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들이 만든 노래 ‘변비 탈출 대작전’에서 시작된 호기심
AI 음악 제작 플랫폼 ‘수노(Suno)’를 처음 알게 된 건 뜻밖에도 초등학생 아들 덕분이었다. 학교에서 수노를 배웠다며 집에 와서 내게 소개해줬고, 아들은 몇 분 만에 ‘변비 탈출 대작전’이라는 제목의 재미있는 노래를 뚝딱 만들어냈다.
작곡이나 미디를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아이가 버튼 몇 번으로 완성도 있는 곡을 만드는 모습을 보는 건 꽤 충격적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아들에게 사용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며칠 뒤엔 나도 레게 스타일의 ‘제주 아일랜드’라는 곡을 만들어냈다.
레게 스타일 제주 아일랜드 음악 듣기
https://suno.com/s/oQwj336EMmDADwyz
초반엔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금세 지루함이 찾아왔다.
“만들고 끝이다.”
혼자 듣고, 혼자 만족하고, 그걸로 끝이었다. 창작물이 세상과 접속되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허무한 일이다.
그러던 중, AI로 만든 음악도 정식 음원으로 발매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음원 유통’이라는 낯선 세계에 뛰어들다
작곡은 수노가 대신해준다지만, 음원 발매는 또 다른 영역이다.
앨범 커버 제작, 메타데이터 입력, 저작권 옵션, 글로벌 플랫폼 선택 등, 음악 비전공자가 마주하면 난감한 선택지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음원 유통 서비스는 많지만, 나는 디스트로키즈(DistroKid)를 선택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인이 사용하고 있어 실전 경험을 바로 들을 수 있었고,
챗GPT도 초보자에게 가장 직관적인 플랫폼이라고 추천했다.
덕분에 며칠 만에 첫 앨범을 발매할 수 있었다.
디스트로키즈는 연간 결제로 무제한 업로드가 가능해, 실험작을 여러 개 내보기에도 부담이 적었다.
참고: 내가 사용한 디스트로키즈 추천 링크가 있다.
학생이라면 50% 할인 적용이 가능하니, 이왕이면 할인받길 권한다.
https://distrokid.com/student/10407683 50%할인 학생 가입 추천링크https://distrokid.com/vip/seven/10407683 7% 할인 일반인 가입 추천링크
AI로 만든 음악을 전 세계 음악 플랫폼에 올린다는 사실은 꽤 상징적이다.
20세기엔 상상도 못 했던 ‘비전공자의 데뷔’가 현실에서 일어난다.
비전공자 K-POP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을 만들다.
이제 Suno 에서 음악을 만드는 법도 배웠고, 디스트로키즈를 통해서 음원을 배급하는 방법도 알았으니, 어떤 음악을 만들지 정해야 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니까 크리스마스 캐럴을 만들자! 그런데 그냥 캐럴이라면 심심하니까 K-POP 스타일로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 스타일을 더하자.
가사는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나의 추억을 담았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베개 아래 젤리가 선물로 항상 있었다. 그리고 도대체 산타는 누구일까? 궁금해 했다. 그 이야기를 가사로 작성했다.
직장인 시절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을 맞으며 퇴근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도시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가사도 만들고,
크리스마스에는 전쟁 중에도 평화가 찾아왔었다는 이야기를 담은 캐럴도 만들었다.
유튜브와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등록했고, 누군가 노래가 너무 좋다는 댓글을 달았다.
스포티파이에서 듣기
https://open.spotify.com/album/3R4s4QcZBdDIiwf1Frqhzd?nd=1&dlsi=13b128e0c006443a
유튜브에서 듣기
https://youtu.be/setDYyVpIUk?si=rDjZhZW7DO2qVmx-
실제 수익은 얼마일까?
SNS에서 “AI 음악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하는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기대는 조절하는 편이 좋다.
나는 10월에 음원을 발매했고, 지금까지의 총 수익은 0.47달러다.
상업적으로 히트한 음악만큼은 아니지만, 현실을 보여주는 데는 충분한 숫자다.
물론 명곡을 만들어 바이럴된다면 훨씬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분야든 ‘쉽게 큰 돈을 번다’는 공식은 없다.
AI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비전공자에게 열린 새로운 가능성
내가 AI와 함께 만든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은 상업적 성취보다 경험적 의미가 더 컸다.
작곡을 몰라도, 미디를 몰라도, 녹음 장비가 없어도
누구나 음악을 만들고, 앨범을 발매하고, 글로벌 플랫폼에 올릴 수 있다.
이건 단순히 기술이 발전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창작의 경험에 대한 현상이다.
비전공자인 내가 캐럴 앨범을 세상에 내놓은 경험은
“어떤 영역이든 시작하는 데 필요한 자격의 기준이 낮아졌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했다.
수익은 0.47달러에 그쳤지만,
내 작업물이 세상 어딘가에서 재생되고 있다는 사실은 0.47달러보다 훨씬 큰 의미를 준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초등학생 아들이 만든 ‘변비 탈출 대작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