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온다.
“이거, 실패한 건가?”
〈강아지똥의 하루〉의 오디오북 제작 작업은 그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전작 〈똥의 하루〉는 밀리의서재에서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후속작 <강아지똥의 하루>를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분명 정성껏 만든 책이었는데, 체감되는 반응은 조용했다.
여기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포기하거나, 방식을 바꾸거나.
콘텐츠가 안 팔릴 때, 문제는 ‘내용’이 아닐 수도 있다
전자책은 분명 매력적인 형식이지만, 모든 콘텐츠에 잘 맞는 건 아니다.
특히 짧은 그림책은
‘읽는 콘텐츠’보다
‘듣는 콘텐츠’에 더 어울릴 수도 있다.
그래서 떠올린 선택지가 오디오북이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오디오북,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결심은 했지만 방법을 몰랐다.
“스마트폰으로 녹음해도 될까?”
“마이크는 꼭 비싼 걸 써야 할까?”
“스튜디오가 필요할까?”
“성우를 섭외해야 할까?”
이전에는 전문 오디오북 제작사를 통해
세팅된 스튜디오 + 고가의 장비 + 전문 성우라는
‘완성된 시스템’ 안에서 오디오북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했다.
막막했다. 솔직히 말하면, 살짝 겁도 났다.
배움의 시작은 늘 ‘작은 기회’에서 온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서귀포 단편영화 상영관 단편사무소의
수박겉햝기 클럽 – 팟캐스트 만드는 법이었다.
기획 → 녹음 → 편집 → 발행
팟캐스트 만드는 법 A-Z
“완벽하진 않아도, 직접 해볼 수는 있겠다.”
딱 그 기대감으로 참여했다.
기술은 ‘전문성’보다 ‘접근성’이 중요했다
이 수업에서 배운 건 의외로 단순했다.
녹음 편집 프로그램: Audacity
기본 편집, 공백 자르기, 음량 증폭,불필요한 소리 제거
장비: 컴퓨터에 연결하는 간단한 마이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경험.
모든 소리가 차단된 고요한 단편사무소(숏트롱시네마) 영화 상영관 안에서 직접 녹음을 해본 것.
“아,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구나.”
기술적 허들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문제는 ‘장비’가 아니라 시작하지 않았던 마음이었다.
오디오북은 ‘녹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원본 녹음을 완성하고 다시 들어봤을 때, 조금 허전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제주도 바다잖아!”
오디오북에 ‘장소의 감각’을 더하다
마침 참여했던 펀딩 프로젝트가 있었다.
제주의 자연 소리를 기록하는 더사운드벙커의 음원 펀딩.
그 펀딩 후원 선물안에
이호테우 바다 파도 소리가 있었다.
힐링을 위해 녹음된,
인공적인 소리가 전혀 없는 제주 바다의 소리.
이걸 배경음으로 깔자,
이야기의 장소가 제주도 바다 앞으로 옮겨졌다.
마지막 관문: 유통 규격이라는 현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문턱이 남아 있었다.
오디오북 파일 규격.
LUFS -17 이상
노이즈플로어, 피크레벨, 채널 설정 등등
난생 처음 듣는 단어들에 막막했었는데,
이 과정에서
의외의 파트너가 등장했다.
ChatGPT
AI가 내가 모르는 전문 용어를 모두 번역해주었고, (전문 영역의 언어는 말그대로 번역의 영역이다.)
그래서 설치한 프로그램이 ffmpeg였다.
AI가 명령어 작성, 오류 해결, 규격 맞추기 모두 알려주었다.
덕분에 혼자서도
플랫폼 요구사항에 맞는 mp3 파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디오북이 출간되었다
여러 단계를 거쳐
마침내 밀리의서재에
〈강아지똥의 하루〉 오디오북이 등록됐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히
“오디오북을 만들었다”가 아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얻은 진짜 자산
콘텐츠는 한 번 만들고 끝나는 상품이 아니다
→ 형식을 바꾸면 다시 살아난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구조를 배우면 혼자 할 수 있다
수익보다 중요한 건 ‘다음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
오디오 콘텐츠 제작 역량
장비와 툴에 대한 이해
협업 가능성
다음 실험을 위한 자신감
이번 오디오북의 ROI는
당장의 매출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증가였다.
콘텐츠가 안 팔렸다면, 실패가 아니라 신호다
이 콘텐츠는
다른 형식을 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이야기는
읽히기보다 들려야 하는 건 아닐까?
하나의 콘텐츠는
전자책 → 오디오북 → 번역 해외 출간
으로 계속 변형될 수 있다.
원소스 멀티유즈는 대기업 전략이 아니라,
1인 창작자에게 더 필요한 생존 전략이다.
지금, 강아지똥의 하루를 들어보세요
아주 짧은 이야기지만,
제주 바다의 소리와 함께
하루를 살아낸 마음을 담았습니다.
👉 밀리의서재 오디오북
〈강아지똥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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