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평소처럼 분석 데이터나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제가 현장에서 느끼고 고민해 온 생각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최근 생태계를 보며 들었던 개인적인 소회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창업을 하는 데 있어
투자 유치와 정부 지원 자금 조달은
선택이 아닌 '디폴트'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창업 지원 일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어가는데요.
초반에는 자기 자본만으로 묵묵히 사업을 일구던 분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돈은 최소화하고
외부 자금의 비중을 늘리려는 모습이 훨씬 많이 보입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요?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자기 돈을 투입하면 실패했을 때 손실이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오지만,
외부 자금이라면 심리적 부담이 덜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주요 원인이라면,
우리 사회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구조로 퇴보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서 우려스럽습니다.
하지만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마도 화려한 성공 사례들일 겁니다.
7~8년 전까지만 해도 외부 투자 없이
성장해서 엑시트(Exit)까지 한 사례들을 종종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사례를 거의 접하기 어렵고,
대부분 '투자 유치 성공'이 곧 '사업의 성공'인 것처럼 비치곤 합니다.
미디어와 생태계가 투자 유치를 성공의 지표처럼 다루면서,
이것이 일종의 규범이 되어버린 겁니다.
현장에서 본 현실
제가 IPO IR 컨설팅을 진행하며 만난 기업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이미 투자를 받았거나,
상장 직전에 형식적으로라도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비즈니스 모델상 투자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말입니다.
정부 지원 사업 역시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제 투자 유치는 비즈니스 성장을 돕는 수단이 아니라,
일종의 '마일스톤'이나 '훈장'처럼 되어버린 듯합니다.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사업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증표처럼 여겨지는 거죠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스타트업 비즈니스에서 투자 유치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아니면 우리 고객을 만족시키고 사업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요?"

물론 빠른 성장과 경쟁 우위를 위해 투자가 속도를 더해주는 도구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투자 유치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이 지점에서 수단과 목적을 헷갈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비즈니스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투자 유치가 당신 사업의 본질입니까?"
수단이 목표가 되는 순간,
사업의 방향타는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본질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