는지 분석해서 최대한 전달해드리고 있습니다.

일단 타이어 패턴 자체는 수십 가지 있어요. 계절 별로 차이가 있고 용도 별로도 차이가 있어요. 촘촘하고 거칠수록 미끄러지지 않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매끈하고 패턴이 적을수록 레이싱 같은 데 특화돼 있죠. 당연히 크기 별로도 다 다릅니다. 사실상 똑같은 모양의 밑창이 단 하나도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신발 밑창에서 볼 수 있는 타이어 패턴 가이드 일부. (제공 : 트레드앤그루브)

 

Q.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신발이 되는 거네요.

약간 포켓몬 모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희가 봤을 때도 희귀한 타이어를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전설의 포켓몬 같이 전설의 타이어가 나온 것 같아서 재밌고, 희소성을 데이터로 모아서 안내해드리고 있어요. 트레드앤그루브가 제공하는 신발이 다 다른 제품이라면 그 희소성을 같이 알려드리는 게 재미 요소가 아닐까 해서요.

 

Q.항상 고객에 대해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좋은 제품이라는 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가격이 저렴한 것도, 품질이 좋은 것도, 디자인도 다 좋은 제품에 한몫 하지만, 이 제품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원하는 걸 충족시키는 것이라면 다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브랜드에는 ‘타이어로 만든 신발 너무 신기하고 개성있고 특별하다’는 점이 고객이 반응하는 포인트 같더라고요. 

처음에 친환경적인 사회 문제, 폐타이어 적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분들의 갈증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특별하고 재밌고 흥미로워서 관심이 생겼는데 알고보니 환경 오염 문제도 해결한다는 것이었어요.

연이어 펀딩을 진행하면서 늘 ‘고객’을 기준으로 생각해왔던 트레드앤그루브. 그러다 보니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폐타이어로 신발 만드는 곳 그 이상, 고객에게 각인되는 패션 브랜드로 오래 가는 길은 어떨까?’ 고객과의 관계, 브랜딩을 고민하기 시작한 겁니다.

 


 

‘임팩트를 만드는 유일한 길’ 창업을 해서 다행이에요.

 

Q.세번째 펀딩까지 마치신 이후 트레드앤그루브의 다음 스텝은 무엇이었나요?

아마 3차 펀딩이 2021년 가을, 겨울쯤 마무리됐을 거예요. 이제는 펀딩 충분히 해봤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시기였어요. 2022년에는 ‘누가 봐도 트레드앤그루브’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 흔히 접할 수 있는 디자인에 타이어만 적용해도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 실험해보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겉으로 봤을 때도 ‘타이어로 만든 신발이야’라고 느낄 수 있도록 브랜드를 가져가는 게 가장 큰 과제입니다.

 

Q.트레드앤그부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주세요.

트레드앤그루브는 타이어의 강인함, 좀 거친 느낌이 두드러지는 스타일을 캐주얼하게 전달할 수 있는 패션 브랜드였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그냥 예쁜 신발, 타이어가 신발이 됐다가 아니라 타이어가 이야기를 가진 신발이 됐다고, 관점의 변화를 드릴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트레드앤그루브 eo 인터뷰 현장.

 

Q.디자인과 더불어 브랜딩에 대한 고민이네요. 장기적으로 어떤 꿈을 이루고 싶으신가요?

트레드앤그루브의 비전은 저희 제품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몸소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드리는 것이에요.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드는 아이디어도 궁극적으로는 매년 10억 개씩 나오는 폐타이어를 태우거나 땅에 묻을 필요 없이 새로운 신발 제품으로 고부가 가치를 얻는 것과 연결되니까요.

물론 신발을 만든다 해서 모든 폐타이어를 없앨 순 없어요. 10억개 폐타이어를 전부 신발로 만들고 모든 지구인이 그걸 신더라도 타이어 발생량은 계속 늘어나니까요. 트레드앤그루브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신발의 컨셉을 통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그렇게 할 때 더 좋은 해결책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창업이 단순히 돈만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까지 창출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보람도 있고, 자랑스러운 점이 있어요. 지금 하는 일 그대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경제적인 이윤도 추구하는 일이 팀원 모두가 늘 공통적으로 추구해왔던 거죠.

 

Q.대표님 개인적으로는 ‘창업’이 어떤 의미인가요?

저한테는 창업이 전부에요. 어느 시점부터인가, 창업 안 했더라면 뭘 했을지 사실 상상이 잘 안 되더라고요. 졸업하고서 친구들과 창업해서 진짜 아이디어를 찾고 사업화를 한 모든 과정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결과물이 좋든 안 좋든 제가 벌인 일을 충실히 해내는 과정 자체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창업팀에 참여한 저희 팀원 전부다 몸은 힘들었지만, 우리가 좋아해서 끝까지 버티며 해낼 수 있다는 점은 창업이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해야 할 일 많고 시간에 늘 쫓겨도 지금 하는 일이 잘 풀렸을 때 온전히 다 내 것이 된다는 기대 하나로 헤쳐나가는 거잖아요.

팀원들끼리 그런 얘기도 많이 해요. 몇 년 뒤, 몇십 년 뒤에는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더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요. 지금은 타이어가 주는 환경오염 문제만 다루기에도 벅차지만, 세상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발견하고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형태로 계속 해결해나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 본 아티클은 2022년 4월 공개된 <서울에서 부산까지 맨땅에 헤딩으로 대박난 대학생 이야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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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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