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예창패 예산이 반토막 났다. 이게 진짜 문제일까?

 

지난달 말, 예비창업패키지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공고를 확인한 많은 예비창업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당초 계획에서는 약 750명을 대상으로 최대 8,000만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고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종 공고에는 지원 대상이 약 300명(▼60%)으로, 지원금 한도는 최대 4,000만원(▼50%)으로 대폭 낮아졌습니다.

사전 협의 없이, 또는 충분한 사전 고지 없이 기준을 이렇게 급격히 바꾼 것에 대한 비판은 타당한 것 같습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창업자가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논란은,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을 함께 꺼내보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창업을 하려는 것인가, 지원금을 따내려는 것인가?”

이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오히려 천천히 이 글을 읽어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지원금의 올바른 자리

 

정부 지원금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창업자는 “부족한 자금을 보완해주는 마중물”이라고 말하고, 어떤 창업자는 “내 돈 없이도 창업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이 두 인식은 창업에 임하는 태도를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 올바른 인식 : 창업 비용 = 창업가 자기자본(30) + 정부 지원금(70)
  • 왜곡된 인식 : 창업 비용 = 정부 지원금(100) + 창업가 자기자본(0)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자기 자본이 걸려 있는지 여부가 의사결정의 절박함과 고객 검증에 임하는 진심을 미묘하게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왜곡된 인식이 퍼지게 된 배경 중 하나는, 최근 SNS와 유튜브에서 “정부 지원금만으로 창업해서 수억 벌기”와 같은 콘텐츠가 창업의 정석처럼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콘텐츠는 창업의 본질적인 어려움을 지우고,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보다 ‘어떻게 지원금을 받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만듭니다.

저는 자부담도 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질문에 한번 답해 보세요.

“만약 이번 공고에 선정되지 않는다면, 그래도 창업할 것인가?”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원금 신청 전에, 본인 자금으로 MVP를 만들었거나 고객 반응을 먼저 확인해보셨나요? 아니면 지원금 받으면 그때 개발하고 검증해야지 였나요?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이, 지금 여러분의 창업에 임하는 태도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자부담을 낼 의향이 있더라도,
정부 지원금을 마치 언젠가 돌려받을 내 몫처럼, 당연히 받아야 할 자금처럼 여기고 있다면 ─ 그것 역시 왜곡된 인식입니다.


 

자기 자본을 거는 것의 의미

 

흥미로운 점은, 투자자들도 이 부분을 본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창업자의 자기 자본 투입 여부를 확인하는 이유는 재무적 여력을 보려는 게 아닙니다. “이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얼마나 진심인가”를 가늠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투자 판단에서는 팀의 역량이나 시장의 크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본이 전혀 걸려있지 않은 창업자에게는, 심사위원도 투자자도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 사람은 정말 이 아이디어를 믿고 있는가?”

정부 심사도, 투자 심사도, 결국 같은 것을 봅니다.

자기 자본이 없다고 창업을 못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내 돈이 걸려있을 때, 사람은 더 절박하게 시장을 바라보고 더 진심으로 고객의 반응을 듣게 됩니다.


 

예산 삭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

 

정책 변경 방식 자체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이미 공지된 제도를 예고 없이 급격히 바꾸는 것은 창업 생태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다만, 창업의 문 자체가 닫힌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번 변화를 계기로,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 중 주목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단순 서류 심사로 지원자를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소규모 초기 검증 자금(200만원)을 지원하고, 실제 시장에서 아이디어를 검증한 결과를 중심으로 최종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방식입니다.

심사위원의 눈이 아니라, 시장의 반응으로 평가받는 구조입니다. 사실 이런 ‘실전 검증 중심 평가’ 방식은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아산나눔재단의 정주영창업경진대회가 오래전부터 같은 철학으로 운영되어 왔고, 민간에서도 이미 검증된 모델입니다.

아이디어에 확신이 있고 직접 시장에서 검증해낼 자신이 있는 창업자라면, 오히려 예창패보다 모두의창업 프로젝트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전 검증을 통과한 후 최종 우수 팀에게는 10억원의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검증 이후 이런 방식이 주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간 투자 시장

엔젤 투자자와 초기 VC 시장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아이템 경쟁력이 있다면, 정부 심사보다 오히려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경로입니다.

 

액셀러레이터·인큐베이터

민간 중심의 다각화된 지원 경로도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정부 예산이 줄었다고 해서 창업의 선택지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로를 택하든, 결국 핵심은 같습니다.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그것을 밀어붙이는 창업자의 실행력입니다.


 

마치며

 

“정부가 나를 얼마나 도와줄까?”에서 출발하는 창업과, “나는 어느 정도까지 리스크를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서 출발하는 창업은, 같은 아이디어로 시작하더라도 결국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정부 지원은 그 확신 위에 얹는 것입니다. 확신이 먼저고, 지원은 그 다음입니다.

이번 변화가 우리 창업 생태계가 그 순서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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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하는별 기획하는별 · 전략 기획자

예비창업 부터 IPO, 상장사 IR 컨설팅 경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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